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뉴딜과 기업경쟁력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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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탄소 체제를 미래성장 동력 삼겠다'는 그린뉴딜 종합계획 발표
지난 7월14일 정부가 2025년까지 총사업비 73조4천억 원을 투입해 탄소중립 사회를 지향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인프라 및 산업을 저탄소 체제로 전환하고 미래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그린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일자리 66만개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그린뉴딜이란, 환경을 뜻하는 Green과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이 1930년대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하여 추진한 경제정책인 New Deal의 합성어로, 기후환경 문제에 대응하면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신산업도 육성하는 투자정책을 뜻한다. 이번 계획은 도시·공간·생활 인프라 녹색 전환,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확산,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 등 3대 역점분야로 대별 된다. 건물효율화·물관리 체계화를 통해 고효율 인프라로 전환하고, 재생에너지·친환경차 등 저탄소에너지를 확산시키며, 스마트산단조성·녹색기업육성 등으로 산업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취지이다.
이어 7월 16일 후속으로 발표된 그린뉴딜 상세계획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주목할 만하다. 2019년 12.7GW 수준인 태양광·풍력 발전용량을 2022년까지 26.3GW로, 2025년까지 42.7GW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2017년 말 정부는 2030년까지 태양광·풍력 발전용량을 54.2GW로 확대해 발전량의 2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겠다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를 조기에 달성할 중간목표가 설정된 셈이다.
이는 지난 2년간 태양광·풍력 발전용량 목표를 초과 달성했기 때문이다. 2018년 목표는 1.6GW인데 2.5GW를 달성했고, 2019년에도 목표보다 1GW 많은 3.3GW를 기록했다. 올해도 이미 목표치인 2.3GW를 넘어선 상황을 고려해 2025년까지 태양광·풍력 발전설비를 지난해 대비 3배 이상 대폭 확대하는 공격적인 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또한, 과거 목표 달성이 태양광 중심이었던 것에 비해 앞으로는 풍력에도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대규모 해상풍력단지 입지발굴을 위해 최대 13개 권역의 풍황(風況)계측 및 타당성조사를 지원하고 경남 창원 해상 풍력터빈 테스트베드와 전남 영광 실증단지 구축 등의 배후·실증단지의 단계적 구축도 포함되어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2018년 총회에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하고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전세계 전력의 70∼85%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이에 발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모양새다.
세계 각국으로 번지는 RE100 이행 기반 구축 캠페인
앞서 언급한 재생에너지 확대와 관련하여 기업이 특히 눈여겨볼 부분이 있다. 기업과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 간 전력구매계약(제3자 Power Purchase Agreement 등)의 허용도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RE100(Renewable Energy 100%) 이행 기반 마련이 그린뉴딜에 포함됐다.
RE100은 제품 생산이나 기업체 운영에 필요한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자발적 캠페인이다. RE100에 동참하고 싶은 기업은 자체적으로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거나 녹색요금제에 참여하거나 인증서를 구매하거나 전력구매계약(PPA)을 맺어 RE100을 이행해야 한다.
이 중에서도 자율성이 보장되며 장기계약을 통해 미래의 불확실성을 회피할 수 있고 추가성이 담보되는 전력구매계약을 점점 더 선호하는 추세이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전기판매사업이 한전에게 독점 허가되어 있어 전력구매계약을 통해 기업이 RE100을 이행하는 것은 어렵다. 즉, 현행 전기사업법은 동일인에게 전기사업(발전사업·송전사업·배전사업·전기판매사업 및 구역전기사업) 중 두 종류 이상의 전기사업을 허가할 수 없도록 되어 있고, 발전사업자와 전기판매사업자에게 전력거래소가 개설한 전력시장에서 전력거래를 하도록 하고 있다.
또 전기사용자는 전력시장에서 전력을 직접 구매할 수 없도록 하고 있어, 자가용 전기설비를 재생발전기로 설치하는 방법 외에는 RE100 이행 방안이 사실상 불가능한데, 이번에 이를 일부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가 산업용 구매전력 가격에 프리미엄을 더한 가격으로 전력을 구매하면 재생에너지 사용으로 인정하는 녹색요금제 도입을 준비하고 있지만, 녹색요금제와 더불어 전력구매계약까지 가능할 경우 기업은 다양한 선택권을 갖게 되고 보다 성숙한 대안도 마련되어 고무적이다.
재생에너지의 빠른 확대를 위해서는 기업 등 전기사용자의 자발적인 재생에너지 사용 촉진을 병행할 필요도 있는데, 이 또한 그린뉴딜에 RE100 이행방안 마련이 포함된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RE100 이행방법으로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직접 생산하거나 인증서만 구매하는 방법도 있는데, 우리나라의 전력시장 특성상 기업 입장에서의 경제성이 없어 이행 대안으로 매력도가 떨어진다.
즉각적인 후속조치도 잇따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7월 20일 전기사업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상술한 전력구매계약이 간접적으로 가능하도록, 전력시장을 거치지 않고도 재생발전사업자-전기판매사업자(한국전력)-전기소비자(기업) 간 개별계약을 통해 재생에너지를 거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1MW를 초과하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생산한 전력을 전기판매사업자에게 직접 팔 수 있도록 규정하는 조항을 개정령 내 신설했다.
현행법상 1㎿이하 신재생에너지 설비에 대하여 발전사업자와 전기판매사업자간 전력구매계약은 허용되지만 앞으로는 1MW 초과까지 확대하되 전력공급계약의 장벽을 낮추고 요금 등의 계약 조건은 개별 합의에 맡긴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를 통해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을 촉진하여 수출경쟁력을 제고하여 온실가스 감축과 무역장벽에 대응하자는 취지라고 했다.
수출경쟁력은 RE100과 무슨 상관일까?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장기적으로 제로화하는 움직임이 강해지면서, 기업 온실가스 배출의 큰 축인 사용전력을 어떤 에너지로 조달하는 지가 기업 자신뿐만 아니라 전후방 산업을 포함한 밸류체인에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즉, 화석연료 대신 바람이나 태양을 원료로 생산한 친환경 전력만을 사용한다는 방침을 밝힌 글로벌 기업들이 자기 회사뿐만 아니라 부품을 납품하는 공급사에 대해서도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청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재생에너지 100% 사용 방침에 속속 동참하는 글로벌 기업들
2015년 일찌감치 RE100을 선언한 BMW는 이미 수 년 전부터 부품공급업체에도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BMW의 방침은 배터리를 공급하는 국내 업체에 영향을 미쳐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Apple도 지난 7월 21일 2030년까지 자기 회사는 물론 벨류체인 및 제품에 대해서도 100% 탄소중립을 선언하며, 소재채취에서 부품제조 및 제품조립까지 100% 재생에너지 사용 목표를 담은 Supplier Clean Energy Program을 발표했다.
자기 회사의 RE100은 이미 달성한 Apple은 이를 공급망으로 확대하여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에 기여하고자 하는데, 반도체를 공급하는 국내 업체에 영향을 미쳐 재생에너지 사용을 선언하거나 동 프로그램에 동참을 약속하는 등 다양하게 대응하고 있다.
이는 일부 업종이나 회사에 국한되지 않는다. 전력 소비가 큰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Google을 포함하여 Amazon, GM 등 240여개 기업이 RE100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고, 참여 회사 수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더욱이 RE100 관련 요구가 자기 회사를 넘어 공급망으로 확대되는 것도 분명한 추세이다. 자발적 캠페인이지만 RE100 참여 기업은 매년 재생에너지 사용 검증을 받고 성과를 공개해야 하므로 단순한 참여 선언에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이 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겠다는 캠페인(RE100)에 가입한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자신뿐만 아니라 공급망 내 협력업체에도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것을 요구하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어 재생에너지 사용이 우리 기업의 수출경쟁력과 무관하지 않게 된 것이다.
저탄소전환 및 사회책임을 위한 지속가능경영에 관심을 갖는 국내 기업도 늘어나는 것도 향후 더 많은 기업이 탄소중립이나 RE100 선언에 동참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향후 실행단계에서 우리나라가 선진 전력시장 보다 재생에너지의 발전 단가가 높아 RE100에 참여하거나 글로벌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를 수용하려는 기업에게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운 환경이라는 점은 명확히 인지하고 향후 점차 개선해 나아가야 한다.
우리 기업의 ‘RE100 이행 방안 로드맵’ 수립 … “지금이 적기(適期)”
이를 계기로 기업들도 국내에서 전개될 RE100 이행 방안에 대한 전망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필자는 RE100 논의 초반부터 정부 정책 및 설계 방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왔는데, 지금이 기업들이 관련 전략을 수립하여 선제적으로 대응할 적기라는 판단이다.
글로벌 경쟁으로 국경선이 의미가 없어진 상황에서 바다건너에서 시작된 RE100요구가 우리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에 구체적으로 반영될 시기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우선 기업은 현재 RE100 정책 논의 현황 및 향후 전망을 면밀히 예상하고 이에 따른 적절한 RE100 이행 방안(들)에 대한 로드맵을 수립해야 하며, 이를 이해관계자 소통에 활용해야 한다. 기업의 전략적 선택에 따라, 필요시 RE100 정책 도입과정에서 정부에 건설적인 제안을 할 수도 있고, 선제적 선언을 할 수도 있으며, 관련 경과를 주주 및 투자자에게 자랑할 수도 있다.
또한, 향후 실제 RE100을 선언하고 이행할 때에는 RE100 인증 방안에 대한 검토, 회사에 부합하는 재생에너지사업자의 발굴, 한전 및 재생에너지사업자와의 계약 등을 꼼꼼히 챙겨 선제적 기획 및 선언에 이어 지속가능한 실행으로 연결시켜야 한다.
글로벌 기업의 경쟁 전략은 핸드폰을 파는 회사가 전화기를 더 잘 팔고, 자동차를 파는 회사가 차를 더 잘 파는 전략을 넘어서고 있다. 예컨데 자동차 판매사인 Tesla는 장기적으로 전력 사업자로 확대할 가능성이 있어보인다.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에 들어 있는 전기를 발전소처럼 전력 시장에 판매하는 것이다. 특히 태양광 발전소의 밤 시간처럼 재생에너지가 발전하지 못하는 시간대에는 더 유효할 것이다. Volkswagen도 2030년에 우리나라 발전소 전체 규모에 버금가는 용량의 전기차 배터리가 도로를 주행할 것으로 전망하며 유사한 발전사업에 대해 언급했다.
자동차업체가 전력사업에 진출하면 재생에너지의 생산, 공급, 소비까지 모든 영역에 대해 종합 플랫폼을 보유하게 된다. 태양광으로 발전하고 전기차 배터리에 충전하며 남는 전기를 전력시장에 판매하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통한 가격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IBK투자증권의 분석처럼 Tesla의 영국 전기사업자 라이센스 신청은 이러한 종합 플랫폼 구축을 통한 시장선점을 노린 경쟁차별화 전략일 수 있다.
우리도 그린뉴딜 속 RE100을 단순한 전력 규제완화로 여기지 말고 다양한 업종에서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요소로 활용해야 한다. 그것이 그린뉴딜의 목적인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 친환경산업 육성으로 지속가능성 확보와도 정확히 부합한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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