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보궐선거와 여야의 2차 대전 : 대통령선거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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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오세훈·박형준 후보가 압승했다. 두 곳에서 나타난 표심은 놀라웠다. 서울 25개구, 부산 16개구 전 지역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하는 유례없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국회의원 총선 결과와 비교하면 격세지감도 이런 격세지감이 없다.
이번 선거는 두 광역단체의 책임자, 그것도 1년짜리 시장을 뽑는 보궐선거였지만 정치적 무게는 전국단위 선거나 다름없을 정도로 컸다. 문재인 정권 4년의 국정운영을 국민이 총체적으로 평가하는 선거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나 두 후보가 잘 나서 이긴 게 아니고,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이 형편없어서 그런 것이다. 국민의힘 승리가 아니라 문재인과 민주당의 패배다”라는 평가가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민주당이 자랑했던 조직력? 정권심판 바람 앞엔 허상에 불과
선거에서 정당의 조직력은 상당히 중요하다. 통상 투표율이 낮은 재선거, 보궐선거에선 조직력은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석 174석에 열린민주당 국회의석 3석, 기타 친여 정당과 무소속 의석까지 합치면 180석 이상을 가진 범여권은 이번에 조직력에 기대를 걸었다. 서울 25개 구 중 24개를 장악하고, 서울시의원 109명 가운데 101명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서울에서의 승리를 위해 조직력을 총가동했다.
민주당은 “작년 총선 때 우리가 서울에서 얻은 득표(305만 표) 중 70%만 나와도 210만 표가 되고, 서울 투표율을 50%(유권자 842만 명 중 421만 명 투표)로 가정하면 210만 표 득표로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는 계산을 내놓고 ‘적벽대전의 승리 드라마’가 펼쳐질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이런 공학적 셈법은 들어맞지 않았다. 민주당이 ‘정권 심판’의 바람을 과소평가했기 때문이다. 서울의 투표율은 보궐선거 사상 역대 최고인 58.2%를 기록했다. 투표율이 이처럼 높은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210만 표에 한참 미달하는 190만7천표(득표율 39.18%)를 얻었다. 문재인 정권을 이번에는 꼭 심판해야겠다는 민심의 태풍 앞에 민주당의 조직력은 허상에 불과했다. “바람을 이기는 조직은 없다”는 선거의 속설이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정권심판론은 서울·부산 뿐 아니라 호남을 제외한 전국의 다른 지역도 휩쓸었다. 기초자치단체장 두 곳(울산남구청장, 의령군수) 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됐고, 17개 광역·기초의원 재·보선에서도 국민의힘이 압승했다. 민주당의 호남 지역 4곳의 지방의원 선거에서 승리했을 뿐이다.
국민을 투표장으로 보낸 건 정권의 ‘내로남불’ ‘위선’ ‘무능’
문재인 정권의 지난 4년을 나타내는 상징어로 중앙선관위가 공인(?)한 것은 ‘내로남불’ ‘위선’ ‘무능’이다. 정권 편향적이란 지적을 받은 중앙선관위가 투표독려 현수막에 이런 말들을 쓰면 특정정당(민주당)을 연상시키는 만큼 불허한다고 해서 역설적으로 정권의 치부로 한층 더 부각된 ‘내로남불’ ‘위선’ ‘무능’이 국민의 분노를 자극하고, 투표장을 찾게 했다(*위의 세 단어 외에 정권의 문제 세 가지를 추가한다면 ‘오만’ ‘독선’ ‘반민주’).
민주당이 선거 전에 그토록 애타게 찾았던 ‘샤이(shy) 진보(여론조사로는 잡히지 않는 민주당 지지층)’가 얼마나 민주당을 찍었는지 몰라도 ‘샤이 진보’의 위력은 나타나지 않았다. 공정과 정의를 짓밟는 문재인 정권의 볼썽사나운 행태에 그야말로 부끄러움을 느껴 투표장을 아예 찾지 않았거나,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국민의힘을 선택한 ‘샤이 진보’가 오히려 더 많았을 수도 있다.
여권은 이번 선거에 나타난 표심의 이면을 정확히 읽고 수습방안을 강구해야 할 텐데 일각에선 여전히 남 탓을 하고 있으니 사람이든, 당이든 정신 차린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게 한다. “내곡동 문제를 언론이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탓에 졌다”거나, “대중이 타락한 욕망의 경제학에 손을 들어준 탓인 만큼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일 차원이 못 된다”는 등의 말들이 나오는 걸 보면 ‘남 탓’과 ‘내로남불’의 고질병에 걸린 이들이 여권에 여전히 많은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 때문에 정권의 이미지는 더 나빠질 테니 여권의 쇄신은 요원해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대전환과 과감한 인적 쇄신 의지 없어 보여
정권이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국정의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 그간 성과를 내지 못했거나 역효과를 내서 많은 비판을 받아왔던 모든 것들을 원점에서 검토하고 백지화할 것은 백지화하고 고칠 것은 고치는 국정 대전환이 필요하다.
청와대와 정부의 과감한 인적 쇄신도 필요하다. ‘돌려막기’ 인사로 대변되는 ‘그 나물의 그 밥 인사’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는 인사, 문재인 대통령이 달라졌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의 인사를 해야 한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있으므로 문 대통령이 민주당의 수장이라는 정파적 옷을 던져 버리고 중립적으로 선거를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그런 수준의 인사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가 ‘거국중립내각’을 꾸리면서 국민통합적인 행보를 한다면 ‘문재인 심판론’은 다소 잦아들지 모른다.
과연 문 대통령은 이런 일을 할 수 있을까? 필자의 답은 ‘아니올시다’다. 문 대통령은 선거 다음날인 8일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국민의 질책을 엄중히 받아 들인다”며 “더욱 낮은 자세로, 보다 무거운 책임감으로 국정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코로나 극복, 경제회복, 민생 안정, 부동산 부패 청산 등 국민의 절실한 요구를 실현하는 데 매진하겠다”고 했다.
본인의 육성이 아닌 대변인을 통해 낸 문 대통령의 메시지엔 국정 대전환의 의지와 각오가 담겨 있다고 보기 어렵다. 입장을 안 낼 순 없으니 대변인을 통해 형식적으로 내되 국정에 본질적 변화를 주지는 않겠다는 의도가 읽히는 메시지여서 실망스럽다.
일자리 참사를 초래해서 ‘일자리 대통령’ 약속을 공수표로 만든 소득주도성장 정책,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던 원전산업을 초토화시킨 탈원전 정책, 집을 사지도 팔지도 못하게 하고 아파트를 가진 이들에겐 세금 폭탄과 건강보험료 폭탄으로, 집 없는 이들에겐 전·월세 폭등 조장으로 고통을 주는 25전 25패의 부동산 정책, 북한 핵 폐기엔 단 한 발짝의 진전도 이루지 못하면서 북한에 핵과 미사일 고도화의 기회를 주고 북한 눈치를 보며 한미연합훈련도 컴퓨터 게임으로 전락시킨 굴종적 대북 정책 등을 없애거나 대폭 수정할 생각이 없다는 건 명백해 보인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국민의 걱정과 아스트라제네카에만 의존해 온 백신 문제가 당장 해결될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본인의 대권 욕심을 위해 물러나겠다는 정세균 총리 자리와 교체가 불가피한 몇몇 장관직에 문 대통령이 사람을 채우겠지만 인사의 뚜껑이 열리면 과연 감동을 생산할 수 있을까?
대변인을 통해 나온 대통령의 말에선 과감한 인적 쇄신의 의지가 감지되지 않는 만큼 인사가 이뤄져도 ‘역시나’라는 이야기가 나올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싶다. 문재인 정권이 이번 선거에서 충격적인 참패를 당하고도 국정대전환을 하는 등 쇄신다운 쇄신을 하지 못한다면 내년 대선에서 더 큰 심판을 당할 수도 있다.
잘 나서 이긴 게 아닌 국민의힘, 중도우파 통합정당 만들 수 있을까?
국민의힘은 어떨까? 국민의힘이 잘 해서 이긴 게 아니라는 건 구성원들이 모두 인식하고 쇄신과 변화를 하자는 다짐을 하는 것은 옳다고 본다. 그러나 쇄신과 변화를 통해 외연을 확장하고 국민 신뢰를 높이는 일을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물러남에 따라 국민의힘은 지도부 재편 문제에 직면해 있다. 당에선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선출하고 그 다음에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과 합당을 추진하자,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대행하는 주호영 원내대표의 두 달 정도 남은 임기 안에 국민의당과 먼저 합당하고 통합야당을 만든 다음 전당대회를 열자는 등의 이야기들이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어떤 과정을 거치든 안철수 세력과 통합하는 것은 국민의힘 정치지형을 중도 쪽으로 이동하고 스펙트럼과 외연을 넓히는 것인 만큼 꼭 성사시킬 필요가 있다. 하지만 통합 추진 과정에서 나타날 여러 장애물에 걸려 통합이 좌초할 수도 있다. 안철수 측과의 통합을 달가워하지 않는 국민의힘 일부 세력이 통합을 방해할 수도 있고, 통합 협상을 벌이면서 지나친 지분 다툼을 노정해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당 변화와 이미지 쇄신을 위해 안철수 세력이 필요하고, 안철수 측은 국민의힘의 조직력이 필요하지만 양측이 상대에 대한 배려보다 이기심만을 앞세운다면 화학적 결합은커녕 물리적 결합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이 경우 범야권 세력은 여전히 나눠진 상태로 각자 대선을 준비하다 이번 서울시장 보선 때처럼 선거를 앞두고 단일화를 시도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때에도 이번처럼 단일화가 성공적으로 이뤄져서 시너지가 폭발적으로 나올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통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제3지대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독자행보를 하면서 단일화 대열에 들어갈지 말지 고민하는 단계에 이를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이 전개된다면 야권의 대선 전망은 매우 불투명해 지고, 대선 리스크(위험)도 한결 커져 문재인 정권 종식을 바라는 유권자들에겐 큰 혼란이 생길 것이고, 유권자들의 힘도 분산될 것이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통합이 지지부진할 경우 윤석열 전 총장이 국민의힘 또는 국민의당 어느 한쪽을 선택해서 합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야권 전체의 단일대오 형성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대선 레이스를 전개하다 단일화 추진이라는 허들을 넘어야 한다. 야권이 이 과정을 순탄하게 넘길 수 있을지 불투명하기 때문에 야권 지지층은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볼 터, 역시 리스크는 큰 편이다.
국민의힘, 오만 DNA 없음을 보여주며 국민의당과 통합 서둘러야
이런 문제들을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윤석열 전 총장 측이 어떻게 다룰 것인지 현재로선 알 수 없으나 리크스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1)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속히 합당하고 (2) 민주당에서 쓴소리를 하다 공천도 받지 못한 채 탈당할 수밖에 없게 된 금태섭 전 의원과 국민의힘 전신 정당 출신으로 현재 무소속으로 대선 준비를 하는 홍준표 의원이 합류하고 (3) 윤석열 전 총장이 적절한 시기에 정치 참여를 선언하고 통합 야당에 합류하는 수순을 밟는 것이 대선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범야권 지지층의 응집력을 강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1)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등이 보다 개혁적인 중도우파의 통합야당을 만드는 작업을 7월말이나 8월초까지 완성하고 (2) 윤 전 총장이 8월말쯤 합류해서 9월 중순부터 당의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레이스를 전개하고 (3) 11월초 대통령 후보를 뽑는다면 범야권은 수권정당의 면모를 갖출 것이고, 대선 구도도 1:1(*민주당이 분열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한다면 범야권은 내년 3월 9일 대선에서 승리해 정권교체를 여망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대선까지의 여정에는 여러 고비가 있을 터, 그 지난한 과정을 밟으면서 국민 신뢰를 잃지 않고 키워 가려면 문재인 정권이 노정한 오만의 DNA가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권에는 없다는 것을 각인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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