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통화 디커플링, 감추어진 리스크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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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화정책 운용방식이 전세계적으로 탈동조화(decoupling)되는 모양새다. 신흥국은 줄줄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데 선진국은 완화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브라질・러시아・터키・인도・태국・남아프리카공화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올렸다. 코로나19 극복에 전념해야 할 신흥국이 금리를 올리는 건 자해행위다. 어떤 사연일까.
□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지자 각국 정부・중앙은행은 자국 경제 보호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통화정책, 재정정책, 백신접종 등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 제이피모건자산운용사(JPMorgan Asset Management)에 따르면 전세계 48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대폭 인하하고 금융증권을 9조 달러어치 사들였다. 각국 정부는 20조 달러를 퍼부었다. 여기에 최근 코로나 백신접종이 가세했다. 백신은 집단면역을 확산시켜 글로벌 경제회복을 견인한다. 엔진 역할을 하는 거다.
□ 이런 노력 덕분에 2021년 세계 경제는 빠르게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IMF는 금년 글로벌 경제성장을 5.5%로 기대한다. 50년 만의 높은 성장률 수치다.
□ 특히 미국경제가 돋보인다. 2021년 성장 추정치는 6.5%다. 최근 미국 경제 핵심단어는 긴급재정지출(fiscal stimulus package)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1.9조 달러짜리 코로나 극복용 재정집행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3조 달러 추가 지출이 대기 중이다. 클린 에너지, 인프라, 교육 분야 등에 투자될 예정이다.
□ 둘 다 합하면 미국 GDP 25%에 달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시장전문가들은 미 정부가 적자국채 발행만으로 이를 충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상당 부분 미 연준이 부담하는 상황이 된다는 우려다.
□ 역대급 재정지출로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치솟고 있다. 시장 기대인플레이션을 보여주는 미 국채 5년물 BEI(break-even Inflation)가 3월 5일 2.49%까지 올랐다. 2008년 7월 16일 (2.53%) 이후 최고치다. 전 미국 재무장관 로렌스 서머스는 40년 만에 가장 높은 인플레이션을 맞게 될 거라고 경고한다. 이런 우려는 금융시장에 벌써 반영되고 있다.
□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2020년 4월 대비 세 배 이상 폭등한 거다. 작년 4월 8일 0.512%에서 3월 10일 1.75%로 수직 상승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블룸버그 바클레이즈 글로벌종합지수’(Bloomberg Barclays Global Aggregate Index)에 포함된 모든 채권상품보다 69% 높다. 한 마디로 수익률이 최고라는 의미다.
□ 국채 10년물 금리 급등의 글로벌 파급효과(spillovers)가 막강하다. 미국 금융시장은 글로벌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다. 신흥국에 투자된 외국인 자금이 미국으로 이탈 중이다.
□ 자금유출에 더해 인플레이션 압력도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터키 15.6%, 아르헨티나 40.7%다. 신흥국 중앙은행이 좌불안석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기준금리를 올리는 고육지책(苦肉之策)을 쓸 수밖에 없는 사연이다. 경기회복을 미뤄두더라도 인플레이션과 외국인 자금이탈에 당장 대응하는 게 더 급선무다.
□ 글로벌 경제에서 신흥국 비중이 60%를 넘어섰다. 신흥국의 영향력이 과거와 사뭇 다르다. 선진・신흥국 통화정책 탈동조화로 글로벌경제가 새로운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신흥국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 통화 디커플링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여타 신흥국과 좀 달라 보인다. 우선 자금이탈압력은 현재까지 그리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금년 2월 말까지 외국인 증권투자 자금이 순(純)유입(50.6억 달러) 되었다. 주식자금은 52억 달러 유출이나 채권자금이 103억 달러 유입이다.
□ 하지만 장기금리 급등에 따른 리스크에 주목해야 한다. 최근 국고채 10년물 금리 상승 요인은 크게 두 개다. 우선 우리나라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미 국채10년물과 동조화(synchronization)가 강하다. 미국채가 오르면 당달아 국고채 금리도 오른다. 통제가 안되는 리스크다.
□ 코로나19 대응 적자국채 발행도 장기금리 상승 요인이다. 2021년중 대규모 국고채 발행이 예정되어 있다. 적자국채 발행을 두고 정부와 중앙은행 간 ‘책임 분담’(burden sharing) 목소리가 거세다. 예컨대 2020년 7월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대놓고 국채 직매입에 나섰다. 유통시장이 아닌 발행시장에서 곧바로 사들이는 행위다. 재정조달 수요(630억 달러) 중에 400억 달러를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이 부담키로 한거다. 노골적인 정부 부채의 화폐화(debt monetization)다.
□ 국제금융시장 반응은 차가웠다. 인도네시아 루피아 가치는 2020년중 5.4% 절하되었다. 외국인 채권보유 비중이 2010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외국인 투자자가 자본이탈로 응징한 거다.
□ 한은은 국채 매입에 대해 단호하고 엄정한 잣대로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의지가 없는 것 같다. 2021년도 제4차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귀를 의심케하는 주장이 버젓이 나온다. “당행은 국채 매입을 통해 신규 발행 국채에 대한 금융기관의 매입 여력을 확충”하겠다는거다. ‘일부 금융통화위원’은 “재정과 통화정책의 공조 필요성이 커진 것이 사실”임을 강조한다.
□ 독립되고 중립적인 중앙은행은 오랜 세월 어렵게 이뤄낸 사회적 합의다. 이 가치가 위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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