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벨 문학상, 또 내년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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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시월 이맘 때쯤이면 혹시나 하고 기다려지는 게 있다. 노벨상 소식이다. 언론에서는 언제나 그래 왔듯이 시인 고은 씨가 올해도 노벨 문학상 유력 후보자 상위 리스트에 올라 있다느니 황석영씨 이문열씨가 되면 좋겠다는 바램을 섞어 우리 국민들의 노벨상 대망 열기를 더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혹시나 했던 기대는 역시 거품이 되고 말았다. 매년 되풀이 되는 기대감과 허탈감의 반복이다. 노벨 문학상이 프랑스와 미국 스페인 이탈리아 등 불어, 영어 문화권의 독무대가 되어 차라리 서양 노벨 문학상으로 불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 섞인 볼멘 소리를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미 일본에서 두 명, 중국에서 한 명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았는가? 더구나 올해는 일본이 노벨 물리학상을 추가하면서 과학 분야만 20개의 노벨상을 받고 문학상 평화상을 합치면 23개의 노벨상 수상국가가 되었다는 점이 나를 더욱 심란하게 했다.
왜 우리나라는 노벨 문화상을 못 받을까. 궁금하던 하던 차에 문학 평론가이신 권영민 교수님과 이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얘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한국문학이 세계의 독자들과 친숙하게 만날 수 있기 위해서는 해외 번역 출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하고 양질의 번역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수준 높은 번역가를 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해외에서 한국 문학을 소개하며 가르치는 전문 연구자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지극히 기본적이고 원초적인 해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분명 그것이 제대로 실천 안되고 있다는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보였다.
2013년 통계에 의하면 한국 문학 작품은 35개 언어로 2,500여종이 출간 되었다고 한다. 일본 작품이 한국에 900여종 소개된 것에 비해 한국 작품은 일본에 고작 20여종 소개될 정도의 절대 열세다. 2001년부터 한국 문학 번역원이 설립되어 그 동안 33개 언어로 1,150여건의 해외 번역물을 출간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2만 여종의 번역을 해낸 일본에 비하면 그 또한 까마득한 격차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권영민 교수에 의하면 해마다 미국에서 출판되는 문학작품이 1만 2천 종에 이른다고 한다. 이 가운데 영어 번역본이 전체의 3%정도 되고 그 중에서 약 15% 즉 50 여권이 아시아권에서 번역 출판된 것이다. 이 중에 한국작품도 몇 권 있을 테니 그야말로 영어권 독자와 만나는 길은 바늘구멍보다도 좁다 할 것이다. 여기서 포인트는 누가 번역을 하고 어떻게 번역을 했는가 하는 점이다.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가 영어로 번역되고 아마존의 판매량 순위에 오를 정도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 때 영어 번역은 김지영씨가 맡았는데 그의 번역 전략은 "자국화 번역"이었다고 한다. 영어권의 문화적, 언어적 특수성에 맞추기 위해 한국의 문화나 언어적 요소를 절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불필요한 것은 과감히 생략하고 쉬운 영어와 짧은 문장을 주로 썼다고 한다. 더욱 주목해 볼 점은 신경숙 작가와 미국에서 3개월간 함께 생활하면서 소설 속의 주인공 캐릭터나 문장 내용의 의미를 작가와 번역가가 토론하면서 감정이입을 충실하게 했다는 것이다. 단순 번역이 아니라 번역가의 문학성을 배경으로 작가의 의도를 충실히 반영하며 해당국가 독자들의 문화적 정서에도 조화를 이루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 주는 좋은 사례가 아닐까 생각된다. 우리 문학 작품의 해외 번역 숫자를 늘리는 것도 급하지만 번역의 질을 높이는 것 또한 병행되어야만 한다. 아울러 우수한 번역가를 양성하고 해외 한국학 교수나 학자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것이 시급하다 하겠다.
다음에는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한국문학 마케팅의 필요성이다. 우선 타겟 목표의 설정이다. 미국, 프랑스, 독일, 영국, 스웨덴 등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많이 배출한 국가를 한국 문학 마케팅의 1차 타겟으로 정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효율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 문화 예술 위원회, 한국 문학 번역원 그리고 해외 문화원 등 국내 유관기관들 간에 유기적 협조체계를 구축하고 일관성을 가지고 활동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번역 및 마케팅 활동의 기금 확보와 역량 있는 작가 및 번역가의 발굴 및 양성 지원 그리고 해외 홍보 지원 등 소통과 통합적인 관점에서의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 문인협회 등 작가 단체와 정기적 교류를 통해서 국제적으로 인지도를 갖춘 거장 작가와 역량 있는 신진 작가를 발굴하는 등 국내 문학계의 여론 수집 및 우호적 관계 형성을 해 가야 한다. 특히 해외 한국 문화원은 한국 문화를 홍보하는 핵심 거점으로 활용하기 위해 역량과 역할을 증대시킬 필요가 있다. 현재 해외 문화원은 24개국에 28개 사무소를 열고 있지만 문화 선진국에 비해 아직 턱없이 부족한 거점 숫자다. 서울에 있는 독일문화원, 영국문화원, 프랑스문화원의 활동을 보면 금방 이해가 될 것이다. 국가 브랜드 제고 차원에서 한국 문화를 알리고 한류를 널리 홍보하는 역할은 기본이다. 그 밖에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한국어 강좌를 개설하고 한국 문화 컨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창구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해외 대학에 한국학과를 설치 확대하고 한국학 교수 지원 프로그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마케팅 홍보 측면에서 주요 중진 작가들의 번역 출판물을 대상으로 타켓 국가에서 홍보, 보급, 전파의 단계를 일관 추진 하는 것도 검토 해 볼만하다. 역시 중소 출판사 보다는 현지의 유력 대형 출판사와 계약하여 번역 출간 하는 것이 힘이 생긴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현지 PR활동을 전개한다. 가령 대형 출판사와 북투어, 독자와의 만남 등 이벤트를 실시하고 해외 유명 Book Fair에 한국 중진 작가와 동반 진출하여 한국작가 세미나를 개최하거나 작품 낭송회 등을 할 수도 있다. 또한 해외 문화 저널리스트를 초청하여 국내 작가를 취재하게 하고 해당 언론사에 기사화를 유도하는 등 적극적인 한국 문학 홍보를 전개하면 어떨까. 뿐만 아니라 한국 문학작품의 영화, 연극, 뮤지컬 등 2차 장르 컨텐츠 제작을 확대하는 것이 한국 문학 인지도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세계적으로 한국의 위상이 올라가고 존재가 부각되면서 한국 영화나 드라마와 같이 한국 문학 역시 세계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노벨상 수상이 절대 절명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 정부가 나설 일도 아니다. 다만 유구한 역사와 전통 그리고 문화적 자산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을 그 위상에 맞게 세계에 알릴 필요가 있다. 즉 한국 문학의 세계적 인지도를 제고 하는 일에 박차를 가하는 일이 중요한 것이다. 노벨 문학상 수상이 하나의 수단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우리가 우리 문학을 사랑하고 우리 문학의 토양을 넓히고 기름지게 하는 일이 더 근본적인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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