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또 평가한다고?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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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어떤 때인데…
도대체 이 나라의 정부 정책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집권세력이 자신들의 치적을 남기려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그게 국가발전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그런데 그런 성과를 거두기 위한 방법으로 그동안 집권세력들이 해왔던, 그리고 지금도 진행 중인 ‘전 정권을 깎아내리고, 몰락시키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방법인가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4대강 사업’ 아닌가 싶다.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부가 정권 치적사업으로 수십조 원의 예산을 들여 임기 중에 마무리한 대형 사업이다. 이 사업에 대한 찬반여론이 많았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평가가 양분(兩分)되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그 사업의 타당성이 어느 정도 인정되고 필요한 사업이라 했더라도, 그렇게 임기 내에 서둘러 끝내야 할 간단하고 시급한 사업이 아니었음은 너무도 분명했다. 급히 졸속으로 완공하다보니 부작용도 나타나고, 부실공사의 후유증도 적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뭐가 잘못됐는지 평가를 해 보는 것은 꼭 필요한 절차였다고 생각한다. 또 그 결과에 따라 국토이용 효율화와 가뭄 및 홍수 조절기능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또 4대 강과 연결된 수많은 강 지류와 하천 정비를 어떻게 할 것인지 등 보다 건설적인 대안을 찾는데 노력했어야 했다.
그런데 그동안 4대강 평가는 어떤 과정을 거쳐 왔는가? 지금까지 감사원 감사 2번에 전문가 조사평가만 2번을 더했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감사원 감사를 통해 4대강 사업이 홍수 예방과 큰 연관이 없다고 밝혔고, 2014년에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4대강조사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종합점검을 실시했으나 “홍수 위험이 줄었지만 계획에는 못 미쳤다”고 발표했다.
여야의 정권교체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도 감사원 감사를 실시했다. 2018년 감사원은 4대강 사업의 홍수 예방 기능이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해 2월 환경부 4대강 자연성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 기획위원회는 세종보(금강)와 죽산보(영산강)는 해체, 공주보(금강)는 부분 해체, 백제보(금강)와 승촌보(영산강)는 상시 개방하는 방식의 제시안을 국가물관리위원회에 전한 바 있다. 물론 보 해체에 대한 반론이 많아 더 이상 진전되지는 않은 상태다. 그런데 아직도 4대강 사업 논란은 계속 진행 중이다.
이런 와중에 여당과 야당은 또 ‘4대강’을 정쟁(政爭)의 대상으로 올렸다. 야당인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4대강 사업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번 홍수가 엄청난 피해를 가져왔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4대강 사업이 오히려 홍수피해를 키웠다”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그러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청와대 수보회의에서 "4대강 보(洑)가 홍수 조절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실증·분석할 기회"라며 "댐의 관리와 4대강 보의 영향에 대해 전문가와 함께 깊이 있게 조사·평가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즉각 환경부, 국토교통부,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민관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홍수조절기능을 평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이런 지시가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또 여야는 물론 국민 대다수가 수긍할 수 있는 그런 평가결과가 나올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최장기 장마의 역사가 새로 써지는 비상시국이다. 논밭이 진흙탕으로 변하고, 5년 동안 길러온 인삼이 하루아침에 쓰레기로 변하는 처참한 현실이 눈앞에서 전개되고 있다. 산사태나 홍수에 휩쓸려 가족을 잃은 수재민들의 머릿속은 하얗다 못해 진공(眞空)으로 변했다. 이를 다소나마 달래주고, 극복책을 강구하는 것이 정부의 최우선 책무 아닌가?
그런데 이런 비극적인 현실을 눈앞에 두고 4대강 사업을 평가하자는 말이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의 입에서 쉽게 나올 얘기인가 묻고 싶다. 물론 이날의 수보회의에서는 코로나 사태와 홍수피해에 대한 대통령의 언급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4대강 평가 지시는 ‘의외’였다는 생각이다.
조사해보았자 결과는 빤하다. 역대 정부가 그랬듯이 집권자들의 입맛에 맞는 결과가 나올 것이다. 특히 지금 정권으로서는 보수정권에서 실시한 사업인 만큼 칭찬하기는 더더욱 힘들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실시했던 전문가들의 평가, 그 이상의 내용이 나오기도 어렵다. 따라서 정쟁은 더 치열해 질 것이고, 극단적인 주장들의 난무는 '국민 편 가르기' 기회로 활용될 것이다. 과연 이런 평가가 왜 필요한 것인가?
이념과 성향을 달리하는 여당과 야당의 정치적 충돌과 갈등은 “그러려니…”하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는 것은 이해하기 더욱 어렵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여당만의 대통령인가? 대한민국 정부가 여당만의 정부인가? 문 대통령이 정말 4대강 사업의 교훈을 찾고자 한다면 그동안 진행된 감사원 감사와 전문가들의 평가서를 모아서 분석해 보면 오히려 훨씬 유의미한 결과와 대책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제발 더 이상은 ‘4대강’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지 말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이미 그 사업을 추진했던 대통령은 이 정부 들어 ‘적폐청산’이란 명목으로 많은 고초를 겪고 있지 않은가? 4대강의 부족한 기능을 개선하고 보완해 4대강의 홍수조절 기능을 높일 수 있는 정책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책임 있는 정부의 소명이자 집권여당이 할 일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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