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는 원하는 내수회복을 가져올 수 있을까?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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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분기 미국 GDP는 2.8% 증가한 반면. 한국의 GDP는 –0.2%로 역성장을 기록하면서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경제가 수출 호황 속에서도 내수는 부진한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은의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그 주된 이유로 고금리를 꼽았다. 높은 금리가 소비와 투자 지표의 개선을 가로막아 경제 활동 전반을 둔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경우 가계 소비 여력과 기업 투자 여력이 제약되면서 내수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낮아지면 저축에 대한 유인이 줄어들어 대출과 가계 소비가 늘어나고, 기업의 경우에도 차입 비용이 줄어들며 투자 지출이 증가해 내수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민간부채가 대규모로 누적된 상황에서 금리 인하는 소비심리를 개선시키고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 그동안 경제 활동이 둔화되었던 우리 경제가 향후 금리 인하 내수 회복에 상당한 도움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도 이러한 경제학적 상식에 근거한다.
그렇다면 한국은행의 정책금리 인하는 의미 있는 내수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먼저 정책 금리 인하가 어느 정도로 이루어질 것인 지에 대해 짚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이 금리 정책을 전환한다면, 이는 경제를 압박하는 고금리 수준을 어느 정도 완화한다는 것이지 경기를 부양할 정도의 급격한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선회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코로나 시기나 경기 불황 때처럼 금리 인하가 빠르고 급격하게 이루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최근 주식시장이 크게 하락하기는 하였으나 아직까지는 연착륙의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미국 연방준비 은행 등 주요국의 중앙은행이 급격하게 금리를 낮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하는 정도도 수요를 압박하는 수준을 어느 정도 완화시키는 수준에서 소폭 이루어 질 가능성이 높다. 경기를 부양할 정도로 급격한 금리 인하가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며 금리는 어느 정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을 기대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금리 인하가 그동안의 고금리로 인한 경제적 위축을 동일한 속도와 크기로 회복시킬 것이라는 기대는 지나치게 낙관적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금리 상승으로 인한 소비와 투자 위축이 금리 인하로 바로 해소되지는 않는다. 금리 인하의 효과는 경제에 시차를 두고 나타나며, 소비자와 기업이 금리 인하에 반응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또한, 금리 인하로 내수가 회복된다고 해도 이로 인한 회복의 크기가 금리 인상으로 소비와 투자가 위축된 정도에 비례할 것이라고 기대해서도 안된다. 금리 상승이 경제에 미친 부정정인 영향의 크기와 금리 인하로 경제가 회복되는 긍정적인 효과의 크기는 비대칭적일 가능성이 크다. 금리 인상은 직접적으로 차입 비용을 증가시키고 경제 활동을 둔화시킨다. 반면, 금리가 인하되더라도 소비자와 기업이 이미 높은 부채에 얽매여 있거나, 경제 회복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고, 특히 경제적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을 경우, 금리 인하에 대한 반응은 약할 수 있다. 더군다나 코로나 이후 물가가 매우 높이 올라와 있는 상황에서 여유 있게 소비를 늘릴 수 있는 가구의 수는 많지 않을 수 있다. 최근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의식주 물가 수준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국민의 실질구매력이 현저하게 저하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높은 가계 부채 수준도 소비 회복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
우리 경제는 가계부채 수준이 높아, 금리 인하가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DSR(Debt to Service Ratio)로 추정한 부채 부담이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하락하면 부채가 많은 국가는 부채 수준이 낮은 국가보다 지출을 더 크게 늘릴 수 있지만, 그에 대한 대응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부채를 가지고 있는 가구의 소득분포와 부채의 수준, 그들의 상환능력과 소비성향에 따라 거시적인 효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긍정적인 효과는 이러한 경제에서는 금리가 낮아지면 부채 상환 비용이 감소하여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고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이는 소비와 투자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변동금리 대출의 비중이 높은 차주의 비중이 높아 금리 변화에 상환 부담이 민감하게 바뀔 수 있다. 예를 들어, 코로나 기간 영끌이라고 불리우던 차주들은 주택 구입에 신용대출을 동원하였다. 대부분이 변동금리인 신용대출 보유자들은 금리 하락으로 인해 부담이 줄어들면서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는 효과가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 유동성이 낮고 신용 접근성이 떨어지는 가구들에게 금리 인하는 부채로 인해 소비가 제약 받는 상황을 완화시켜 주는 희소식이 될 것이다.
다만, 상대적으로 부채 부담이 큰 가구들의 이자율 부담이 낮아진다고 해서 얼마나 소비지출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상환하기도 힘들 정도로 빚이 많은 가구는 부채 상환을 우선시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소비 진작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한편, 상대적으로 부채 부담이 작은 가구나 (부채가 다소 많다고 하더라도) 그동안 소비에 제약을 받지 않던 가구는 이자율 인하로 인한 혜택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소비를 늘리기보다 부채를 축소(디레버리징)하는 선택을 한다면, 금리 인하가 소비를 크게 자극하지 않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금리 인하와 관련해서 예의 주시해야 할 사항은 금리 인하가 오히려 가계부채를 늘릴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상 시장금리는 한국은행이 정책금리를 내리기 이전부터 이에 대한 기대를 선반영해 어느 정도 내려온 측면이 있다. 이자율 하락에 대한 기대는 정부의 정책과 맞물려 최근에는 가계부채도 다시 늘어나고 있다. 아파트 가격이 오름과 동시에 주택거래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가계 레버리지가 확대될수록 가계소비를 제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율 하락이 추가대출로 이어지고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 유입이 증가한다면, 가계부채가 소비를 제약하는 한국경제의 장기적인 숙제는 점점 풀기 어려워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통화정책은 단기적인 경제안정화 정책이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 이전부터 우리 경제는 장기적으로 성장률이 낮아지는 경로에 접어들었으며, 저성장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구조적인 이유로 내수가 위축되고 성장률이 낮아진 문제는 구조개혁과 생산능력의 확장으로 소득을 증가 시켜서 해결해야 할 장기적인 과제이다. 단기적인 경제안정화 정책은 그것이 재정정책이든 통화정책이든간에 그야말로 단기적인 경기부양책이다. 경제의 성장 능력을 높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더 광범위한 경제 환경이 개선되고 성장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정책금리 인하로 내수회복을 기대하는 것에 한계가 있는 이유다. 늙고 병든 말의 고삐를 풀어준다고 마차가 박차고 나갈 것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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