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조 달러 미국 긴급구제법(ARP)과 채권금리 전망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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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조 미국구제법의 주요 내용
약 1.9조 달러의 미국긴급구제법(The American Rescue Bill of 2021, 줄여서 ARP)이 상하원을 통과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을 기다리고 있다. 비록 시간당 연방 최저 임금 $15는 부결되었지만 ARP는 신속하게 서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 내용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① 미국 개인과 가정의 긴급 재정지원 : 총 약 1조 달러
◼ 실업급여 월 $300 지급 2021년 9월 6일까지 6개월 연장
◼ 일인당 $1,400 지급 (개인연소득 연 7만5천, 가족소득 연 $15만 미만) :
◼ 1억 명에 대한 긴급유급휴가
◼ 자녀 및 저소득계층 소득세 공제 범위 확대
◼ 풋-스탬프 15% 증액
② 소상공인 지원 등 ($480억)
◼ 식당 및 주점 지원($286억)
◼ 식당 및 소상공인 상해보험지원($150억)
◼ 항공업 종사자 지원($30억)
◼ 연주공연회 폐쇄에 따른 피해지원($12.5억)
◼ 기타($1.8억)
③ 주정부, 지방정부 지원($3500억)
④ 학교지원($1700억)
◼ 초중고등학교 개교지원($1300억)
◼ 대학교 지원($400억)
⑤ 밀린 임대료 지원($250억)
⑥ 코로자 지원> ($1640억)
⑦ 연금가입자 지원을 위한 부실연금 자금지원 ($860억)
<2> 1.9조 달러 ARP의 자금조달
약 1.9조 달러의 ARP는 연방정부의 여러 관련 부서와 기관을 통해 지원된다. 농무부, 보건국, 교통부, 교육부, 노동부, 국세청 등 여러 소관 부처의 업무에 따라 일부는 일회성으로, 일부는 수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지급될 것이다. 또 소득세 공제감면은 세무 보고가 되는 시점에 시행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따라서 ARP를 실행에 옮기기 위하여 연방정부가 재정증권을 신규로 발행해야 하는 것은 확실하지만 그 규모나 시점은 언제 얼마라고 단언할 수가 없다.
다만 재무부가 발행하는 재정증권은 모두 연방준비제도와 자본시장이 인수할 것인데 연방준비제도는 뉴욕연방은행을 통하여 월 800억 달러, 연간 9600억 달러의 재정증권 매입한도를 설정하여 이를 엄격하게 지키고 있다.
문제는 ARP 이외에도 미국 재무부는 2020년의 두 개의 비상입법으로 약 4.5조 달러를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 코로나지원법(The Coronavirus Aid, Relief, and Economic Security Act, 2020) : $2.2조
◼ 총합재원확보법(The Consolidated Appropriation Act,2020) : $2.3조
이와 함께 바이든 정부는 앞으로 인프라 투자계획 등 여러 재정정책을 계획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약 4.5조 달러의 재원조달이 기정사실화 된 상황에서 1.9조 달러의 ARP가 통과되었고 앞으로 추가적인 재정확장 정책이 수행된다면 향후 미국 재무부는 국채공급을 과도하게 늘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면서 미국 국채시장에 대한 우려가 매우 높아졌다는 점이다.
<3> 미국 국채시장 동향
실제로 최근 국채시장에서는 심상치 않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ARP 입법이 통과될 것이 확실시 되던 2월 마지막 주 국채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이미 2020년 7월서부터 수개월 동안 장기 국채 수익률은 꾸준히 상승해왔지만 재정확장을 부추기는 여러 법들과 함께 ARP 국회통과는 국채시장의 새로운 불안의 핵으로 떠오른 셈이다.
뉴욕 연방은행의 월간 국채 매입한도 800억 달러를 고려할 때 국채시장이 3월의 천문학적인 국채물량을 소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면서 3월 4일 국채시장 거래량은 극도로 침체되었다. 전문가에 따르면 3월중 시장에 매물로 나올 국채의 규모는 4000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보이며 이는 연준의 월 매입한도 800억 달러의 네 배가 넘는 규모이다. 실제로 2월 마지막 주와 3월 첫 주의 국채수익률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 2월 10일 1.16%이던 10년 물 수익률은 2월 24일 1.54%까지 치솟았고 3월 5일에는 1.6%를 돌파하였다.
물론 국채 수익률의 급상승이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지만 역사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재정지출정책을 고려할 때 전반적으로 미국국채에 대한 수요가 점점 떨어진다는 것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연방준비제도와 FOMC와 국채매입량을 늘이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시장은 늘어난 국채공급을 소화하기에 역부족일 것이라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최근 HSBC의 국채수익률 분석 책임자는 이렇게 말했다.
“ 시장은 다소간의 긴장감을 느끼고 있다.
연준의 매입량은 고정되어 있어서 늘지 않는데
경매에 나온 국채물량은 늘어나고 있으므로
시장이 얼마나 탄력적으로 물량을 흡수할 수 있을지
긴장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과도한 국채공급과 맞물려서 국채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은 확산되는 인플레 우려다. 지난 주 발표된 고용통계를 보면 신규취업자가 예상이었던 21만 명을 크게 뛰어넘어 37만 9천명으로 나타났다. 이런 우호적인 고용 통계는 향후 임금상승과 인플레를 자극할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해석되면서 시장의 국채수익률을 끌어올린 것이다.
물론 파월 연준의장이나 옐런 재무부 장관은 인플레 우려에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국채수익률의 급등에도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그것은 기준금리를 올려야 할 이유도 없고 그렇다고 억지로 시장에 개입해서 수익률곡선을 끌어내릴 생각도 없음을 의미했다. 즉, 침착하게 선의의 무관심(benign neglect)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비록 연방준비제도가 지금은 아무런 행동을 취하고 있지 않지만 그렇다고 2021년 내내 그럴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경제가 바닥을 벗어나면서 인플레 징후가 뚜렷해 질것이고 따라서 연준으로서도 단호한 기준금리 인상의 카드를 조만간 꺼내야 할 때가 올 것으로 믿는 사람들이 다수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2022년에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 2021년 성장률이 7% 가까이로 상승하면 2022년의 인플레는 불가피하고 따라서 연준의 행동도 따라올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4> 인플레이션 회의론
경제회복에 다른 인플레 불가피론이 다수 의견인 가운데 인플레 가능성에 대해 매우 비관적인 분석가들도 없지 않다. 그들은 네 가지 구조적인 이유를 들고 있다.
(1) 정치적으로 임금상승률이 지속적으로 낮아져왔고,
(2) 기술발달이 가격상승을 억제해 왔으며
(3) 양극화가 저소득계층의 소비수요를 극도로 저조하게 했고
(4) 인구구조가 고령층 중심으로 구조화되면서 소비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구조적인 요인에도 불구하고 4조 달러가 넘는 경기부양 재정정책이 물가상승 압력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다만 물가상승이 연준의 금리인상을 일으킬 정도로 클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이 지배적이다.
<5> 미국 국채시장 전망과 한국에 미치는 시사점
미국 국채시장이 유례가 없는 저금리의 루비콘 강을 건넌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이제 앞으로 몇 년간은 지난 몇 년과 같은 저금리 시대를 다시는 겪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만기의 길고 짧음에 상관없이 전 종목의 국채수익률이 오를 것이다.
왜냐하면, 첫째로 미국 정부의 국채발행량이 너무 과도하다. 4.5조 달러에 달하는 2020년의 CARES법과 총합재원확보법 위에 또 다시 1.9조 달러의 재정지출 정책을 펼치는 것은 아무리 호의적으로 본다 하더라도 과도한 국채공급이 아닐 수 없다.
둘째로, 막대한 양의 국채를 상당부분 연준이 흡수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통화량의 급격한 증가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펼친 양적완화에 비하면 현재의 국채인수 규모는 2008년의 다섯 배에 달할 정도로 본원통화 발행 속도가 가파르다. 이것이 달러의 과잉공급과 달러가치의 하락과 맞물릴 경우 걷잡을 수 없는 금융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달러에 대한 수요감축을 막기 위해서라도 미국 금리인상은 불가피하다.
셋째로 조만간 인플레가 불가피 할 것이라는 점이다. 1970년대와 같은 초인플레가 닥치지는 않겠지만 2%를 훌쩍 넘는 3% 혹은 4% 인플레는 그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국 시사점>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면 우리나라에 두 가지 경로로 큰 영향을 미친다. 하나는 전반적인 달러강세다. 달러가 강세가 되면 원화는 약세가 되기 때문에 국내로 들어와 있던 외국계 주식 혹은 채권투자 자금의 유출이 빠르게 일어난다. 우리나라 증시가 크게 출렁일 수 밖에 없다.다른 하나는 미국 국채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지면서 외국계 자금은 물론 국내자금의 해외 유출을 촉진시키게 된다.
이 둘 다 국내자금의 해외유출과 달러강세를 유발하는 점에서 동일하다. 외자 유출과 원화환율을 동시에 안정시키기 위해서 통화당국은 보유 외환을 적극적으로 풀어야만 하는데 외환보유액이 한정된 상황에서 외환의 고갈을 막기 위해서 한국은행도 조만간 국내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결국, 국내금리 상승, 원화약세 및 국내증시의 불안은 불가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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