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 ICT 날개 달고 컨버전스 시대 주도하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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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3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컨버전스(Convergence, 융합) 시대’에 살고 있다. 다양화∙고도화되고 있는 고객의 니즈(needs)를 만족시키기 위해 업종 간의 벽이 허물어지며 새로운 상품 및 서비스 혁신이 진행 중이다. 이러한 컨버전스 시대의 도래로 전통 산업은 혁신을 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인류는 시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더욱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컨버전스의 중심에는 ‘정보통신기술(ICT,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이 있다. ICT는 정치∙금융∙의료∙문화∙교육∙예술∙사회 전 분야에 융합되어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한다. 대표적 컨버전스 기기인 ‘스마트폰’은 휴대전화와 PC∙TV∙MP3∙차량용 내비게이션 등의 기기를 하나로 통합했다. 이제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감상하고 계좌이체를 하며 운전 중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는 것은 전혀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지난 2012년 미국 딜로이트 컨설팅은, 컨버전스 산업의 글로벌시장 규모가 2018년에 91조 달러로 급성장할 것이라 전망했다. “이 지구상에 더 이상 새로운 물질은 없고 새로운 융합만 존재한다”는 말이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새로워지고 있는 컨버전스 산업, 그 중에서도 자동차 산업에 접목될 융합기술의 현재를 살펴보고 미래를 조망하고자 한다.
자동차와 ICT 컨버전스의 산물, 카셰어링
‘카셰어링(Car Sharing)’은 정보통신기술(ICT)과 자동차 산업의 대표적 결합사례다. 무선통신과 전자태그(RFID), 차량관제 플랫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 최첨단 ICT의 융합이 렌터카에 적용되면서 365일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 무인서비스가 탄생했다. 여기에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소유보다 사용에 중점을 둔 합리적인 소비패턴이 확산되며 카셰어링은 높은 관심과 함께 현재 전 세계적으로 60여개국 1,000여개 도시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네비건트 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카셰어링 이용자 수와 시장 규모는 2013년 기준 230만명, 10억 달러에서 2020년 1,200만명, 62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북미와 서유럽, 일본 등에서는 카셰어링 서비스가 이미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우리나라 역시 수년 내에 2000억원 이상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카셰어링 서비스는 앞으로 클라우드 관련 ICT와의 융합으로 서비스 고도화가 진행될 것이 예상된다. 차량 운행을 통해 얻은 위치∙속도∙연비∙교통량∙구간 등의 관련 정보가 축적되면 최적화된 경로 설정 및 배차, 요금조정 등을 서비스 운영에 반영하여 고객중심의 편의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자동차와 무선통신의 만남, 텔레매틱스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ICT 융합의 범위가 점차 확대되면서 자동차 산업의 또 다른 컨버전스 사례인 ‘텔레매틱스(Telematics)’에 대한 기대 역시 높아지고 있다. 텔레매틱스는 원격통신(Telecommunication)과 정보과학(Informatics)이 결합된 용어로, 새로운 개념의 차량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일컫는다. 운전자에게 교통정보 안내, 긴급구조, 인터넷 서비스 등 각종 정보를 제공해 운전자 중심의 편리하고 안전한 주행을 돕는 기술이다.
1995년 GM에 의해 첫 상용화될 당시 텔레매틱스는 안전 중심이었으나, 이후 무선 네트워크 발전과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인포테인먼트(Infortainment)’ 기능이 가미됐다. 인포테인먼트란 ‘인포메이션(Information, 정보)’와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오락)’의 합성어로 ICT 기술을 통해 주행 관련 정보와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동시에 서비스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최근에는 텔레매틱스와 거의 같은 의미로 혼용되어 쓰이고 있다.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수단에서 편리하고 즐거운 문화∙생활 공간으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일본 토요타(TOYOTA)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사와 함께 차세대 텔레매틱스 서비스를 공동 개발 중이다.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 검색 및 원격 차량진단이 이뤄지며, 차량 내 장착된 PC로 교통∙생활∙긴급구난 등 각종 정보를 제공받는다. 오락 기능을 강화한 ‘엔튠(EnTune)’ 시스템이 있어 음성 만으로 영화예매, 식당예약, 음악감상 등도 가능하다.
텔레매틱스의 시초인 GM의 ‘온스타(OnStar)’는 모토로라와의 연계를 통해 4G 기술이 적용된 서비스로 업그레이드됐다. 차량 도난 신고가 접수되면 GPS를 통해 온스타 센서 스스로 엔진 출력을 줄여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한다.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차량을 원격 조정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 없이도 버튼 하나로 GM 상담원에게 연결되어 길 안내까지 받을 수 있다.
이외에도 자동차 제조업체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는 포드와 MS의 합작인 ‘싱크(SYNC)’, 메르세데스-벤츠의 ‘커맨드 시스템(Command System)’, 닛산의 ‘다기능 디스플레이 시스템’ 등이 있다.
국내엔 현대자동차의 ‘블루링크(blue link)’와 기아자동차의 ‘유보(Uvo)’가 있다. 최근 현대자동차는 4G LTE 기반 블루링크를 신차 ‘올 뉴 투싼’에 적용해 보다 안정적이고 빠른 속도의 신개념 텔레매틱스를 선보였고, 기아자동차는 지난해 출시한 ‘더 뉴 K9’에 업그레이드된 ‘유보 2.0’을 탑재해 사용자의 편의성을 한층 끌어올렸다.
점차 스마트폰처럼 기능이 확대되고 인프라와의 통신도 가능해질 텔레매틱스 시장은 2017년 5,400만대 수준까지 글로벌 시장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경쟁이 우리에게 가져다 줄 놀라운 기술의 진보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자동차와 ICT 융합의 결정체, ‘자율주행, 무인자동차’
자동차와 ICT 융합의 핵심기술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 바로 ‘자율주행’이다. 자율주행은 운전자의 조작 없이 자동차 스스로 주행환경을 인식해 목표지점까지 운행하는 기술을 뜻한다. 공학기술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 Institute of Electrical and Electronics Engineers)’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2040년에는 무인자동차가 전 세계 차량의 4분의 3을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전 세계 자동차 제조업체는 물론 IT업체까지 가세해 자율주행 시장 선점을 목표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동차 제조업체 외에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자동차라는 산업이 IT기술의 융합과 전기자동차의 등장으로 변화를 맞이하며 IT업체도 충분히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무인자동차 개발의 선발주자는 구글이다. 구글은 2010년 첫 모델을 세상에 선보였고, 2012년 3월 유튜브를 통해 시각장애인을 태운 무인자동차의 운행 모습을 첫 공개했다. 성공적인 운행 모습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 약 60만 마일(100만km)의 무사고 운행기록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구글 차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은 뜨겁다. 구글은 최근 2인승 소형 무인자동차 시제품의 시험 운행을 공개해 2017년 무인자동차 상용화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애플도 ‘타이탄(Titan)’이라는 무인 전기차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미 자동차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카플레이(CarPlay)’를 선보인 바 있는 애플의 무인자동차 시장 진출은 어쩌면 예견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엄청난 자본과 독보적인 기술력, 디자인 역량을 갖춘 애플이 어떤 무인자동차를 선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외에도 IBM이 자율주행 자동차 빅데이터 처리 솔루션을 개발 중이며, 노키아도 3D 지도 솔루션 ‘히어’로 자율주행에 특화된 소프트웨어를 선보인 바 있다. 중국에서는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와 같은 대표 IT업체가 무인자동차 개발 의사를 밝힌 상태이다.
IT업계의 이 같은 공세에 뒤질세라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도 열기가 뜨겁다. 아우디는 지난해 자동차 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무인자동차 테스트 면허를 취득하며 무인자동차 개발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다. 올 1월에는 세계 최초로 무인자동차 일반도로 주행에 성공했으며, 2017년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차세대 A8 시판을 발표한 바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1980년대부터 개발해온 자율주행 기술을 최근 최고급 세단 S500에 탑재한 ‘인텔리전트 드라이브’ 기능으로 선보였다. 100km에 이르는 구간을 사고 없이 성공적으로 주행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20년까지 양산 차에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할 계획을 갖고 있다. BMW는 자국 부품업체인 콘티넨탈과의 협력으로 무인자동차 시대를 준비하고 있으며, 볼보자동차는 스웨덴 정부의 무인자동차 프로젝트를 주도하며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로는 GM이 2017년 부분 자율주행이 가능한 차를 출시할 예정이며, 포드는 이미 지난해 12월에 3D 지도를 활용해 자율주행이 가능한 퓨전 하이브리드카를 대중에 공개한 바 있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자동차 업체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닛산은 2020년 완전 무인자동차 상용화 목표를 공식화하며 자사 전기차인 리프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 콘셉트카를 공개하기도 했다. 토요타는 내년에 고속도로에서 부분 자율주행이 가능한 상용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한편, 전기자동차 선두주자인 테슬라는 올 여름에 ‘핸즈프리’ 자동차 상용화를 발표하며 비교적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서둘러 움직이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2조원을 투자하고 연구 인력을 대폭 확충할 계획이며, 이미 무인자동차 투싼으로 최소 2가지 이상의 차량 제어 기능을 자율화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올 하반기 선보일 신형 에쿠스에 부분 자율주행이 가능한 ‘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을 탑재해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2020년까지 고속도로는 물론 도심의 혼잡한 도로 등 다양한 도로환경에서 적용 가능한 자율주행 기술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장점은 이동의 자유로움과 편리함이다. 길이 막히거나 또는 급한 용무의 전화가 걸려오는 상황이라면 자동차를 갓길에 세울 필요 없이 자율주행을 실행하면 된다. 미국의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자율주행 대중화 시대에는 미국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의 90%가 줄어들 것이라 전망했는데 이는 209조원의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수치이다. 그러나 무인자동차는 해킹과 같은 통신장애 공격이나 개인정보 불법 유출 등이 우려되므로 운전자가 신뢰할만한 보안 시스템 및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컨버전스 시대에 필요한 키워드는 ‘기본’과 ‘상생’
매일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부는 컨버전스 시대에서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갖춰야 할 마인드는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면서도 타 산업에 대한 수평적이면서도 유연한 사고이다. 본연의 상품 및 서비스의 가치를 명확히 파악하며 이종산업과의 협업을 진행할 자세가 되어 있을 때 새로운 영역의 창출을 이뤄내는 ‘창조경제’의 실현도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ICT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차세대 자동차 시장에서 파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당장의 성과를 위해 서두를 필요 없이 좀더 멀리 내다보며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뿌리 깊은 나무는 거센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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