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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을 지우는 선거', 그러나 '文의 선거'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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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4월01일 17시10분

작성자

  • 유연채
  • 前 KBS정치부장,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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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5년차를 앞두고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매주 지지율 최저치를 경신해간다. 그것도 선거철에 말이다. '대통령의 마음은 어떨까'를 헤아리는 것이 요즘 국민들의 관심사다.

 

그래도 역대 임기말 지지율로 보면 최대치 아닌가라고 스스로를 위로할까, 아니면 어쩌다 여기까지 왔나 주변에 화를 내고 있을까, 혹시 다 내탓이라며 성찰과 회한의 시간을 보낼까. 어떤 마음을 가지느냐에 따라 문 대통령의 남은 일년이, 또 그 이후의 의미가 달라질 것이다.

 

국정운영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져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60%이상의 국민들이 부정평가를 내리고 있다. 특히 서울과 중도층,청년들의 이탈은 물론 일편단심(一片丹心)40대까지 등을 돌리는 것이 심상치 않다. 대통령을 도와 국정동력을 견인해온 중심축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레임덕(lame duck.임기말권력누스현상)이 오고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국민들의 신뢰와 지지를 잃어가면서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고 심판의 목소리는 높아간다. 이 와중에 판이 펼쳐진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그야말로 생사(生死)를 건 대결장이다. 그야말로 대선(大選)전초전이다. 정권심판 선거가 돼야 한다는 시민여론이 50%를 넘겼다.   

 

그동안 대통령의 압도적 지지율을 무기로 연전연승을 이끈 '문재인마케팅'은 이번 선거엔 없다. 대통령을 지켜달라는 호소가 들리지 않는다.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TBS 교통방송 김어준을 지키기 위해 박영선에 투표하라"고 외친다. 대통령을 선거에 쓰는 법이 확연히 달라졌다. 처음 보는 문재인 거리두기다 .기호1번이 딜레마에 빠졌다.

 

대한민국은 ‘문재인 보육국’이란 일성으로 출사표를 던졌던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잘못된  것이라며 이재명 경기도 지사의 손을 잡는다. 선두 대권주자가 대통령보다 표가 더 된다고 본 것이다. 현 대통령 지우기, 미래권력으로의 눈돌림, 레임덕의 징후다.  

 

문재인 레전드 파워가 먹히지 않는 이 역풍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끈임없는 불공정 논란, 그것의 끝판왕 LH사태가 불러낸 바람이다. 여기에 윤석열 사퇴가 합세하면서 태풍이 됐다.그러니 지금의 사태는 문 정권 스스로가 만들고 키워온 거다. 그것들이 이제  LH에 모두 투영되고 수렴된 것뿐이다. 공직자 인사에서, 정부정책에서, 우리는 언제나 공정하고 정의롭다는 오만으로 민심과 맞서온 결과다.

 

검찰개혁이 상징적으로 말해 준다. 사법정의를 구현한다며 모든 걸 걸고 밀어붙였지만 대통령의 안전한 퇴임후를 보장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여론이 강했다.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한 검찰개혁이 결국 레임덕을 불러내고 정권말을 흔드는 건 아이러니다. 추미애 ·윤석열 싸움이 국민을 극도로 피곤하게 하더니 박범계 장관이 '시즌-투'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인사를 장관이 대통령 결제도 안 받고 했다는 패싱논란, 이에 대한 민정수석의 반기와 사의, 대통령의 검찰개혁 속도 조절론이 여당 강경파에 차단되는 이상 기류는 권력내부의 레임덕 신호다. 윤석열 검찰총장 사퇴가 그 연장선상에 있고 지금은 '윤석열 현상'으로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권력내의 친문(親文) 강경파 그들과 연계된 외곽의 ‘대깨문’  이들은 더 이상 ‘양념’의 역할이 아니라 여권의 구조적 위기와 민심이반을 부르는 레임덕의 핵심요소로 작동한다.

 

이 위험성을 경고한 내부자는 손꼽을 정도지만 그마져도 내쳐졌다. 금태섭을 내쫒아 당내 입바른 소리들을 잠재웠다. 그것이 당밖의 비판여론을 키우고 중도의 등을 돌리게 했다. 이렇게 키워진 싸늘한 민심은 정부가 부동산 해법의 최후카드로 내놓은 공공주택건설 LH 프로젝트에서 분노로 폭발했다. 신도시가 LH직원들의 집단 투기장이 되고 공공(公共)에 의한 탐욕의 현장임이 드러나면서 선거정국에 치명타를 가했다.  

 

반전(反轉)카드가 절실해졌다. 한동안 내려놨던 적폐청산(積弊淸算)을 들고 나왔다 . 부동산적폐다. LH사태는 오래전부터 키워져온 부정부패이며, 이를 문재인 정부가 뿌리뽑겠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공감하지 않았다. 오히려 공정과 정의를 무너뜨린 신(新)적폐에 대통령이 사죄부터 하라고 요구했다.

 

들끓는 민심에 대통령은 결국 사과했다. 국민들의 분노를 알겠다 했다. 여당 지도부는 우리가 오만했다고 뒤늦은 고해를 했다. 문정부 공정경제를 주도해온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의 퇴장이 사죄 릴레이에 정점을 찍었다. 서민들의 고통을 덜기위해 전월세 인상폭을 5%로 제한한 임대차3법을 시행하기 이틀전 자기집 전세값을 14%올린 게 드러나 위선자 소리를 들으며 사퇴했다.

 

요동치는 민심 속에 사생결단을 벌이고 있는 서울,부산의 선거결과에 따라 레임덕의 모습은 보다 선명해질 것이다. 마지노선이라는 30%지지율을 임기말에 지킬수 있느냐가 걸려있다. '문(文)을 지우는 선거'라지만 '문(文)의 선거'다.

 

반면 연패의 늪에서 허우적대던 보수야당은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를 잡았다고 볼 것이다. 미래권력의 방향키도 찾았다. 윤석열이다. 절묘한 타이밍 속에 공정과 정의의 아이콘처럼 다가와 야권의 압도적 대선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시민들의 투표가 상식와 정의를 되찾는 반격의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이 말로 선거정국에 스스로 뛰어든 윤석열, 별의 순간을 잡았다는 전 검찰총장이 선거이후 정치무대로 본격 등장하면 차기 대선판이 요동칠 것이다.      

 

미래권력으로 가는 시간, 선거이후 문대통령의 공간은 과연 어디를 차지하고 있을까. ‘코로나허니문’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역사가 증명하듯 임기말 레임덕이 거부할수 없는 파트너다. 슬기로운 동거를 고뇌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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