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세계경제는 많은 불확실성에 직면해있습니다. 도널드럼스펠드(Donald Rumsfeld) 전 미국 국방장관의 좀 어색한 표현을 빌리자면 이미 인지하고 있음을 아는 것(known knowns)과 알려진 무지 (known unknowns)가 있습니다. 세계경제 전망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것에 대해서만 아니라 알려진 무지에 대해서도 판단을 내리려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무언가가 알려진 무지의 범주에서 이미 인지하고 있는 것의 범주로 이동하는 것은 언제일까요?
두 달 혹은 넉 달 전만해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글로벌 전망에 알려진 무지를 주입한다고 했을 것입니다. 지난 몇 주 동안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의 결과는 아마도 알려진 앎의 범주로 변화 및 이동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무슨 뜻이냐 하면 신문을 읽거나 아이패드에서 뉴스를 읽을 때 무엇을 발견하십니까? 러시아에 대한 제재 강화 논의를 봅니다. “이런, 유럽인들은 아직도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실행할 의지가 별로 없구나”가 초기 반응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이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역학관계가 바뀌었습니까? 이 비극으로 298명의 시민이 죽었고 그들 중 절반 이상이 유럽 시민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유럽 리더십의 인내심이 균형을 깨고 러시아 경제에 좀 더 직접적이고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제재를 가하는 쪽으로 기울기 시작할까요?
잘 아시다시피, 우리는 오늘날 놀라울 만큼 상호연계된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러시아에서 일어난 일은 여러 채널을 통하여 한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에너지 시장을 보십시오. 러시아는 세계 2번째 큰 석유 생산국입니다. 러시아는 서유럽에 35%의 가스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호 의존성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금융 제재를 어렵게 만드는 것입니다. 러시아 은행은 세계 곳곳에 있습니다. 러시아 기업들도 세계 도처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경제•금융 제재 압력이 상승하면, 어느 시점에서 상당한 유가 상승을 일으켜 에너지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그로 인해 글로벌 경기 회복에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혹은 어느 시점에서 금융 제재가 글로벌 금융시장이 작동하는 데 지장을 초래하기 시작할까요?
최근 유럽에서 여타 기관들이 미국 법을 따르지 않아서 생긴 몇몇 결과를 아실 것입니다. 저는 미국 법의 권외 적용에 대해 대단하게 주장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저는 항상 제재를 가할 때는 동맹들의 상호 합의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오늘날 전 세계 시장에서 다른 나라의 동의 없이도 어렵고 구속력 있는 제재를 실행할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부 서유럽 금융 기관들은 영국, 프랑스, 독일 법을 위반했기 때문이 아니라, 미국 법을 위반한 이유로 막대한 벌금을 지불하면서 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금융 제재 강화가 러시아 경제에 심하게 타격을 줄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이 생길까요? 그럴만한 심각한 위험이 있으며 아직은 다소 미미한 세계경제 회복세가 이 위험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거의 6년이 지난 시점에 와 있습니다. 미국의 실업률이 극적으로 개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6년 전 보다 실업자 수가 100만 명이나 더 많습니다. 2008년 가을부터 2009년 가을 세계경제가 거의 자유낙하를 하던 그 소름끼치는 기간에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 결과로 우리는 거대한 구덩이를 파게 된 것입니다. 다행히도 그 당시 우리에게는 리더들과 G20 정상회의 프로세스가 있었습니다. 2009년 봄에 있었던 G20정상회의와 이어진 G20에서 한국과 특히 사공 박사께서 G20이 리더십 발휘를 통해 시장 참여자들의 신뢰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위기가 사그라지기 시작하자 점점 더 많은 나라들이 (국제 공조 없이) 제각각 정책을 시행하면서 지난 1-2년 간 G20의 리더십에 의문이 제기됐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각국은 글로벌 경제 성장의 새로운 동력을 찾기 위해 제각각 고군분투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은 대부분의 나라들보다 잘하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경제 회복이 진행 중입니다. 그러나 정말로 그 회복세가 강합니까? 회복력이 있습니까? 견고합니까? 아니라고 봅니다. 미국경제를 모니터하고 있는 이들에게 2014년도 일사분기는 찬물을 끼얹는 것이었습니다. 상당한 경기 수축이 있었습니다.
저의 직접적인 경험에서 말씀 드리자면 올해 초 미국의 겨울은 정말 추웠습니다. 실로 수십 년 만에 뉴욕으로 이사했는데 봄이 결코 오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이건 날씨에 대한 것만이 아닙니다. 주택 시장에 문제가 있습니다. 제조업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기업가의 투자를 장려하지 않는 세금 구조가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도 맥이 빠져 있습니다. 미국은 또한 노동력의 질에 관련된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이 문제는 교육 시스템과 연관이 있습니다. 미국의 대학교육 시스템은 훌륭하지만 초등 및 중등교육은 그다지 우수하지 못합니다. 어떻게 고쳐야 할지 미지수입니다.
물론 세계 나머지 국가들을 보면 세계경제 지평에 대한 의문을 가 지게 됩니다. 저는 역사상 최대의 부채 재조정(debt restructuring)인 그리스의 부채 재조정에 거의 2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는 유럽의의사결정 기구에 민간 채권단을 대표하여 부채 재조정의 중심에 참여한 덕분에 소위 말하는 유럽의 깊은 내부를 보았습니다. 유럽 친구들과 동료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유럽의 내부는 추악했습니다. 유럽연합과유로존은 일관적인 체계가 결여되어 있고 그것이 근본적으로 유럽의 경제회복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무슨 의미인지 일례를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EU와 ECB의 초청으로 채권단을 이끌고 그리스 부채 재조정을 위한 첫 협상에 갔습니다.
“협상 상대가 누구입니까?”라는 저의 물음에 “글쎄요. 우리도 그것을 알아보는 중입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우선은 이탈리아의 재무차관이 조직한 회의에 갔습니다. 이탈리아의 재무차관이 유로존 전체 재무차관들에게 위탁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보니 거기엔 이탈리아 재무장관, 그리스 관료, IMF 대표, 유럽중앙은행 대표,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 독일, 프랑스, 폴란드, 핀란드 관료들, 그리고 다른 관료들이 앉아있었습니다. 전 세 시간 동안 저의 협상 상대가 누구인지 정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쪽에서는 누구도 나서서 주도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아주 인상 좋고 친절한 이탈리아 재무차관은 “여기선 제가 책임자인 것 같은데 정말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왜냐고 이유를 묻자 그는 “만약 우리가 그리스의 부채 재조정 협상을 한다면 다음은 이탈리아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라고 대답했습니다. 누구도 책임을 맡고 싶어하지 않음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협상이 진행된 2년 내내 그랬습니다. 어느 정도였냐 하면 장관 혹은 차관 선에서 다뤄졌어야 할 고도로 기술적인 문제들이 국가 정상들 선까지 밀려 올라갔습니다.
다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지 만 IMF가 선호하는 이런 협상의 명칭으로 고착된 “부채 지속 가능성 (debt sustainability)”이라는 용어에 대한 논쟁이 있었습니다. 얼마나 웅대한 생각입니까! 얼마나 웅대한 개념입니까! 어쨌든 그들은 미래에 그리스의 부채가 GDP의 120%로 낮아진다면 그것은 지속 가능하다는 견해에 이르렀습니다. 그들이 부채 만기구조를 보지 않았다는 것은 신경 쓰지 마십시오. 시장이 그리스 국가채무를 재편할 수도 있다는 확신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도 신경 쓰지 마십시오. 불행히도 명목 채무에 초점을 맞출 때마다 경제는 계속 긴축된다는 것도 신경 쓰지 마십시오, 이것은 토끼를 구덩이로 모는 것과 같습니다. 분자가 작아지는 것보다 분모가 더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에 그 비율을 개선할 수가 없습니다.
매우 힘든 협상들도 몇 차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리스 부채 지속 가능성에 대해 권위를 가지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게 해달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유럽에서 그 얘기를 할 수 있는 끝까지 갔습니다. 마침내 어느 새벽 3시에 몹시 화가 난 저에게 이탈리아 재무차관이 “달라라 박사, 당신과 부채 지속 가능성 문제를 해결할 사람을 찾았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좋습니다. 누구죠?”라고 묻자 “메르켈 총리(Chancellor Merkel)”라고 대답했습니다. 유럽에서는 아무도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책임을 지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메르켈 총리와 함께 부채 지속 가능성 문제 논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유럽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 통화를 만들었지만, 공동 통화에 관한 공동의 재정정책, 규제 및 금융 프레임워크라는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이러한 적목(building blocks)도 없고 남유럽의 재정건전화를 강조하고 있는 유럽은 확실히 정치통합을 위한 궁극적 연방구조를 구축할 비전이 없습니다. 유럽은 유럽 경제의 구조 변화에 대해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유럽의 중기 경제회복조차도 매우 미지근한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유럽에서도 문제가 되는 것은 시장이 펀더멘털에서 다소 벗어났다는 것입니다. 유럽 국가부채(sovereign debt)에 대한 자본시장의 톤이 개선된 것을 보면, 아마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들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세 달 전 그리스 총리가 저에게 전화를 걸어 “달라라 박사, 부채 재조정 이후 처음으로 오늘 그리스가 자본시장에서 처음 국채를 발행한 사실을 알고 있기 바랍니다. 오늘 국채 발행의 기초가 마련되도록 도와준 것에 감사하고 싶습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총리님, 축하 드립니다. 이것은 큰 성과입니다. 그러나 실업이 26%보다 10%에 더 가깝다면 더 좋지 않으시겠습니까?”고 되물었습니다.
그런데 시장은 이익 추구에 사로잡혀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고 그리스의 경제가 취약함에도 불구하고 그들 국가의 국채를 기꺼이 사들이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왜 그럴까요? 기본적으로 지난 몇 년간 미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막대한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생각합니다. 금융위기 1-2년 간 양적완화는 세계경제의 안정화에 절대적으로 필요했습니다. 이러한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추구한 중앙은행들과 글로벌 지도자들에게 축하를 드립니다. 그러나 그 이후로는 결국 철도 사고 같은 재난이 될 환경을 배양하고 있다는 걱정이 커져갔습니다.
해리 후디니(Harry Houdini)가 누군지 아시리라 믿습니다. 위대한 마술가입니다. 그러나 후디니를 어떻게 기억하십니까? 그는 탈출 묘기를 보여준 예술가입니다. 자기의 몸을 사슬로 묶고 바다에 던져지면 탈출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위대한 마술사 후디니의 시작점은 이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세계 최초로 여자의 몸을 공중에 떠 있게 하는 가장 인상적인 공중부양 마술을 소개하면서 시작했습니다. 그 여자 이름은 베스(Bess)였고, 후디니와 결혼했습니다. 그들은 단지 사업 동료일 뿐 아니라 부부였습니다. 그는 실제로 베스를 지상에서 3-4피트의 공중에 떠있게 했습니다. 이 공중부양 묘기는 3년 동안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후디니는 많은 돈을 벌었고 재미를 봤습니다. 캐나다의 여러 지방에서 성공하자 그는 “그래, 미국으로 가자.”고 결심 했습니다. 그래서 배를 타고 뉴펀들랜드(Newfoundland)에서 뉴욕으로 향했는데 무슨 일이 생긴 줄 아십니까? 공중부양 장비를 잃어 버린 것입니다. 배 밖으로 떨어진 것이 틀림없었습니다. 그는 다시는 베스를공중부양시킬 수 없었습니다. 한동안 그는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쳤습니다. 그는 수입이 없었습니다.
제가 왜 이런 이상한 이야기를 할까요? 이것이 연방준비제도가 몇 년 동안 시장에 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연준은 공중부양묘기를 하고 있습니다. 훌륭한 마술입니다. 지난 2년간 미국 주식시장에 투자한 이들은 아주 좋아할 것입니다. 상황이 아주 좋았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 어느 중앙은행이 현실을 정지시키고 금융시장을 근본적인펀더멘털에서 벗어난 길로 가게 할 수 있겠습니까? 지난 2 년 반 동안 S&P는 50%이상이 올랐습니다. 그런데 그 상승분 중 단지 24%, 오직 1/4만이 수익의 성장에 기인했습니다. 사모펀드사의 임원으로서, 수익의 현금흐름은 전 세계 모든 기업의 미래 전망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준다는 엄격한 규칙을 배웠습니다. 따라서 만약 수익은 조금 증가했는데 주식 가치가 많이 상승했다면 이것이 지속 가능한 것인가요? 우리 모두는 이 문제에 대해 걱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모두 양적완화의 효과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공중부양 행위에 약간 현혹되었던 것은 아닐까요? 지난 1년 6개 월을 보면, 주식시장 평가는 수직 상승했습니다. GDP 성장 전망치는 하향하고 있습니다. 회복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그러나 IMF, 세계은행, 국제금융협회 등 모든 기관들이 성장 전망치를 계속 하향 조정하고 있습니다. 작년 이맘때쯤 모두가 올해 세계경제는 3.2% 성장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올해 성장률을 2.5%로 보고 있습니다. 성장 전망치는 하향 조정하면서 금융자산 가치는 올리고 있습니까? 이러한 상황이 도전과제를 안겨주고 있습니다. 이것은 연방준비제도가 불가피한 3차 양적완화 종료와 불가피한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 시작할 때 갑작스런 불쾌한 기분이 들 수 있는 상황으로 우리를 밀어 넣고 있다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연준 정책의 이러한 변화는 물론 알려진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정책이 실행될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정책이 언제 그리고 어떻게 실행될 것인지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그것은 우리가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종국에는 4.5%가 될 것을 두려워 밤잠을 설치는 것이 아닙니다. 금리는 그렇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경로를 알 수 없습니다. 변동성에 대해 알 수 없습니다. 플라자합의 협상 당시 우리는 이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폴 볼커(Paul Volcker) 연준 의장을 설득해야 했습니다. 달러는 지나치게 고평가되어 있었습니다.
어느날 볼커 의장과 함께 조찬을 했습니다. 저는 베이커(James Baker) 재무장관과 함께였고 볼커 의장도 직원과 함께였습니다. 우리가 “폴, 달러화 가치를 하락시키는 데 당신이 도와줘야 해요. 달러당 242엔은 말이 안돼요. 달러당 120엔으로 내리는 게 어떻겠어요?” 그러자 볼커의장은 “찰스, 나도 1달러에 120엔이 되길 바래요. 날 두렵게 하는 것은 그것이 아니에요. 날 잠 못 들게 하는 것은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이에요. 엄청난 변동성과 시장 불안으로 점철된 시기를 지나야 할 것이 두렵단 말이오.”라고 말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걱정해야 하는 바입니다. 어떻게 글로벌 시장, 투자자들 그리고 세계경제 회복에 큰 폐해 없이 좀 더 정상적인 금리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오늘날 우리는 모두 리스크를 추구하도록 부추김 당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 위험 자산에 많은 돈이 투자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처럼 미국에서도 후순위채 시장(subordinated market)에 대출할 기회를 놓고 경쟁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고수익 시장에 기대는 대출기관들과 경쟁하고 있습니다. 많은 자금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 후순위채 시장의 열기가 너무 높아 요즘 미국에서 후순위채로 적어도 많은 거래에서 적절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부채시장이 수익과 위험자산 추구에 매우 적극적이기 때문에 경제 제재가 실제로 느껴지기 시작할 때라든지 혹은 미지의 사건이 발생한다든지 혹은 연준의 움직임에 시장이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반응한다든지 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은 혼란의 시기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작년 버냉키(Bernanke) 연준 의장의 발언이 미국 시장과 이머징 마켓의 자금 흐름에 격변을 가져오리라고는 버냉키 의장 자신을 포함하여 그 누구도예상하지못했습니다. 버냉키 의장이 무심코 한 발언에 순식간에 미국의 10년 국채 금리가 1.6%에서 2.6%로 상승했습니다. 이런 일이 내년에도 다시 일어날까요? 누가 알겠습니까? 물론 옐런(Janet Yellen) 연준 의장을 대단히 존경합니다. 그러나 옐런 의장은 마법사가 아닙니다. 마술사 후디니가 아닙니다. 그리스 아폴로 신의 신탁을 받은 게 아닙니다. 델파이(Delphi) 뿐만 아니라 그리스의 모든 지도자들이델파이의 신탁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델파이신탁을 받는 예언자는 언제나 옐런 의장과 같은 여성이었습니다. 그러나 3 세기 후에 그들은 잘못되기 시작했고 델파이 신탁을 무시했습니다. 제가 말씀 드리고자 하는 요점은 아무도 시장 분위기를 통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단기 금리를 통제할 수는 있겠지만 시장 분위기는 그럴 수 없습니다.
이머징 마켓에 대해서는 많이 말씀 드리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과 한국에 대한 몇 가지 견해로 결론을 맺을까 합니다. 이머징 마켓이 일부 세계경제 회복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오늘날 대부분의 이머징 마켓(중국, 브라질, 러시아, 터키, 남아프리카, 인도네시아)의 성장 전망은 1년 6개월 전보다 더 약해졌습니다. 아마도 새 정부가 들어선 인도 정도가 예외가 될 것 같습니다. 인도의 새 정부는 규제가 과도한 인도 경제를 되살리는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희망을 제시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국가들은 정치 변화의 과정에 있습니다. 일부 국가는 발전을 하겠지만, 다른 나라들은 그렇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몇 달 전 브라질에 갔을 때 선거가 임박했고 경제계의 분위기는 매우 침체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오늘 한국이 아닌 브라질 기업가들과 상파울로에서 조찬을 하고 있다면, 그들 중 80-90%는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상실했다고 했을 것입니다. 선거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오늘 만약 터키 이스탄불에서 터키 기업가들과 함께 하고 있다면 대다수는 정치 시스템의 변화에 대해 실제로 매우 우려하고 있으며 어느 정도는 터키의 민주주의 제도에 대해서도 매우 걱정하고 있다고 할 것입니다.
물론 중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한 적지 않은 질문이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중국의 정치 체계의 장기 변화에 대해 추측해보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중국에 특별히 숙련된 지도자 그룹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중국 경제를 다루는 것은 마치 2014년형보잉기가 1985년 제어판을 달고 나는 것과 같습니다. 중국에는 매우 역동적이며, 국가의 통제에서 점점 벗어나고 있는 경제를 다룰 정책 프레임워크가 없습니다.
그러나 국영 기업은 여전히 중국 경제의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중국의 은행 시스템은 여전히 국가 정책에 긴밀히 연계되어 있습니다. 한국에 계신 여러분들도 은행/금융과 정치를 분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지 잘 아실 것입니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필연적으로 실수가 생깁니다. 중국에서는 금융과 정치를 분리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여전히 완벽하게 알고 있지 못한 거대한 그림자금융 시스템에 대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중국 경제 성장률에 어떤 극적인 붕괴가 예상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런 의미가 아닙니다. 중국 경제 성장률은 향후 1-2년 간 계속해서 7% 이하로 둔화될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중국 그림자금융 시스템에서 예견치 못한 놀라운 일들이 시작될 것으로 예측합니다. 그것들이 중국 경제에 근본적으로 지장을 주지는 않겠지만 시장의 분위기에는 영향을 줄 것입니다. 전 세계 투자자들과 소비자들의 신뢰를 유지하지 못하면 전 세계에 필요한 회복이 불가하므로 시장의 분위기는 매우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에 대한 몇 가지 단상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한국 방문 때마다 한국 경제가 15-16년 전의 힘든 시기를 보내고 현재 얼마나 잘 나가고 있는지 보는 것은 항상 인상적입니다. 이제 한국의 금융 시스템은 매우 탄탄합니다. 한국 경제는 매우 경쟁력이 있습니다. 매우 다변화된 수출 기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실업률도 현저하게 낮습니다. 여러분들은 이것을 당연시할 수도 있지만, 한국과 같은 경제규모를 가진 나라 중 몇 나라나 실업률이 이렇게 낮겠습니까? 한국만큼 큰 경제규모를 가진 국가에서 이렇게 낮은 실업률을 가진 국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물론 한국은 이제까지의 업적에 만족하지 말고 향후 다가올 도전을 잘 살펴봐야 합니다. 그곳에 많은 도전과제가 놓여 있습니다.
한국은 혁신과 경쟁이 가능한 좀 더 역동적이고 중간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기업들을 창출해낼 수 있습니까? 한국 경제는 아직도 새로운 진입자와 경쟁자들에게 여전히 규제가 많아 한국에게 필요한 창의성이 기업 현실로 전환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까? 한국은 그림자금융의 위험요소를 되돌아보고 있습니까? 제가 보기에는 위대한 비전이지만 여전히 실현되고 있지 않은 서울의 금융 중심지화 발전 계획을 진전시킬 준비가 되어있습니까? 몇 년 전 이 문제에 관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저는 매우 고무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매우 어려운 개념이고 실현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범정부적 변화가 필요한 일입니다. 이것은 강하고 지속적인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한국 경제에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이 이니셔티브를 재활성화할 것을 권장합니다. 국내에서 매우 강한 한국 산업이 수출뿐 아니라 투자 면에서도 미국, 유럽, 신흥국 등에 걸쳐 전 세계에서 충분히 강해져 한국 기업들이 진정으로 ‘글로벌’하게 될 수 있을까요? 저는 이것들이 현재 한국이 직면한 도전과제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도전들은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도 한국에 도착 즉시 매 방한 때마다 받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한국의 리더십은 어떤 장애물이건 간에 극복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 글은 세계경제연구원이 주최하는 ‘삼성글로벌비즈니스포럼의 하나로 지난 7월24일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강연 ‘세계경제 회복, 위기인가 기회인가(Risks and Opportunities in the Global Economic Recovery)’의 주제발표 내용을 간추린 것으로 세계경제연구원의 동의를 얻어서 전재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