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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정책, 새로운 방향 모색이 절실하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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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5월27일 17시05분

작성자

  • 김도훈
  •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전 산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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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약해지는 주력산업 경쟁력, 이대로는 안 된다”

 

지난 몇 년간 계속 주력산업의 위기 문제가 제기되어 왔지만 금년 초에 더욱 첨예하게 이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아마도 지금까지는 몇몇 매우 어려운 산업들이 있었지만 그 어려움을 상쇄할 만한 다른 산업들이 호조를 보여 주었기에 그 불안감이 완화될 수 있었던 데 비해, 금년 초에는 그렇게 호조를 보여 왔던 산업 중에서 반도체마저도 그 수출실적이 크게 떨어지고, 그 다음 몫을 해 왔던 자동차산업도 세계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반도체의 수출은 금년 1-4월의 실적만 보면 참으로 믿기 어려울 정도의 참담한 모습이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거의 20% 정도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런 반도체의 부진이 같은 기간 동안 우리나라 총 수출실적 6.9% 감소의 주된 원인이 된 것은 물론이다.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등이 플러스 실적을 보인 것은 제외하면, 거의 모든 주력산업들의 수출실적이 마이너스 실적을 보였다.

 

반도체의 실적 부진은 어쩌면 작년, 재작년의 예외적인 가격 급등에 따른 실적 호조 때문이라 치부한다 하더라도 우리나라 주력산업들의 경쟁력 저하 현상은 우려스럽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금년 초 플러스 실적을 보인 자동차의 경우 주력시장인 중국과 미국 모두에서 판매와 현지생산 실적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하니 더욱 그렇다. 

주력산업의 부진 현상은 가까운 장래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더욱 걱정된다. 즉, 국내 설비투자 증가율이 작년 중반 이후 거의 줄곧 마이너스 증가 실적을 보이고 있는데 그만큼 우리 산업이 미래를 대비하는 데 소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경쟁력 위기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래도 우리 주력산업들의 상대적인 경쟁력은 아직도 괜찮은 편이라는 평가도 가능하다. 그것은 UN의 Comtrade 데이터에 의하면 2017년 우리나라 총수출이 세계 전체 수출의 3.3%를 차지하는 데 비해, 주요 주력산업들인 조선, 반도체, 자동차, 통신기기, 철강, 석유제품 등은 각각 27.2%, 9.1%, 5.4%, 5.2%, 6.3%, 5.2%라는 상당히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즉, 지금까지 우리 주력산업들은 상당한 실력을 쌓아왔고 그것을 어렵게나마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지금 이런 우리나라 주력산업들의 경쟁력이 미래에 얼마나 지속 가능할 것 인지일 것이다. 특히 투자 규모로나 국내외에서 양성한 고급인력의 규모로나 막대한 격차를 보이고 있는 중국의 빠른 추격을 감안하면 더욱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우려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 것은 거의 모든 주력산업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들도 국내에서 투자를 늘리기보다는 해외생산에 초점을 맞추어 가고 있는 현상일 것이다. 해외생산에 주력하기 시작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과연 진정한 우리 산업의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산업의 미래를 걱정하고 미래의 산업정책을 생각하는 사람들로서는 더 이상 기존 주력산업들의 수출구조, 세계시장 점유율에만 주목해서는 우리 산업의 미래를 확보하기가 곤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다행히 우리 산업구조는 빠르게 고도화되어 가는 상황이라 판단된다. 즉, 우리 수출구조는 완제품 수출구조에서 이미 중간재 수출구조로 빠르게 변모해 왔다.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2018년 우리나라 수출상품 구조를 보면, 중간재가 전체의 72%를 차지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일본 산업이 그런 모습을 보여 왔듯이, 어쩌면 이런 상황으로 상당기간 산업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판단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것도 다소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는데, 이는 일본과 달리 우리 중간재 수출이 주로 해외로 진출한 우리나라 완제품 기업들에게 공급하는 역할에 중점을 두고 있는 점에 주목하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 중간재의 최대 수출처인 중국도 중간재의 수출의존도가 높은 현상에 주목하며, “중국제조2025” 등을 통해 부품소재의 실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중간재 수출에 의존해서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 산업의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어떤 산업정책이 필요할까?

 

먼저 지금 우리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주력산업들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즉, 지금까지 우리 산업정책이 가장 큰 중점을 두어 왔듯이 이들 주력산업들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하는 것이다. 즉, 중국의 추격에 주목하며, 기술개발 등을 통해 가능한 대로 더욱 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동시에 이들 주력산업들의 시장여건을 좋게 하는 FTA 체결과 같은 통상정책도 이런 맥락에서 그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점점 더 경쟁력이 약화되는 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 정책의 틀을 마련하는 일도 중요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 도입으로 길을 연 기업들의 산업재편을 도와주는 산업구조조정 정책도 실효성을 높여 나가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더 기대해야 할 방향은 역시 새로운 산업들을 태어나게 하는 산업정책이 아닐까 싶다. 지금까지는 신산업이라 하면 시장잠재력이 큰 분야를 정부가 선정하여 기술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자하여 개척해 나가는 것을 생각해 왔다. 차세대 성장 동력, 5T, 6T 등의 예가  좋은 사례라고 생각된다. 미국, 유럽, 그리고 최근에는 이웃 일본과 같은 선진국들에서는 신산업을 열어가는 정책적 노력의 기조를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내는 일은 기업의 일, 정부는 새로운 산업을 태어나게 하는 산업 환경 조성에 주력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어 오는 모습이다. 

 

여기서 한 가지 큰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즉, 과연 우리 기업들이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는지의 의문이다. 한때 이와 관련하여 이른바 ‘first mover’(선도자) vs ‘fast follower’(추격자) 논의가 활발했는데 지금까지의 우리 산업정책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본다면 우리 기업들이 first mover의 역할을 하는 데에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즉, 새로운 산업들은 우리 기업들이 쌓아 온 기술력만으로는 창출해내기 힘들다는 판단인 셈이다. 이는 신산업이란 것이 세상의 변화를 읽고 그 변화를 주도할 만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는 창의적 기업가들이 만들어 낼 수 있고, 더 나아가 그런 아이디어를 실제로 실천에 옮길 수 있는 뛰어난 제조업자, 공학기술자들과의 협업이 활발히 이루어져야 가능한데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 점차 분명히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 기업들은 이미 검증된 기술들을 벤치마킹하여 이를 개선하여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탁월하지만, 새로운 제품들을 “개념설계”해내는 능력은 매우 부족하다는 서울대 이정동 교수의 지적이 정곡을 찌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2019년 5월 16일 산업경쟁력 포럼 발제 내용)

 그렇다고 우리 기업들의 능력을 폄하할 필요는 없다. 지금까지 fast follower의 방식으로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지금의 세계적인 수준으로 제고해 왔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주력산업의 기업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로 새로운 산업을 창출해 낼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이 문제는 바로 ‘어떻게 하면 실리콘밸리와 같은 산업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을까?’ 라는 과제로 연결된다고 하겠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실리콘 밸리에 있는 연구능력이 탁월한 대학, 유연하고 뛰어난 판단력 가진 모험자본,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려는 스타트업 등에 주목해서 이런 주체들의 실력을 높이거나 만들어내려 해 온 셈이다. 그렇지만 이들이 잘 만들어진다고 하더라도 이들의 능력들을 연결시키는 고리인 우수한 accelerators(촉진자)들이 필요하고, 나아가 성공 가능성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이들을 M&A할 수 있는 자본력을 가진 대기업들의 역할도 필요할 것이다. 

 

이런 점에 착안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신산업을 열어가는 산업정책을 좀 더 다르게 설계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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