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청 시인의 문학산책 <64> 37억 년 전 지질시대 속에서 찾은 몇 편의 시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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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고생물고고학, 지질학, 화석학 관계서적들을 찾아 읽고 있다. 지구의 겉껍질(표층)이 생긴 37억년 전으로부터 인간의 역사기록이 등장하기 1만 년 이전까지의 시대를 지질시대라 부른다. 이 시기 동안 지구의 역사는 시대별로 축적된 지층의 양상과 지층 속에 시대별로 잠들어 있는 각종 동식물 화석을 통해서 추론해볼 수 있다. 나는 지구의 지질과 지질 속에 보존된 각종 화석들과의 소통을 통해서 37억 년 지질시대와 소통하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낀다. 다음의 시편들은 지상에 현생 인류(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하기 시작한 25만 년 이전 지질시대의 흔적들을 찾아다니며 얻어낸 시편들이다.
귀향시편
오스트랄로 피테쿠스 아파란시스*,외 4편 .(서정시학 2021.봄)
이제 나
돌아가고 싶네
300만년 쯤 저쪽
두 손 이마에 대고 올려다보면
이마와 주둥이가 튀어나온,
엉거주춤 두 발로 서기 시작한,
130cm쯤 키의 유인원,
오스트라로 피테쿠스 아파란시스,
고인류학자들이
최초의 homo속(屬)**으로 분류한
그들 속에 돌아가 서고 싶네
학력, 경력 다 버리고
그들 따라 엉거주춤 서서
첫 세상, 산 너머를 다시 바라보고 싶네.
안보이던 세상 산등성이로
새로 뜨는
첫 무지개를 보고 싶네
실라캔스*** 몇 마리 데불고
까마득, 유인원 세상으로
나, 가고 싶네
그리운, 오스트랄로 피테쿠스 아파란시스
*초기 영장류 중의 하나. 한 개체의 화석에서 골편 40% 정도가 수습되어 발굴 영장류의 대표성이 있음
** homo속(屬) .현생인류와 그 직계 조상을 포함하는 분류 속.
***3억 6천만년에서 6천 5백반년의 지층에서 화석으로 발견되는 육지척추동물의 조상 물고기. 1938년 이후 살아 있는 실물이 발견되어 충격을 주고 있음.
한탄강지질공원에서
나는 지금
한탄강지질공원 바위 벼랑에 서 있다
제각기 다른 빛깔로 켜켜이 쌓인
지층 38억년.
현무암 한 층에서 화강암까지 1억 년,
바다 밑에서 솟은
퇴적암까진 다시 3억 년,
이 땅 원생대의 기반암까지
균열과 융기,
지구 38억 년이
켜켜이 쌓여 있다.
저 지질 벼랑, 돌 속에
38억년의 밤과 낮이,
비바람이,
하늘을 스쳐 날던 익룡들과
용암과,
빙하의 날들이
퇴적암 속에 묻혀있다.
2020년 12월 13일, 나 오늘
차고 딱딱한 이 바위 틈 비집고 누워
누억 년 풍상에 기대면,
인간세*의 플라스틱 쓰레기 곁,
구겨지고 찌그러진
한줌 화석으로 남으리,
억 년 후에도 썩지 않은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 곁
두 개나 세 개쯤 골편 화석으로 남으리,
겨우 남으리.
* 46억 년 지구 역사를 지질학적으로 분류할 때, 이제까지 5번의 지구 대멸종이 있었다 한다. 현재 지구는 인류 문명의 급속한 발달에 의해 6번째 대멸종이 진행 중이라고도 한다. 인간세 또는 인류세라고도 명명하고 있다.
스트로마톨라이트
인천시 소청도 부남 서편 해안
25억 년 전 지층에
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래된 화석이 있다.
박테리아, 스트로마톨라이트,
원시 생명으로 변이되어가던 때의
섬유질 남조류(藍藻類)로
물속에서 출렁이고 있었다 하는데
천둥, 번개 몇 억 전압 방전 에너지 속에서
생명유전자를 처음으로 복제하기도 했다는데,
이 화석의 채집자는
군집한 박테리아가 분비한 점액질이
바위에 흔적을 남긴 것이라 적고 있다.*
세균과 섬유식물 중간쯤의 저 것,
바위에 거뭇거뭇 번져 있는 저 것,
25억 년, 원생대
스트로마톨라이트가 뿜어낸 분비물이 굳은 화석,
물질 속에서
생명의 시작을 풀어내는
그리운 점액질,
남조류가 남조류를 껴안은 채
거뭇거뭇 화석으로 굳은
스트로마톨라이트.
* 김정률. 한국지질도감 pp.16~19
사코리투스 코로나리우스*
한밤 오리나무 가지에 앉아
뒷산을 흠씬 적시며 우는 소쩍새도,
묵호항 어판장 플라스틱 통속의
참가자미나 등뼈오징어도,
시나이 사막의 사막여우도,
세렝게티의 하이에나,
보아구렁이,
정의기억연대 윤미향,
대한민국 법무부장관 추미애,
그리고, 시인 이건청 모두,
한 조상의 자식.
5억4천만 년 전,
몸의 반쯤이 입이었던,
입이 배설구이기도 했던,
1밀리 원시 동물의…….
* 5억4천만 년 전에 살았던 지구 위 모든 동물의 공통조상. 입이 배설구이기도 한 1mm의 생명체 미세 화석이 중국에서 발견되었으며, 전자 현미경으로 찍은 이 미세 생명체의 확대사진이 있다. (앤 두루얀 『코스모스』 p.265)
별똥별
빛이 1년 동안 가는 거리,
1광년, 9조 5000억 km.
여름 밤 질펀히 넘쳐나는 우리은하 밖
안드로메다 별자리까지 250만 광년,
가고 가도 끝이 없는
어느 빈터로
꼬리를 달고 스쳐가는
별 하나 있네,
어머니,
너무 멀리 가시지는 마세요
이따금 아들 세상, 밤하늘 스쳐 가신 후
패랭이 꽃 한 두 송이쯤
안녕의 흔적으로
남겨두고 가세요,
(서정시학. 2021. 봄)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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