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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의 파리 구석구석 돌아보기(14)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9년11월02일 17시01분

작성자

  • 김도훈
  •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전 산업연구원 원장

메타정보

  • 8

본문

오늘은 어제에 이어 빠리 구석구석 돌아보기 시리즈의 클라이맥스 이틀째를 출발하기로 마음먹고 나섰습니다. 빠리는 저희가 온 이전에도 불볕더위와 함께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었는가 본데 저희가 온 이후로도 비 한 방울 오지 않은 날씨가 계속되고 있는데다, 석회암 자갈모래 흙이 바탕이 되고 있는 대부분의 공원을 많이 걸어서 먼지도 많이 습입하고 아직도 에어컨 시설이 그다지 잘 발달되지 않아 문을 열고 다녀 공기가 좋지 않은 지하철을 자주 타고 다니고 했더니 저희 부부는 감기는 아닌 것 같은데 심한 기침을 코러스로 하면서 컨디션이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어제 약국에 들러 기침 완화제를 사서 먹고 있습니다.) 오늘이 힘든 일정의 마지막 날이라 치부하고 아침 일찍 나섰습니다. 호기롭게 오늘도 동북쪽 끝자락에 있는 과학산업박물관 (Cite des Sciences et de l'Industrie: 흔히들 La Villette라는 별칭을 사용함), 시내 중심에 있는 퐁피두 센터 (그 안에 있는 국립근대미술관이 주 목표), 그리고 호텔 근처에 있는 국립 들라크루아 미술관까지 3개의 박물관을 돌기로 계획하고 나섰습니다. 겁도 없이.

 

아침 일찍 과학산업박물관에 도착. 심지어는 정식 개관 시간 10분전에 말이죠. 원래 이곳은 가족들이 어린이들을 데리고 와서 관람시키도록 해서 어린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과학과 산업의 기본 원리와 정신을 이해시키는 것이 목표로 되어 있어서 저는 공부할 때도, OECD 근무할 때도 한번 와봐야 하겠다고 해 놓고 어린이는 없이 뒤늦게 노인이 다 되어 와 봤습니다. 역시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자아내게 하는 기획이 많았습니다. 로봇, 우주에서 본 지구의 모습, 수압을 이용한 우주선 발사 실험 기구, 소리의 공명 실험, 진화와 DNA 원리를 설명해 주는 영상, 그리고 프랑스가 자랑하는 대표적 교통수단에 이르기까지. 아침 이른 시간이지만 몇몇 가족들이 어린이들로 하여금 기계장치들을 작동해 보게 하는 모습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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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바라본 지구가 공중에서 돌아가는 가운데 저는 우리나라와 프랑스가 있는 부분에서 사진 2장을 찍었습니다. 오늘 박물관에서 제가 발견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에너지 분야의 전시 내용이었는데, 프랑스는 에너지 원천이 우리나라와 비슷하지만 유럽 내에서는 에너지 강국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여기에서도 에너지원별 에너지 생산방법, 효율성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어서 어린이 때부터 확실한 개념을 잡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제가 산업연구원에 근무하던 시절 산업박물관 건립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데 프랑스와 같이 어린이 교육이라는 목표보다는 우리 산업이 이룬 업적 홍보에 치우쳤다는 기억이 있는데 프랑스의 박물관 운용 정신을 참고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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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이제 더 이상 어린이가 아니다보니 곧 볼 것이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기계를 만지며 즐겨야 하는데...

그래서 지하철을 타고 퐁피두 센터로 향했습니다. 도착한 곳은 빠리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샤틀레 (Chatelet) 지구. 이곳은 예전부터 레 알 (Les Halles)이라 부르는 명동시장 같은 빠리 중심의 시장이 형성되어 있던 곳이었던 만큼 지하철 노선도 많이 지나고 그 연결통로도 복잡하여 출구를 찾아가는 데도 시간이 걸렸습니다. 마지막 입구로 나오기 전에 지하 통로 등에 형성된 거대한 쇼핑몰을 만났고, 마침내 지상에서는 다시 지붕을 씌워놓고 차근차근 개발해 나가는 중인 레 알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레 알의 지붕은 철과 유리로 된 구조물로 만들어져 있는데 우리나라의 DDP와 같은 대단히 유연한 곡선을 이루고 있어 프랑스 특유의 미학 개념이 돋보였습니다. 그러나 그 지붕은 아래에서 하늘을 볼 수 있는 긴 구멍들이 숭숭 뚫려 있으면서도 아래로 비가 들이치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놓아서 매우 과학적인 특성도 지니고 있어서, 사진도 많이 찍었습니다. 이 밖에도 근처에 있는 (지금 한창 보수공사 중인) 둥근 지붕의 프랑스 증권거래소를 배경으로 사진도 한 장 찍고, 마지막으로 노트르담 성당보다 역사가 깊다는 생뙤스타슈 성당(Eglise St Eustache)도 둘러보았습니다. 안에서 마침 미사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금요일이라 하지만 그 큰 성당의 미사 시간에 참석한 사람들은 20명 정도라서 역시 프랑스 카톨릭에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샤틀레 지구를 둘러본 뒤 생뙤스타슈 성당 뒷편에 있는 La Pointe 식당에 자리잡고 쇠고기와 생선 요리를 각각 시켜먹고 커피 한잔씩 마시는 시간을 저희들의 체력 비축시간으로 활용했습니다. 조금 배가 불러오니까 바로 앞에 있는 성당의 한 끝에 도로 주소가 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그것이 묘하게 빠리 1구의 몽마르트르가 1번지였네요. 어쩌면 저희가 빠리의 중심 1번지 포인트에서 식사를 했다고 뻥을 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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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약 800m 떨어진 퐁피두 센터로 갔습니다. 이 센터는 바깥이 보수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쉬고 있기도 하고 센터를 이용하기도 하고 있었습니다. 이 센터는 드골에 이어서 대통령이 된 퐁피두 대통령 시절에 기획, 건립되어 그 이름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데, 안에는 우리가 돌아볼 국립근대미술관 (Musee Nationale d'Art Moderne)을 비롯하여 특별 기획 전시들도 별도로 여러 전시실에서 이루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종 공연, 음악회 등이 상시로 열리고 있어서 빠리의 중심지에서 문화센터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더욱이 도서관도 있고, 각종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되고 있어서 교육센터로서의 기능도 하고 있었습니다. 더욱이 센터에 들어가면 외부를 볼 수 있는 에스칼레이터에서나 4, 5층에 있는 국립근대미술관 테라스에 나가면 빠리 시내를 내려다보는 멋진 뷰도 가지고 있어 여러가지 매력을 가진 곳이었습니다. 저희 아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관이 못생겼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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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다시 미술 공부 시간입니다. 이곳은 이름이 근대미술관인 만큼 1900년대 상반기까지의 근대미술 작품들이 주로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그냥 오랑주리 미술관보다 조금 크겠거니 하고 열심히 그림 구경을 했습니다. 먼저 야수파 (Fauvisme)로 불리는 마티스를 필두로 한 Vlaminck, Derain, Dufy, Braque 등의 작품들을 싣습니다.

 마티스의 작품 몇 점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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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머지 화가들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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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다른 20세기 초기 화가들인 Rouault, Gontcharova, Larionov, Leger, Gris, Pascin, Laurens 등의 작품 한 점씩과 이들에 합류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샤갈의 작품 두 점을 싣습니다. 샤갈의 두 작품을 찾아내 보시지요. (미술에 관심 있으신 분에게는 너무 쉬운 숙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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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미술에 대해서는 식견이 얕은 저에게도 추상화이면서도 색감이 좋게 보여서 많이 찍은 칸딘스키의 작품도 네 점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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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어서 Delauney 부부 그림과, Klee, Mondrian, Doesburg, Ernst 등의 작품들도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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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다이즘이라고 불리는 작가들과 칸딘스키의 지휘를 받았다고 알려진 Bauhaus 작가들로 Picabia, Duchamp, Giacometti, Miro, Requichot, Ossorio, Rothko, Le Moal 등의 작품들도 많이 있었습니다만 여기는 네 점만 싣습니다. 미술공부가 너무 깊어지지요. 죄송합니다. 오늘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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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1시간 반을 넘기도록 겨우 근대미술이라고 불릴만한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이제야 마쳤구나 하면서 화장실을 찾았는데, 지금까지 본 5층에서의 근대미술 분량에 버금가는 이른바 현대미술 (art contemporain) 작품들이 화장실이 있는 4층 전체에 전시되고 있었습니다. 지친 저희 부부는 한숨을 푹 쉬면서 이미 들라크루아는 없던 일로 돌리고 여기 4층도 30분 이내에 뛰다시피 보자고 약속하고 관람을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이곳은 거의 이름을 아는 사람들도 없고 전시된 작품들의 규모도 큰 편이라서 비교적 계획된 시간 내에 주파할 수 있었습니다. 거의 끝 방에 전시되어 있던 앤디 워홀의 '10개의 엘리자베스 사진' 작품이 어찌나 반갑던지요. 돌아오는 길에 버스를 타면서 내일은 진짜로 불론뉴 숲 호숫가에 가서 아무 것도 하지 말고 쉬자고 서로 위로하며 돌아왔습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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