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이후, 그래도 나라 경제는 굴러가야 한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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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을 앞으로 내디디면 전진, 뒤로 물리면 퇴진이다. 때로는 눈앞이 아득한 벼랑 끝에서도 앞으로 발걸음 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한동안 우리 사회가 반반으로 갈려 팽팽하게 기세 싸움하던 탄핵 이슈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우리 사회를 번지 점프 시켰다. 이로써 국정운영의 대전환을 가져오는 계기가 되었다.
대통령 탄핵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공평성에도 맞지 않는 듯한 느낌이 있다. 과거 역대 정권치고 권력남용과 친인척 비리로 얼룩지지 않은 적이 있었던가? 그렇다고 모든 전례를 온전한 모범으로 삼으면 우리는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다. 개혁과 대전환의 핵심은 바로 전례를 깨트리는데 있다. 공평성은 동시대의 사안들 간의 문제이지, 과거와 현재를 관통해 적용되지는 않는다. 오늘의 부조리를 털고 가야 내일을 기대할 수 있다.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리라고 본다.
필자가 이번 사태 추이를 보면서 국정의 벼랑 끝 위기라고 여기지 않았고, 오히려 희망의 씨앗을 보았다면 역설인가? 우리 정치사회 문제의 뿌리는 보수다운 보수, 진보다운 진보가 없이, 각자 멋대로 이름을 도용하고 있을 뿐이다. 보수라 칭하면서도 자기네가 정작 지켜야 할 정치•경제•사회의 정통적 가치를 망각하였고, 역사 흐름을 거슬러 공동체를 후퇴시키면서 스스로 진보라 자칭하는 세력뿐이었다.
보수우파는 이기주의 때문에 단합하지 못하고, 보신주의 때문에 제 목소리를 내고 행동으로 나서지 못했다. 아스팔트에 나선 태극기 부대의 열기가 잠깨는 우파의 기지개라면, 희망이 있다. 그간 진보좌파는 기득권 계층의 양심을 자극하는 것은 좋으나, 대기업 귀족노조에서 보듯이 역시 집단이기주의를 조장했고, 남에게는 다양한 의견 수용을 내세우면서도 스스로는 국사교과서 파동에서 보듯이 단 하나의 다른 입장(문명고)도 용납 않는 편협한 독선을 보였다. 종북 성향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사드배치와 관련해 국가 안보 우선의식이 점차 좌파진영에도 확산되고 있는 현상이 엿보인다.
이제 바람이 좌측에서 불어올 정치 계절인 듯싶다.
유력한 보수진영 후보가 사실상 부재한 상황에서 대다수 국민은 국가안보가 보장된다는 조건이라면 좌파정권도 감내할 마음 준비를 하고 있다. 나라가 진정 앞으로 나가려면 서로 포용하고 공생을 도모해야 한다.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 잘못은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실수가 다반사(茶飯事)인 심신미약자의 경우, 치유가 정답이다. 천재의 드문 실수는 인간적 기행(奇行)으로 치부되고, 범재의 잦은 잘못은 설득과 질책으로 다스려야 한다. 피탄핵, 그것 이상의 질책은 부담이 된다. 다음 집권자의 관용조치가 국민 분열을 봉합하는 첫 걸음이다.
이제 공은 진보 코트로 넘어간다. 앞으로 잘, 잘못은 그들의 몫이다. 이번 탄핵으로 탄생하는 정권은 피탄핵 구실을 만들지 말아야 할 무거운 도덕적 책무를 지게 된다. 이것이 성공한다면 나라가 전반적 격상되는 토대가 마련된다.
헌재는 권력의 민간기업 재산권과 경영자유 침해를 탄핵인용 주요사유로 적시했다. 이것이 또 하나 희망의 씨앗이다. 그간 기업은 조세이외 각종 명목의 준조세 부담에 힘겨워했고, 이것이 정경유착의 주요 고리였다. 인사비리도 끊이지 않았다. 금번 헌재판결은 향후 정치권력이 기업을 준조세 부담과 인사 청탁에서 해방시키는 계기가 될 듯하다. 여의도 국회 주변의 오랜 작폐가 일거에 근절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이지만, 적어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가 미래의 나침판이라면 좌우, 보혁 이름과 무관하게 차기 여권도 비리의혹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고, 한번 성공한 탄핵성공의 매력은 차기 야권을 유혹할 것이다.
온 국민이 탄핵 게임에 몰입해 있는 동안, 세계경제 불안이 짙어졌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자국우선주의, 중국의 사드배치반대 경제보복, 국제 원자재 가격 오름세, 미 연준의 금리인상 등 경계할 요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제 탄핵 찬반을 봉합해 포용으로 후유증을 해소하자. 민간 기업을 정치권의 겁박에서 해방시켜, 국제경쟁시장에서 승자가 되게끔 마음껏 뛰게 하자. 기업인의 자리는 감옥이 아니라 시장이다.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칭찬, 기업인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들을 마부로 삼아 나라경제의 수레바퀴가 잘 달리게 해야 한다.
5월 대선이후 정국이 낙관을 불허한다. 이제 “문고리” 3인방은 사라졌지만 차기 유력인사 역시 세칭 “3철”이 옹위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가려진 그림자 인물이 없으란 법이 없다. 합리적 진보의 입지를 좁히는 포퓰리즘과 진정한 국익을 외면하는 허장성세가 우려된다. 사마귀가 달려오는 수레를 가로막고 한판 겨룬다는 얘기, 당랑거철(螳螂拒轍)의 경우 슬기 빠진 용기의 무용함을 말하지 아니한가? 광복 이래 전통적 우방, 미국에 반대하는 용기가 자칫 친중, 종북으로 귀결되는 상황에서 나라의 정체성과 국익을 담보로 노리는 게 무엇인가?
정치가 바퀴에 모래를 뿌리지 않으면 경제는 관성을 따라 구른다. 나라가 벼랑 끝에 몰렸다고 스스로 자탄하고 있을 여유가 없다. 모두 털고 각자 일자리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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