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에도 봄은 오는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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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시절인 1926년 저항 시인 이 상화는 ‘개벽’지에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발표하였다.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중략.......“
“
이 시를 통해 작가는 봄을 맞이하여 새로운 희망과 기대를 품고 들판에 나서 새로운 생명을 되찾아 가며 조국에 대한 애착을 느끼게 된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조국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 보고자 하는 강한 의욕을 갖지만 막상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고 있는 자신에 대해 실망하고 자조에 빠져 국권 회복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다. 그러나 결국 그러한 현실을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희망의 불씨가 결국 20년 후 광복을 맞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금융에 관련 된 글을 쓰며 무슨 엉뚱하게 이 상화 시를 언급할까? 요즈음 경쟁력을 잃고 추락하고 있는 우리나라 금융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일제에 의해 강점되어 자유를 누리지 못했던 우리나라를 보는 것 같다. 금융을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발전시킬 묘안에 대해 뚜렷한 답을 제시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아 글을 써본다. 그래서 우리가 광복을 맞았듯이 우리 금융도 동북아를 넘어 세계적인 금융으로 우뚝 설 수 있으리란 기대를 가져보고 싶다.
금년 초 필자가 이사장으로 있는 서울IB포럼에서 우리 금융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진지한 토론을 한 적이 있다. 포럼에 참석한 금융 전문가들은 현 한국 금융이 처한 위기는 단순히 금융업의 위기가 아니라 이대로 방치하면 실물경제 위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극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데 대해 대체적인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금융이 단순히 실물경제 성장발전에 도움을 주는 서포팅 기능을 넘어 주체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전략산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금융전문가들의 견해이지만 정치권과 정부 고위층 인사들의 생각은 금융이 단순한 실물경제 보조기능에 머물렀던 70-80년 대 사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서울을 동북아 금융허브로 만들어 보겠다는 의욕으로 대통령 직속 위원회까지 구성하여 추진했던 정부도 있었지만 갈수록 우리 금융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 급기야 World Economic Forum에서 평가한 금융성숙도 면에서 우리는 아프리카 우간다 수준이란 언급하기조차 창피한 성적표를 받아보고 있다.
참석자 중 한 분이 지적한 얘기는 우리 가슴을 더 아프게 했다. “20년 전에도 어느 모임에서 한국 금융의 현황과 발전방안이란 토론에서 제시 문제점과 해결방안이 오늘과 똑 같았다” 그 동안 실물경제는 세계 10위권으로 도약했는데 우리 금융은 무엇을 하였을까. 금융을 평생 연구하고 가르친 학자로서 창피하고 심한 책임감을 느낀다.
우리 정치권이나 정부 고위직들이 서비스업에 대한 기본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그들은 아직도 서비스업의 본질을 외면하고 서비스업은 공짜란 생각은 갖고 있는 것 같다. 금융업은 대표적인 서비스 업종이다. 서비스대가로 부가가치를 창출하여야 하는데 이를 공짜로 생각하니 금융권이 이익을 좀 많이 실현하면 서비스 대가인 수수료를 인하하라 압박을 가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금융회사들은 국제경쟁력은 말할 것도 없고 생존자체마저 위협받고 있다. 은행이나 증권회사들의 수익성 지표인 ROA나 ROE 모두 경쟁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금융감독 체계를 근본부터 개혁해야 한다. 현 우리 감독시스템은 산업정책과 감독정책을 한 부서에서 시행하고 있고, 금융회사 건전성 감독과 금융소비자 보호가 동일한 감독기관에 의해 실시되고 있다. 또한 산업정책에 있어서도 국제금융과 국내금융이 서로 다른 부처에서 집행하고 있는 매우 기형적인 체계를 갖추고 있다.
산업정책과 감독정책을 한 부서에서 하게 되면 감독이 산업 정책에 의해 피해를 당하게 되어 있다. 대표적인 실패 사례가 저축은행 사태일 것이다. 요즈음처럼 개방된 사회에서 국내금융과 국제금융의 분리는 있을 수 없으며 금융위기에 신속하게 대응이 어렵게 되어 있다.
금융부를 만들든지, 금융위 정책부분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하여 한 부서에서 국내 국제 금융산업정책을 동시에 집행하게 하여야 할 것이다.
대신 금융감독기구를 독립하여 감독정책과 감독집행을 하게 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건전성 감독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동일 기구에서 하게 되면 소비자 보호가 희생될 소지가 많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을 강화하여야 할 것이다.
금융의 형태도 겸업주의가 보편화되어 은행, 증권 보험의 영역이 점점 허물어지고 있다. 감독도 이러한 추세에 맞추어 기관별 감독행태를 벗어나 기능별 감독을 하여야 한다. 전문성 면에서 감독기구 직원들 수준이 회사 전문가들 수준보다 반드시 높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민간부분과 감독기구 사이 인적교류가 활성화 되어 급변하는 금융환경 변화에 대응하여 정책부서나 감독부서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
금융은 자율과 창의를 먹고 사는 산업이다. 상품개발, 가격결정 등 구체적인 회사의 경영에 감독기구가 간섭하는 한 금융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금융을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하고 정부는 더 이상 금융상품 가격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
금융회사 상품개발에 최대한 자율성을 높여주어야 한다. 고객의 니즈는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현 열거주의 방식의 금융관련법으로는 다양화되고 있는 고객 수요에 맞는 상품개발이 어려울 수 있다. 금융관련 법을 포괄주의 방식으로 개편하여 할 수 없는 업무만 법에 나열하고 해당되지 않는 것을 자유롭게 회사가 개발할 수 있어야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적기에 개발하여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금융이야말로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산업이다. 정권만 바뀌면 금융회사 CEO에 정권의 입맛에 맞는 비전문가들이 점령군처럼 내려오는 상황에서 금융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정부가 소유한 주식이 한 주도 없는데 무슨 권한으로 금융회사 인사에 관여하는가? 인사의 파행이 우리 금융수준을 아프리카 콩고수준으로 떨어뜨리는 제일 큰 원인일 것이다. 금융회사에 적격성 심사제도를 강화하여 비전문가는 아예 금융권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여야 한다.
일제의 점령하에 동토처럼 얼어붙었던 우리에게 궁극으로 광복과 해방이 왔듯이 앞이 안 보이는 우리 금융도 우리가 하기에 따라 삼성전자처럼 세계적인 금융회사 출현이 가능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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