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플랫폼과 산업의 디지털전환: Catena-x와 그 진화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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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데이터 플랫폼은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산업 전반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마치 산업혁명 시대의 철도와 전기가 그러했듯, 데이터 플랫폼은 현대 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데이터 플랫폼과 밀접한 분야는 금융인데, 금융 데이터 플랫폼은 이미 우리 일상에 익숙한 존재가 되었다. 대표적으로 ‘마이데이터(MyData)’ 서비스는 금융 기관 간 자유롭게 데이터를 이전하고 새로운 기업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며 업계의 디지털전환을 가속화했다. 이제 데이터 플랫폼은 금융분야와 같은 서비스 분야를 넘어 제조 분야로 그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물리적 생산에 초점을 맞춰왔던 제조 산업이 데이터 중심의 운영 모델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제조업의 패러다임 자체를 변화시키는 중대한 전환점으로 볼 수 있다
1. 자동차 업계의 데이터 플랫폼, Catena-X
최근 제조업 분야에서 주목받는 데이터 플랫폼으로 Catena-X가 있다. 이 플랫폼은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에 걸쳐 디지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과거 자동차 업계의 데이터 공유는 매우 제한적이었는데, 예를 들어, 완성차 업체는 1차 협력사에게만, 1차 협력사는 2차 협력사에게만 데이터를 전달하는 폐쇄적인 구조였다. Catena-X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플랫폼 내에서 모든 참여 기업이 자유롭게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게 함으로써 업계 전반의 디지털전환을 촉진하고 있다.
Catena-X의 등장은 글로벌 제조 환경의 변화와 맞물려 다른 제조업 분야로도 확산되고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독일은 Manufacturing-X 재단을 설립하여 다른 산업으로 확산을 도모하고 있으며, Industrie 4.0(인더스트리 4.0)을 제시한 하노버 메세(Hannover Messe) 산업박람회에서도 이를 주요 주제로 다루고 있다. 이 배경에는 각국의 제조업이 공급망 붕괴와 자원·에너지 공급 변동에 더욱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고, 이에 따라 제조업 전반을 더 복잡하고 긴밀하게 연결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Catena-X의 혁신적인 접근은 크게 두 가지 특징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데이터 공유의 개방성과 중립성을 보장하여 다양한 기업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고 있다는 점이다. 2021년 Catena-X 설립 당시 28개의 독일 기업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여러 국가의 기업들을 포함해 172개의 파트너로 확장되었다. 참여기업들의 국적도 다양해져 독일을 넘어 미국, 일본, 중국 등 글로벌 기업들이 함께하고 있다. 이들은 자동차제조사(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포드, BMW), 부품기업(보쉬, 덴소, ZF), 소재기업(BASF), 소프트웨어 기업(지멘스, 아마존, SAP), 통신기업(하웨이, NTT)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른다. 이처럼 국가와 산업 분야를 넘나드는 광범위한 참여는 자동차 산업 전반의 데이터 생태계를 풍부하게 만들고, 글로벌 차원의 혁신을 가속화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Catena-X의 두 번째 특징은 자동차 산업에서 기업 간 데이터 공유를 실제 비즈니스에 적용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는 점이다.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이를 통해 실질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예로, 벤츠, BASF, BMW, 헨켈(Henkel), SAP 등 유수의 기업들이 참여하는 Cofinity-X 프로젝트가 있다. 이 프로젝트는 Catena-X의 비전을 현실화하기 위한 데이터 생태계 구축 및 운영을 담당한다. 실제로 전기차 분야에서 배터리 가치사슬 플랫폼 구축이 Catena-X를 통해 진행되고 있어, 그 실용성과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2. 데이터 플랫폼 진화의 방향
Catena-X는 장기간에 걸친 산업 디지털화 노력의 결과물인데, 2011년 독일 정부의 ‘Industrie 4.0’ 발표로 시작되었으며, 이어서 Gaia-X(2019년), Catena-X(2021년), Manufacturing-X(2022년)로 이어지는 발전 과정이 있었다. 이 발전 과정을 정리하면, Catena-X는 Gaia-X의 개념이 실현된 형태로 볼 수 있다. Gaia-X는 빅테크 기업들의 클라우드 솔루션에 대응하기 위한 유럽의 독자적인 B2B 플랫폼 개발을 목표로 하며, 2017년부터 국제데이터공간협회(IDSA, International Data Spaces Association)의 노력이 이어졌다1). Gaia-X는 단순한 개념을 넘어 실제 산업 현장에서 구체화되고 있고 그 구체화된 모습이 Catena-X인 것이다. 즉, Catena-X는 유럽, 특히 독일이 추진해 온 산업 디지털전환 노력이 이론에서 실제로, 그리고 개별 산업에서 전체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중요한 사례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Catena-X를 포함한 데이터 플랫폼의 미래 방향을 설정할 때도 Gaia-X의 핵심 개념이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Gaia-X는 데이터 주권, 개방성, 투명성, 상호 운용성, 연방화된 시스템 구조, 그리고 엄격한 규정 준수를 기반으로 하며, 이러한 원칙들이 데이터 플랫폼에서 구체화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데이터의 효과적인 통제와 활용, 공평한 참여 기회 제공, 그리고 산업 간 경계를 허무는 데이터 통합 등을 통해 새로운 가치 창출 패러다임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데이터 플랫폼은 단순한 데이터 중개를 넘어, 참여자들의 가치 창출 영역을 확장하고 직접적인 가치 생산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그간의 플랫폼의 논의와 개념에 비춰봤을 때 Catena-X를 포함한 데이터 플랫폼의 향후 진화방향을 예측해 볼 수 있다. 첫 번째 방향은 데이터 주권에 대한 논의의 심화이다. Gaia-X 프로젝트가 디지털 주권 확보를 주요 목표로 삼은 것은 미국과 중국의 빅테크 기업들에 의한 플랫폼 독점화와 데이터 종속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유럽의 클라우드 시장은 아마존 AWS,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구글(Google)과 같은 미국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으며, 2023년 약 858조 원 규모로 예상되는 글로벌클라우드 시장 역시 이들 소수 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실정이다2). 더 나아가 2018년부터는 미국과 중국 간의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단순한 기술적, 경제적 종속을 넘어 이제는 데이터 주권 문제로 커졌다. 즉, 데이터가 어느 국가의 법률과 규제를 따르게 되는지도 중요한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향후 데이터 플랫폼의 발전 방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유럽 자동차 업계가 CatenaX와 같은 플랫폼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데이터 주권 문제가 그 중심에 있다고 할 수 있으며, 앞으로 데이터 주권이 심화되는 산업 분야에 먼저 데이터 플랫폼과 새로운 조치들이 등장할 것으로 예측해 볼 수 있다.
데이터 플랫폼 진화의 두 번째 방향은 거버넌스 체계가 더욱 정교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Gaia-X 프로젝트가 과도한 관료주의로 인해 어려움을 겪은 사례는 이러한 필요성을 잘 보여준다. 실제로 2021년 미국 일간지인 Politico의 보도에 따르면, 많은 기업들이 Gaia-X의 복잡한 절차와 과중한 부담에 불만을 제기한 바 있다3).
향후 플랫폼의 발전 과정에서 융합 서비스 창출에 필요한 신뢰할 수 있는 거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관련 기술 개발과 적절한 감독 기구 설립 등이 주요 과제가 될 것이다. 더욱이 데이터 플랫폼에는 경쟁 관계에 있는 여러 업체들이 참여하게 되므로, 효과적이고 균형 잡힌 거버넌스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는 다른 국가들의 데이터 플랫폼 구축에 있어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것이다. 효율적이면서도 참여자들의 이해관계를 균형 있게 조율할 수 있는 거버넌스 모델의 개발이 앞으로의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 플랫폼 진화의 세 번째 방향은 플랫폼 간의 경쟁이 나타날 것이라는 점이다. 플랫폼의 경쟁은 하나의 플랫폼에 참여하는 기업들 간의 경쟁만을 연상하기 쉬운데, 플랫폼과 플랫폼과의 경쟁도 존재한다.플랫폼은 그 확장성이 매우 중요한데, 데이터 플랫폼 역시 수많은 업체와 협력하며 지속적으로 확장성을 높이려 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다른 플랫폼과의 충돌이 불가피한 것이다. 이러한 플랫폼 간 경쟁은 종종 출혈 경쟁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실제로 우버(Uber)와 리프트(Lyft)는 운전자와 승객을 확보하기 위해 이들에게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했으며, 이 때문에 2018년 우버는 평균 58%의 손해를 보며 52억 회 운행을 감행하기도 했다. 데이터 플랫폼이 산업의 중요한 근간이 되어가고 있는 만큼 플랫폼 간의 경쟁에 대한 대비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3. 산업의 미래, 데이터 플랫폼에 달려 있다
지금까지 자동차 산업에서 Catena-X 사례를 중심으로 데이터 플랫폼 진화의 방향을 살펴보았다. CatenaX는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산업 디지털화 노력의 결과물이다. ‘Industrie 4.0’, Gaia-X, 그리고 국제데이터공간협회(IDSA)의 노력 등이 Catena-X의 토대가 된 것이다. 이 플랫폼의 특징은 자동차 제조사뿐만 아니라 부품기업, 소재기업, 소프트웨어기업, 통신기업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참여하여 광범위한 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산업 전반의 혁신이 가속화되고 있다.
앞으로 데이터 플랫폼의 진화 방향을 세 가지로 정리했는데, 첫째, 데이터 주권에 대한 논의가 심화될 것이며, 둘째, 더욱 정교한 거버넌스 체계가 구축될 것이라는 점, 마지막으로 플랫폼 간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자동차 산업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제조업 전반의 디지털 혁신을 주도할 것이다. Catena-X와 같은 선구적 사례를 통해 우리는 귀중한 교훈을 얻을 수 있지만, 동시에 데이터 플랫폼 경쟁에서 후발주자로서 불리한 위치에 있다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산업에서 데이터 플랫폼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편, 이를 통한 데이터 주권 확보, 효과적인 거버넌스 체계 수립, 협력 강화 등 다각도의 전략을 통해 미래 산업 생태계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야 할 것이다.<SP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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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Gaia’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대지의 여신이자 만물의 근원을 의미한다.
2) 조선일보(2023.12.14.), ‘올해 세계 클라우드 시장 20% 성장한 858조 전망… MS·AWS·구글, AI 적용 서비스 고도화 경쟁’
3) Politico(2021), ‘Inside Gaia-X: How chaos and infighting are killing Europe’s grand cloud project’
<ifsPOST>
※ 이 글은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이 발간한 [월간 SW중심사회 8월호]의 'TREND'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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