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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가 농업에 미치는 영향과 대책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4년06월03일 09시10분
  • 최종수정 2024년06월03일 09시06분

작성자

  • 김동환
  • (사)농식품신유통연구원 원장/ 전 안양대학교 교수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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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1. 기후 변화가 농업에 미치는 영향

 

  최근 기후 변화가 농업계는 물론 국가경제 전체적으로도 중요한 관심 사항이 되고 있다. 2024년 들어 발생한 주요 과일 가격의 폭등도 작년에 발생한 이상기후 때문에 생산량이 30% 이상 감소하였기 때문이고, 기타 농산물 가격도 기후조건에 따라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최근 브라질 등에서 가뭄이 발생하면서 밀, 콩, 옥수수 등 주요 곡물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는 기후변화는 국내 소비자 및 생산자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시 말해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으로 인하여 전 세계적으로 식량 생산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하는 등 식량안보(food security)가 위협받고 있다.  

 

  국립기상연구소에 따르면 한반도는 2000년 대비 2020년대 1.2℃, 2050년대 3℃, 2090년대 5℃ 가량 기온이 상승하고, 강수량 역시 11∼17%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한반도는 남해안의 경우 여름철 고온 다습한 특성을 가지는 습윤 아열대(Humid subtropical) 기후구로, 나머지 대부분 지역은 대륙성 기후구로 구분되고 있다. 향후 지구온난화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기후구의 경계가 점차 북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온, 강수량, 일사량 등의 기후변화는 작물 및 가축의 생산은 물론 생태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그림 1 참조). 기후변화가 작물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개화, 출수 등에 영향을 미쳐 생산량 변동을 가져 올 수 있으며, 품질과 작물별 재배적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축산에서는 수정, 산란에 영향을 주며 목초 생산에도 변화가 발생할 것이다. 실제로 개화기, 출수기에 냉해 등이 발생하고 수확기에 우박, 서리 등의 피해로 생산량이 감소하는 현상이 자주 보고되고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작물의 재배 적지가 변화하고 있다. 기온 상승으로 인해 사과의 전통적인 주산지가 경북 지역에서 강원도 정선, 영월, 양구까지 북상하고 있고, 복숭아도 경북 청도 등의 지역에서 강원도 원주, 춘천까지 북상하고 있다. 감귤도 제주도에서 전남 고흥, 경남 진주 등으로 재배지가 북상하고 있다.   

 

  생태계 측면에서는 병해충 발생, 개체군 이동, 생물다양성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특히 국내에 유입된 외래 생물 및 병해충들도 기후가 따뜻해짐에 따라 영역을 넓히고 있다. 예를 들어 생태계 교란생물로 지정된 등검은말벌의 경우 꿀벌들을 공격해서 양봉농가에 피해를 주고 있다. 

  아울러 기후변화는 하천유량, 지하수, 수질 등에도 영향을 미쳐 농업생산을 변화시킬 것이다. 과거보다 빈도가 높게 발생하는 홍수, 가뭄 등으로 하천유량, 지하수 등에 영향을 미쳐 농업생산의 변동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기후변화로 인하여 발생한 농업부문의 생산 변화는 농산물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생산량의 감소는 농산물 가격을 상승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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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변화는 장기적인 형상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기후변화가 농업생산에 미친 영향을 중장기적으로 분석한 실증적 연구는 많지 않다. 일부 학자들이 수년간의 데이터로 강수량, 기온, 일조량 등 기상변수가 농산물 가격 및 농지가격 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으나 연구대상 기간이 짧아 아직은 결과의 유의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환경부(한국 기후변화 평가 보고서, 2020)가 관련 연구를 종합하여 기후변화가 농업에 미치는 영향을 정리한 것을 보면 다음과 같다. 

 

  식량작물의 경우 아직까지 심각한 수량 감소가 관측되지는 않으나, 통계 분석에 따르면 기온 상승, 일조 감소, 가뭄 증가 등의 현상이 생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된다. 월동작물을 제외한 식량작물(벼, 콩, 옥수수, 감자)은 21세기 중반까지는 생산량이 일정 수준 유지되거나 오히려 증가하다가 21세기 말에  이르러 작물별 특정 생육시기의 고온스트레스 탓에 급격한 수량 감소가 전망된다. 

  원예작물의 경우에도 기온상승과 일조시간 감소, 이상기상의 빈도 증가 등이 채소와 과수의 생산량과 품질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 중에서도 과수는 향후 동절기와 봄철의 이상기온에 따른 동상해와 과실 착색초기 고온에 의한 착색 불량 등으로 생산효율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또한 기후변화로 점차 사과, 배, 포도, 부지화(한라봉) 감귤 등의 재배적지가 줄어드는 한편 복숭아, 단감, 온주밀감 등도 재배적지가 북상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즉 21세기 말 우리나라 전체 농경지 대비 과수의 재배적지는 사과(적지없음), 배(1.7%), 포도(0.2%), 복숭아(2.4%)로 현재보다 크게 감소할 전망이며, 온주밀감은 제주도에서의 재배가 불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채소는 고추나 배추 같은 작물은 고온피해가 예상되는 반면, 마늘의 경우 한지형 마늘 대신 난지형 마늘의 재배적지가 북상하고, 양파도 고온조건에 서 수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작물별로 기후변화의 영향이 이처럼 다양하게 나타나듯, 병해충의 발생 양상도 기후변화에 따라 위험이 감소하는 사례가 있는가 하면 발생위험이 크게 증가할 경우도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대표적으로 감자뿔나방, 고추 역병과 탄저병, 양파 흑색썩음균핵병 등의 발생률이 증가하고, 월동·외래해충들의 발생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1년 동안 발생가능한 병해충 세대수도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있어. 병해충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되었다. 

 

  마지막으로 잡초의 분포 양상을 분석한 결과, 외래 잡초와 제초제 저항성 잡초들의 증가세가 관측되었다. 이와 관련된 연구가 아직 적은 편이지만, 1차 적인 기후변화는 물론, 2차적인 재배작물・재배법・제초제 변화 등도 주요 원인으로 추정된다.

 

2. 대책은 무엇인가?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주요 농산물 생산을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충분한 예산을 투입해 생산 기반을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뭄, 홍수 등에 대비한 관개시설 보완 및 정비가 필요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한 생산·유통기반 보완이 시급히 요청되고 있다. 자연재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품목별 관리 요령, 기술 지도, 예방 약제와 시설 지원 확대, 보다 정밀한 기상정보 제공, 관측 정확도 제고 등도 필요하다. 

  기후변화 현상과 영향, 취약성은 지역마다 다르게 나타나므로, 지역별 기후 변화에 적합한 작부체계, 재배시기, 재배관리기술, 병해충 및 잡초 관리기술, 내재해성 품종 개발 등 기후변화 적응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특히 과수는 계절 특성 변화와 관련된 품종 간 차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며, 딸기와 같이 25℃ 이상의 고온에서 상품성이 감소하는 과일과 채소는 적극적인 관수 및 지하수를 이용한 냉방 확대와 내재해성 품종 육종 등의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병해충 피해는 발병 규모나 횟수와 함께 발생시기와 기주식물 생육시기의 동시성이 많은 영향을 주므로 농업생태계 내 다양한 주체와 변수들 간의 유기적인 상호작용을 아우르는 연구가 필요하다. 전국 단위 병해충 모니터링 및 예찰 시스템의 구축, 병해충 종수와 발생 지역수의 확장에 대응, 기후변화 조건에 적합한 살충제 선별, 병해충 저항성 품종 개발 등의 적응대책이 필요하다. 또 잡초 발생에 대한 모니터링과 예찰시스템을 구축하고, 물리적, 경종적, 생물학적 방제법을 제초제와 함께 활용하는 종합적 잡초방제 기술개발도 필요하다. 

 

   이러한 기후변화 적응 기술의 개발과 더불어 다양한 정책적 대응도 필요하다. 농가의 경제적, 비경제적 위험을 감소시킴으로써 생산 기반을 유지케 하여 생산안정화와 식량자급율 유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농지, 수리시설 등 생산기반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가격안정화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농가는 물론 소비자에게도 중요한 정책과제가 된다. 

 

  먼저 이상 기후에 의한 생산 감소와 소득 감소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선 현재 실시하고 있는 농업재해보험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농업재해보험은 자연재해 등으로 농작물 및 가축에 피해를 입은 농가의 소득 및 경영안정을 도모하고 안정적인 농업 재생산활동을 뒷받침하는 제도로 농작물재해보험과 가축재해보험으로 나뉜다. 2023년 농업재해보험에 가입한 농가는 총 58.5만 호이며, 면적 및 두수 기준 가입률은 농작물재해보험 52.1%, 가축재해보험 94.4%이었다. 품목별로는 벼는 59.5%가 가입돼 있으며 배는 71.6%, 사과 68.0%, 감귤 29.1%, 복숭아 27.7%였다. 보리는 7.2%에 불과했으며 포도와 시금치 8.7%, 참다래 8.5%, 대파 5.9%, 자두 5.4% 등 20여개 품목은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따라서 농작물재해보험 가입률을 높여 기후변화에 따른 농가 피해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생산을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는 주요 농산물의 수익성을 안정화시켜 농업인들의 리스크를 경감시켜 주어야 한다. 쌀의 경우 가격이 안정화된 이유가 정부가 다양한 정책개입을 통해 쌀 농가의 소득을 안정화시켰기 때문이다. 만약 쌀 농가의 소득을 안정화시켜 생산 기반을 유지하지 않았더라면 우리 나라도 기상 이변 시 쌀 생산 기반이 약한 국가들처럼 국제가격 상승이나 기상이변에 따른 수급 불안 시 가격이 급상승하였을 것이다. 

  미국·일본 등에서는 주요 농산물의 생산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직접적인 농가 소득안정 대책을 최우선 농정과제로 인식하여 각종 정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시장가격이 기준가격 이하로 하락할 경우 그 차액의 80∼90% 보전하는 가격안정제도와 수입보장보험 등의 경영안정제도를 광범위하게 운영하고 있다. 

  우리도 단기적으로는 가격이 기준가격 이하로 하락하면 기준가격과 시장가격 차이의 일부를 정부가 보전해 주는 가격안정제도를 도입하여 농가의 소득안정을 도모하고 그에 따라 재배면적을 확보하여 이상 기후 시에도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여건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기후변화에 따른 생산량 변동은 물론 가격변화에 따른 농가소득불안정성을 해소할 수입보장보험의 도입을 확대해야 한다. 수입보장보험은 자연재해 등에 따른 농산물 수확량 감소 또는 가격 하락으로 농가의 품목별 수입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보장하는 상품이다. 농작물재해보험이 수확량만 보장하는 반면 수입보장보험은 수확량과 가격을 모두 고려해 수입 감소분을 보장한다. 수입보장보험은 현재 시범사업 단계로 7개 품목에 35개 시군에만 적용되고 있는데 앞으로 농가소득 등 통계가 확충되는 대로 사업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이상으로 기후변화가 농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농산물 생산 안정화 방안을 모색해 보았다. 기후변화에 대비하여 농산물 생산을 안정화시켜 생산자와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대응 기술의 개발, 안정적인 생산과 유통을 도모할 수 있는 기반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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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24년06월03일 09시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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