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從北이 부르는 統一의 노래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01월15일 20시08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19시45분

작성자

  • 김태우
  • 前 통일연구원 원장, 前 국방선진화추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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從北이 부르는 統一의 노래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의해 2014년 12월 18일부로 강제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이정희 전 대표는 해산을 청구한 정부를 향해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의 뿌리를 뽑아내려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었다. 물론 그 전에도 말끝마다 ‘통일’이라는 단어를 놓지 않았다. 수차례 북한을 방문하고 한국에 들어와서 ‘종북(從北) 토크쇼’ 논란을 일으킨 재미동포 신은미 씨는 경찰의 수사를 받으면서도 자신의 언행이 통일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우기기를 멈추지 않았다. 이들은 북한 체제를 두둔하면서 통일을 운위하면 종북통일론이 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이러는 것일까? 이들은 정말 북한체제를 찬양하는 것과 자유민주주의 통일을 추구하는 것이 양립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일까? 이들은 대한민국 헌법이 ‘자유민주주의 통일’을 명령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것일까? 그게 아니라면, 이들이 말하는 통일이란 어떤 통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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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게 있어 통일과 상생(相生)은 늘 함께 추구해야 하는 ‘두 마리의 토끼’이다. 통일은 분단국인 한국에게 숙명적 과제이고, 남북 상생 또한 현실적으로 중요한 과제다. 당연히, 통일과 상생을 동시에 추구하기란 쉽지 않다. 헌법 제4조는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을 추구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런 통일로 가는 길은 북한 체제가 변화하거나 붕괴하는 것뿐이다. 북한의 갑작스러운 붕괴는 바람직하지도 않고 한국이 추구할 대상도 아니기 때문에 한국정부의 공식적인 통일목표는 ‘북한의 안정적 변화수용을 통한 점진적 합의통일’ 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상생을 위해서는 주권적 실체로서의 북한정권과 체제를 인정하고 화해협력을 도모해야 하고, 실제로도 그렇게 해왔다. 요컨대, 북한 체제를 변화시키는 노력도 해야 하지만 동시에 대화와 협력의 상대로 인정해야 하는 것이 한국의 숙명인 것이다. 그래서 한국정부에게는 통일정책도 필요하고 상생정책도 필요하며, 한국사회에는 통일론자도 있어야 하고 상생론자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진보’를 자처하는 일부 인사들이 통일담론을 주도하면서 상생론이 통일론으로 둔갑되는 혼란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의 논지는 “북한체제를 존중하여 남북이 평화롭게 지내야 하고 그래야 평화통일이 가능해진다”는 것인데,  얼핏 들어서 그럴듯하지만 “그래야 평화통일이 가능해진다”는 부분은 가짜 통일론 이다. 북한체제를 인정하고 평화로운 협력관계를 도모하는 것은 상생을 위한 것이지 통일을 위한 것은 아니다. 물론, 좀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남북간 화해협력에도 북한의 변화에 도움을 주는 ‘북한주민과의 화해협력’과 북한의 체제를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북한정부와의 화해협력’이 있지만, 이들 ‘진보론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늘 북한정부에 대한 포용과 타협이다. 남북상생과 평화적인 분단관리를 위해 그래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에는 논리상 아무런 하자가 없다. 문제는 “그래야 평화통일이 된다”는 가짜 통일론을 내세우는데 있다. ‘남조선 혁명을 통한 주체통일’을 추구하면서 여기에 반대하면 반(反)민족범죄로 엄벌하는 북한체제를 굳혀주는 것은 적화통일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언정 자유민주주의 통일을 돕는 길은 아니다. 이정희 전 통진당 대표나 신은미 씨는 이 논리정연한 진리 앞에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늘 통일을 외치면서도 ‘어떤 통일’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비겁함을 버리고 자신들이 말하는 통일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당당히 밝힐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할 자신이 없다면 통일을 팔고 다니는 행태를 멈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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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생론을 통일론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개 세 부류로 나누어진다. 첫째는 그럴듯한 논리에 속아 그렇게 믿는 우둔한 사람들이다. 실제로도 적지 않은 국민은 “남북이 평화롭게 지내야 평화통일이 가능해진다”라는 말 속에 내포된 비논리성을 별견할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둘째는 진실을 알면서도 자신이 속한 단체나 정당의 정책노선에 따라 상생론을 통일론으로 둔갑시켜 주장해온 뻔뻔한 사람들이다. ‘진보’를 자처하는 일부 전문가들과 정치인들이 이 부류에 속한다. 셋째는 북한 주도의 ‘주체통일’을 원하거나 한국 주도의 자유민주주의 통일이 되면 처벌을 받는 등 불이익을 당할 수 있는 영악한 사람들, 즉 종북세력인데, 이들에게 정치적 생존공간을 제공해준 것은 별 생각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우둔한 유권자과 이를 이용해온 뻔뻔한 사람들이었다. 통합진보당이 국회의원을 13명이나 배출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우둔한 유권자들과 정치연대를 해준 다른 정당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영악한 세력들은 우둔하거나 뻔뻔스러운 사람들을 믿고 어제도 오늘도 헌법을 기만하는 가짜 통일노래를 불러대고 있다. 인권개선, 민주화, 복음화 등을 통해 북한을 변화시키려 애쓰는 진짜 통일일꾼들을 ‘반(反)통일 수구세력’으로 매도하는 적반하장(賊反荷杖)도 이들의 전문영역이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의 명함에 ‘통일’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통일’이라는 표현 자체가 누구도 함부로 거역할 수 없는 강력한 힘을 가짐을 잘 알고 있는 이들에게 있어 가짜 통일론은 친북과 종북을 실행하는데 또는 멀쩡한 애국인사들을 모함하거나 진짜 통일일꾼들을 ‘반통일’로 몰아가는데 더 없이 편리한 도구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논리정연한 통일의 진리를 꿰뚫고 있는 국민도 많다. 어디까지가 진짜 통일론이고 어디서부터가 가짜 통일론인지 정확하고 구분하는 지식인과 전문가들도 많다. 적어도 이런 사람들의 눈에는 지금까지 저질러온 반국가적 언행을 반성하지 않고 역공을 펼치려고 발버둥을 치는 일부 통진당 잔류세력의 모습이 무척이나 가소롭게 보일 것이다. 이런 국민에게 “통일에 기여하려 하는데 왜 ‘좌빨’로 모는가”라는 신은미 씨의 항변은 어떻게 들릴가? 북한이 원하는 ‘쓸모있는 바보’를 자처한 철부지 여성의 뻔뻔스러운 노이즈 마켓팅일까, 아니면 종북세력이 부르는 영악한 통일노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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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01월15일 20시08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19시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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