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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의 사익화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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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05월17일 22시28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0시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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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의 사익화

 

 공익과 사익간 구별은 소크라테스만큼 오래고 어려운 논의이다.  공익은 사익의 최대한에 불과한 것인지, 아니면 사익과는 질적으로 다른 종류의 것인지에 관하여 견해가 갈리지만, 공직자가 사익이 아닌 공익의 실현을 위하여 존재하여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그렇다면 공직자는 공익의 실현을 위하여 어떤 행동기준을 지켜야 하는가? 대표적인 사익화로서 뇌물수수와 이해가 상충되는 영리활동에 관하여 간단히 논하고자 한다.


공직자 뇌물수수금지

공직자는 자신의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직무의 대가로서 뇌물을 받아서는 안 된다.  뇌물을 공직자가 아닌 제3자가 받은 경우나 공직자가 퇴임후에 받은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문제는 뇌물수수행위가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을 가져야만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검찰이나 사법부의 판단은 이에 대한 일관된 판단기준을 제시하지 못하였다.  사후적으로 판단할 경우 고려되어야 할 몇가지 요소만을 열거하고 있을 뿐이어서 사전적으로 행위의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위법행위의 처벌 여부가 행위가 발각되느냐 여부, 누구를 변호인으로 쓰느냐 등 지극히 우연적인 요소에 따라서 좌우된다면 그 법은 더 이상 법으로서의 정당성을 상실한 것이고 따라서 아무도 지키려 하지 않는다.  


그 결과 소위 김영란법 즉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나와서 확대된 공직자에 국한하여 직무관련성은 요구하되 대가성의 요건 충족 여부와 관계없이 무조건 금품의 수수를 금지하기에 이르렀다.  법논리적 측면을 떠나서 입법정책적인 면에서 법을 지켜야 하는 행위자 내지 법집행기관의 자의적 우연적 판단을 막을 수 있다는 이유뿐만 아니라 법집행의 효율 내지 효과라는 측면에서도 분명히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공권력의 금지권한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원칙에 반하고 과다한 범죄화가 법치주의의 기초인 철저한 법집행원칙을 해할 우려가 있다. 또한 부정청탁이라는 지극히 모호한 행위를 금지한 점, 광범위한 신고의무를 부과한 점, 과태료 부과로서 법의 집행을 확보하려 한 점 등 법시행에 관하여 아무 것도 예측할 수 없는 엉망진창의 괴물을 만들어 내고 말았다.  정치가 법과 사회를 망친 대표적인 예이다.


공직자 - 이해충돌방지

공직자는 공익을 실현할 의무가 있는 자이지만 사익이 걸려 있는 경우 모든 사람이 그러하듯이 그러한 의무를 실행할 능력이 없다. 무조건 사익에 반한 의사결정을 하면 될 것같지만 그러한 결정이 언제나 공익의 실현이 아닐 수도 있다.  따라서 그럴 경우 공직자는 판단하지를 말아야 한다.  사법부의 경우 절차법에서 제척, 회피, 기피사유를 규정하고 있고 공직자윤리법(“공윤법”)은 일반적인 이해충돌방지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러한 이해충돌방지의무의 연장이 다름 아닌 퇴임공직자에 대한 취업제한규정이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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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공직자 - 일체 영리활동금지
공직자가 공직자로서 지켜야 할 행위규범은 비교적 쉬운 문제이다. 공직자이기를 그만 둔 후의 행위규범에 대한 보다 다양한 논의에 비하면.  일체의 영리활동을 금지하는 경우 과거 일부 사법부나 행정부 공직자들이 세간의 주목을 받는 대형사건이나 인허가를 특정업체에 유리하게 처리하고 퇴임후 이를 업체로부터 호의를 돌려받거나 취업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런 행위를 증수뇌죄로 처벌가능하지만 대가관계의 인정이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영리할동의 범위를 정하여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법무법인의 고문이나 비영리단체의 이사장은 영리활동인지 불분명하다.  어쨌든 퇴직공직자가 공직의 경험을 사익을 위하여 활용하는 것 자체를 일체 영원히 금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과거 사회가 단순하여 공직생활로 일생을 마무리할 수 있는 시절은 지나갔고 이제는 대부분의 인생이 여러 개의 모자를 쓰면서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사법부를 본받아 최근 우리 법원도 충분한 보수의 제공과 함께 평생법관제도를 시도하고 있는 것은 우리 법원의 가상한 정책방향이다.  사법부의 최고 공직에까지 이른 자들의 경우 예를 들면 사법부에서 대법관을 지냈던 자가 퇴임 후 변호사 업무를 하는 것을 금지하자는 논의가 제기되고는 있으나 부의 축적가능성은 아름다움만큼이나 유혹적임을 인정하여야 한다.  또한, 법조일원화 정책이나 기본권적 측면에서 이에 대한 반대가 심하며 행정부나 입법부의 경우 이와 유사한 논의조차 없다.  현실적으로 공직자를 그만 둔 이후의 경제적 또는 사회적 처우가 충분하지 않다면 일체의 사익활동금지는 균형을 상실한 조치이며 장기적으로 공직에 대한 유인을 대폭 감소시킬 우려가 있다.  나아가 공직자들이 가능한 모든 대안과 각각의 장단점을 검토하여 장기적으로 국민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바람직한 대안을 선택할 의무를 이행할 능력이 없는 무기력한 집단이 될 수도 있다.   
  
퇴직공직자 - 취업제한
공직 퇴임후 일체의 사익추구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차선책은  퇴임한 공직자에게 일정한 기간 동안 사익추구업무를 금지하는 것이다.  우선 취업금지대상 공직자를 정한 후에 이들 공직자들이 출소기간이라고 칭하는 냉각기간과 취업금지대상기업을 정하여야 한다.  이들 논점들이 공윤법에 규정된 이래 저축은행사태나 세월호사건와 같이 문제상황이 발생하면 정치가들은 바로 공직자들의 이해상충을 그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하면서 법개정을 이루어 내었다.  그리하여 현재 취업금지대상공무원의 범위에 사법부 공무원을 포함하게 되었고 취업금지기간은 3년, 금지되는 취업대상업체를 판단하는 기준으로서 퇴임전 5년간의 업무, 취업대상금지업체는 일정 외형거래액을 갖춘 기업과 법무/회계/세무법인 등으로 확대되었다.  참고로 과거 공윤법상 취업금지규정과 관련하여 몇건의 행정소송이 제기된 바 있으며 행정부는 사법부의 관련업무에 관한 제한적 법규해석으로 대부분의 사건에서 패소하였다.  

퇴직공직자의 범위
취업제한의 대상이 되는 공직자는 원칙적으로 재산등록의무자와 동일하되 등록재산공개대상의 범위에 속하지 않는 전무직업인에 대하여는 취업제한을 풀고 있다.  공직자는 정무직공무원, 4급 이상의 일반직 공무원, 학장 이상의 교육공무원, 총경 이상의 경찰공무원과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에 따른 공기업의 상임이사 등과 공직유관단체의 임원을 포함한다.  공직유관단체라 함은  공기업, 정부의 출자·출연·보조를 받는 기관·단체와 정부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거나 대행하는 기관· 단체 중 정부의 지정을 받은 것을 말한다.  
취업제한이 적용되는 퇴직공직자의 범위를 확대하였기 때문에 공직퇴직자간 이동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고 따라서 행정부에서 공기업이나 공직유관단체로 이동시 상당한 이해충돌이 발행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규제가 없다.  물론 공윤법이 정하고 있는 일반적 이해상충방지의무를 근거로 행정부 공무원이 소위 산하단체로 이동하면서 이해상충행위를 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나, 공직자의 범위확대는 공윤법상의 일반적인 취업제한접근방법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따라서 현행 법체제하에서 이해충돌상황에서의 공익우선을 확보하기 위하여는 공직유관단체의 지배구조개선을 통한 퇴직공직자의 견제시스템 확립, 공직유관단체 지정제도의 합리적 운용 등이 필요할 것이다.  이는 보다 광범위한 관련 법규의 개정을 필요로 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 아닐 수없다. 

3년 취업금지기간
일반적으로 고용주와 피용자간 퇴사후 경업금지에 관한 약정시 그러한 약정의 유효성 내지 유효한 범위를 판단함에 있어서 금지지역, 금지업종과 함께 금지기간이 고려된다.  금지기간에 관하여 사법부의 과거판례를 살펴보면 1년 내지 1년반을 최대한으로 보고 있다.  금지업종이나 금지업체의 범위도 고려요소이기는 하지만 단순히 공직자라는 이유로 4급 이상의 퇴직공무원에게 일률적으로 3년의 금지기간을 부과하는 것은 일반적인 경업피지의무의 유효성의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공윤법이 퇴직공직자의 범위와 기간을 일률적으로 확대함으로써 과연 퇴임공직자의 이해충돌이 방지될 수 있겠는가?  공윤법은 지극히 불투명한 그러나 백지수표식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제도를 두고 있기 때문에 기간의 일률적 확대는 실제 커다란 의미가 없다.  유일한 해결방법은 취업금지기간을 퇴직공직자의 직급에 따라서 차등을 두는 것이다.  

업무관련성 판단을 위한 퇴직전 5년동안의 업무
업무관련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퇴직공직자의 직급에 따라서 부서의 업무를 또는 기관의 업무를 기준으로 하여 차등을 두고 있다.  이는  3년의 취업금지기간제도보다는 합리적이다.  공윤법도 퇴직공직자의 권리가 불합리하게 제한되지 아니하도록 할 것을 규정하고는 있으나 기관전체 내지 5년동안의 취급업무를 기준으로 업무관련성을 판단하는 것 자체가 이미 퇴직공직자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취업금지 자체가 개별적인 사안에서의 판단필요성을 없앰으로써 이해충돌가능성을 사전에 선제적으로 봉쇄하자는 취지이기 때문에 일률적인 기준의 제시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공직자경력이 아무리 길어 보아야 20-30년일 것인데, 5년을 기준으로 관련업무를 정하는 경우 이에 관련되지 않는 업무가 없을 것이므로 결국 모든 퇴직자에게 기관기준을 적용하는 것과 마찬가지 효과가 있을 것이고 따라서 지극히 광범위한 업무관련성이 인정될 것이다.  그렇다면, 업무관련성은 아무런 제한적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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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탈출구 - 취업승인
취업금지의 범위에 관한 판단의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에 대한 확인제도를 둔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확인제도를 이용하기 위한 절차적 요건의 충족없이 바로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예외승인제도를 두고 있는 것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다.  취업금지대상인 퇴직공직자가 비교적 고위직에 국한되어 있는 마당에 이들의 영향력 하에 있었던 자들로 구성될 수도 있는 공직자윤리원회에 절차나 요건에 관한 아무런 규정이 없는 예외의 인정가능성을 부여한 것은 일률적인 취업금지제도 자체의 근간을 흔드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개별적으로 예외를 인정할만한 사정이 있는 경우가 없을 수 없으나 취업제한은 법령에 명백하게 규정된 사항으로 모든 공직자에게 예견가능하였기 때문에 개별적인 사안에서 불공정한 결과가 나옴을 이유로 예외를 인정할 필요가 더더욱 없다.  더구나 취업승인제도가 아무런 기준없이 활용되고 있음은 취업제한제도 운용에 있어서 지극히 유감스런 현실이다.  취업제한이 싫다면 공직에 나가지 말아야 하고 그럴 경우 유능한 인재를 공직에 활용하지 못할 가능성으로 인한 역효과는 결국 국민이 정치가의 공권력과 개인간 균형점에 과한 정치철학에 따라서 선거에서 선택할 문제이다.  승인제도는 신속하게 폐지되어야 할 제도이다.

공직자의 철학
공직은 국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명예로운 직업이다.  또한, 국민을 다스릴 수 있는 쾌감을 주는 직업이다.  한편, 결과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하는 부담스런 직업이기도 하다.  공직자는 현역 시절 쾌감을 즐겼을 것이고 퇴직공직자가 되면서 혹자는 명예를 지키면서 살아가려 할 것이고 혹자는 봉사를 하였으니 이에 대한 경제적 대가를 구하려 할 것이다.  
법은 보통 사람을 기준으로 만든다.  법이 기대하는 보통사람의 행태는 명예를 지키려 하는 자가 아니라 공직을 빌미로 경제적 대가를 추구하는 자이다.  그런 의미에서 취업제한제도는 필요하다.  그러나, 취업제한제도라는 멍에를 지나치게 무겁게 만들면 아무도 그 멍에를 지려하지 않을 것이고 또한 멍에를 지고 가면서 이를 가볍게 하기 위하여 온갖 꽁수를 쓰려 할 것이다.  올바른 균형점을 찾기 위하여는 하나의 사건에 대한 단발적 반응이 아니라 보다 심도있는 이해관계자들의 열린 토론과 화합이 필요하다.  최소한도의 목표는 제도를 악용하려는 자를 막는 것이고 최대한도의 목표는 모든 이들이 서로를 존경하며 합의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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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05월17일 22시28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0시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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