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의 파리 구석구석 돌아보기(13)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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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리 구석구석 돌아보기가 이제 클라이맥스로 달려가는 느낌입니다. 오늘 프랑스 박물관의 대명사 루브르 박물관 (Musee du Louvre)과 튈르리 공원을 죽 걸어서 공원 반대쪽 끝, 꽁꼬르드 광장에 면해 있는 오랑주리 미술관 (Musee de l'Orangerie)을 거쳐 오후 늦게는 빠리 외곽 뽕드세브르 (Pont de Sevres)에 있는 도자기 박물관 (정확한 명칭은 도자기 국립박물관 (Musee National de Ceramique: 그러나 뮤지엄 패스에는 Cite de la Ceramique라 소개되어 있음) 등 세 박물관을 돌아다닌 날이니까요. 이건 좀 무리라고 해야죠. 아직 몸은 피곤한 상태인데... 그런데 묘하게도 6일 짜리 뮤지엄 패스를 끊은 순간부터 이런 욕심이 저절로 나네요. 그래서 무리를 좀 했습니다. 다만 돌아보자면 한이 없다시피 한 루브르는 중요 포인트만 보기로 아내와 약속하고 출발했습니다. 이 시리즈 초반에 보여준 루브르 박물관 사진을 찍은 버스를 타고. (체력을 아끼겠다는 생각도 있어서...)
10시경에 도착했는데 이미 사람들로 가득하네요. 그래도 나올 때 본 도로까지 점령한 길기만 한 줄과 비교해 보니 일찍 가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루브르 앞에서 사진 찍는 일도 뒤로 미루었죠. 그리고 입장하여 계획된 경로를 찾아가려 했는데 그 순간 이미 모든 것이 꼬여 버렸습니다. 한 걸음 다른 곳으로 들어서면 처음으로 돌아가기가 쉽지 않은 전시실 배치 구조 때문이었지요. 결국 곳곳을 헤매면서 이른바 중요한 전시물들을 겨우 발견해내는 보통 관람객들의 길을 걸었습니다.
루브르를 가면 세 여인을 보라고 불어판 포탈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모나리자, 미로의 비너스, 그리고 승리의 여신 니케상까지. 이 세 곳 모두 관람 초반인 셈인데도 사람들이 인산인해로 모여 있어 사진찍기조차 힘이 들었습니다. 특히 모나리자는 그 앞에 쌓여 있는 사람들 사진을 보여 드리는 것으로 대체하겠습니다.
그리고 저희들이 겨우겨우 찾아낸 스핑크스, 잉그레스의 오달레스크,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인과 난파선, 그리고 라파엘, 다빈치, 보티첼리, 길란다이오 등의 작품들을 담습니다. 그리고 맨 마지막 출구 근처에서는 루브르가 중세시대에 지어질 때는 전쟁을 하기 위한 강한 성벽과 둥근 성채로 만들어져 있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지하 구조물도 보고 나왔습니다. 그렇게 주마간산을 했는데도 거의 두 시간이 걸렸네요. 이런 대표작들만 찾아다니면 잘하면 1시간 30분에도 가능하다 하는데 저희는 실패한 셈입니다.
12시 조금 넘어 루브르 박물관 내부의 고게트 (Goguette)라는 식당에서 햄버거와 생선요리 하나씩을 먹고, 커피로 입가심을 하면서 체력을 충전한 후에 오랑주리 미술관으로 향했습니다. 미테랑 대통령 때 만들어져 이제 서서히 명물이 되어가는 유리 피라미드와 나폴레옹이 퇴짜를 놓은 작은 개선문인 카루셀 개선문을 거쳐서 매우 긴 튈르리 공원을 가로질러 갔습니다. 상당한 체력을 소진하면서... 튈르리 공원은 빠리지앵들에게는 좋은 놀이터인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그랑루 (Grand Roue)라 불리는 큰 회전놀이기구만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어린이들을 위한 온갖 놀이기구가 다 갖추어져 있고 맛있는 군것질 거리도 팔고 있는 매우 큰 놀이공원이 있었고, 지나는 길에는 역시 뻬땅끄 (쇠공 던지기 경기)를 하는 한 무리의 사람들도 만났습니다. 어쩌면 이런 것들을 발견하는 일이 빠리 구석구석 돌아보기 프로젝트의 주 목표라고 해야 하겠지요.
오랑주리 미술관은 1930년대까지 그림중개상으로 성공한 뽈 기욤 (Paul Guillaume)이 소장하고 있던 많은 그림들이 그의 미망인을 거쳐 국가에 헌납된 1959년에 처음으로 시작된 작은 규모의 미술관이었으나 후에 쟝 발테르 (Jean Walter)의 소장 작품까지 합쳐져서 지금은 오르세 미술관에는 못미치지만 세계 어느 미술관에도 뒤지지 않는 높은 수준의 인상파 그림들을 볼 수 있는 미술관으로 발돋움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1층에 특별한 오발 전시실을 두 개나 차지하고 있는 끌로드 모네의 참으로 매우 긴 여덟 점의 수련 (Nympheas)이 이 미술관의 압권 작품들이라고 해야 하겠습니다. 그러나 지친 저희에게는 오랑주리 미술관이 위의 두 거대 미술관, 박물관에 비해 더욱 좋아진 점은 오르세 미술관이나 루브르 박물관과 같이 인산인해의 상황이 크게 완화되어 있고 냉방시설도 훌륭해서 어느 정도 쾌적하게 관람할 수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특히 요즘 저의 상태를 고려해 보면 관람시간을 1시간 정도로 끝낼 수 있었다는 점이야말로 큰 장점이었습니다. 오늘 특히 컨디션이 떨어져 버린 아내는 오히려 좋아하는 그림들 속으로 들어가니 연신 스마트폰을 들이대며 힘을 내고 있었습니다.
이곳에 전시된 다른 인상파 화가들의 (후기 인상파 화가 포함) 그림들도 한 점씩 올립니다. 식별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자주 어려운 숙제를 내어드려서 죄송합니다.) 올린 화가들은 르노와르, 세잔느, 루소, 모딜리아니, 로랑생, 드랭, 그리고 입체파로 구분되는 두 거두 피카소와 마티스의 작품들입니다.
이제 지하철을 이용해서 40분 가까이 걸리는 빠리 서남쪽 끝인 뽕드세브르로 향합니다. 이곳은 저희가 OECD 근무 당시에 살았던 Garches를 돌아보러 갈 때 교외버스로 갈아탄 9번 지하철 종점이기도 합니다. 지하철 역을 나와서 버스 터미널을 지나 세느강을 건너면 바로 도자기 박물관이 보입니다. 그 중간에 지하도 안에서 거리의 악사에게 동전을 던져주는 장면과, 세느강에 배를 띄워놓고 식당 등으로 활용하고 있는 수상가옥 행렬 사진도 하나 올려봅니다.
도자기 박물관은 빠리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더욱 한가했습니다. 저희들이 온 것을 환영해 주듯이 하는 직원들이 감사할 정도였지요. 표를 나누어주는 직원이 굳이 모든 손님에게 2층부터 보는 것이 순서라고 해서 위로 올라가 보았더니 그곳은 이곳 세브르 주변에서 발전하였던 프랑스 도자기의 발전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었습니다. 몇몇 흥미를 끄는 도자기 몇 점 사진을 찍었지만 속으로는 이런 정도를 보려고 이곳까지 왔는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 직원의 의도는 뒤에 알게 되었습니다.
1층으로 다시 내려왔더니 그곳에는 BC 4천년 전의 Suse라는 현재 이란 근처 지역의 칠기부터 시작하여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중앙아메리카, 그리고 사이프러스를 비롯한 그리스, 로마 지역의 도자기에 이어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서 발전한 12-17세기의 도자기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옳거니 하면서 다시 힘을 내어 돌아보는데 전시실들을 죽 돌아서 나오는 마지막 부분에서 한중일 3국 도자기들이 전시된 곳을 발견하여 기쁨이 배가되었습니다. 그 전시실의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전시물은 다름아닌 구름 속으로 올라가는 용이 그려진 백자였습니다. 프랑스 사람들이 그 가치를 인정하고 있는 것 같아서 뿌듯함을 안고 돌아왔습니다.
먼저 세계 각 지역의 옛 도자기들부터.
다음은 한중일 3국의 도자기들.
마지막에는 이곳에 박물관을 여는 데 기여한 초기 설립자의 모습을 도자기로 만들고 소개한 사진과, 아직 마감 시간이 5시 15분 전인데도 문 앞에 모여서 손님들이 나갈 것만 기다리고 있는 직원들 뒷모습도 담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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