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논란을 보며 본문듣기
작성시간
관련링크
본문
최근에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7월초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2분기 해양플랜트 부문의 손실 반영 등으로 2조∼3조원 단위의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1분기에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43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기는 했지만, 작년 2분기에는 1,027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등 작년에만 총 4,71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기 때문에 더욱 충격이 컸다. 8월 중순의 실적발표에 의하면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2분기에만 3조 39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여 올해 상반기에 3조 83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였다. 작년 1년동안 4,711억원의 영업이익을 보고한 기업이 6개월 사이에 3조 83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는 것은 매우 놀라울 뿐만 아니라 언뜻 이해가 되지도 않는다.
대우조선해양은 왜 갑자기 많은 손실을 보고하게 된 것일까? 대우조선해양의 외부감사인인 안진회계법인은 반기연결재무제표 검토보고서에서 “회사는 국제유가 하락추세가 장기화되면서 발생하고 있는 일부 발주처의 재정악화 등으로 인해 수정·추가 작업에 대한 공사계약 금액의 증액 가능성이 현저히 감소하게 되었고, 전기에 예측하지 못한 건조경험이 부족한 해양프로젝트에서의 급격한 공사원가 증가 등의 사유”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2분기에 대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논란의 핵심은 “미청구공사”이다. 미청구공사란 발주처에 대금을 청구하지 못한 미수채권을 말한다. 예를 들어 A사가 선박건조계약(총금액 300억원, 건조기간 3년, 매년 1/3 완공 가정)을 체결하면 A사는 첫해연도에 100억원의 매출(수익)을 기록한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선박건조기간 지연 등의 이유로 발주처로부터 80억원만을 받을 수 있다면, 20억원은 미청구공사(자산)로 기록한다. 미청구공사는 자산이라는 점에서는 일반적인 매출채권과 같지만, 미청구공사 금액이 커질수록 매출채권에 비해 회수가능성이 낮아진다는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미청구공사로 기록된 20억원을 나중에라도 받을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선박건조기간 지연 등으로 선박건조원가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결국 미청구공사금액 중 일부는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문제는 ‘미청구공사 중에서 어느 정도를 받을 수 있는가?’와 ‘만약 일부를 받지 못한다면 언제 받지 못할 것으로 회계상 인식할 것인가?’이다. 미청구공사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인식한다는 것은 그만큼 비용(손실)을 인식하게 되어 영업이익이 감소한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에도 논란이 된 것은 ‘미청구공사 중 얼마를 언제 비용(손실)으로 인식하는가?’이다. 이러한 미청구공사 논란은 조선업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진행기준에 따라 수익을 인식하는 건설업도 해당한다. 대우조선해양에 앞서 작년에 대우건설 분식회계가 논란이 된 것도 미청구공사 때문이었다.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논란은 다른 분식회계 사례와 다른 점이 있다. 첫째, 대우조선해양의 사례는 분식회계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분식회계 방법인 매출의 이중계상은 경영자가 고의로 매출을 과대 계상하여 이익을 늘린 경우로서 명백한 분식회계이며, 이에 대해서는 이론(異論)이 없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에 대해서는 분식회계 여부에 대하여 전문가마다 의견이 다르고, 분식회계로 보는 경우에도 분식회계 금액을 얼마로 볼 것인가에 대해서도 전문가마다 의견이 다르다. 둘째,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손실발생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유사한 상황에 처해있는 현대중공업이 작년에 3조 2,495억원의 영업손실을 보고하였고, 삼성중공업은 작년에 재작년에 비해 대폭 감소한 1,830억원의 영업이익(재작년의 영업이익 9,142억원)을 보고하였다. 따라서 대우조선해양이 작년에 재작년보다 303억원 증가한 4,711억원의 영업이익(재작년의 영업이익 4,409억원)을 보고한 것은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또한 조선업이나 건설업과 같은 수주산업의 경우는 미청구공사 금액이 증가할수록 그만큼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진다. 대우조선해양의 미청구공사 금액이 2013년말에 5조 8,819억원, 2014년말에 7조 4,061억원, 2015년 3월말에 9조 4,347억원으로 증가한 것은 그만큼 손실발생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손실발생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논란은 왜 발생하였는가? 첫째, 회계기준의 모호성이다. 우리나라는 2011년부터 주권상장법인을 중심으로 국제회계기준(K-IFRS)을 채택하고 있다. 원칙중심인 국제회계기준은 대우조선해양의 사례에 대하여 명확하게 어떻게 회계처리 하라고 정해져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분식회계에 대한 논란이 있는 것이다. 물론 회계기준의 이러한 모호성을 경영자가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둘째, 빅베쓰(big bath)라는 주장이 있다. 빅베쓰란 올해 최대한의 손실을 인식하여 향후 경영성과가 좋아지게 하는 것으로서 경영진이 교체될 때 후임경영자가 이용하는 방법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5월말 대표이사가 변경되었다. 변경되기 전의 경영진은 연임을 위해 이익을 과대계상하려는 유인이 있고, 새로 임명된 경영진은 과거의 손실을 최대한 인식(빅베쓰)해야 향후 본인의 실적이 좋은 것으로 비춰지기 때문에 이번에 과도하게 빅베쓰를 했다는 주장이다.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논란에서 피해자는 재무제표를 믿고 주식투자를 하거나 돈을 빌려준 주주와 채권자 등이다. 이러한 선의의 피해자가 없도록 대우조선해양 사례와 같은 분식회계 논란을 없애는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분식회계와 부실감사에 대해서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경영자가 분식회계를 하고 감사인(공인회계사)이 부실감사를 한 경우에 문제가 된다. 부실감사를 한 공인회계사를 엄하게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분식회계를 저지른 경영자에 대한 더 엄한 처벌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동안의 처벌은 분식회계를 한 경영자보다 부실감사를 한 공인회계사에 대해서 더 엄하게 처벌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서는 분식회계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 물론 그 과정에서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법과 규정을 명확히 필요가 있다. 둘째, 회계기준을 명확히 하여 회계기준의 모호성으로 인한 분식회계 논란을 없애야 한다. 우리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국제회계기준은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에서 제정하므로 우리나라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이라도 주석 등을 통해 향후 손실 가능성 정보 등을 충분히 제공하는 방법을 통해 이해관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여야 한다. 셋째, 감사위원회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하여야 한다. 감사위원회는 상법상 감사 대신에 3인 이상의 이사로 구성되고, 그 중 3분의 2이상이 사외이사로 구성되는 위원회이다. 감사위원회가 경영진을 제대로 감시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엄한 책임을 부담시켜야 한다. 넷째, 재무분석가, 신용평가사 등을 포함한 전문가들이 책임감있게 기업을 철저히 분석해서 의견을 표명해야 한다. 미청구공사 금액의 추이만 보아도 알 수 있었던 대우조선해양의 실상에 대해서 분식회계 논란이 있기 직전까지도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매수의견을 표명한 증권사들이 많았으나, 이들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들의 매수의견을 믿고 투자한 주주와 채권자들만 억울한 피해자가 되었다.
이런 분식회계 논란을 보면서 회계를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괜히 위축되고 사회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든다.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논란을 통해 ‘기업의 경제적 실질을 보여주어 이해관계자의 경제적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회계의 본래의 목적이 달성되기를 바란다. 부디 이번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논란을 계기로 신뢰받는 회계문화가 정착되길 바래본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