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한류를 통해 본 금융 국제화의 방향성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4년12월18일 21시23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09시44분

작성자

메타정보

  • 39

본문

한류를 통해 본 금융 국제화의 방향성
아시아를 넘어 세계인을 열광케 하는 한류. K-Pop과 한국 드라마가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 잡고 있다.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이 늘어나고 한국대학에 외국 유학생들이 한국어로 수업을 받는 모습이 낫 설지 않다. 한류의 확산을 타고 우리 화장품과 의류 브랜드가 중국 전역을 파고들고 있고, 한국의 스타들처럼 예뻐지고 싶은 외국 여성들 덕분에 성형외과 또한 성업 중이다. 우리나라 관광 산업을 먹여 살리는 게 중국의 유커(遊客)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에 세계경제포럼(WEF)은 한국의 종합 국제경쟁력 순위에서는 26위를 준 반면 금융시장 성숙도에서는 말라위 (79위)와 아프리카 우간다 (80위) 수준의 81위에 올려 놓았다. 세계 8위의 무역대국이자 15위의 경제규모란 위상에 비추어 그 조사의 신빙성을 차지하고라도 부끄러운 성적표이다. 어찌 보면 두 산업이 모두 컨텐트 기반의 서비스 산업이라는 데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무엇이 이 두 산업의 성패를 갈라 놓은 것일까?

20141218212304w237x9orx.png
 

두 산업 모두 서비스 업이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자원이나 생산 설비가 필요 없고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과 이들의 능력이 발휘할 수 있는 환경과 생태계가 있으면 된다. 시장의 지리적 한계가 없다는 점도 같다. 운송비도 필요 없고 해외 생산기지도 필요 없다. 시공간을 초월해 사업 확장이 가능하다. 그리고 두 산업 모두 매우 브랜드가 중요하다. 아무리 잘생기고 능력이 출중해도 이름난 사람이 아니면 스타로서 주목 받기 어렵다. 금융도 브랜드가 만들어져 있지 않으면 자본금이 크거나 인원이 많다고 갑자기 경쟁력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한류를 이끈 데에는 수 많은 스타들이 있었다. 대표적인 브랜드도 있었다. 그런데 한국판 골드만삭스나 금융의 삼성 전자는 과연 가능한 것일까? 우리 금융 시장의 역사와 규모 등을 미루어 볼 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정책적 구호를 만들어 외친다고 또 자본금만 키운다고 세계적인 금융회사가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금융 선진화를 막고 있는 것이 과다한 규제라고 다들 이야기한다. 그러나 중요한 이슈이나 근본적 이유는 아니다. 사실 한 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만큼 크려면 정서와 문화가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정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금융이 발달 하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첨단 기술을 갖고 있는 미국이 벤츠나 페라리를 만들지 못하고 독일이 루이비통이나 프라다를 만들지 못하지 않는가? 마음 먹는다고 무엇이던지 잘 할 수 있지 않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우리 금융도 현실을 직시하고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통해 스타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브랜드도 만들어 질 것이다.
 

은행이나 IB 보다는 자산운용 쪽의 국제화가 승산이 있다고 보여진다. 자본금이나 조직의 규모를 볼 때 글로벌 은행과 IB 들을 따라잡기에는 너무 차이가 크다. 또 홈(home) 시장의 규모나 거래의 다양성 면에서도 그런 조직을 키우고 경험을 쌓아 세계적인 경쟁력을 만들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 그런데 자산운용업은 훨씬 몸이 가볍다. 큰 조직이나 자본금이 없어도 투자할 자금이 풍족하고 능력이 출중한 펀드 매니저들을 확보하면 비교적 단시간에 키울 수 있다. 국내의 대형 투신사들을 단시간에 따라 잡은 미래에셋이 그 좋은 예이다. 불과 수년 만에 글로벌 사모펀드들도 아시아에서는 무시 못하는 규모로 사세를 키운 MBK도 또 다른 예이다. 게다가 450조에 육박하는 국민연금 등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운용 자산 규모는 세계적인 투자기관들의 규모에 크게 떨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어 든든한 배경에 된다

 

2014121821232459348a0rua.png
 

세계 자본 시장의 2%에도 못 미치는 우리 시장은 이 연기금들의 투자 수요를 감당 하기엔 너무 적고 또 리스크 분산 측면에서도 충분치 않다. 그래서 글로벌 자본 시장과 실물 시장으로 투자를 확대 할 수 밖에 없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미국과 유럽의 금융 위기 때 매력적인 투자 기회가 우리 연기금 들에게 제안 되곤 하였다. 하지만 그 쪽이 안정되자 그런 기회도 확연히 줄어들고 있다. 이제는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으로 또 아프리카 등 저개발 지역 까지도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
 
한류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우리보다 후진국에서 훨씬 더 각광 받는다. 개발 도상국들의 눈에는 경제적으로 또 문화적으로 한국은 선망의 대상이다. 우리의 풍부한 유동성을 밑천으로 똑똑한 펀드 매니저들을 내세워 이들 시장을 좀 더 적극적으로 공략해 보면 어떨까? 한류처럼 스타도 만들고 브랜드도 만들어 질 수 있다. 한류로 문이 열린 그 시장을 우리 자본과 기적과 같은 경제개발 경험을 내세워 더 활짝 열어 보면 좋겠다.

 

39
  • 기사입력 2014년12월18일 21시23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09시44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