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케머런 정부를 배워라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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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새 시대”를 아시나요?
누구든 청와대 홈 페이지 국정운영 란의 맨 위에 나와 있는 박근혜정부의 국정 지표를 모른다고 한다면, 좀 섭섭한 일이다. 질문이 다르긴 하지만 국가미래연구원이 20~40대를 대상으로 4대 개혁정책에 대한 인지도를 물어본 결과(2015년 상반기 2040 주요 정책효과 체감조사) “잘 알지 못한다.”는 응답이 55.9%를 달하는 것을 고려해 보면, “희망의 새 시대”를 모른다고 해도 별로 이상할 것이 없을 것 같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 기간의 거의 절반을 지난 7월 3주차 대통령 직무 수행에 대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잘하고 있다” 33%에 “잘못하고 있다”가 58%로 나왔다. 도대체 무엇을 그렇게 잘못하고 있다는 것인가? 조사 결과 “잘못 하고 있다”는 가장 큰 이유로 ”소통 미흡“(21%)을 들었다. 소통 미흡은 소통 노력이 부족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박근혜정부가 무엇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불만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정부가 국정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지 국민들이 분명히 알고 있다면, 소통 문제가 제기될 여지가 없을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집권 2년 반이 지나도록 박근혜정부가 추구하겠다는 “희망의 새 시대”가 나라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고 가겠다는 것인지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박근혜정부의 절반에 이른 현재 시점에서 박근혜정부에 가장 필요한 것은 지난 2년 반 동안 국민들에게는 이 정부가 지향하고자 하는 “희망의 새 시대”는 보이지 않고 대신에 “세월호 침몰 사건”과 국무총리 인선 파동, 그리고 최근의 “메르스 사태”의 시대로 얼룩져 있는 문제를 냉정하게 돌아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불편한 이야기는 이쯤하고, 어떻게 하는 것이 국민들에게 국정의 분명하게 보여 주는 것인지 다른 나라 사례를 살펴보자. 영국 보수당 케머런 총리(Cameron)는 5월 총선에서 “저세금-저복지”를 공약으로 내걸고 국민을 설득하는데 성공했으며, 여세를 몰아 복지지출을 대폭 삭감하여 5년 후인 2020년까지 정부 재정을 흑자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케머런 총리와 오스본 재무장관이 제시한 국가 청사진은 “from a low-wage, high-tax, high-welfare society to a high-wage, lower-tax, lower-welfare society”로 집약된다.”최저임금을 현재 시간당 6.5파운드에서 2020년까지 9파운드로 인상하는 대신에 복지혜택 한도를 낮추는 한편 저소득층 가정 출신 학생에 대한 교육지원금을 내년부터 대출제로 전환하는 등으로 복지예산을 대폭 삭감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기업배당금에 대한 면세선을 5천 파운드로 인상하는 대신에 배당에 대한 소득세를 인상하여 배당소득이 낮은 가구에 대한 세 부담을 인하하고, 배당소득이 높은 가구의 세 부담은 높이겠다는 것이다. 법인세는 현재 20%에서 2020년까지 18%로 낮추고, 상속세 부과기준은 상향조정하는 개혁안을 발표했다.
물론 케머런 총리의 개혁안이 전적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케머런 총리가 국민들을 조세 부담 인하로 속이고 있다는 비판 주장도 대두되고 있으며, 노조 개혁 법안에 반대하는 공공노조의 파업이 예고되어 있다. 또한 현재의 최저임금 선에 있는 근로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하여 일자리를 잃거나 줄어든 정비 지원과 늘어난 세 부담으로 인하여 오히려 가처분 소득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정부에게 영국 케머런 총리의 보수당 정권에게서 한 수를 배우라고 하는 이유는 정책의 타당성 여하를 떠나서 케머런 총리는 최소한 영국 국민들에게 보수당 정권이 영국을 어떻게 새로운 나라로 만들 것인지를 명확하게 제시해 주고 있다는 점에 있다.
다수 국민들이 박근혜정부의 출현을 고대하고 성원했던 이유는 저성장과 고령화의 분수령에 놓인 한국 경제를 다시 일으킬 수 있는 지도력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기대했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의 5년간이 한국경제의 소위 “골든 타임”이라는데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대통령의 업적에 대한 국민들의 낮은 평가는 이 귀중한 역사적 골든 타임의 절반이 “희망의 새 시대”는 고사하고 의외의 사건들-인사 파동-정쟁으로 허송세월을 했다는 점에 많은 국민들이 실망과 당혹감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하더라도 결코 지나친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는 일성으로 “증세 없는 복지” 정책기조의 타당성을 언급했다.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이후 금년까지 3년간 정부의 관리재정 수지는 거의 100조원 적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증세 없는 복지”로 국민을 행복하게 하겠다는 당론으로 과연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국민들은 “이대로는 갈 수 없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 지도자들은 나에게 표만 주면 “이대로 갈 수 있다”고 한다면, 그런 정치에 국민들이 어떤 희망을 걸 수 있겠는가?
여하간 그래도 아직 절반이 남았다. 명랑대첩을 앞둔 총무공 이순신이 “열두 척의 배가 남아있다”고 했듯이. 박 대통령에게는 아직 30개월의 집권기간이 남아 있고 더구나 박 대통령의 지도력에 대한 국민들의 간곡한 바람이 아직 살아 있다. 그런 만큼 대통령께서 2년 반 전 대선과 집권 초의 포부와 2년 반이 지난 현재 간의 간격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이제라도 새로운 지도력을 보여 주기를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철의 여인”이라고 불리었던 영국의 대처 수상(Margaret Thatcher, 1979-‘90년 재임)이나 “독일 경제를 구한 사람”으로 지칭되는 독일의 슈뢰더 총리(Gerhard Schröder, 1998-2005 재임)와 같이 국가의 성공적 대변혁을 이룩한 위대한 지도자들의 공통된 출발점은 “나라가 이대로 가면 망 한다”는 강한 역사적 소신과 사명감이었다고 할 것이다. 국민들은 박 대통령 역시 이런 강력한 역사적 소신과 소명의식을 가진 지도자로 기대했다. 그런 만큼 국민들은 남은 2년 반 동안 대통령이 국민들이 기대했던 역사적 소신과 사명감으로 “나라가 어디로 어떻게 가도록 국정을 운영” 하는지 국민들에게 분명하게 보여 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할 것이다. 남은 2년 반 동안 누가 박근혜 정부의 “희망의 새 시대”를 “절망의 시대”로 끝나게 할 것인가? 누가 박근혜 정부의 “희망의 새 시대”를 국민들에게 펼쳐 보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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