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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이냐 분열이냐, 국가흥망의 교훈 #19 : 거대한 기마제국 북위(S)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10월30일 17시05분

작성자

  • 신세돈
  •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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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흥망의 역사는 결국 반복하는 것이지만 흥융과 멸망이 이유나 원인이 없이 돌발적으로 일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한 나라가 일어서기 위해서는 탁월한 조력자의 도움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진시황제의 이사, 전한 유방의 소하와 장량, 후한 광무제 유수의 등우가 그렇다. 조조에게는 사마의가 있었고 유비에게는 제갈량이 있었으며 손권에게는 육손이 있었다. 그러나 탁월한 조력자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창업자의 통합능력이다. 조력자들 간의 대립을 조정할 뿐 만 아니라 새로이 정복되어 확장된 영역의 구 지배세력을 통합하는 능력이야 말로 국가 흥융의 결정적인 능력이라 할 수가 있다. 창업자의 통합능력이 부족하게 되면 나라는 분열하고 결국 망하게 된다. 중국 고대사에서 국가통치자의 통합능력의 여부에 따라 국가가 흥망하게 된 적나라한 사례를 찾아본다.​

 

 

<92> 탁발씨의 원씨 개성(改姓)(AD496)

 

AD496년 북위는 대대적으로 성을 고쳤다. 북위민족은 중국인의 시조인 황제로부터 나왔고 북위의 탁발씨도 땅을 근본으로 하고 있으니 만물의 근원이라는 뜻에서 원(元)씨로 바꾸었다. 황제뿐 만 아니라 모든 신하의 성도 중국식으로 고쳤는데 발발씨는 장손長孫, 달해씨는 해奚, 을전씨는 숙손叔孫, 구목릉씨는 목穆, 보육고씨는 육陸, 하뢰씨는 하賀, 독고씨는 유劉, 하루씨는 루樓, 물뉴씨는 우于, 위지씨는 울尉로 고쳤다.

 

북위 선비계통 씨족 8성(목,육,하,유,루,우,해,울)은 한족의 4대성(노씨,최씨,정씨,왕씨)과 같은 부류로 대우하게 하였다. 이충이 존경을 받았으므로 그가 속한 이씨를 포함하여 5족성으로 높임을 받았고 직합장군 설종기가 설씨가 빠진 것을 원통해하자 황제가 받아들이고 그의 이름도 종기에서 기종으로 바꾸어주었다.

 

이충이 나서서 황제에게 물었다.

 

   ” 폐하께서 이렇게 성을 가르는 것은 

     부귀한 사람들을 챙기기 위한 것입니까  

     아니면 천하를 잘 다스리기 위하신 것입니까?“

 

황제가 당연히 잘 다스리기 위한 것이라고 대답하자 이충이 말했다.

 

  ” 그러시다면 왜 문벌의 자제만 뽑으시고

    재능이 있는 인물들을 발탁하지 않으십니까?“

 

황제가 말했다.

 

  ” 진실로 남을 뛰어 넘는 재주를 가졌다면

    남이 알아주지 못할까를 걱정하지 않는 법이다.    

    가문이 좋은 사람은 비록 능력이 모자라도

    스스로 덕을 닦으려고 노력하는 기풍이 있어서 그렇다. 

   

이추이 말했다.

 

  “ 부열과 여망은 어떻게 문벌 때문에 등용되었습니까?”

 

부열은 은나라 때 성을 잘 쌓는 기술이 있었고, 여망은 주나라 때 도축의 기술이 매우 훌륭해서 재상으로 등용되었다는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황제가 대답했다.

 

  “ 가문이 나쁘면서 그렇게 훌륭한 사람은 한, 두 명일 뿐 매우 드물지 않소.”,

 

비서령 이표가 나서서 말했다.

 

  “ 폐하께서 문벌만 중시하신다면

    노나라 삼경, 즉 문벌의 상징인 계손씨, 맹손씨,숙손씨와 무엇이 다르며

    공자의 사과, 즉 덕,언,정 및 문을 열심히 가르치는 것은 무엇에 필요하겠습니까”

 

저작좌랑 한현종도 거들며 나섰다.

 

  “폐하께서는 어찌 귀한 사람은 귀한대로 세습하고

   천한 사람들은 천한대로 세습하게 하십니까.

   

여러 중신들이 이구동성으로 문벌의 부당함을 지적하자 황제가 물러서면서 말했다.

 

  ” 품성이 고상하고 지혜에 밝은 사람과 무리에서 뛰어난 사람이 있다면

    문벌에 구애받지 않고 등용할 것이다.“

얼마 있다가 유송에서 망명 온 유창이 들어왔다. 황제가 그 문제를 물으면서 말했다.

 

  ”어떤 사람들은 문벌에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는데

   네 생각은 그렇지 않다. 맑은 물과 흐린 물이 섞이면 안 되듯이

   군자와 소인이 같아진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다만 적당한 인물이 있는 경우에야 예외적으로 삼공도 될 수가 있다.

   현명한 인재를 구하기 힘들다하여

   문벌을 무시하자고 하는 주장을 제지하지 못할까 두렵다.“   

 

탁발굉의 문벌중시에 대해 사마광은 이렇게 평가했다.

 

  ” 인재를 뽑는 방법에서 문벌을 중시한 풍조는 

    조조의 위나라와 사마씨의 진나라 이후에 뿌리깊은

    악습이었지만 고칠 도리가 없었다.  

    군자와 소인의 구별이 

    세습되는 봉록을 받는 것인가 아닌가, 

    출신이 낮은가 높은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님은 너무나 분명한 것이지만

    효문제(탁발굉)와 같이 현명한 군조조차도 폐단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을 보면

    구습이라는 것에 미혹되지 않고 

    훌륭하게 시비를 잘 가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알 수 있다.

    (자치통감 AD496년, 권140)“

 

 

<93> 골치 꺼리 태자 원순의 폐서인(AD496)

 

열여섯 살 북위 태자 원순은 공부를 매우 싫어했다. 몸은 비대하였고 낙양의 더운 날씨를 견디지 못했다. 황제가 옷을 내려도 입지 않고 항상 선비족의 의복을 입으려했다. 황제가 숭산으로 행차한 틈을 타고 측근 몇 명과 함께 말리는 중서자 고도열을 죽인 다음 평성으로 도망치려했다. 궁성을 지키는 원엄이 성문을 닫고 막았으므로 끝내 탈출하지는 못했다.

     

황궁으로 돌아온 탁발굉은 친동생 함양왕 원희와 함께 직접 곤장을 100대를 내리친 뒤 옥에 가두어버렸다. 태자가 회복되어 일어나기까지는 한 달이 더 걸렸다. 탁발굉은 태자폐위문제를 의논했다. 태자태부(가정교사) 목량과 태자소보 이충이 머리를 조아리고 사죄했다. 황제가 말했다.

 

  ” 경들이 사죄하는 것은 사사로운 것에 관한 것이고

    내가 의논하자고 하는 것은 국가의 대의에 관한 것이오.

    대의에는 부모도 없다는 말은 고래로 중히 여기는 말이오.

    지금 태자가 아비를 거역하고 반란을 일으키려 한 것은 

    천하의 그 어떤 악행보다도 더 큰 것이오.

    지금 없애지 않으면 장차 사직에 큰 걱정거리가 될 것이오.“

마침내 원순을 폐위하여 서인으로 만든 다음 하양(하남성 맹)에 가두고 겨우 연명할 정도의 음식만을 주었다.      

 

 

<94> 목태의 반란(AD496)

 

예전에 문명황후 풍씨가 똑똑한 탁발굉이 마땅치 않아서 태자자리에서 폐위하려고 했으나 태위 탁발회와 상서우복야 목태와 이충가 간절히 말리는 바람에 폐위되지 않았으므로 탁발굉은 탁발비와 목태에 대해 매우 고마운 마음을 지니고 아꼈다. 북위가 AD493년 낙양으로 천도하고부터 황제가 하남사람 문인들을 중심으로 정치를 하게 되자 소외감을 느낀 선비족들의 불평이 쌓여갔다. 상서우복야에서 정주자사로 전보되자 건강문제로 날씨가 선선한 항주(태원)자사로 바꿔주기를 요청했다. 조정에서는 항주자사 육예를 정주로 보내 서로 바꾸기로 하였고 목태는 항주로 부임했다. 아직 떠나지 않은 육예 또한 선비족으로 조정에 불만이 있었으므로 목태와 함께 반란을 일으켰다. 삭주자사로 있는 황제의 아들 원이를 세우기로 했고 원이도 겉으로 동의했다. 육예가 적절한 반란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도중에 원이가 황제에게 모반음모를 밀고하였다. 황제는 병중에 있기는 하지만 믿을만한 임성왕 탁발징을 불러 토벌을 부탁했다. 탁발징은 기꺼이 부절을 받고 출병하였다. 목태가 양평왕이 있는 삭주(평성이 있는 주)쪽으로 갔다고 하자 급히 군사를 몰아 뒤쫓아 반란군을 체포하였다. 목태는 물론 육예 등 반란 주동세력 100여 명이 잡혔다.           

 

 

<95> 남정의논(AD496)

 

탁발굉은 황하 이북의 모든 땅을 정복하고 수도까지 낙양으로 옮겼지만 장강 이남의 제나라가 아직 평정되지 않은 것을 큰 한으로 여겼다. 남정을 생각하며 조신들을 불러 의견을 나누었다. 이충이 반대하며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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