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계절, 국민은 무엇을 원하는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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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선거의 의미
현 정권의 중간평가가 다가왔다. 지난 대선에서 승리한 박근혜 정부는 출범 후4대 국정기조를 발표했다.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 평화통일 기반구축이 그것이다. 경제부흥은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가 방법론이다. 그러나 창조경제가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는 정부 발표 말고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외교국방에 있어서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만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 평화통일 기반구축에 대한 평가는 그리 높지 않은 것 같다.
이 같은 평가에 동의하는 사람도 있고 부정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국회의원 선거가 국정 평가를 반영하는 절대적인 잣대는 아니라고 해도 전혀 관계없는 일 또한 아니다. 그 이유는 대통령이 속한 쪽이 여당이고 여당 의원들은 대통령과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법안에 찬성표를 던지는 반면 야당은 대체로 반대한다. 야당의 대표들 역시 이번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현 정권을 심판하자고 하니 그렇다. 그러니 국회의원 선거는 현 정권에 대한 심판으로 충분히 볼 수 있다.
국회의원 후보자의 공천 기준
2016년 4월13일 결전의 날이다. 후보들은 공천을 기다렸고 양당 모두 공천을 완료했다. 야당의 분당으로 3당이 되었으나 편의상 여야로 보고 양당이라고 하자. 이번 공천에서는 후보를 결정하는 방식을 두고 여야 가릴 것 없이 내부 투쟁이 극렬했다. 모두 자기 계파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 여당의 대표는 국민의 뜻을 반영한 100% 상향식 공천을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 방식이 현역 의원들에게 유리하다는 반론과 함께 다른 쪽에서는 유능한 인재의 전략공천이 필요하다는 명분으로 자파 인물을 낙점하여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당 대표가 후보들의 공천을 최종 추인하는 단계에서 꼭 필요한 당인(黨印) 소위 옥새(玉璽)를 몇몇 후보들에 대해 찍기를 거부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종국에는 서로 주고 받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일련의 과정을 되돌아 보건데 이번 공천은 철저히 자파 보호와 세력 확장의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국회의원이 되려는 자들은 실력을 쌓고 자신의 지역구에 봉사하는 자세보다는 최고 결정권자 내지는 실력자와의 교분 쌓기가 우선인 셈이다. 어느 줄에 서야 살아남는지를 이번에 국민들은 똑똑히 지켜보았다.
아무리 실력이 있고 유능한 인재라 하여도 권력자와 친분을 유지하지 않으면 공천을 받을 수가 없어 보인다. 이렇게 보면 공천의 본질은 당의 대표나 보스, 대권주자 등과의 친소(親疎) 여부에 달렸음에 다름 아니다. 그러니 권력에 아부하고 손바닥이 닳도록 빌고 굽실대는 자들만이 살아남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비단 정치권에서만 발생하는가. 그렇지 않아 보인다. 소신과 실력과 정의보다는 보스에 대한 충성이 인사를 결정하는 사회라면 앞날이 암담하다.
공천은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민주주의는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민이 주권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국민의 뜻을 가장 잘 반영하는 공천이 민주주의의 실현이다. 상향식 공천의 진정한 의미이다. 그러나 상향식 공천은 방법론이 항상 문제이다. 여기에 사용되는 여론조사가 때로는 부정확하고 왜곡되어 당위성이 훼손되기도 한다.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점해도 다른 요소가 개입하여 공천이 결정되니 고무줄 원칙이라고도 말한다. 그러니 공천에 대한 회의적 시선이 많고 탈락한 후보들은 불만도 많을 것이다.
국민의 뜻을 반영하는 공천의 기준으로 첫째 도덕성이다. 국회의원 후보자 가운데 탈세, 사기, 폭력, 성범죄 등 범법자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둘째 봉사정신이다. 공직은 말 그대로 사적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사회와 국민을 위한 공복의 자세 즉 봉사정신이 꼭 필요하다. 셋째 실력이다. 공직자는 각 사안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과 식견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현재 양당의 공천이 국민의 뜻에 부합하는 인물로 추천되었는지가 매우 궁금하다. 또한 각 당의 비례대표 추천 또한 이 같은 원칙에 따라 추천되었는지도 궁금하다.
여야 모두 공히 과학자와 여성들을 비례대표 최상위 순번에 배치하고 있다. 그렇게 보면 우리나라가 과학을 중시하고 여성을 우대하는 나름의 원칙을 가진다고 보인다. 정말 그런가? 지금까지 정말 그러했나? 이번 양당 공천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없어 보인다. 여야 모두 비례대표의 면면을 보면 기준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진박, 친박, 친노, 친문 등 언론이 갖다 붙인 이름에 걸 맞는 인사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여야 모두 비례대표 공천에서 계층의 이익과 소수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인물들보다 권력이 선호하는 사람들로 채웠다는 주장에 반박할 수 있을까.
경제민주화와 문화융성 어디로 갔나?
지역구 후보 개개인을 잘 알 수 없을 때 유권자들은 어떤 기준으로 국회의원을 선택해야 하나? 바로 그들이 속한 당의 정책에서 찾아야 한다. 정책이야 말로 당의 정체성을 말해주는 기준이다. 예를 들면 더민주당은 김종인 비대위 체제의 등장과 함께 경제민주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새누리당의 핵심 공약이었다. 현 정부가 당시 내세웠던 경제민주화는 어디로 갔는가? 이를 믿고 안정 속의 불평등 해소에 공감하여 표를 던진 유권자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나? 많은 유권자들이 고민하는 부분이 될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헛갈리는 부분으로 다가온다.
경제민주화는 현 정부가 진정 포기한 정책이라면 문화융성은 어디쯤 와있나? 여전히 정부는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커다란 기둥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 또한 사실인가? 아무리 봐도 그 증거를 찾을 수가 없다. 이번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서 문화예술계 인사는 보이지 않는다. 여당의 비례대표 추천이 박근혜 정부의 주요 공약인 문화융성을 깡그리 무시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최근 한국 사회를 발칵 뒤집은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이세돌의 영향 탓인지 조훈현 바둑국수의 이름만이 보일 뿐이다. 그러고도 문화융성과 창조경제를 현 정부의 국정기조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가뜩이나 문화융성이 빚 좋은 개살구 격인데 선거철에도 문화는 없어 보인다. 지난 대선 문화융성을 핵심공약으로 내세운 여당에 표를 던지고 지지해온 문화예술계는 불만이 클 것이다. 여야 모두 말로만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듯하다. 문화는 정신세계이고 품격이며 고상함이다. 우리가 문화 선진국으로부터 배워야 할 점은 질서의식과 타인에 대한 배려이다. 우리가 존중해야하는 것은 인간의 품위와 예술적 향기이다. 또한 인간에 대한 존엄과 자유정신이다. 문화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존심이며 정신적 가치임을 알아야한다.
정치는 겉으로 드러나는 가시적인 효과를 중시한다. 그래서 지역구 예산이라는 것도 도로건설, 항만건설, 도시재생 등 대부분 하드웨어에 치중한 것들이다. 지역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건설하는 정책 역시 중요하다. 그러나 모든 일이 겉모습과 함께 내용이 중요함은 주지의 사실 아닌가. 오페라 하우스가 건립되고 영화의 전당이 완공되고 복지회관이 건립되더라도 이를 채우는 내용인 소프트웨어의 역할이 막중함도 사실이다. 4.13 후보 공천에서 문화에 대한 예우는 실종되고 공천 잡음만이 언론 보도의 1순위를 지키고 있다.
국민은 정치에 무엇을 원하는가?
선거의 계절, 국민은 묻는다. 정치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정치는 나를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 정치는 나와 지역사회, 노동, 여성, 문화체육, 소외계층 등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 이 요구가 국민의 목소리이며 지역민의 목소리이다. 나의 갈증, 지역민의 갈증, 다수 국민의 갈망에 대한 해결이 정치의 몫이다.
해결책은 정책을 통해 제시된다. 양당은 이번 선거에서 지난 대선에서의 공약을 더욱 계승, 발전시키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 양극화, 청년실업, 고용과 노동문제, 복지, 문화향수, 지역불균형 등에 대한 정책 제시를 보고 우리는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후보 개개인의 이력과 자질을 잘 모를 경우 유권자들은 당의 이름만 보고 후보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출마자들은 자신의 지역에 무슨 공약을 제시할지 또는 제시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충실히 이행했는지를 보고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선량(善良)을 선택하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
얼마 전 안중근의사 106주년 추도식이 그가 사망한 중국의 뤼순과 일본의 동경, 한국 효창공원, 남산 등 국내외 곳곳에서 거행되었다. 남산 공원에 올라가면 김구 선생, 이시영 선생의 동상이 있다. 맞은편에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 있다. 그 잔디 광장 앞에 놓인 여러 돌기둥에 새겨진 의사의 어록이 눈에 띈다. ‘견리사의 견위수명’(見利思義 見危授命), ‘눈앞의 이익을 보거든 정의를 생각하고, 국가의 위태로움을 보거든 목숨을 바쳐라’. 국회의원이 되고자 하는 자, 공직에 나가고자 하는 자, 이 말씀 새겨듣길 바란다. 실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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