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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망하게 하는 확실한 법칙-혼군#14 : 모래처럼 섰다가 바람처럼 사라진 하(夏)나라 혁련창<A>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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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3월12일 16시50분

작성자

  • 신세돈
  •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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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망의 역사는 결국 반복하는 것이지만 흥융과 멸망이 이유나 원인이 없이 돌발적으로 일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한 나라가 일어서기 위해서는 탁월한 조력자의 도움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진시황제의 이사, 전한 유방의 소하와 장량, 후한 광무제 유수의 등우가 그렇다. 조조에게는 사마의가 있었고 유비에게는 제갈량이 있었으며 손권에게는 육손이 있었다. 그러나 탁월한 조력자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창업자의 통합능력이다. 조력자들 간의 대립을 조정할 뿐 만 아니라 새로이 정복되어 확장된 영역의 구 지배세력을 통합하는 능력이야 말로 국가 흥융의 결정적인 능력이라 할 수가 있다. 창업자의 통합능력이 부족하게 되면 나라는 분열하고 결국 망하게 된다. 중국 고대사에서 국가통치자의 통합능력의 여부에 따라 국가가 흥망하게 된 적나라한 사례를 찾아본다​.

 

(1) 철불흉노족의 나라 하(夏)나라

 

하나라는 AD407년 고대 흉노족의 일파인 철불흉노(鐵弗匈奴)가 세운 나라다. 후한 시대 흉노가 남북으로 분열된 이래 북흉노는 몽고 사막일대에 남아 중국과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한 반면 남흉노인 철불부는 오르도스(鄂尔多斯), 지금의 내몽고 서남부지역 일대에서 강력한 세력을 구축하면서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 때로는 한(漢) 혹은 서진(西晉)과 같은 중국 조정에 복속되기도 했고 또 때로는 철불 흉노처럼 독립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체로 중국과 분리되기 보다는 중국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은 민족으로 보면 틀리지 않는다.

 

철불 흉노부의 선조는 한-위-오 삼국 시대 흉노의 지배자 즉 선우였던 어부라(於夫羅)의 조카뻘인 철불 우현왕(右賢王) 거비(去卑)다. 그는 조조(曹操)의 신임을 받아 남흉노를 관할하였으며 대략 이 때부터 한나라 유씨(劉氏) 성을 사용하였다. AD310년 거비의 손자 유호(劉虎)가 선비족(鮮卑族)이자 나중에 대(代)나라를 세운 탁발부(拓跋部)에게 본거지인 산서 일대를 빼앗기자 다시 본거지인 오르도스 지방으로 옮겨와 할거하면서 전조(前趙), 후조(後趙), 전진(前秦)에게 차례로 협력하였다. AD341년 유호가 죽고 그 아들 유무환이 자리를 계승했으나 AD356년 유무환이 죽자 그의 동생 유알(루)두가 유무환의 두 아들, 즉 조카 유실물기와 유위진을 몰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였다. 유알(루)두는 선비족 나라인 대의 탁발십익건에 굴종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탁발십익건이 경고삼아 직접 순시오자 항복을 요청하였고 탁발십익건이 요청을 수용함으로써 철불흉노는 사실상 대의 복속국이 된 셈이다.(AD356)

 

(2) 유위진의 권력 찬탈(AD359)  

 

당시 북중국 최고 강자는 부건이 세운 전진이었다. 포학한 아들 부생이 집권했지만 강력한 군주 부견에 의해 밀려난 뒤 전진은 북중국 전체를 통일하는 대업을 이루는 과정에 있었다.전진 부견의 기세에 눌린 유알(루)두는 전진에게 반기를 들고 황하를 건너 대나라가 있는 동쪽으로 도망갔다. 그러나 황하 강물이 녹아있어 건널 수 없자 따르던 무리의 대부분은 유무환의 아들 유실물기에게로 돌아갔다. 결국 유알(루)두 혼자 대의 수도 하북성 울현으로 도망갔다.  (AD359년)

 

남흉노의 실권을 장악한 유실물기는 그 해 곧바로 죽었다. 그리고 그 동생 유위진(劉衛眞)이 조카(유실물기의 아들)를 죽이고 자리 차지했다.(AD359) 유실물기가 자연사 했는지 타살 당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흉노족은 물론 선비족, 강족 혹은 여러 유목민족의 권력 승계에서는 형제승계가 매우 빈번히 일어났으므로 유위진이 조카를 죽이고 권력을 계승한 것은 스스로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중국 유교전통처럼 아들에게 권력을 계승하려 했던 삼촌 유실물기를 죽이고 자기가 그 자리를 차지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유위진이라는 사람의 음험하고 교활한 향후 행적을 보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다.       

 

 

(3) 유위진이 전진 부견에 항복 요청(AD360)

 

정권을 장악한 흉노 유위진은 곧바로 장안에 있는 전진 부견에 사자를 보내 전진에 항복하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그리고 당돌하게도 그 대가로 농지를 요구했다. 흉노족은 원래 유목민족이라서 한 곳에 머무르는 일이 별로 없다. 그만큼 흉노족은 다루기가 어렵기도 하다. 그런 흉노족이 먼저 농지를 요구하고 봄에 와서 경작한 뒤 가을에 떠나겠다고 하니 부견은 쾌히 허락했다.(AD360) 유위진이 이끄는 남부 철불 흉노족은 이제 오르도스(지금의 내몽고 鄂尔多斯)지역을 기반으로 반쯤 정착하는 세력이 되었다. 

 

주군 부견이 경작을 허락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지역을 수비하는 운중호군 사마 가옹이 4월 유위진 군대를 습격하여 대대적으로 군사를 포획하는 일이 벌어졌다. 전진왕 부견은 사마 가옹에게 크게 화를 냈다.

 

   “ 은혜와 믿음으로 융적을 회유하고자 하는데

     어찌 네가 작은 이익을 탐내 이를 실패하게 하는가?“

 

가옹을 쫓아내 사졸로 강등시킨 뒤 백의종군을 시켰다.

 

 

(4) 유위진이 대왕 탁발십익건의 사위가 되다.(AD360)

 

AD360년 6월 대왕 탁발십익건의 비 모용씨가 죽었다. 유위진은 대나라 수도 화림각이에 직접 가서 장례식에 참석했다. 유위진은 전진에게도 복속했지만 대나라 하고도 좋은 사이를 유지하고 싶었다. 대왕 탁발십익건은 딸을 주어 처로 삼게 하였다. 사실 대나라 선비족이나전진의 저족 모두 이민족계통이고 또 대와 전진의 사이는 우호적인 관계가 유지되고 있었기 때문에 특히 민감하게 문제가 될 일은 아니었다.

 

유위진이 전진의 변방 사람 50인을 잡아 노비로 삼은 뒤 부견에게 선물로 보냈다. 그러나 부견은 그런 야만적인 행위를 한 유위진을 크게 꾸짖으며 보내 온 50인을 전부 고향으로 돌려보냈다. 유위진은 전진의 그런 ‘점잖은 척’ 하는 부견에 대해 심히 반감을 품었다. 자신의 성의를 짓밟은 부견에 대해 앙심을 품은 유위진은 전진을 버리고 탁발십익건의 대나라에 복속하기로 마음먹었다.(AD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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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유위진의 탁발십익건 배반(AD365)

 

유위진은 대나라에서 탁발십익건에 대해 반란을 일으켰다.(AD365) 원래 유위진은 배반하는 것을 떡 먹듯 하는 사람이었다.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필요에 따라 배반과 복종을 번복해 온 사람이었다. 탁발십익건은 직접 유위진 토벌에 나섰다. 유위진은 황하를 건너 도망갔다. 다시 전진의 부하가 된 셈이다. 탁발십익건은 매우 통이 크고 관대한 사람이었다. 전쟁 중에 날아오는 화살에 눈을 맞았는데 누군가가 화살을 쏜 사람을 잡아 죽여서 젖을 담가야 한다고 하자 탁발십익건이 이렇게 말했다.

 

   “ 저 사람은 자신의 주인을 위해 죽기로 싸우다가

    그리 된 것이니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 

 

그 해 가을 흉노 우현왕 조곡과 좌현왕 유위진이 전진에 대해 반기를 들었다. 우현왕 조곡이 2만 병사로 행성(섬서성 황릉) 공격했다. 부견이 직접 군사를 이끌고 토벌에 나섰다.(AD365년8월) 버티지 못한 조곡은 항복을 요청했다. 전진의 명장 건절장군 등강은 유위진을 토벌하여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부견은 유위진을 죽이지 않고 하양공에 임명하여 그 지역 부락민을 통솔케 하였다.(AD366) 부견의 관용과 포용력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부견은 사로잡은 적장을 거의 매번 죽이지 않았다. 요장도 그랬고 모용수도 그랬고 유위진도 살려줬다. 부견의 불심 깊은 자비심은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하다. 비록 나중에 살려 줬던 요장에게 죽임을 당했지만(AD385) 그의 관용은 충분히 높이 살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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