김도훈의 나무 사랑 꽃 이야기(18) 참나무 6형제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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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이 나무들을 다루어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나무를 대표하는 나무, 즉, 참나무입니다. 이 나무들의 모습이 이제 막 완전체를 향해 가고 있는 시기이니까요. 이 나무들을 알아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식별 포인트인 열매들, 즉, 도토리들이 잘 익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 나무들의 열매인 도토리가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서 이 나무들을 도토리나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참나무라는 공식 명칭보다 오히려 더 잘 쓰일 정도로 말입니다. 소수이지만 도토리나무가 참나무와 같은 나무인 줄 몰랐던 사람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나무가 영어로는 오크 (Oak)라 불리는 나무들과 같은 종류의 나무라는 사실과도 연결하지 못해서, 한때 많은 가구의 원료로 쓰였던 오크가 참나무였다는 사실에 놀라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학술명으로는 Quercus이지요.
나무를 대표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요. 우선, 나무가 단단하고 크게 자라서 그 쓰임새가 많다는 점을 들 수 있겠지요. 가구를 비롯한 목재로 많이 쓰이는 것은 물론이고, 열매인 도토리가 구휼용 식품으로 쓰이기도 했지요. 아직도 도토리는 묵으로 만들어져서 기호용 식품으로 이용되고 있을 정도입니다. 와인, 위스키 등 고급 술들은 오크통에서 숙성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뿐만인가요. 이 나무들에서 얻어지는 코르크의 쓰임새도 다양하지요. 우리가 좋아하는 표고버섯은 참나무 등걸에 재배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 다음으로, 나무의 번식력이 높아서 어느 곳에서나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야 하겠지요. 우리나라 거의 모든 산에서 가장 많이 만나는 나무 종류가 참나무들입니다. 이는 이 나무들이 번식력도 좋고 나무들 사이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영양분 덩어리인 도토리는 어디서라도 발아하면 한동안 어린 나무가 자라는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습니다. 제가 오래 전에 읽은 책에서 만일 인류가 지구를 떠났다가 500년 후에 돌아온다면 지구의 90%는 이 나무가 점령할 것이라고 써놓은 것을 읽은 적도 있었습니다.
참나무는 이 이름으로 한 과와 속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묘하게 참나무라는 이름의 나무는 없습니다. 참나무과와 세력이 비슷한 ‘과’인 장미과, 콩과, 벼과 등에서는 대표하는 장미, 콩, 벼가 있는데 말입니다. 영어 이름 오크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 가지 종류의 오크가 오크 가족을 이루고 있지요. 우리나라에서 참나무는 흔히 6형제가 대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상수리, 굴참, 떡갈, 신갈, 갈참, 졸참 등입니다. 우리나라 전역에 이들이 분포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밖의 참나무는 보통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우리 고유 수종으로서 남쪽에서만 자라는 상록수들인 가시나무 종류들도 참나무에 속하고, 우리 가까이에서 가로수 수종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대왕참나무는 수입된 참나무이지요.
여하튼 이번에는 참나무 6형제 구분법을 중점적으로 다루어 보겠습니다. 실은 이 구분법은 참으로 인기가 있어서 나무에 관심을 가진 모임에서는 반드시 이를 다루고 있는데, 인터넷이나 SNS 단체방마다 나름대로의 구분법이 실려 있을 정도입니다.
이 나무를 몇 주 전부터 꾸준히 관찰해 왔지만, 이 글을 쓰기 위해 비가 그친 지난 수요일 (8월 12일) 아침 다시 분당 중앙공원을 찾았습니다. 이 날 찍은 사진들을 보시면서 저의 설명을 따라와 보시기 바랍니다.
먼저 가장 인기 있는 열매 구분법부터 시작해 보지요.
도토리들은 다 익어서 나무에서 떨어지기 전까지 학술적으로 총포라고 불리는 특수 조직으로 보호되고 있습니다. 어려운 총포라는 용어 대신에 저는 털모자, 뚜껑모자 등의 용어를 쓰고자 합니다. 6형제 중 털모자로 보호되고 있는 도토리가 세 가지, 뚜껑모자를 쓰고 있는 도토리가 세 가지입니다. 상수리와 굴참은 연두색 털모자를 쓰고 있고 (이 둘의 구분은 열매만으로는 어렵습니다.), 떡갈은 갈색 (혹은 주황색) 털모자를 쓰고 있습니다. 도토리들이 처음 생길 때는 이 털모자들에 완전히 덮여 있다가 차츰 익어가면서 털모자 사이로 삐죽이 모습을 드러내지요.
비늘 모양의 뚜껑모자를 쓰고 있는 세 가지 도토리도 처음에는 뚜껑모자에 완전히 덮여 있다가 털모자를 쓰고 있는 도토리들보다는 조금 더 일찍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 중에서 신갈의 뚜껑모자 비늘이 가장 울퉁불퉁한데 그 모습이 석굴암 부처님의 꼬불꼬불한 머리를 닮았습니다. 신갈 도토리가 가장 먼저 모습이 뚜렷해지는 경향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뚜껑모자의 울퉁불퉁함이 조금 덜한 두 도토리 중에서 굵기가 가장 작은 편이지만 모양이 길쭉해서 구분하기 쉬운 졸참은 익어가면서 도토리의 2/3가 뚜껑모자 밖으로 드러나지요. 갈참은 절반 정도 드러납니다.
다음은 잎 모양으로 구분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잎 모양 구분의 중요한 포인트는 잎의 넓이, 잎 가장자리 톱니 모양, 그리고 잎자루의 길이 등입니다.
잎의 넓이 순으로 줄을 세우면, 떡갈, 신갈, 갈참, 졸참, 굴참, 상수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개체의 특성에 따라 이 순서를 어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장 넓은 떡갈나무 잎은 옛날에 떡을 찔 때 떡 시루 아래에 깔았다고 해서 이 이름을 얻었다고 하지요. 이 순서는 묘하게 잎 가장자리의 톱니 모양의 순서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비교적 넓은 잎인 떡갈과 신갈은 잎 가장자리의 선이 부드러운 물결 모양을 이루고 있고, 갈참과 졸참은 그 물결 모양이 조금 더 날카로워지는데 졸참 잎의 가장자리가 가장 뾰족해져서 때로는 끝이 갈고리 모양을 이루고 있지요. 졸참 잎은 넓이도 크기도 앞의 세 가지 (떡갈, 신갈, 갈참)보다 훨씬 작은 편입니다. 잎도 작고 도토리도 작아서 졸참이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종종 신갈과 갈참의 잎이 구분하기 어려운 수가 있는데 (사실은 6형제 사이에도 교잡이 이루어져서 수목도감을 보면 중간 형태로 분류된 종류들도 많습니다.), 그 구분을 도와주는 것이 바로 잎자루 길이입니다. 신갈나무의 잎자루는 매우 짧아서 (혹은 잎 몸체 자체가 잎자루 대부분을 덮고 있어서) 가지에 잎 전체가 붙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갈참 잎은 그 잎자루를 뚜렷이 볼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열매 모양도 도움이 되지요.)
떡갈나무 잎: 가장자리 물결모양이 뚜렷하지요
이상 네 가지는 가능한한 도토리와 함께 잎모양을 담으려 노력했습니다. 아래의 굴참과 상수리는 그렇게 하는 것이 다소 불편합니다. 잎과 열매가 괴리되어 있으니까요.
열매도 독특한 연두색 털모자를 쓰고 있는 굴참과 상수리의 잎은 상대적으로 좁고 긴 모양인데, 잎 가장자리의 물결 모양이 거의 없어지고 대신에 뾰족한 침 모양의 조직이 달려 있습니다. 굴참과 상수리 잎의 구분은 바로 이 침 모양 조직에까지 초록색이 유지되느냐 (굴참: 녹색) 마느냐 (상수리: 흰색)에 달려 있습니다. 상수리 잎이 비교적 끝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 점도 구분에 도움이 됩니다.
이 열매 모양 구분법과 잎 모양 구분법은 잘 숙지하면 각각으로도 상당 수준 6형제 구분에 응용해 볼 수 있지만, 이 둘을 잘 조합하면 6형제를 구분하기가 더 확실해집니다. 조금 애매할 때 (특히 상수리와 굴참 열매가 비슷하므로) 다른 구분법을 보조적으로 이용하라는 의미입니다. 마지막으로 잎 모양으로 구분할 때 곤란을 주는 신갈/갈참과 상수리/굴참의 구분에서 하나의 추가적인 팁을 드린다면, 갈참과 굴참의 잎 뒷면 색깔이 매우 옅은 회백색을 띄어서 신갈, 상수리보다는 앞 뒷면 색깔 대비가 뚜렷하다는 사실입니다.
여하튼 참나무 6형제는 그 종류 숫자 자체가 많아서도 구분이 어렵지만, 특징도 다양해서 구분법을 외기도 어려울 정도입니다. 이렇게 써놓은 구분법에만 의존해서 참나무들을 ‘척 보고’ 단번에 식별할 수는 없다는 말씀입니다. 산이나 공원에 가서 꾸준히 관찰해 가면서 터득해 가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모두들 한번 응용해 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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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미래연구원님의 댓글
국가미래연구원아주 좋은 글입니다.오늘 아침 분당 뒷산(영장산?)에 올라 바람에 꺾여 떨어진 도토리들을 주어모아 보았습니다. 사진도 찍어놓았는데 구분이 잘 안되네요.모두 모은 것은 아니어서.<溪丁,시냇가 사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