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성과급 제도의 진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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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공무원 성과상여금(이하 성과급) 제도는 교원들 간에 ‘경쟁’을 붙이려는 목적으로 도입되었다. 그러한 이유로 교원 성과급 제도는 도입 당시 국민의 상당한 지지를 받았다.
성과급 제도 도입 당시 교총과 전교조는 모두 반대 입장을 취했다. 반대의 강도에서 큰 차이가 있었지만 (전교조의 반대가 훨씬 더 완강했다) 아무튼 보수적 교육단체와 진보적 교원단체가 기본적으로는 동일한 입장을 취했던 것이다.
칭찬할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굳이 비난할 일만도 아니다. 교사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목적인 교원단체에게 성과급 제도에 대한 찬성 입장을 기대하는 것이야 말로 오히려 지나친 욕심이다.
그런데 나 또한 성과급 제도에 대해 강도 높은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 이유는 교총이나 전교조와는 다들 수 있다. 내가 성과급 제도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교직 사회에 ‘학생을 잘 가르치는 경쟁’을 조금도 불러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성과급 제도가 교직사회에 불러온 학생들 잘 가르치는 경쟁의 정도를 굳이 숫자로 표현하라면 가장 정확한 숫자는 ‘0’이다.
내가 굳이 여기서 ‘학생을 잘 가르치는 경쟁’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성과급 제도가 목표로 하는 경쟁이 대략 그러한 경쟁이었고, 국민이 원하는 경쟁 또한 대략 그러한 차원의 경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원 성과급 제도의 도입 전에도 학교에 다른 경쟁은 존재했다. 예컨대, 모든 교사들이 뛰어드는 건 아니지만, 교사들 간의 승진경쟁은 상당히 치열하다. 그리고 그 승진경쟁은 ‘학생을 잘 가르치는 일’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다.
‘학생 잘 가르치는 경쟁’을 대신하여 성과급 제도가 학교 사회에 불러온 것은 무엇인가? 교사들 간의 소모적 갈등뿐이다.
성과급 제도는 교사들을 세 등급으로 분류한다. 등급에 따라 성과상여금이 다르기 때문에 객관적인 평가기준이 필요하다. 학교에서는 이러한 기준을 둘러싸고 매년 크고 작은 갈등이 발생한다. 부장교사들은 부장에게 많은 점수를 주는 기준을 선호하고, 담임교사들은 담임에게 많은 점수를 주는 기준을 선호한다. ‘이’ 업무를 맡은 사람은 ‘이’ 업무에 많은 점수를 주고 싶어 하고, ‘저’ 업무를 맡은 사람은 ‘저’ 업무에 많은 점수를 주고 싶어 한다. 도입 초기에 비해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앞으로도 갈등의 발생은 필연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기준을 아무리 합리적으로 정해도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차원의 경쟁은 조금도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학생을 잘 가르친다는 것은 애초에 평가항목에 들어갈 수조차 없다. 교육부나 교육청에서 예시로 내려오는 평가기준 표에도 그런 항목은 존재하지 않는다. 독자들 중에는 그것을 경쟁을 회피하고 싶어 하는 교원들의 이기심, 또는 교육부나 교육청의 무능 때문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면이 존재한다. 그래서 교원들과 교육부와 교육청이 어떻게 변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사교육 기관인 학원은 다들 그렇게 하는데 왜 학교는 그렇게 하지 못하는가, 하는 의문을 품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여기에는 많은 오해가 있다. 학원의 실상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르다. 우리의 상식과는 다르게 학원은 강사들 간에 임금 차이를 두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물론 단과학원의 경우는 다르다. 단과학원은 학생들의 강사 선택권을 100% 보장하고 그 강사를 선택한 학생들의 수에 따라 보수를 지급하기에 강사들 간에 임금 차이가 매우 크다. 그러나 이런 식의 단과학원은 학원의 절대 다수가 아니다. 학원의 상당수는 흔히들 종합학원이라고 부르는 학원이다. 종합학원은 단과학원과는 달리 학생들이 일단 학원을 선택 한 후에는 학원이 지정해준 반에 들어가 학원이 지정한 강사의 강의를 들어야 하는 학원이다. 이런 종합학원은 능력 차이를 무시하고 강사들의 시간 당 임금을 동등하게 지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강사들 간의 임금 차이는 오로지 강사들의 수업 시수 차이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종합학원의 경우는 시간 당 임금이 평등한 정도를 넘어 획일적이기까지 하다. 능력의 차이는 물론 나이와 경력의 차이까지도 무시하고 무조건 시간 당 얼마를 동일하게 지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학원 내에서는 강사들의 경쟁이 생각보다 치열하지 않다.
이러한 보수 체계를 생각하면 단과학원이 종합학원을 압도할 것처럼 생각될 수도 있다. 능력의 차이에 따라 잔인할 정도로 임금 격차가 벌어지는 단과학원의 강사들이 더 치열하게 노력할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이름이 알려진 명문학원들의 상당부분이 종합학원이다.
이렇듯 상당수 학원의 임금 체계는 어떤 면에서는 학교보다도 평등하다. 왜 종합학원은 학교보다 더 평등한 보수체계를 도입했을까?
단과학원과 같은 형식을 취하지 않고서는 능력의 차이에 따라 보수의 격차를 두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종합반 학원의 경우에도 강사들 사이에 능력의 격차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을 강사들이 납득할 수 있게 객관화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자칫하면 경쟁의 도입으로 인한 이익보다 갈등과 분란으로 인한 손해가 더 클 수 있다. 종합반 학원으로서는 경쟁체제의 도입에 과도한 에너지를 소모하느니 임금을 평등하게 지급하는 것이 더 현명한 행동일 수 있다.
이렇듯 사교육 기관인 학원에서도 강사의 능력을 따져 보수에 차이를 두는 경우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지 않다. 그런데 사교육기관에서도 하기 어려웠던 것을 공교육기관인 학교에서 시행할 수가 있을까? 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성과급 제도가 교사들 사이에 학생들 잘 가르치는 경쟁을 불러온다 할지라도 성과급 제도의 도입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학교 사회의 안정과 평화를 파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로서는 성과급 제도의 도입으로 인해 얻는 이익이 그 손실을 상쇄하고 남을 수 있다면 경쟁의 도입을 꺼릴 이유가 없다. 경쟁의 발생으로 인한 이익이 손실을 상쇄하고 남는다면 경쟁은 장려되어야 한다.
하지만 성과급 제도는 학교 사회에 의미 있는 경쟁을 눈곱만큼도 불러 오지 못했다. 기준 마련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갈등과 대립만을 불러왔다. 성과급 제도에 따르는 이런저런 일로 시간과 에너지만 소모하게 했을 뿐이다.
나는 올해 등 떠밀리 듯 성과상여금 심사위원회 위원이 되었다. 약간의 시간과 에너지일지언정 여기에 들이는 것이 아깝게만 느껴진다.
의미 있는 경쟁을 조금도 불러오지 못하는 성과급 제도가 존재해야 할 이유는 조금도 없다. 내가 교원성과급 제도를 폐지하고 그 예산을 교육부분 구조조정에 사용하자고 주장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교육공무원 성과상여금 제도는 2001년부터 도입되었다. 2011년부터는 초, 중, 고등학교에 학교성과급이 도입되어 초중고 교원의 성과상여금은 개인성과급 80%, 학교성과급 20%로 구성된다. 개인성과급이 교사들 간의 경쟁을 불러일으킬 목적으로 도입되었다면 학교성과급은 학교들 간의 경쟁을 불러일으킬 목적으로 도입된 것이다. 이 글은 교사 개인별로 지급되는 개인성과급을 중심으로 얘기를 전개해 나갔다. 하지만 학교 사회에 의미 있는 경쟁을 불러오지 못하고 교원들로 하여금 헛된 곳에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게 한다는 점에서 학교성과급은 개인성과급과 완전히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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