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탄핵 정국; 민주당 · 트럼프 정면 대치, 예측 불허 상황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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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 게이트(Ukranegate)의 핵심 인물은 줄리아니 트럼프 개인 변호사”
- 하원, 탄핵 관련 첫 표결 ‘速戰 速決’ 방침: 공화당, 트럼프 방어에 불안 · 혼란
- 상원 공화당 원내총무 “하원에서 탄핵 소추 결의하면 탄핵 재판은 불가피할 것”
- 백악관, 의회 소환장 전면 거부, 줄리아니가 트럼프를 계속 옹호할지가 관건”
美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취임 이후 가장 심각한 ‘파멸적 위기’에 봉착해 있다. 17대 존슨(Andrew Johnson), 37대 닉슨(Richard Nixon) 그리고, 42대 클린턴(Bill Clinton) 대통령에 이어 미국 역사상 네 번째로 하원의 탄핵 조사 대상이 된 것이다. 그간 온갖 추잡한 일탈과 비정(秕政) 의혹이 제기돼도 전략적 자제를 지켜오던 민주당이 입장을 일변하여, 탄핵 조사 개시를 결정한 지 이제 한 달이 지났다.
이런 탄핵 정국의 결정적 계기는 아직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현직 정보 요원(CIA) 인 한 공익제보자(whistleblower)의 고발에 의해 트럼프의 우크라이나 통화(通話) 스캔들(‘Ukranegate’)이 세상 밖으로 드러나면서 제공된 것이다. 2016년 대선 관련 ‘러시아 게이트’ 의혹이 아직 말끔히 가시지 않았고, 더구나 ‘2020 대선’을 불과 1년 남짓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새로운 초대형 정치 스캔들이 불거진 것이다.
이에 따라, 하원이 ‘우크라이나 게이트’에 초점을 맞추어 탄핵 조사를 본격화하고 관련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워싱턴 정가에는 전례 없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지금 민주당 주도 하에 진행되고 있는 탄핵 조사의 경과에 따라서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엄청난 激動이 몰아칠지도 모를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 아래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로 촉발
된 긴박한 워싱턴 정국 상황을 정리한다.
■ “핵심 인물은 줄리아니, 폼페이오 · 바르 두 장관도 의혹의 대상”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를 주도하고 있는 하원 정보위원회 시프(Adam Schiff) 위원장(민주당)은 최근 ABC 방송에 출연, 하원 민주당이 탄핵 조사를 개시하도록 촉발한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 익명의 공익제보자가 곧 의회에서 증언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아직 날짜가 정해지지는 않았으나, 이 증언이 취임 3년 차에 들어선 트럼프 대통령에게 엄청난 타격을 안겨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블룸버그/Businessweek는 탄핵 조사는 마치 줄리아니(Rudy Giuliani) 변호사 개인 비리에 대한 조사처럼 그에게 집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지만, 공공연한 공격수 역할을 했고, 우크라이나에서 바이든(Joe Biden)을 타격할 정보를 얻으려는 시도의 중심 역할을 했다. 심지어, 그림자 외교 채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앞으로 밝혀질 사안들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다.
뉴욕타임스(NYT)도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政敵인 바이든(Biden) 前 부통령에 대한 조사를 개시하도록 압박하는 과정의 핵심 인물이 바로 줄리아니(Giuliani) 변호사라고 보도했다. 민주당도 그에게 초점을 맞추고 이미 우크라이나 관련 통신 기록 및 자료들을 작성해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동시에 3명의 동료들에게도 소환장을 보내는 한편 이들에게 의회에 출석해 증언하도록 요구했다.
한편, 탄핵 조사가 본격화되면서 몇몇 현직 각료들이 탄핵 조사 대상으로 거명되고 있다. 민주당은 이미 이들에게 증거 자료 제출 및 증언을 요구하는 소환장을 보냈다. 폼페이오(Pompeo) 국무장관은 이미 트럼프의 7월 25일에 한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 입회했다고 스스로 인정했다. 바르(Barr) 법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모리슨(Morrison) 호주 총리와 통화하도록 주선한 장본인이다. 이제 탄핵 조사는 하원 민주당과 트럼프 행정부 간 정면 대결 양상으로 전개될 조짐이다.
■ 트럼프, 주위의 우려와 만류도 무시, 각국에 바이든 ‘뒷조사’ 부탁
이런 위중한 사태 발전에 트럼프 진영은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펠로시(Pelosi) 의장이 탄핵 조사 개시를 선언할 때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측을 ‘짐승’, ‘쓰레기’ 등으로 표현하며 비난하는 데 그쳤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 추진이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믿고 있었다는 것이다. (Politico誌) 그러나, 최근에는 탄핵 조사를 주도하는 시프(Schiff) 위원장을 향해 “불법으로 형편없는 가짜 내용을 수집하고 있다. 만일 무고한 것으로 밝혀지면 반역죄로 체포돼야 한다”는 등, 격렬히 공격했다. 드디어, 국무부 감찰관이 하원에서 증언하자 민주당이 탄핵 조사가 아니라 쿠데타를 기도하고 있다며 맹비난했다.
한편, NYT은 보서트(Thomas Bossert) 前 국토안보 보좌관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은 주위에서 “우크라이나 통화”와 관련한 음모설은 ‘완전히 틀린 것(completely debunked)’ 이라며 위험을 경고했으나, 이를 무시하고 결행했다고 보도했다. 다른 前職 보좌관도 수 차례에 걸친 위험 경고를 무시하고 근거도 없는 말을 믿고 바이든(Biden)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가 탄핵 위기로 몰리는 사단이 벌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직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안보 라인보다 줄리아니(Giuliani)와 같은 외부 인사들을 더 경청했다고 전했다. 특히, 그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쓰레기 같은 정보를 주입해 모두에게 문제를 일으킨 것” 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우크라이나 게이트’에 대한 조사가 열기를 더해가는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조성하기 위해 호주 등 다른 나라에도 비슷한 요청을 한 것이 밝혀져 더욱 물의가 커지고 있다. 미디어들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모리슨(Scott Morrison) 호주 총리와 통화에서 뮐러(Robert Mueller) 특검의 ‘러시아 게이트’ 수사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검증하는 美 정부의 조사에 협조해 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이 전화 통화는 러시아 의혹 수사 과정을 검증하고 있는 바르(Barr) 법무장관의 주선에 따른 것으로 알려진다.
그 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은 한창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협상 상대국인 중국 정부를 향해 바이든(Biden) 前 부통령 아들이 중국에서 부정한 기업 활동을 했다는 의혹이 있다며 중국은 이를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아예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과 무역에서 막대한 이익을 얻어온 배경에는 바이든(Biden) 前 부통령 아들이 중국으로부터 이익을 받은 대가로 전임 오바마(Obama) 정권이 중국에 강경한 자세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 이라고 주장했다.
■ “트럼프, 군사 원조 연계해 우크라이나를 협박” 결정적 증언 속출
최근 트럼프 정부의 駐 EU 손랜드(Gordon Sonland) 대사는 의회에 제출한 서면 증언에서 자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 지시에 따라 줄리아니(Giuliani) 변호사를 우크라이나 외교 정책 논의에 끌어들였다고 실토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4억 달러 군사 원조를 볼모로 삼아, 바이든(Biden) 前 부통령에 대해 뒷조사해 유리한 정보(dirt)를 제공하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당초의 공익제보자 고발장에 나타난 사안의 핵심에 바로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있음을 확인하는 증언이다.
또 다른 증인인 前 러시아 담당 보좌관 힐(Fiona Hill)씨는 하원 비밀 증언에서, 줄리아니(Giuliani) 변호사는 트럼프의 私的 이득을 위해 개인 외교 채널도 운용했다는 사실을 폭로해 트럼프에 타격을 안겼다. 힐(Hill)씨는 볼턴(John Bolton) 前 안보보좌관은 줄리아니(Giuliani) 변호사가 정치적 동기에서 우크라이나 현안 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대단히 불쾌하게 생각했고, 줄리아니(Giuliani) 변호사를 “모든 사람들을 날려버릴 수 있는 폭탄(hand grenade)” 이라고 묘사한 것으로 증언했다.
지금까지 행한 비밀 증언 가운데 테일러(William Taylor) 前 駐 우크라이나 대사의 증언은 트럼프에게 가장 심대한 타격을 줄 것으로 알려진다. 테일러(Taylor) 前 대사의 증언은 다른 증언들을 통해 맞추어 오던 퍼즐을 꿰어 맞출 수 있는 가장 핵심인 조각을 제공했다고 전해진다. 래스킨(Jamie Raskin) 하원의원은 테일러(Taylor) 前 대사의 증언은 탄핵 조사를 극적으로 진전시켰다면서 “우리는 현 시점에서 스모킹 건(smoking gun) 중에서도 가장 결정적인 스모킹 건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가장 최근에 비밀 증언한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NSC) 우크라이나 담당 최고 관리인 빈드맨(Alexander Vindman) 육군 중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바이든(Biden)에 대한 정보 제공을 부탁한 것은 국가 안보에 위해로운 것으로 우려했다고 증언했다. 아울러, 자신이 우크라이나 통화 기록에 누락된 두 가지 사안을 보완하려고 노력했으나, 내부 저지에 막혀 실패했다고 폭로했다. 이날 증언한 빈드맨(Vindman) 중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젤랜스키(Zelensky)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통화를 들었던 백악관 관료로는 처음으로 의회에서 증언한 인물이다.
■ 백악관 ‘탄핵 조사 전면 거부’ 방침 천명, 법원 판결에서도 ‘連敗’
이렇게 하원의 탄핵 조사가 본격화되면서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는 기미를 보이자 트럼프 진영은 탄핵 조사 자체가 근거 없는 불법 행위라며 전면 거부하는 자세를 보였다. 백악관은 지난 8일 하원으로 보낸 서한에서, 하원이 탄핵 조사 개시를 결의한 바가 없음을 근거로 탄핵 조사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렇게 탄핵 조사를 둘러싸고 하원 민주당과 트럼프 진영이 정면 대결하는 양상으로 번지면서, 백악관은 ‘러시아 게이트’ 수사 때처럼 탄핵 조사를 저지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하원이 소환장을 보낸 펜스(Mike Pence) 부통령을 포함하는 백악관 관리들의 관련 증언 및 증거 자료 제출을 전면적으로 거부한다고 선언했다.
백악관이 이렇게 탄핵 조사를 진행 중인 민주당 주도의 하원과 사활을 건 대치 국면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 자신은 공화당 진영을 향해 민주당의 탄핵 조사에 더욱 과감하게 투쟁할 것을 주문하는 발언을 하기도 헸다. 그런 결과, 최근 일단의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들이 민주당이 진행하는 비빌 청문회의장에 난입하여 항의하는 바람에 증인들의 증언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하원 민주당 주도의 탄핵 조사가 자신들에 결정적으로 불리한 상황으로 돌아가자 트럼프 진영은 ‘우크라이나 게이트’ 관련 고위 관료들의 비밀 증언을 저지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탄핵 조사 자체가 ‘불법(illegitimate)’이라며 소송을 제기하고 있으나, 워싱턴 연방 법원은 탄핵 조사가 가짜라는 트럼프 측 주장을 기각하고 탄핵 조사는 합법적이라며 민주당 측에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잇따라 내렸다.
■ 민주당, 탄핵 조사 관련 법안 첫 표결, 이례적인 ‘速戰 速決’ 방침
한편, 민주당 측은 지금 하원의 정보, 외교, 감시 등 3 개 위원회가 진행하고 있는 탄핵 조사를 정보위원회(Intelligence committee)가 주관하는 동시에 시프(Schiff) 정보위원장이 탄핵 조사 총괄 책임자 역할을 하도록 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이 법안을 이른 시일 내에 하원 전원 회의에서 표결에 부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이 법안에 대한 표결은 트럼프 탄핵 조사에 대해 실시되는 첫 표결이 된다.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 및 그를 옹호하는 공화당 측이 제기하고 있는 바, 민주당 주도의 비공개 청문 절차는 불법이라는 ‘異議’ 제기에 대비해서 절차의 적법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공화당 진영을 흔들려는 시도로 보인다. 그럼에도, 공화당 의원들은, 이번에 민주당 측이 탄핵 조사의 대강(大綱)을 관장할 법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할 것이라고 결정한 것은 지금까지 진행해온 탄핵 조사가 결함을 가진 채로 진행돼 왔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런 자세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의원들은 이번에 제출된 법안에 대한 표결 과정에서 상당히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의원들은 법안의 표결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 탄핵 조사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기록으로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즉, 아직도 보수층의 지지를 얻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 반항하느냐, 아니면 점차 여론의 지지를 얻고 있는 탄핵 노력을 거스르고 트럼프 지지를 유지하느냐,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결코 쉽지 않은 딜레마에 빠져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원과 행정부 간의 정면 대결 양상이 격화되자, 백악관은 지난 번 ‘러시아 게이트’ 수사 당시처럼 또 다시 ‘지연’ 혹은 ‘불복’ 전술을 재현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응하여, 민주당은 탄핵 조사를 최대한 신속하게 종결 짓고 탄핵 분위기를 주도해 나간다는 방침으로 있어 양측은 더욱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다.
최근 Fox News는 민주당 측은 어쩌면 10월 말까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 결의안의 초안 작성을 마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일정 계획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촉박하나, 민주당은 최근 공개된 고발장에 나타난 극적인 내용들에 대한 유권자들의 성난 감정이 남아있을 동안에 서둘러 처리하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우크라이나 게이트’ 탄핵 사태가 불거진 뒤 공화당 인사로는 처음으로 맥코넬(Mitch McConnell) 상원 원내총무가 “하원에서 탄핵 소추를 결의하면 상원이 탄핵 재판을 시작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고 밝혔다. 그러나, 의회에서 가까운 시일 내에 탄핵안이 처리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신호로 “나는 탄핵 소추안을 받아들이는 것 외에 방도가 없으나, 얼마나 오래 걸릴지는 다른 문제” 라고 말했다.
■ WP “민주당, 탄핵 소추 추진이 대선에서 불리하지 않다는 판단”
민주당은 이미 지난 6 주일 동안 관련 증인들의 비밀 증언을 청취하는 등 탄핵 조사를 진행해 왔다. 그러나, 상대방이 적법성에 대해 비판할 소지를 해소하고 기존 활동에 적법성을 부여하는 동시에 향후 트럼프에 대한 탄핵 조사 일정을 공개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처음으로 탄핵 관련 법안에 대한 표결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 트럼프 탄핵 절차와 관련한 법안에 대한 하원 전체회의의 표결은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 수단으로 끌어내리려는 첫 번째 가시적인 절차라는 의미가 있다. 동시에, 동 법안의 규정에 따라 향후 탄핵 조사 과정이 공개적으로 전환되는 한편, 내년에 있을 선거를 향해 첨예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지역의 공화 · 민주 양당 의원들에게는 정치적 고민을 안겨주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Washington Post)
민주당 소속인 펠로시(Nancy Pelosi) 하원의장은 민주당 의원들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이번 결의안은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증거를 숨기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고, 증인들의 의회 증언을 방해하고, 의회의 적법한 소환장을 거부하며 하원의 조사 활동을 끊임없이 방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 및 변호사들에게도 합당한 절차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하원에서 트럼프 탄핵 관련 법안에 대한 첫 표결이 실시되는 것은 의원들이 트럼프 탄핵과 관련한 자신들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게 된다는 의미가 숨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배경에서, 민주당이 탄핵 조사를 속전속결로 진행하려는 것은, 비록 이번에 트럼프를 끌어내리지 못할 경우에도, 내년 대선을 향해 결코 자신들에 불리하지 않은 정국이 이어질 수 있다는 심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WP)는 펠로시(Pelosi) 의장이 평소에 어떤 사안에 대한 결과에 확실한 전망이 서지 않으면 역할을 자임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번 표결 결과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아울러, 다음 단계로 고위급 증인들을 공개 증언하도록 소환해 두고 있어서 이르면 12월 중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 여부에 대한 표결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 참고; 미국의 탄핵 절차는 의회 의석 수에 달려있다. 현재 하원 의석 분포는 민주당 235, 공화당 199 석으로 정파적 표결로는 민주당이 과반인 218 의석을 넘어 탄핵 소추안이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 하원의 탄핵 소추 결의는 일반 범죄 혐의자를 법원에 기소하는 것과 같다. 하원이 상원에 탄핵 소추를 기소하면 상원은 대법원장(현재 John Roberts 대법관) 주재로 탄핵 재판을 연다.
상원에서 진행하는 탄핵 재판 결과, 재판 대상자가 ‘유죄(convict)’로 선고되면 즉시 직(職)에서 쫓겨나게 된다. 상원에서 유죄로 선고되기 위해서는 의석수 100명의 2/3에 해당하는 67석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 미국 상원 의석 분포는 공화당 53, 민주당 45, 무소속 2). 미국 역사상 하원에서 19 차례의 각급 탄핵 결의가 있었으나, 상원에서는 겨우 8명 만을 직(職)에서 파면했다.
■ 탄핵 조사 본격화하자 여론 동요, 공화당 내부도 심상치 않은 조짐
최근 발표된 두 개의 여론 조사 결과, 미국 국민들은 민주당이 추진 중인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의혹 조사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BC News/Ipsos 조사 결과에서 미국인들의 63%가 트럼프 대통령에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을 “중대한(serious)” 사안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36% 만이 “중요하지 않다(not so serious)”고 응답했다. CBS News 조사에서는 미국인들 55%가 탄핵 조사에 찬성, 처음으로 과반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 국민들이 탄핵을 원치 않는다는 논리를 더 이상 펼 수 없게 됐다는 점에서 백악관의 우려가 커진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불거지고, 이어서 하원에서 탄핵 조사가 개시된 뒤에도 공화당 주요 의원들 대부분은 거의 예외없이 아직도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비록 하원에서 트럼프 대통령 탄핵 소추가 의결되더라도, 상원이 진행할 탄핵 재판에서 트럼프 대통령 파면이 가결되기 위해서는 공화당 의원 20명이 찬성해야 하나, 이는 정치적으로 넘기가 어려운 장벽임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번 ‘우크라이나 게이트’ 스캔들은 트럼프가 겪었던 다른 의혹들과 달리 쉽사리 빠져나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에 맞서 반대하며 공화당을 떠나 은퇴한 플레이크(Jeff Flake) 前 상원의원은 최근 공화당 상원의원들을 향해 “당신들은 아직 영혼을 지킬 수 있는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라는 제목의 공개 서한에서 2020 대선에서 트럼프의 재선을 지지하지 말 것을 호소하며, 민주당에 대한 감정에 구애를 받지 말고 자신만의 원칙을 지킬 것을 촉구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중대한 탄핵 사유를 축적해 왔다” 며 “트럼프는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당신들은 다른 직업을 찾을 수는 있어도 당신들의 다른 영혼을 찾을 수는 없다(Trust me when I say that you can go elsewhere for a job. But you cannot go elsewhere for a soul)” 고 충언했다. 그는 자신이 탐문한 결과로는, 만일 비밀 투표를 실시한다면 현재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들 가운데 최소한 35명이 트럼프에 대한 탄핵에 찬성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트럼프 탄핵에 적극 지지하는 자세를 가진 미디어 중 하나로 알려지는 워싱턴 포스트紙도 탄핵 조사가 2 개월 째로 접어들며 본격화하자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의 행동을 방어하기 위한 믿을 만한 사실적 재료가 없는 입장에서 자신들 앞에 닥쳐올 역사적 심판에 대한 불안과 분노를 느끼기 시작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 “줄리아니 변호사, 자신의 안위를 위한 괴로운 선택에 직면할 것”
親 트럼프 성향인 Fox News는 최근, 하원이 기초할 탄핵 소추 결의안은 단일 조항으로 구성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탄핵 조사가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집중될 것이나, 의원들 중에는, 그간 트럼프를 둘러싸고 제기되어온 보수(報酬) 문제, 사법 방해, 성 추문 관련 도덕성 문제, 소수 인종 비하 문제, 개인 및 사업 관련 세금 의혹 등 수 많은 사유들을 대단히 중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 만큼 트럼프 탄핵에 대한 판단에 고려해야 할 사안들이 풍부하다는 의미이다.
英 Financial Times紙는 이번 ‘우크라이나 스캔들’에서 특이한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개인 변호사인 줄리아니(Giuliani) 변호사를 우크라이나 관리들과 접촉하도록 했다는 점이라고 보도했다. 마리오티(Renato Mariotti) 前 연방 검사는 “가장 중요한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줄리아니 변호사에게 그런 지시를 했다면 형사 책임을 져야할 것” 이라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 줄리아니(Giuliani) 변호사는 하원 탄핵 조사 위원회에 나가 증언할 것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앞서 소개한 블룸버그/비지니스위크誌는 줄리아니(Giuliani) 변호사가 트럼프의 법률 대리인으로써 고객과 관계를 내세워 의회 탄핵 조사에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도 지적했다.
NYT는 줄리아니(Giuliani) 변호사가 앞으로 관련 증인들의 관련 증언이 점차 늘어남에 따라 괴로운 선택을 강요당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자신의 형사 책임을 경감 받기 위해 의회의 소환에 응해 사실을 증언하고 일체의 관련 증거 자료들을 의회에 제출해서 탄핵 국면을 트럼프에게 불리하게 만들거나, 아니면 자료 제출 및 증언을 거부해서 탄핵 소추안에 ‘사법 방해(obstruction of justice)’라는 항목을 하나 더 추가하게 만들던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 “트럼프가 과연 물러날지는 줄리아니의 향후 태도에 달려 있어”
워싱턴 포스트紙는, 트럼프 진영은 민주당이 탄핵 조사에서 증인 심문을 통해 결정적 증거들을 확보하고 있고, 자신들이 점차 위험한 상황으로 다가가고 있는 것을 인식하고, 더 이상 증인들을 저지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대응 방침을 바꿨다고 전하고 있다. 즉, 뮐러(Robert Mueller) 특검의 ‘러시아 게이트’ 조사에 대응했던 법률팀을 다시 참여시켜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1974년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당시 닉슨(Richard Nixon) 대통령이 사임했던 사태에 정통한 저명한 저널리스트 드루(Elizabeth Drew) 기자는 최근 발표한 “트럼프는 자리에서 물러날 것인가(‘Will Trump Be Removed from Office?’; Project Syndicate)” 라는 논설에서 합리적인 미국인들은 이제 처음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유죄 판결을 받고 자리에서 물러날 것인가, 하는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고 현 상황을 전제했다.
그런 전제 하에서 드루(Drew) 기자는, 비록 하원에서 탄핵 소추안이 가결된다고 해도, 아직은 공화당이 다수를 점하는 상원에서 탄핵을 당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위상은 이미 약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비근한 예로, 각종 여론 조사 결과는 이제 미국인들이 그에 대해 등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위중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공공연하게 신경질적 태도를 보이기도 하고 무책임하고 경솔한 언사도 서슴지 않는다고 우려한다. 최근 에르도안(Erdogan) 터키 대통령과 통화 중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계획을 밝혀 엄청난 외교 안보 정책 상 과오를 저질러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그가 부당하게 외교 라인에 개입시킨 줄리아니(Giuliani) 변호사가 저지른 우크라이나와 관련된 엄청난 非行이 백일하에 드러날 경우, 사태를 낙관할 수 없다고 전망한다.
현재로서는 상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을 판결하기 위해 필수적인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다고는 하나, 지금 상원을 포함하여 美 의회에는, 미국의 국가 안보 정책을 포함하여 트럼프가 대통령職에서 수행하는 위험한 행동들을 더 이상 감내할 의향을 유지하는 것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며 진정한 우려를 품는 견해가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예상되는 하원의 탄핵 소추 표결 시점까지는 아직 너무 많은 고위급 증인들이 엄청난 폭발력을 가진 ‘爆彈’을 들고 줄서 있고, 너무 많은 새로운 사실들이 폭로되기에 충분한 너무 긴 시간이 남아있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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