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사회 대응을 위한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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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고 출산율을 높이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과제이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빠르게 고령화사회로 진전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고령화사회는 불가피한 미래이기 때문에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우리사회의 지속 가능성이 크게 위협당할 것이다.
고령화사회는 인류사회 발전의 위대한 업적이지만 유감스럽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령화사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인하여 고령화사회의 도래를 두려워하고 있으며, 그 대응책 역시도 고령화사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단편적이고 임시적일 뿐이다. 우리사회에 팽배해 있는 고령화사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원인은 크게 4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노화와 노인에 대한 부정적 편견이 원인이 된다. 연령증가에 따라 신체적 및 정신적 능력이 약해지고 생각과 태도가 고루해진다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없거나 근거가 불충분한 편견 아니면 고정관념(ageism 또는 stereotype of aging)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편견이 사회의 모든 연령계층에 팽배하여 고령화사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시키고 있다.
둘째, 고령화사회의 진전에 따라 개인적 및 사회적 부담이 커진다는 생각이 원인이 된다. 이러한 사회적 부담 논리는 “노화에 따라 능력이 하락한다”는 편견으로 인해 중년기 이후 교육과 훈련에 의한 능력개발 가능성을 무시하고 능력이 하락한 고령 노동자나 노인을 노동시장에서 배제하여 사회복지제도로 부양해야 한다는 가정 위에 서있다. 노화에 따른 생산성 하락의 논리는 인간 잠재력과 개발 가능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충분한 과학적 검증도 없이, 노화 -> 능력 하락 -> 고령 노동자 유지의 비용 증가-> 생산성 하락-> 경제성장 둔화로 이어진다는 단순한 논리적 유추일 뿐이다. 경제성장의 둔화는 기후변화, 금융위기, 세계화 등과 연계된 경기변동이 훨씬 더 큰 원인이 됨에도 불구하고 고령화를 더 큰 원인으로 부각시켜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 고령화로 인한 사회적 부담이나 문제는 사실보다는 훨씬 위협적으로 과장되게 부각되고 있으며 따라서 고령화사회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널리 확산되고 있다. 중년기 이후 교육과 훈련을 통해 직업능력(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증거가 계속 나타나고 있는데도 이를 노화와 노인에 대한 편견에 사로잡혀 애써 부정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저출산으로 전통적인 노동시장 생산인구(15-64세)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65세 이상의 고령노동자를 노동시장에서 유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정년 후 반드시 노동시장 참여가 아니더라도 자원봉사 활동이나 건전한 스포츠와 레저의 참여도 심리사회적 의미에서 생산적 노화를 증진하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셋째, 사회적 부담에 대한 세대 간 갈등의 우려가 원인이 되고 있다. 저출산으로 인해 노동세대들이 노인이 되면 현재의 노인세대만큼 사회로부터 경제적 부양을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부담을 피하려는 노동세대와 계속 혜택을 받고자 하는 노인세대 간에 갈등이 생길 것이라고 추정하고 이러한 추정은 고령화사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시키고 있다. 그런데 최근 OECD 국가 대상 조사에서 노인이 사회적으로 큰 부담이 된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아주 낮게 나타났으며, 우리나라의 여론조사에서도 노인들을 위해 세금을 더 부담할 용의가 있다는 비율이 없다는 비율보다 훨씬 더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부담을 둘러싼 세대 간 갈등발생 가능성은 낮을 것이다. 인류사회가 기본적 가치관의 하나는 세대 간 유대와 상호의존이기 때문에 세대 간 갈등은 사회정책의 존속과 사회의 존속을 위협하는 중요한 도전에 될 수도 있다는 의미에서 세대 간 갈등 발생 가능성은 낮을 것이다.
넷째, 노화과정의 불가역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원인이 되고 있다. 중년기 이후 생애과정의 활동을 소극적으로 생각하는 전통적 사고방식이 아직도 지배적이어서 중년기 이후의 생애과정을 새롭게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노화과정에 대한 과학적 연구, 특히 노화과정의 불가역성(irreversibility: 기능의 퇴화와 상실이 계속 진행되어 돌이킬 수 없음)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지난 20-30년간 과학적 연구를 통해 계속 나타나고 있는 노화과정의 가역성(reversibility)과 뇌 과학(brain science)의 진전에 따른 중년기 이후 능력개발 가능성에 대한 과학적 연구 결과를 주목하지 못하고 있다.
고령화사회에 대응하는 기존의 사회정책 패러다임은 노화와 노인에 대한 부정적 편견과 이것이 고령화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가정하고 노인을 퇴직이라는 사회적 제도에 의해 사회의 주류에서 배제하여 사회복지 내지는 사회보장으로 보호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산업사회의 문제해결의 주된 수단이 되어 온 기존의 사회복지 제도와 정책은 고령화사회의 대응책이 되기에는 커다란 한계가 있고 오히려 고령화사회의 부정적 영향을 강화시키거나 필요 이상으로 부정적 영향을 과장시킬 가능성도 크다.
사회가 복지제도를 통해 노인의 기본적 욕구를 해결해주고 보호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사회구성원으로서 수적 비중이 커지고 있고, 건강이 크게 향상되고 있고,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축적하고 있고, 또한 역량강화(empowerment)로 능력 향상이 가능한 노인을 사회의 주류에서 제외하여 복지제도로 보호한다는 것은 사회적 부담을 크게 증가시킬 것은 물론 노인의 가치성과 자존감을 크게 저해하게 될 것이다.
우리사회에서는 2005년에 제정된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에 따라 2006년부터 5년 단위로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해 오고 있다. 2차 계획(2011-2015년)이 금년으로 끝나기 때문에 현재 제3차 계획이 수립 중에 있다. 고령화사회 대응의 저출산고령사회 5개년 계획은 그 계획의 포괄성에도 불구하고 고령화사회에 대한 부정적 시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따라서 고령화사회의 진전으로 인해 나타나게 될 심각한 문제점을 단순히 해결한다는 시각이 더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사회 대응책은 문제점 해결의 시각보다는 증가하는 노인인구를 사회적 주류로 포함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사회로 발전시켜 나가려는 시각에서 고령화사회 대책을 마련하는데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출산율 제고가 고령화 문제 해결의 핵심적 과제 중의 하나이기는 하지만 2차에 걸친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 10년간 60조 정도의 예산을 투입하고도 출산율을 거의 제고할 수 없었는데 출산율 제고가 참으로 어려운 과제라는 것을 실감나게 하고 있다. 출산율을 획기적으로 제고시킬 정책방안을 계속 모색해야 하겠지만 출산율 제고가 어렵다는 가정 하에 노인들을 사회의 주류에서 배제할 것이 아니라 사회의 주류로 계속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연령통합사회’ 패러다임으로 사회정책을 개발하고 추진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령화사회의 지속 가능성은 바로 고령화사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시키는 잘 못된 편견이나 고정관념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과학적으로 검증되고 있는 중년기부터 새로운 지식과 기술 학습과 훈련 가능성을 인정하고, 일반 지식과 직업능력 개발 교육을 적어도 중년기부터 체계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사회적 제도를 마련하여 노인들이 계속적으로 건강하고 가치 있는 사회의 주류가 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노인을 계속 사회적 참여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지 못한다면 고령화사회의 지속 가능성은 크게 위협당할 것이다.
고령화사회는 인류사회의 발전의 위대한 결과이기 때문에 미래의 고령화사회는 우리의 생각과 관점을 바꾸어 충분히 준비하면 모든 연령층이 같이 향유하는 새로운 미래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고령화사회를 지속가능하고 발전가능하게 구축할 수 있는 ‘연령통합사회’의 정책 패러다임은 국가는 물론 기업과 국민 개개인 모두에게 절실히 필요한 새로운 가치관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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