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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국가 그리고 헌법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4년06월22일 21시56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6시20분

작성자

  • 임지봉
  •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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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국가 그리고 헌법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안전에 둔감한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이 드러났다. 눈 앞의 이윤 추구에 골몰한 기업에 의해 기준을 훨씬 넘는 과적과 허술한 화물 고박이 관행으로 굳어져 있었다. 여기에 정부 당국의 관리·감독도 부실했다. 사고 발생 후 정부의 인명 구조도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이 모든 것들이 이유가 되어 초대형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물음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이후 많은 국민들은 ‘국가란 무엇인가’라고 되묻기 시작했다. 인재(人災)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지 못한 국가에게 그 존재 이유를 물은 것이다. 헌법학에서도 ‘국가’는 중요한 연구 화두이다. 국가는 일반적으로 ‘일정한 지역을 기초로 하고 그 위에 거주하는 주민을 배타적으로 지배하는 통치조직’으로 정의된다. 이러한 국가의 기원과 관련해 근대 이후에 많은 이론들이 주장되었다. 그 중 사회계약설이 지금까지 광범한 지지를 받고 있다. 절대왕정의 왕권신수설에 대항한 시민계급의 국가이론인 이 사회계약설은 국가의 기원을 국민의 동의에, 국가의 목적을 개인의 생명, 자유와 재산의 수호에 둔다. 즉, 국민 개개인의 생명, 자유, 재산의 수호를 위해 국민들 스스로 사회계약을 맺어 국가를 탄생시켰다는 것이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존재 이유와 목적은 국민의 생명, 자유, 재산의 수호에 있다. 세월호 참사에서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라는 최소한의 목적 수행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기 때문에 국민들이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끄집어 낸 것이다. 근대사회를 연 귀중한 문서 중의 하나인 프랑스 인권선언도 제2조에서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태어난 이상 소멸될 수 없는 권리를 가진다고 보고, 이러한 권리로서 ‘자유권, 재산권과 안전에 대한 권리 및 억압에 대한 저항권’을 들고 있다. 여기서도 알 수 있듯이 국민의 안전에 대한 권리는 근대 이후 가장 기본적인 인권의 하나로 인식되어 오고 있는 것이다.
 
국가의 기본권보장의무와 세월호
 
우리 헌법에도 국민의 생명, 안전 보호를 위한 국가의 역할들이 여러 곳에서 강조되고 있다. 우선 헌법 제10조 제2문은 기본권에 관한 첫 조항에서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하여 국가의 기본권보장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즉,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 침해되었거나 침해될 우려가 있을 때 여러 가지 구제수단을 마련해 국민의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되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임을 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원래 국민의 기본권은 국가에 의해 가장 빈번하게 침해된다. 그런데 국가가 기본권에 대한 보호 의무자가 된다는 것은,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침해자로서의 지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 동반자로서의 지위에 서면서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함을 요구하는 것이다. 또한 이것이 헌법에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국가의 기본권보장의무는 단순한 윤리적·선언적 의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법적 의무로 인정받게 된다. 즉, 국가가 기본권보장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에 그 위반에 대해 법적 책임을 추궁하거나 그 이행을 확보하는 법적 수단을 강구할 수 있음을 말한다. 그리고 이 때 이 기본권보장의무의 수범자는 입법, 행정, 사법의 모든 국가기관이다. 세월호 참사는 입법, 행정, 사법의 국가기관들이 헌법이 명하고 있는 국민의 기본권보장의무를 다하지 못했기 때문에 빚어진 참사이다. 국회는 재해 예방이나 재난 구조와 관련해 비슷한 내용의 법들을 남발할 것이 아니라 필요한 법을 반드시 지킬 수 있게 하는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 그리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이러한 법 규정들을 위반했을 때 이를 엄하게 처벌하는 규정들을 두었어야 했다. 솜방망이 처벌을 내용으로 하는 허술한 법규정들로서는 세월호 참사를 막아내기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행정부의 관리·감독 소홀은 더 큰 문제였다. ‘관피아’로 대변되는 공직사회의 모순과 불합리는 재해 예방이나 재난 구조와 관련해 행정부의 관리·감독을 한없이 무디게 만들어 버렸다. 사법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법 위반들에 대해 지나치게 온정주의적으로 법을 적용한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결국 세월호 참사는 입법·사법·행정 3부의 난맥상이 총체적으로 표출된 것에 다름 아니며, 헌법이 요구하는 국민의 기본권보장의무가 이들 국가기관들에 의해 방기된 결과이다.
 
재해로부터의 국민보호의무와 세월호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세월호 참사와 직접적 연관성을 갖는 헌법조항은 헌법 제34조 제6항이다. 이 조항은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해 예방과 재해로부터의 국민보호의무’를 국가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재해’는 국민의 생존에 연결되는 사안이다. 불의의 국가적 재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의 적극적인 정책수립은 복지국가원리를 기본이념으로 삼는 우리 헌법의 당연한 요구이다. 그리고 우리 헌법은 ‘재해’를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음을 이 조항을 통해 알 수 있다.
 
철저한 원인 규명이 먼저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번 세월호 참사의 원인과 대책에 대한 해답은 이미 헌법에 나와 있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 확보를 위한 기본권보장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재해 예방과 재해로부터의 국민보호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러한 초대형 참사가 발생한 것이며,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다시 헌법의 정신으로 돌아가 이러한 국가적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들을 강구해내야 할 것이다. 물론 대책 마련보다는 철저한 원인 규명이 먼저다. 무엇이 이러한 인재(人災)를 불러왔는지를 낱낱이 규명하지 않고 서둘러 대책 마련에 부산을 떤다면, 그 대책은 사상누각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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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6시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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