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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경쟁, 문제는 정책이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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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05월26일 17시11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09시56분

작성자

  • 김형준
  • 배제대학교 인문사회대학 석좌교수(정치학),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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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경쟁, 문제는 정책이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새정연) 대표가 최대의 정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4․29 재․보궐 선거 전패의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의 심장인 광주에서 ‘호남 신당론’이 대두되고 있고, 당내에서는 ‘문재인 사퇴론’이 불거지고 있다. 김한길 전대표는 “지금은 문 대표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면서 “더 시간을 끌지 말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로지 친노의 좌장으로 버티면서 끝까지 가볼 것인지, 아니면 그야말로 야권을 대표하는 주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결단을 할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동교동계를 대표하는 박지원 의원도 "문재인 대표가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나가면 안 된다"며 "책임질 일은 책임지고 국민과 당원 앞에 그 의사를 밝히는 게 건강한 당으로 다시 일어서는 일"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재보선 패배 직후 “책임질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제가 책임을 져야한다."면서도 사족을 달았다. ”그냥 그만두고 나면 또 다시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해 표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분명 당당하지 못한 꼼수다. 

 

 그런데 민심은 문 대표에게 의외로 우호적이다. 한국 갤럽이 재․보선이 끝나고 2주 정도 지난 시점(5월12일-14일)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문재인 대표의 거취에 대해 ‘사퇴할 일 아니다'’(53%)라는 여론이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33%)보다 훨씬 높았다. 흥미로운 것은 새정연 지지층과 호남에서 ‘사퇴할 일 아니다'’라는 응답이 각각 81%와 57%로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더구나,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에서 문재인 대표가 15%로 여전히 1위를 차지했다. 물론 문 대표의 선호도는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20%를 웃돌았으나 이번에는 크게 하락했다. 한편, 새정연 지지층의 차기 대권 선호도에서 문 대표가 34%로 선두였고, 박원순(20%)과 안철수(20%)가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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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조사 결과들이 갖는 함의는 차기 야권 대선 후보로 현재까지 문재인 이외에는 대안이 없고, ‘친노 패권주의 때문에 새정연이 패배했다’는 비노 진영의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원인을 정확하게 분석해야 대안을 찾을 수 있다. 분명 친노 패권주의는 실체가 없는 허구이다. 작년 7․30 재보선에서 친노 패권주의가 없는 김한길․안철수 공동 대표 체제에서도 새정연은 4대 11로 참패했다. 최근 1년 사이 세 번의 선거가 있었는데 새정연은 모두 패배했다. 이것은 ‘친노 패권주의’가 여당 패배의 결정적인 요인이 아니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지난 2008년 이명박 보수 정권 출범이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는 오히려 야당의 무덤이었다. 새누리당이 총 45곳의 국회의원 재․보선 선거구에서 25곳(55.6%)에서 승리했고, 수도권 17곳 선거구에서는 11곳(64.7%)에서 이긴 것이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한국인의 이념 지형이 보수 우위 체제로 바뀐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 때문이다. 2008년 이전 한국인의 이념지형은 ’진보 30%, 중도 40%, 보수 30%‘라는 단봉형의 분포’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진보 25%, 중도 35%, 보수 40%‘로 바뀌었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이 분열되고, 투표율이 낮으면 야당이 재보선에서 승리하기 힘들다. 

 

 이렇게 구조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문 대표가 재보선 패배의 충격에서 벗어나 힘 있는 대권 행보를 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2보 전진‘을 위해 ’1보 후퇴‘하는 ’용기 있는 힘든 선택‘을 해야 한다. 

아무리 민심이 문 대표에게 관대해도 선거 패배 책임을 그냥 뭉개고 갈수는 없다. 물론 문 대표가 사퇴한다고 새정연이 바뀌는 것은 없다. 이런 시각에서 문 대표는 “당을 더 개혁하고 통합하고 단합시켜 국민으로부터 지지와 신뢰를 받아서 잘하는 정당으로 만드는 것이 책임지는 자세라고 생각 한다"면서 당 대표직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안이하고 편의주의적인 자세로는 당 내분을 수습할 수 없다. 더구나, 모든 계파가 참여하는 ‘혁신 기구’에서 당 쇄신안을 만들어 계파 갈등을 해소하려는 것은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잘 모르는 것이다. 새정연이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표류하면 표류할수록 천정배 의원이 추진하는 ‘뉴 DJ 호남 신당론’이 탄력을 받을 것이다. ‘호남 신당론’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서는 동교동계에 당권 기회를 한번 주든지 아니면 손학규 전 대표를 복귀시켜 중립적인 대표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 대표는 ‘버려야 비로소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둘째. 문 대표는 국민들의 정권교체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수권 능력을 키워야 한다. 

성완종 파문이후 국가미래연구원과 한길리서치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4월 17-21일)에 따르면 ‘정권 교체지수’가 높게 나왔다. ‘정권 교체 지수’(Regime Change Index: RCI)란 ‘야당으로 정권이 교체되었으면 좋겠다’는 비율을 ’새누리당이 다시 집권하면 좋겟다”는 비율로 나눈 수치이다. RCI 지수가 1이면 두 비율이 같은 것이고, 1보다 높으면 정권교체 욕구가 더 많은 것이다. 반대로 1보다 작으면 집권당의 재집권 욕구가 더 많은 것이다. 통상 RCI 수치가 2 이상이면 정권은 교체되기 쉽다. 국미연 조사결과, 전체 RCI 지수가 1.49로 나타났다. 만약 정권교체 시계가 있다면 정권교체 폭발 1시간 전이다. 호남의 경우, RCI가 무려 6.55였다. 대선의 결정적인 변수인 중도층에서는 2.45였고, 2040세대에서도 2.50에서 5.18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높았다. 

 

문 대표가 수권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새정연을 ‘유능한 경제 정당’으로 바꾸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그런데 재정절감 효과가 별로 없는 공무원 연금 개혁을 하면서 국민들의 부담을 늘리고 젊은 세대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국민 연금 강화 연계 방안이 과연 ‘유능한 경제정당’ 주장과 부합하는지 의문이 간다. 

문 대표는 ‘소득 주도 성장론’과 같은 공허한 담론이 아니라 실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경제 살리기’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국미연․한길리서치 조사 결과, ‘과거에는 새정연을 지지했지만 지금은 지지하지 않는다’는 ‘새정연 이탈층’이 24.8%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탈 이유로 ‘국민이 공감하는 정책을 제시 못해서’(28.9%)가 가장 많이 나왔다. ‘계파갈등이 심해서’(18.2%)와 ‘늘 반대만 하니까’(17.3%)보다 훨씬 많이 나왔다. 

 

이련 결과는 새정연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반대를 위한 반대’와 같은 투쟁 일변도에서 벗어나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는 정책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문 대표는 국가의 미래가 달려있는 정책을 채택할 때는 인기영합적인 행보보다는 국민을 우선해야 한다. 공무원 연금 개혁 과정에서 보듯이 야당은 느닷없이 ’국민 연금 소득 대체율 50%‘ 방안을 들고 나와 상황을 꼬이게 만들었다. 아무리 최초의 사회 대타협이라는 명분을 내세워도 본래 의도했던 재정절감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국민들의 세금 부담을 가중시킨다면 그것은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다. 

 

셋째, 문 대표는 사람과 기회를 잡지 못하는 ‘극단과 배제의 리더십’을 극복해야 한다.

 문 대표는 결정적인 순간에 극단으로 치닫는 언행을 종종 보였다. 공무원 연금개혁 여야 합의 과정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를 연계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일부에서는 “문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보다 더 불통이다“는 비난도 있다. 이런 퇴행적 리더십 이면에는 이른바 ‘3철(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전해철 의원)로 통하는 비선 조직이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당의 공식적인 기구를 통하지 않고 비선에서 내린 결정이 민심과 동떨어진 경우가 많았다. 가령, 여론조사를 통한 이완구 국무총리 인준 결정 제안, 국회의원 정수 400명 증대 방안 제시, 재보선 패배직후 광주 방문 등이 이에 해당된다. 오죽하면 주승용 최고위원이 “재·보선 패배의 당 공식 입장을 어떻게 최고위원과 상의 한마디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하나?”라며 반발했겠는가. 문 대표가 포용과 협력의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려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비선들을 과감하게 내쳐야 한다. 3철의 ’ㅊ‘자도 나오지 않게 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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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정연의 지리멸렬로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새누리당도 재보선 승리에 도취되지 말고 미래를 위한 힘찬 행보를 해야 한다. 그 중심에 정책이 자리잡고 있다. 리얼미터가 4․29 재보선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4월 30일-5월 3일) 결과, ‘새정치연합이 잘 못한 결과’라는 응답이 60.9%로 나타난 반면, ‘새누리당이 잘한 결과’라는 응답은 22.7%에 그쳤다. 한마디로 새누리당이 ‘반사 이익’을 얻었다는 뜻이다. 이렇게 해서 얻어진 새누리당 지지도는 사상누각처럼 언제 곤두박질할지 모른다. 국미연․한길리서치 조사 결과, ‘과거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지금은 지지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박근혜 이탈층‘의 규모가 23.5%로 나타났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약 1,577만표를 얻었으니 박근혜 지지자중 약 371만명이 이탈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정부 여당이 심각히 받아 들여야 할 것은 이탈 규모가 아니라 이탈 이유이다. ‘정책의 중심을 잘 잡지 못해서’(25.3%)가 가장 많이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는 ‘소통하지 않고 독단적이어서’(20.3%)와 ‘인사를 잘못해서(11.5%)’보다 ‘정책 혼선’이 더 큰 이탈 이유로 지목됐다는 것이 무엇을 함축하는지를 깊이 깨달아야 한다. 여하튼 여와 야를 막론하고 국민들이 지지를 철회하는 가장 큰 요인이 ‘정책’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열광과 환멸의 주기가 지극히 짧다. 재보선에서 웃은 자가 내년 총선에서는 울 수 있고, 반대로 재보선에서 울은 자가 총선에서는 웃을 수 있다. 국민들은 결코 어리석지 않다. 자신이 좋아하고 원하는 정책을 펼치는 정당은 지지하고, 반대로 자신이 싫어하고 부담이 되는 정책을 밀어 부치는 정당은 반드시 응징한다. 대권을 향한 여야 경쟁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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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09시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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