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대응, KAMD(한국형미사일방어)와 킬체인만으론 안된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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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말에 한국이 고위급회담을 재의하고 북한의 2015년도 신년사가 '최고위급대화‘를 거론하면서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점치는 사람들이 있지만, 좀 더 높은 곳에서 안보지도를 내려다 보면 정상회담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사치스럽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우여곡절 끝에 진정성과 명분이 담보된 정상회담을 성사시킨다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북핵문제는 어느 순간이든 대한민국의 뒤통수를 치는 돌출변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특단의 조치에는 한미동맹의 틀내에서 취할 수 있는 새로운 조치들도 포함되어야 한다. 동맹조약은 나토(NATO) 조약에 준하는 ‘자동개입‘ 조항과 ’핵우산‘ 조항이 포함되도록 개정되어야 하며, 미국이 핵무기비확산조약(NPT) 이외에 쌍무적으로 한국 원자력 산업과 미사일 배치에 가하고 있는 각종 제한들은 모두 해제되어야 한다. 한국은 미사일의 생산과 배치에 있어 어떠한 제약도 받아서는 안 되며, 농축과 재처리를 보유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들도 모두 개정되어야 한다. 한국은 어차피 NPT 회원국으로서 핵무기 보유를 시도할 수 없지만, 농축과 재처리는 원자력 산업의 발전은 물론 핵외교를 위한 잠재력이라는 차원에서도 더 이상 제약을 받아서는 안 되는 합법적인 핵시설이다. 미증유의 북핵위협에 직면한 한국에게 이런 저런 제약을 가하는 것은 동맹정신에도 맞지 않다. 요컨대, 김정은 정권의 핵무기 실전배치 선언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는 카드’라기 보다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필연적 사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김정은 정권이 제4차 핵실험을 하거나 핵무기 실전배치를 선언하는 것은 ‘예상 밖의 놀라운 사태’이 아니다. 그러한 사태가 발생한 후 한국정부가 “심각하게 우려한다” “예의주시한다” 등의 의미없는 원칙론을 반복하면서 지금까지 사용해온 외교적·군사적 대응책들을 재탕한다면, 그것이 ‘놀라운 사태’가 될 것이다.
물론, 그렇게 볼 수 있는 주된 이유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남북관계의 기복이나 핵협상의 유무와 무관하게 지속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이유로는 ‘김정은 변수’를 들 수 있다. 김정은 제1국방위원장은 3년 탈상(脫喪)과 함께 유훈통치 그늘을 걷어내고 ‘백두혈통 지배체제’를 갖추었으며, 당(黨)과 군(軍)을 장악하는 데에도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외형은 그렇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은 2013년 상반기 동안 갑자기 개성공단을 차단하고 전쟁위협을 가했던 그의 즉흥성과 도발성을 익히 경험한 바 있다.
현재 위원장이 극복해나가야 할 과제들은 산적해 있다. 대내적으로는 정적(政敵)들을 확실히 제압하고 당(黨)과 군(軍)을 장악해야 하며, 민심의 동요를 예방해야 하는 절박한 처지에 있다. 빨치산 후예들을 중용하고 공포정치를 펼치는 것으로 엘리트 집단의 충성심을 확보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고, 김정은 신격화(神格化)와 경제건설 구호만으로는 민심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대외적으로는 더욱 어렵다. 김 위원장은 희화화(戱畵化)되고 있는 자신의 국제적 이미지를 개선해야 하고, 가중되는 국제사회의 인권압박에도 대처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가혹하리만큼 열악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을 다섯 차례 이상 만나는 동안 김정은 위원장의 공식 방중마저 성사시키지 못할 정도로 북중관계는 소원해져 있으며, 대미관계 역시 단절상태에 머물고 있다. 러시아를 활용하여 중국의 대북자세를 변화시킨다는 이러이중(利露制中) 전략이나 일본을 이용하여 미국의 대북태도를 변화시키겠다는 이일제미(利日制美) 전략이 성과를 거둘 전망도 사실상 무망하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리미아반도 합병으로 인하여 국제제재를 받는 처지가 된데다 석유가 하락으로 국제적 영향력도 약화되고 있다. 미국과 강력한 동맹관계에 있는 일본이 북한에게 제공할 수 있는 혜택도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요컨대, 현 내외 여건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있어 ‘총체적 난국’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젊고 즉흥적인 김 위원장이 ‘충격적인 카드’를 통해 난국을 돌파하려 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으며, 그러한 카드에는 제4차 핵실험, 핵무기 실전배치 선언, 중대한 대남 무력도발 대남 전쟁위협, 파격적인 대남 평화공세 등이 포함될 수 있다. 특히 북한이 지금까지 핵무기 소형화 및 경량화에 진력하면서 이동식 발사대를 증강하고 잠수함에 핵탑재를 시도하는 등 핵군사력의 기술적 도약(technological breakthrough)을 위해 광분해왔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핵무기의 실전배치는 임박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현재 한국의 정치권과 언론 그리고 사회 일각에 만연하고 있는 ‘북핵 무감각증’이 무척 개탄스럽다. 김정은 정권에게 있어 핵무기는 상대적 경제대국인 한국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이자 한국정부와 국민을 심리적으로 위축시켜 마음놓고 국지도발을 저지를 수 있는 배경이며, 궁극적으로 남북관계를 주도하는 주요 수단이다. 한국에게 있어 북핵은 북한의 변화를 가로 막고 ‘자유민주주의 통일’로 가는 길을 막고 있는 최대 장애물이다. 때문에 한국으로서는 당장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그것이 발하는 위협들을 최대한 관리·억제하는 대책들을 마련하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6자회담을 비롯한 핵협상도 필요하고 국제공조를 위한 핵외교도 필요하지만, 가장 직접적인 효과를 내는 것은 군사적 대응일 것이다.
미사일방어·킬체인의 한계와 응징전략
북한의 핵미사일에 군사적으로 대처하는 방안으로는 방어, 선제타격, 방호, 응징 등이 있을 수 있는데, 한국의 국방부는 지금까지 방어에 치중하여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의 구축을 노력해왔고, 2009년 북한의 제2차 핵실험 직후에 선제타격을 위한 ‘킬체인’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가 있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결코 충분하지 않다. 한국형 미사일방어란 날아오는 핵미사일을 근접거리에서 요격하는 것인데, 이 방식에서는 ‘완벽한 요격’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좀 더 먼 거리에서부터 요격할 수 있는 THAAD나 SM-3 미사일을 도입하더라도 요격율이 개선될 수는 있어도 ‘100% 방어’란 불가능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내놓은 킬체인은 핵미사일 발사 징후가 포착되면 발사이전에 선제타격을 가하는 시스템이지만, 기술적·정치적 타당성에 있어 한계성을 가진다. 킬체인이 기술적 타당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발사 징후를 정확하게 포착하는 군사위성 등 최첨단 정찰자산들과 함께 포착 후 즉각 결심·타격하기 위한 지휘·통제·통신 체제와 다양한 정밀 타격수단들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그런 체제와 수단들을 보유한다 하더라도 군통수권자가 확실한 발사 징후로 단정하고 타격명령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북한이 실제로 발사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실토할 리가 없는 상황에서 까닥하면 한국이 도발자로 내몰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방호에 많은 예산을 투입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방호란 핵피격 이후 주요시설과 인적자산을 보호하는 핵민방위 체계라 할 수 있는데, 전국민을 수용할 수 있는 30만 개 이상의 핵방호 시설을 보유한 스위스와는 달리 한국의 경우 이 분야의 투자는 거의 전무하다. 때문에 국방비 증액이 무척 어려운 정치적 여건에서 핵방호를 위한 예산증액이란 사실상 무망하다.
이에 비해 응징전략은 도발국을 직접 징벌하는 것이기 때문에 방어에 비해 억제효과가 강력하며, 핵도발을 당하는 경우 북한군, 정치 지도부, 국가핵심 시설 등이 모두 응징대상이 될 수 있다. 당연히, 도발명령자 개인을 처단하는 참수작전(decapitation)도 포함된다. 응징의 대상이 다양하고 광범위하기 때문에 킬체인이 요구하는 만큼의 고기술을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한국으로서는 다양한 응징수단들을 지상과 공중 그리고 해상과 해저에 분산 배치하는 ‘한국식 3축체제’를 구축하고 확실한 응징의지를 보여주면 된다. 그것이 한국이 추구해야 하는 ‘능동적 억제전략’이다. 요컨대, 이런 맥락에서, 국방부는 미사일방어와 킬체인에만 매달리는 것은 제한된 국방비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 아닐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한국의 국방개혁은 북한의 무력도발과 핵도발을 억제하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하며, 무엇을 줄이고 감축해야만 개혁이 되는 것으로 알아서는 안 된다.
하지만, 그것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특단의 조치에는 한미동맹의 틀내에서 취할 수 있는 새로운 조치들도 포함되어야 한다. 동맹조약은 나토(NATO) 조약에 준하는 ‘자동개입‘ 조항과 ’핵우산‘ 조항이 포함되도록 개정되어야 하며, 미국이 핵무기비확산조약(NPT) 이외에 쌍무적으로 한국 원자력 산업과 미사일 배치에 가하고 있는 각종 제한들은 모두 해제되어야 한다. 한국은 미사일의 생산과 배치에 있어 어떠한 제약도 받아서는 안 되며, 농축과 재처리를 보유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들도 모두 개정되어야 한다. 한국은 어차피 NPT 회원국으로서 핵무기 보유를 시도할 수 없지만, 농축과 재처리는 원자력 산업의 발전은 물론 핵외교를 위한 잠재력이라는 차원에서도 더 이상 제약을 받아서는 안 되는 합법적인 핵시설이다. 미증유의 북핵위협에 직면한 한국에게 이런 저런 제약을 가하는 것은 동맹정신에도 맞지 않다. 요컨대, 김정은 정권의 핵무기 실전배치 선언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는 카드’라기 보다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필연적 사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김정은 정권이 제4차 핵실험을 하거나 핵무기 실전배치를 선언하는 것은 ‘예상 밖의 놀라운 사태’이 아니다. 그러한 사태가 발생한 후 한국정부가 “심각하게 우려한다” “예의주시한다” 등의 의미없는 원칙론을 반복하면서 지금까지 사용해온 외교적·군사적 대응책들을 재탕한다면, 그것이 ‘놀라운 사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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