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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살얼음판 금융시장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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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01월11일 20시24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19시34분

작성자

  • 홍은주
  • 한양사이버대학교 경제금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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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살얼음판 금융시장
 2015년 벽두에 국제시장이라는 영화가 50대 이상 중장년층의 심금을 울렸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데도 차마 자리를 뜨지 못하고 의자에 그대로 앉아 눈물을 훔치는 중년남자들이 많이 눈에 띄였다. 한국의 가난했던 근세사를 개인차원에서 모자이크처럼 풀어나가다 보니 영화에 등장하는 모두가 다 자기일, 자기 가족일 같다는 유사체험을 하게 된 것이다.
영화속에서는 피난민들이 미국 군함을 타고 남으로 왔지만 6.25 당시 일부는 임진강을 건너 남하한 사람들도 있었다. 개성이 바로 코앞이니 황해도 쪽 피난민들은 겨울에 꽁꽁 언 임진강을 건너오기도 했다. 이 피난민들에게는 얼어있는 강이 구세주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하필 강을 건너는 날에 살얼음판이 끼었다면 어땠을까? 건너는데 엄청난 걱정이 되었을 것이다.
 
2015년 초에 본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기상도는 살얼음판이나 다름없다. 올해 금융시장에서 가장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 미국의 본격적인 양적완화 철회가능성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3차에 걸쳐 공격적으로 양적완화 정책을 펴왔다. 
미 연준은 금융위기 초반에 금융기관에 유동성을 공급한데 이어 사태가 급격히 심각해 지자 정책금리를 거의 하한까지 인하했다. 또 리만파산사태 직후인 2008년 11월부터는 패니 매(Fannie Mae), 프래디 맥(Freddie Mac), 연방 홈 론 은행 등 주택관련 정부보증기관이 보유한 채권과 이들이 보증을 해준 모기지 관련 증권(MBS: Mortgage Backed Securities) 등을 모조리 매입해 주었다. 
이같은 1차 양적완화에 이어 유럽의 재정위기로 금융위기가 다시 재발할 조짐을 보이자 미 연준는 2차 양적완화를 단행한다. 경기회복을 위해 장기금리를 내리고 본원통화를 풀어 장기국채를 매입했다. 2011년 말 부터는 최장 30년 만기 국채를 매입하고 대신 3년 이하 단기국채를 매각했다. 연준의 국채만기를 연장하여 장기금리 인하를 유도한 것이다. 
그래도 효과가 부족하다고 느끼자 2012년 9월부터는 제3차 양적완화에 들어갔다. 매달 400억 달러씩 MBS를 무기한 매입하기로 한 것이다. 또 2차때와는 달리 단기국채 불태화 정책을 병행하지 않은 채 장기 국채를 매달 450억 달러씩 매입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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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양적완화 때문에 연준이 보유한 자산규모는 2014년 중반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전과 비교할 때 여섯배 이상 증가했다. 
 
이같은 양적완화 덕분에 미국경제는 점차 회복세를 나타내고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문제는 양적완화 때문에 미국경제는 살았는지 몰라도 다른 나라 금융시장에 버블이 끼었다는 것이다.  미국이 양적완화를 위해 대규모로 살포한 자금이 실물경제가 비교적 견조하고 정치적 위험이 낮은 한국 등 일부 국가로 대량 흘러들어간 것이다. 
자본시장 연구원에 따르면 총자본 유입액이 가장 큰 나라는 중국과 브라질, 인도 등의 순이지만 이들 국가에 흘러들어간 투자는 직접투자가 많은 반면 한국 등에 흘러 들어온 돈은 주식과 채권에 대한 포트폴리오 투자가 많았다.  포트폴리오 투자는 멕시코가 1,757억달러로 1위, 브라질이 1,525억달러로 2위, 3위인 한국이 1,449억 달러인데 이 때문에 통화가치가 오르고 자산가격에 버블이 낀 반면 포트폴리오 투자의 특성상 언제든 떠날 수 있는 돈이라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2008년 금융위기이후 4년간 들어온 포트폴리오 투자자금 유입액은 2005년에서 2008년 초까지의 4년과 비교할 때 두 배 이상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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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아낌없는 양적완화 정책 덕분에 2014년 3/4분기​ 경제성장률이 거의 신흥국 수준인 5.0%를 달성했다. 그리고 이미 지난해부터 양적완화를 점점 줄인다는 출구전략인 테이퍼링(Tapering)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올해는 그 주장에 더 무게가 실리게 될 것이다. 적어도 올 6월 무렵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나홀로 성장을 시작하고 금리까지 높아지면 포트폴리오 투자를 했던 돈들이 안전하면서도 수익률이 높은 미국시장으로 다시 흘러나갈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출구전략 시행으로 금리가 상승하면 국채가격이 싸지기 때문에 신흥국에 투자되었던 포트폴리오 투자자금이 미국으로 환류하게 되는 것이다. 
방향도 문제지만 속도가 더 큰문제다. 글로벌 유동성의 포트폴리오 조정이 갑작스럽게 이뤄질 경우 환율급등까지 겹쳐 한국의 금융시장과 기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대외적 변화요인에 더해 금융기관들의 생산성 하락도 눈에 띄게 하락하고 있다. 은행들은 순이자마진(NIM: Net Interest rate)이 급락해 구조조정이 불가피 하고 자본시장도 된서리를 맞은 상태라 투자 심리가 꽁꽁 얼어붙어 있다. 
 
얇은 살얼음판을 무사히 건너기 위해서는 무게를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올해 예상되는 외생적 불안 요인을 넘어서기 위해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뼈를 깎는 내생적 구조조정 노력이 어느 때 보다도 필요하다. 가계 역시 가능한한 부채를 줄여서 모 언론이 표현한것 처럼 ‘부채 다이어트’ 시행에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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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19시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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