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사랑방> 블록체인과 AI의 융합: 분산 인공지능 본문듣기
작성시간
관련링크
본문
2016년 12월 OECD는 ‘2016 OECD 과학기술혁신 미래전망 보고서’를 통해 향후 10~15년간 전세계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미칠 10대 기술을 발표하였다. 이 중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 기술이 포함되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오픈AI사가 개발한 GPT 같은 생성형 AI 및 거대언어모델(LLM)의 등장은 인공지능 기술의 혁신적인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마찬가지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비트코인 현물 기반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으로 블록체인 기술이 제도권 내 기술로 인정받기 시작했으며, 대중 수용 초기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근래에는 성숙 단계로 접어드는 두 기술이 어떻게 서로를 보완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이 최근에 작성한 ‘The promise and challenges of crypto + AI application’이라는 글은 암호화폐와 AI의 교차점에서 발견할 수 있는 혁신적인 사용 사례를 언급하며 이러한 논의를 촉발하였다. 현대 자연어 처리의 중요 모델인 ‘트랜스포머’를 제안한 논문, ‘Attention is All You Need’의 공동 저자이자 NEAR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창시자인 일리야 폴로수킨도 블록체인과 AI가 최고의 시너지를 낼 것으로 전망하며 데이터 크라우드소싱 등의 사용 사례를 강조한다.
이러한 배경과 기대 속에 분산 AI(Decentralized AI)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분산 AI에서 도전하고자 하는 중요한 질문은 ‘어떻게 하면 단일 기업이 AI를 통제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이다. 오늘날의 AI는 하드웨어 칩이 제공하는 연산량과 모델 학습에 사용할 데이터가 핵심 자원이다. 그런데 이 핵심 자원이 몇몇 큰 클라우드 제공자와 모델 제공자에 집중되면서 중앙화되어 가고 있다. 분산 AI는 이런 중앙화된 AI를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여 개인도 연산량이나 학습용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 수익 창출 기회를 만들어 주는 데 목적이 있다.
카립토(Carypto), 메타 드라이브(Meta Drive), 하이브매퍼(Hivemaper)는 자동차나 오토바이 등의 이동장치를 타면서 수집한 지리 데이터를 제공하는 사람에게 가상화폐나 NFT를 보상으로 주는 대표적인 프로젝트이다. 아카시 네트워크(Akash Network), 렌더 네트워크(Render Network)는 간단한 프로그램 설치만으로도 개인이 PC에 있는 GPU 등의 컴퓨팅 자원을 제공하고, 보상으로 토큰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대표적인 프로젝트이다. 이들 프로젝트는 블록체인 프로젝트인 만큼 상당수가 개인도 DAO(탈중앙 자율 조직)를 통해 보상 체계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투표만 통과된다면 보상 체계 같은 핵심적인 결정을 바꿀 수도 있다.
물론 분산 AI에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공개 블록체인 위에 데이터가 기록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프라이버시 문제, 흩어진 연산 자원을 모은다거나 배분할 때 중앙 집중식보다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 등은 분산 AI의 주요 기술적 도전과제이다. 프라이버시 문제는 블록체인 및 암호학의 세부 분야인 영지식 증명으로 해결할 수 있다. 연산 자원 배분의 효율성 문제는 블록체인 기술이 등장하기 이전에 존재하던 ‘분산 컴퓨팅’이라는 컴퓨터 과학의 한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가 진행 중이다.
사실 영지식 증명( Zero-Knowledge Proof , 零知識 證明)이나 분산 컴퓨팅같은 분산 AI를 가능하게 해주는 기반 기술은 블록체인이 등장하기 이전에도 존재하였다. 하지만 과거엔 ‘암호화폐’라는 가치저장/배분 수단이 없었기 때문에 물리적, 법적 제약으로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암호화폐의 등장으로 데이터나 컴퓨팅 자원의 소유와 가치 배분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다.
이렇게 분산 AI의 발전은 기술적 진보뿐만 아니라 경제 기회 창출이라는 관점에서 중대한 전환을 가능하게 해준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개인이 데이터와 컴퓨팅 자원의 가치를 직접 통제하고 보상받을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었다. 그러나 우리 앞에는 프라이버시 보호, 자원 배분의 효율성,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 같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러한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선 기술적 혁신뿐만 아니라 규제,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참여 독려 같은 포괄적인 논의가 필수적이다. 분산 AI의 미래는 단순히 개발자들의 손에만 달린 것이 아니다. 사회 전체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을 통해서만 분산 AI가 제대로 동작할 것이다. 분산 AI를 통해 민주적이고 공정한 기술 생태계가 조성되어 개인도 AI 생태계 기여자로서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길 바란다.
<ifsPOST>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