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의 부메랑이 두렵지 않은가? > News Insight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9단을 불계승으로 연파하는 놀라운 대국을 보면 총선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살벌한 공천전쟁이 오버랩된다. 언뜻 알파고가 정치를 대신해주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든다.온갖 음모와 공학과 헐뜯기로 가득한 지금의 정치를 보면서 이런 상상을 하는 사람이적지 않을 것 같다.

입력된 데이터를 충실히 반영하는 정직한 정치, 과거의 무수한 시행착오를 학습하고 교훈을 얻는 정치, 비효율을 모두 걷어내는 생산적 정치, 그리고 모두가 힘을 합하는 집단지성의 정치...

우리 모두가 꿈꾸는 프리미엄급 ‘알파정치’의 모습이 아닐까?

특히 집권당의 공천싸움이 국민들을 한숨 짓게 한다. 선거를 코 앞에 놓고 벌이는 새누리당의 이전투구를 보면 인간이 알파고보다 우위에 있다는 직관과 통찰과 도덕적 자산들은 어디에 있나를 묻게 한다. 살생부공방으로 시작해 공천용 여론조사 유츨 파문이 이어지더니 급기야 “김무성이 죽여버려“라는 막말논란까지... 여야를 통틀어 '역대급'이다.

이런 막장드라마가 또 있을까? 장르 그대로 국민들은 욕하면서 이 드라마를 보고있다. 정치는 불신 받고 희화화되고, 국민들은 무시당하는 느낌이다. 그런데도 시청률 높은 막장드라마라서 그런지 쉽게 종영되지는 않을 듯 하다.

집권당은 자만에 빠져있다. 야당 분열과 3당구도속에 180석은 따 논 당상쯤으로 여기는 듯하다. 이미 다 이긴 싸움, 벌써 전리품을 놓고 다투는 모습이다. 총선은 이겼고 다음 고지인 대선을 향한 계파 간 세 불리기 싸움이다. 정말 그렇게 여유로운가?

3당 구도로 간다 해도 10석이나 의석이 늘어나 더 큰 승부처가 된 수도권에선 야당 우세를 점치는 여론조사들이 나온다.

새누리당은 학습효과도 모르는지 이런 식의 당파싸움이 공멸의 길이란 걸  외면하고 있다. 국민들은 새누리당이 예뻐서 이런 걱정을 하는 게 아니다. 집권당에 부여한 엄중한 책임의 무게 때문이다. 집권당이 방향타를 잃으면 국민이 불행해진다. 새누리당은 자신들이 세운 박근혜 정부가 끝날 때까지 국민의 삶과 민생, 국가안보를 앞장서 지켜나가야 하는 책임정당이기 때문이다.

20대 국회를 향한 열망은 변화다. 19대 최악의 국회를 경험한 국민들은 다음국회가 지금보다는 나아지기를 갈망 한다. 여야정당들은 이에 부응하겠다고 약속했고 기필코 공천 혁명을 이루겠다고 큰 소리 쳤다. 선거가 채 한 달이 남지 않은 시점에서 집권당은 공천 혁명은 고사하고 어떤  의미 있는 변화라도 만들었는지 묻고 싶다. 맛보기 수준의 컷오프에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준다는 상향식공천도 스스로 무력화 시켰다. 진짜 물갈이가 남아있다해도 그것은 ‘공천학살’의 추억을 되살리는 막장드라마가 될 공산이 크다. 칼 자루를 쥔 공천관리위원장은 독립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윤상현 의원 막말파문이 일어난 다음날 청와대 정무수석과의 비밀 회동설로 퇴진압력까지 받고 있으니 무슨 신뢰성과 동력으로 공천혁명을 이루겠는가?

이에 비하면 야당의 모습은 몸부림에 가깝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혁신밖에 없다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원장은 전제군주 ‘짜르(czar)’라고 비판받지만 히딩크가 될 수 있다는 기대 또한 커지고 있다.

아직도 친노패권과 86운동권을 제대로 손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6선의 친노좌장 이해찬 의원을 비롯 정청래, 전병헌, 문희상, 유인태 의원 등을 컷오프 시킨 것은 여당과는 확실히 차별화 된다. 지난19대 총선서 물갈이 폭은 새누리당이 47%, 새정치민주연합이 21% 수준이고 여당의 승리로 결말이 났다.20대 총선 물갈이는 지금단계에선 그 범위와 수위에서 더민주가 주도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번 선거에서 새로운 물결을 만들 것으로 기대됐던 안철수 국민의당은 출범 한 달 만에 위기국면을 맞았다. 김종인 대표의 통합 제안에 갈 길을 잃고 있지만 안철수 대표는 온갖 모욕적 상황을 겪으면서도 여전히 정치의 판을 갈겠다며 광야에서 죽을 수도 있다는 결기를 보이고 있다. 역시 제3지대를 살려내겠다는 몸부림이다. 이에 비하면 지금 여당의 집안싸움은 그들만의 전쟁, 그 이상의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벌써 20대 국회를 걱정하는 한숨들이 나온다. 다음 국회가 감당해야 될 역사적 책무는 너무나 막중하다. 수출은 올해 들어 18.5%가 줄어든 하락세로 시작해 계속 하강국면인데 한국경제가 비빌 언덕인 중국은 7%성장의 바오치시대 종언을 고하고, 6%대의 중속성장시대를  선언했다. 각자 도생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우리의 가계부채는 1200조 원을 넘어 내수의 여력도 더 힘을 잃어가고 있는데 경제회생법안이라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노동개혁법안은 여전히 국회에는 잠자고 있다. 북한의 핵 위협은 날로 수위가 높아지고, 미국 대선 등 우리의 결단을 요구하는 국제질서의 변화는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좌표를 잃으면 경제와 외교 안보의 동시적 위기, 딥 임팩트를 맞게 될 것이다. 

이렇게  20대국회가 껴안고 넘어가야할 난제들이 너무 많다. 진실하고 능력있는 시대적 소명의식을 가진 국민의 대변자를 뽑는 것이 절실한 이유다. 

 “우리당엔 이런 인물들, 이런 정책과 공약과 비전이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를 선택해 주십시오.”

지금은 이럴 때다. 그런데 국민들 반응은 어떤가?

 “왜 이런 인물들 뿐 인가?” 라고 반문하고 “정책과 공약은 어디 있는가?” 라고 되묻고 있다. 선택의 기준이 없으니 또 지역과 혈연, 보수와 진보의 그 틀 속으로 국민들을 몰아가는 너무나 익숙한 그 선택을  강요하는 것인가?  그러면 20대 국회 또한 희망이 없다.

다시 알파고에 길을 물어야 할까? 이 인공지능은 현상인식을 넘어 자율 학습능력을 키우고 인간만이 가지고 있다는 직관의 영역까지 넘본다는 사실이 이번에 확인됐다. 이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바로 집단지성이다. 1200개의 컴퓨터가 인간의 뇌 속 뉴런처럼 얽힌 신경망의 집합을 통해 알파고를 도와 도저히 인간 최고지능 이세돌도 둘 수 없는 신(神)의 한수를 찾아 낸다. 지금 집권 새누리당이 살려 내야 할 힘이 바로 집단지성이다. 그것을 통해서 문제가 아니라 해답을 던져야 한다. 민심을 꿰뚫는 직관과 국가미래를 내다보는 통찰을 복원해야 한다. 여기서 분파적 대결을 멈추지 않는다면 진짜 한방에 훅 갈 것이다. 민심의 부메랑은 늘 두렵게 돌아온다.

알파고에 정치를 맡기고  싶다는 여론이 무섭지 않은가? 정당무용론은 세계적으로도 벌써 고개를 들고 있다. 변하지 않으면 정치는 앞으로 인간이 인공지능에 뺏길지도 모르는 일자리의 최우선 순위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