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공룡의 횡포, 이대로 좋은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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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에는 대가가 따라야 한다. 그런데 세상에는 노동이 없는 소득도 존재한다. 우리는 이를 불로소득이라 칭한다. 사람들은 불로소득을 '가진 자들의 눈덩이'로 취급하며,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대부업의 경우, 돈으로 돈을 불릴 수 있는 사업이기 때문에 대중의 시선은 곱지 않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그들이 하는 일은 은행업무와 다를 바가 없다. 또한 불량 채무자는 리스크가 높기에 은행보다 높은 이율을 책정하는 것은 타당한 면이 있다.
그러나 그동안 대부업자들이 제시한 이율이 사회적으로 납득 가능한 선을 벗어난 경우가 많았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는 사회적 목소리가 높았고, 이러한 사회적 합의의 결과 현재 이러한 대부업의 연간 법정최고 이자율은 24%로 제한받고 있다. 그런데 이 보다 더 높은 비율로 이용자의 수입을 뜯어가는 불로소득 사업자가 있다. 그것은 바로 ICT 플랫폼이다.
여러분이 SNS에서 사용하기 위한 이모티콘을 구매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당신이 이모티콘 개발자에게 계좌이체로 돈을 보낸다면 개발자는 당신이 건넨 100%의 금액을 수익으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모티콘을 구매하게 되면 거의 강제적으로 플랫폼을 소유한 회사의 결제시스템에서 상거래가 맺어지고 여러 단계의 수수료 공제를 거친 후에야 개발자에게 그 수익이 돌아가게 된다. 이러한 방식의 결제를 '인앱결제'라 한다.
인앱결제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하자면, 글로벌 ICT공룡인 구글이나 애플이 자체 개발한 내부결제 시스템으로 자사 앱 안에서 유료 앱·콘텐츠를 각국의 신용카드, 각종 간편결제, 이통사 소액결제 등으로 결제하는 방식을 말한다. 애플은 진즉 모든 앱스토어의 결제방식을 인앱결제로 통일해왔고, 구글 2020년 9월 29일의 발표에 따르면 2021년부터 구글플레이에서 유통하는 모든 디지털 콘텐츠 앱에 구글의 결제 방식을 의무화한다고 공표하였다.
그리고 새로 등록되는 앱은 2021년 1월 20일, 기존 등록 2021년 10월 1일부터 이를 의무적으로 따라야 한다. 그동안 게임 앱에만 수수료 30%를 강제해 왔으나 경쟁사인 애플 앱스토어와 같은 방식을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구글에서 앱을 유통하는 디지털 콘텐츠 사업자는 앱에서 발생하는 모든 결제 건에 30%의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 즉, 무형의 자릿세로 매출의 3할을 상납할 것을 요구 당하는 것이다.
ICT 플랫폼의 횡포는 인앱결제 뿐만 아니다. 애플의 경우, 이미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가 수차례 공정거래위원회의 도마에 올랐다. 애플의 경우, 국내 이통사에게 광고비, 수리비 떠넘기기 등의 갑질의 횡포는 지난 수년간 비일비재하다. 구글과 넷플릭스의 경우도, 국내 통신사와 망이용료 문제로 소송 중이다. 구글,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들이 차지하는 국내 트래픽 비중은 막대하지만 국외 기업이라는 이유로 망(網)이용료 납부를 거부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구글의 일일 트래픽량은 전체의 25.9%다. 카카오(1.8%)의 18.5배, 네이버(1.8%)의 14.4배였다. 국내 기업들은 연간 수천억원에 달하는 망이용료를 지불하고 있지만 구글, 넷플릭스 그리고 페이스북은 무임승차하고 있는 실정이다.
ICT 플랫폼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더욱 우려되는 것은 네트워크 효과가 강하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카카오톡을 살펴보자. 처음에는 메신저 기능만 제공했던 카카오는 디지털 서비스에서 발현되는 승식독식 현상에 편승해 시장을 독점적으로 지배하게 되었다. 이후, 다른 앱들과 연동을 통해 택시, 검색, 쇼핑, 나아가 결제의 기능까지 제공하게 되었다. 이런 식의 문어발 식 확산의 결과로 대한민국의 플랫폼은 네이버와 카카오의 양강체제로 굳어지고, 많은 콘텐츠 개발자들은 제대로 된 보상도 받지 못한 채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렇게 독점적 위치를 가진 ICT 플랫폼 사업자와 소비자가 거래를 하게 될 경우, 선택의 여지가 없는 불공정 거래는 필연적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최근 국회에 인앱결재 수수료를 기존 30%에서 15%로 인하하는 개선 법안이 제출된 상태이지만, 이 또한 현재 6%로 제한하고자 하는 대부업의 이자율보다도 턱없이 높은 수준이다. 그리고 독점적 위치에 있는 기업들은 수수료가 아닌 다른 형태로도 얼마든지 그 우월적 권한을 휘두를 수 있다는 점을 정책당국이 주시해야 할 것이다.
ICT기업들은 플랫폼 비즈니스에 있어 플랫폼 사업자가 자신들이 추가적으로 지불하는 한계비용이 거의 제로(0)에 가깝지만 독점적 지위를 이용하여 수익의 과실을 플랫폼 참여자들로부터 빼앗고 있는 수탈행위가 점점 교묘해지고 있다. 정부의 개선책이 시장 영향력에 밀려 미봉책이 되지 않도록 더욱 적극적인 제도적, 법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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