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첫 민사 재판에 출정, 결과에 따라 치명적 타격 예상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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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1월 치러질 미국 2024년 대선에 공화당 후보 경선에 나서고 있는 트럼프(Donald Trump) 전 대통령이 지난 2일, 자신의 가족 회사 ‘Trump Organization’이 기업 순자산 규모를 과도하게 부풀리는 수법으로 부당 이익을 얻었다는 혐의로 제기된 민사 소송 첫 재판을 위해 뉴욕 주 법원에 출정했다. 이날 심리는 규정 상 반드시 본인이 출정할 필요는 없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원 출두에 앞서 “사상 최대 마녀 사냥이다. 이런 마녀 사냥을 직접 보고 싶어서 왔다” 고 말했다.
뉴욕 주 제임스(Letitia James) 사법장관은 작년 9월 트럼프 및 회사 간부들이 회사 자산을 위조해서 유리한 은행 대출을 받는 등 불법 행위를 저질러 뉴욕 주법(州法)을 위반한 혐의로 트럼프 전 대통령 등을 기소했다. 미 언론들은 이 재판은 그리 오래 끌지 않을 것이고 ‘수 주일 혹은 수 개월 정도’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CNN은 이 재판은 담당 판사가 지난 9월 26일 “트럼프 및 피고인들은 기업 재무제표를 과장해서 사기(fraud) 행위를 계속 반복한 데 대한 책임이 있다” 고 충격적인 결정을 내린 뒤에 시작돼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CNN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예의 험상궂은 표정으로 변호인들과 함께 재판정에 앉아 있는 모습을 담은 이례적인 광경을 보도했다. 아래에 이 첫 재판 관련 사항들을 요약한다.
■ “트럼프 등 피고인들이 3개 회계연도에 부풀린 자산은 총 $36억”
이번에 첫 재판이 개시된 민사 소송은 뉴욕 주 사법장관이 지난 해 9월 트럼프 전 대통령, 그의 두 아들, 가족 운영 기업 및 임원들을 상대로, 자신들이 관여하는 가족 기업의 재무제표에서 기업의 자산 가치를 계속적, 반복적으로 과도하게 부풀리는 수법으로 상업용 부동산 물건에 대한 은행 대출이나 보험 계약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조작하는 사기(詐欺)를 벌인 혐의로 기소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엔고론(Arthur Engoron) 담당 판사는 불과 며칠 전인 9월 26일에 “트럼프 및 공동 피고인들은 사기 행위를 지속적으로 반복한 데 대한 책임이 있다(Trump and his co-defendants are liable for persistent and repeated fraud)” 며 이들의 책임을 인정하는 충격적인 판시를 내린 바가 있다. 동 판사의 이런 인정은 제임스 뉴욕 주 사법장관에게는 중대한 승리를 안겨준 것이라는 평가다. CNN은 일반 국민들은 앞으로 진행될 재판 과정에서 지금까지 베일에 가려져 있던 트럼프의 기업 경영 내막을 보다 상세히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번 소송을 제기한 뉴욕 주 사법부가 공표한 바에 따르면, 트럼프 등 공동 피고인들이 2011년~2021년 기간 중 3개 연도에 걸쳐서 자신들 기업의 순자산(net worth) 규모를 부풀린 구체적인 규모는 모두 36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대해, 트럼프의 변호인들은 ‘기업 자산 가치 평가는 고도로 주관적인 것이고, 자신들은 법원의 (사기 행위) 인정 결과가 기업 장래에 미칠 영향을 가려내는 작업을 진행하는 중’ 이라며 뉴욕 주 사법부의 이런 기소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 “판결 여하에 따라 ‘거액 벌금’ 및 기업 경영에 ‘치명적 타격’ 예상”
이번 재판 결과에 따라서는 트럼프 및 그의 가족 기업은 그들이 사기적 기업 경영으로 얻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기업 이익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을 정도의 엄청난 규모의 금액을 배상해야 할 수도 있다고 전해진다. 이들이 책임을 추궁당하고 있는 행위들은 ① 기업 실적 위조, ② 기업 실적 위조를 위한 공모(共謀) 행위, ③ 거짓 재무제표 작성, ④ 거짓 재무제표 작성을 위한 공모 행위, ⑤ 보험 가입 사기(詐欺) 행위, ⑥ 보험 사기를 위한 공모 행위 등 모두 6 가지에 달한다.
이번에 담당 판사가 ‘사기’ 행위를 인정한 뒤 열린 청문회에서 트럼프 변호인은 판사를 향해 “법원의 마음에 이 사건 재판은 어떻게 비쳐지는가? 사안은 무엇인가?”라고 공격하며 이 사건을 ‘잘못된 방향으로’ 끌고 가지 말 것을 촉구했다. CNN은 청문회에서 담당 판사는 사건 피고인인 Trump Organization을 포함한 트럼프의 기업체들에 대한 사업 면허 취소를 명령했다고 전했다. 이 명령에 따라, 관재인들이 선임되면 이들은 사업체들을 청산하는 절차를 관장할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에 법원이 내린 명령과 관련해서 남은 쟁점들로는 ① 관재인들이 어떤 방법으로 재산을 처분할 것인가, ② Mar-a-Lago 등 주 외에 소재하는 재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그리고, ③ 트럼프가 뉴욕 주 소재 재산을 뉴욕 주 외의 새로운 법인으로 이전하는 것이 가능할 지 여부 등이 남게 되는 셈이다.
뉴욕 주 사법장관이 제기한 이번 소송에서 법원에 청구하는 내용은 2억5천만달러에 달하는 부당 이익금의 반환과 함께, 트럼프 전 대통령 등이 뉴욕 주에 등기된 동종의 사업체 혹은 법인에서 사무 직책(officers)을 맡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동시에, 해당 기업으로 하여금 향후 5년 간 뉴욕 주에서 사업을 영위하지 못하도록 하는 강제 조치도 청구하고 있다. 따라서, 그렇게 오래 끌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재판 결과에 따라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물론, 자신의 기업 간부들이 기업 활동을 이어가는 데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제임스 뉴욕 주 사법장관은 2일 발표한 성명에서 “아무리 부자나 권력자라고 하더라도 이 나라에는 두 가지의 법률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법에 의한 지배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적용되어야 할 것” 이라고 언급했다. 향후 재판은 약 3개월 정도 걸릴 전망이나, 법원이 지난 9월 26일 트럼프의 유죄를 인정하는 결정을 내린 것을 감안하면 심리 기간은 의외로 짧아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 “Deutsche Bank 대출이 뇌관; 트럼프, 향후 재판 직접 출정 의사”
이번 소송에는, 트럼프 및 공동 피고인인 두 아들과 기업 경영 임원들을 포함하여 검찰 및 피고인 측 증인으로 참가하는 인사만도 25명에 달한다. 트럼프 전 개인 변호사 Michael Cohen도 증인 명단에 들어 있고 대부분 전현직 Trump Org. 경영진들이 증언자 명단에 포함되어 있다. 트럼프의 장녀인 이방카(Ivanka Trump)도 증인 명단에 들어있으나, 주 항소 법원은 지난 6월에 그녀에 대한 혐의를 면소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다른 증인들은 대부분 비디오 영상으로 증언했다.
이들은 재판에 반드시 출정해야 하는 것이 아니고, 트럼프도 형사 재판의 경우와 달리 민사 재판에는 직접 출정하는 것을 면제하도록 선택할 수가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변호인들은 그가 직접 출정해서 진술하길 원한다고 전하고 있다. 그만큼 트럼프는 이번 소송이 자신에게 엄중한 사안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통신은 주목할 증인으로 Deutsche Bank 전무이사를 역임한 브라블릭(Rosemary Vrablic)을 꼽았다. 그녀는 트럼프 사위 쿠쉬너(Jared Kushner)를 자문해 온 인물이다. 동 통신은 동 은행 입장에서도 자금 세탁, 탈세, 뇌물, 시세 조작 및 규정 위반 등과 관련해서 자주 당국의 조사를 받아야 하는 등, 트럼프는 은행에 대해서도 상당히 교활한 고객이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Vrablic 전무이사가 트럼프 기업이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었던 것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증언석에서 거짓 재무제표 작성 의혹과 관련해서, 기업 재무 서류는 기본적으로 Trump Org.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Allen Weisselberg가 작성했다며 자신의 관여를 부인했다. 그는 2015년에 대통령 선거 출마를 위해 캠페인에 나서기 시작한 뒤에는 재무 서류 작성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미 Trump Org. 재직 시절에 형사 탈세 범죄 혐의로 형을 마친 Weisselberg 전 CFO도 향후 재판 과정에서 증언대에 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 “이미 기소된 4개 혐의 재판과 겹쳐 엄청난 사법 일정 소화해야”
앞으로 이 민사 사건 재판을 담당할 Engoron 판사는 뉴욕 시민들로 구성된 배심원단에 비해 외로운 결정을 해야 할 처지인 것으로 보인다. 재판은 금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10시~오후 4시 30분 열릴 예정이다. 이를 감안하면, 2024년 대선을 향한 공화당 후보 경선에 나서 활발한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점차 바빠질 선거 일정과 함께 몇 개의 민 · 형사 재판 일정도 소화해야 할 처지다. 트럼프 변호인들은 이번 민사 소송의 재판 연기를 원하고 있으나, 뉴욕 주 검찰은 이미 기소된 4개 다른 혐의를 다룰 다른 법원의 재판 일정을 감안하면 일정의 충돌이 생길 가능성이 커서 사소한 일정 연기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우선, 워싱턴 DC 법원에서는 스미스(Jack Smith) 특별검사가 기소한 2020년 대선과 관련한 ‘연방 선거 방해’ 사건에 대한 공판이 이르면 3월 초에 시작될 전망이다. 이어서, 뉴욕 주 법원에서는 이미 자신의 불륜과 관련한 불법 ‘입막음 돈’ 지불과 관련된 ‘기업 회계장부 조작’ 혐의에 대한 재판도 예정되어 있다. 스미스 특별검사가 기소한 또 다른 사건인 ‘기밀 문서 불법 유출’ 등에 관련한 혐의에 대한 재판도 늦어도 5월 후반에는 시작될 예정이다. 이에 더해, 조지아주 Fulton 카운티 검찰에 의해 트럼프 및 공동 피고인들이 기소된 ‘대선 결과 번복 시도’ 사건에 대한 재판도 일단 금년 내에 시작하지 않는다고 했으나, 향후 이에 대한 재판 일정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2024년 대선 일정과 겹쳐질 가능성도 크다는 전망이다.
참고로, 미국의 민사 재판(Civil Trial)에서는 실제로 재판을 하지 않고 판결을 내리는 ‘약식(略式) 재판’ 제도가 있다. 이는 소송 당사자 중 어느 일방이 재판 전에 신청하는 것인데, 이번에는 뉴욕 주 사법부가 부분적 약식 재판을 신청했다. 법원은 제출된 증거들을 바탕으로 판단해서, 심리 시작 전에 트럼프 전 대통령 등이 부정 행위를 저질렀다고 인정한 것이다. 따라서, 후속 재판이 의외로 짧아진다면 이 사안에 대한 판결이 트럼프의 사법 리스크 중 첫 결과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2일, 지난 주 법원 판사가 이미 트럼프 등이 Mar-a-Lago 리조트의 가치를 무려 2,118%나 부풀린 것을 포함하여 총 8건의 부동산 물건에 대한 가치를 부풀려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인정한 것을 지적하면서, 그가 경제학 석사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행한 회계에서 대차(貸借)가 들어맞지 않는다고 비꼬았다. 아울러, 이번 재판 결과에 따라서는 2억5,000만달러에 달하는 거액의 벌금 부과에 더해 뉴욕 주 내에서 트럼프의 사업이 아예 금지되는 극단적인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이번 재판 결과가, 최근 각종 여론 조사 결과에서 공화당 예비 후보들 중에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는 한편, 현 바이든 대통령과의 직접 재대결을 상정한 시나리오에서도 근소하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가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전세계인의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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