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정부와 한은의 2017년 성장률 전망, 믿어도 좋은가?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7년01월15일 19시41분
  • 최종수정 2017년01월16일 12시01분

작성자

메타정보

  • 40

본문

 

 2017년 성장률 전망에 대하여 기획재정부(2016년 12월 29일)는 ‘2017년 경제정책 방향’ 발표에서 2016년 예상 성장률과 같은 수준인 2.6%로 발표했으며, 한국은행은 정부 전망치보다 0.1% 포인트 낮은 2.5%로 발표했다(2017년 1월 13일). 

  성장률 수준을 놓고 본다면, 2016년 대비 2017년 성장률이 정부 전망치로는 같고, 한은 전망치로는 0.2% 포인트 낮아지는데 불과하다는 점에서 정부와 한은이 국민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공히 언론에서 거론되고 있는 성장률 급락과 같은 큰 문제는 없다는 ‘굿 뉴스’라고 할 것이다. 또한 정부와 한은 공히 시중에서 우려하고 있는 집값의 거품 붕괴는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일단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가계와 기업은 우려할 것 없이 이러한 정부와 한은의 긍정적 메시지를 믿고 따르기만 하면 되는 것인가? 

 

하방위험의 충격 : 우려할 것 없다? 

  ‘굿 뉴스’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한은의 성장률 전망을 쉽게 믿기 어려운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사실 정부와 한은도 내부적으로는 경제상황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는 경우에도 정부와 한은은 비관적인 전망을 발표하여 민간의 소비와 투자의 위축을 오히려 촉진하는 부정적인 자기실현의 악순환을 피하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하방위험을 낮게 발표했을 수 있다. 특히 금년의 경우 경제적인 측면과는 별개로 ‘흔들리지 않는 경제운영’을 천명함으로써 황교안 총리대행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기 위한 국정 운영차원의 고려가 반영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정치적 충격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는 기존의 흐름을 지켜갈 것인가? 아니면 한국 경제는 탄핵사태의 충격으로 인하여 심각한 하방 위험에 직면하고 있는가? 2017년 성장률 전망의 핵심은 결국 탄핵정국과 대선으로 이어지는 정치적 사건의 경제적 충격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있다고 할 것이다. 

 

  일단 정부의 해석을 들어 보자. 유일호 기획재정부 경제부총리는 2016년 12월 27일 2017년 경제전망 발표에서 "국내도 소비·건설 투자 둔화 등 경기 위축으로 우리 경제는 당초 예상보다 성장세가 약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언급했으며, 2017년 1월 12일 뉴욕에서 있은 한국경제 설명회에서는 대통령 탄핵소추의 충격에 대하여 "정치적 파장은 최소한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계량화는 어렵지만,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별로 없었다"고 진단했다. 즉 탄핵소추의 충격은 있지만 심각하지 않다는 것이다. 2017년 당초 3%로 호전될 것으로 예상했던 성장률을 0.4% 포인트 낮추어 2.6%로 전망했으니, 충격을 반영했지만 그래도 2016년과 큰 차이가 없으니 충격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한편 이주열 한은 총재는 1월 13일 2017년 경제전망을 발효하면서 “지난해 10월 전망치를 발표한 이후 대내외 여건이 크게 바뀌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대선 이후 시장금리 상승, 달러화 강세, 보호무역주의 우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과 올해 금리 상승 전망 등이 달라졌다. 국내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특히 민간소비가 지난해보다 더 둔화할 것으로 본 게 성장률 전망의 주요 포인트다”. 

 

  탄핵정국의 경제적 충격이 심각하지 않다는 증거로 유 부총리는 "작년 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2.6%로 낮춰 제시했는데 최종적으로는 2.7%가 될 것 같다. 이를 감안해보면 올해 1분기도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으며, 이주열 총재(1월 13일)도 작년 4분기 성장률이 우려와는 달리 “제로 성장이나 마이너스 성장은 아니다. 성장세가 둔화했지만 소폭 플러스 성장한 것으로 본다”고 밝힌 바 있다.

 

2017년 2.5~2.6% 성장률 가능한가?

  먼저 2017년 2.6% 성장률의 실현 가능성을 검토해 보자. 정부와 한은의 전망치는 공히 설비투자와 상품수출의 호전에도 불구하고 민간소비와 건설투자의 증가율 저하로 성장률이 2016년에 비해 같거나(기재부) 또는 0.2% 포인트 낮아다는 것(한은)이 핵심이다. 한편 2017년 석유가격의 상승 등으로 수출 환경이 다소 개선될 것이라는 점과 주택투자의 제약으로 인하여 건설투자 증가율이 저하될 것이라는 점은 일반적으로 인정하는 사항이므로 큰 논란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탄핵정국으로 인하여 기업 투자 환경의 불확실성이 극도로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연 설비투자 증가율이 2016년의 (-) 2.6%에서 2017년 2.5%로 호전될 수 있는가 하는 점과 민간소비 증가율의 저하가 0.4~0.5% 포인트에 그칠 것인가 하는 점이다. 

 

   1천만 명에 달하는 국민들의 촛불시위 참여에도 불구하고 단 한명도 법규를 위반한 시위자가 없는 평화적 시위를 이어왔다는 사실은 탄핵정국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안정을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 발전의 동력이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과연 경제도 안정을 유지하고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까? 

  탄핵정국이라는 아주 이례적인 정치적 충격을 성장률 예측에 합리적으로 반영할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 특히 탄핵정국의 성격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그 경제적 충격에 대한 예상은 크게 달라 질 것이다. 국정농단 사태와 탄핵정국은 정치·경제·문화 등 국정과 사회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d7cc7e509bc77436390e289fd0ec824e_1484476
 

 이 사태가 가져온 국가적 최대의 비용은 국가 시스템 운영의 건전성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점이다. 특히 정부와 기업의 관계는 회복하기 어려운 신뢰상실을 가져 왔다. 또 다시 대기업 총수들이 검찰 조사를 받고 구속 사태에 직면한 악몽을 재연하면서 설비투자가 작년보다 대폭 증가할 것으로 보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1979년 10.26 사태가 미친 성장률의 영향과 탄핵정국의 충격을 반영한 정부·한은의 2017년 성장률 내용을 비교해 보면, 국정 중단의 성격과 상태의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정부와 한은이 탄핵정국이 미치는 경제적 충격을 얼마나 과소평가하고 있는지 분명해 보인다(<표 2> 참조). 1979년 10.26 사태의 경우, 사태 직전인 1979년 3분기 규모를 회복하는데 민간소비지출은 5분기가 소요되었으며, 특히 1980년 수출 증가율이 크게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총투자는 사태 전 수준을 회복하는데 12분기가 걸렸다. 

 

  공급측면에서는 한국 경제가 2% 대의 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노동과 자본의 기여분을 제외한 경제운영 시스템의 총체적 효율성을 반영하는 총요소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의 증가율이 최소한 1% 대는 유지해야 한다. 국정 운영에 대한 신뢰의 심각한 훼손과 정국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과연 총요소생산성의 증가를 예상할 수 있을지에 대하여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d7cc7e509bc77436390e289fd0ec824e_1484476
 

  한편 정부와 한국은행은 공히 2017년 주택가격의 하락으로 인한 우려할 만한 충격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전망을 그대로 수용한다고 하더라도 탄핵정국이 민간소비와 설비투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부와 한은의 전망은 과도하게 낙관적인 것으로 분석되며, 종합해 보면 2017년 2.5~2.6% 성장률은 희망적 전망의 성격을 강하게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과잉 비관론과 과잉 낙관론의 위험

  비관적 전망이 가져올  수 있는 자기실현적 결과에 대한 책임 문제로 인하여 정부와 한은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방위험에 대한 우려를 언급하면서도 구체적인 전망 수치는 상대적으로 낙관적으로 발표하는 것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세계경제 성장률에 대한 IMF의 성장률  전망 오차가 크고, 매년 몇 차례 수정되는 이유가 이 때문이며, 한국은행 전망치의 오차가 큰 이유도 IMF의 예측치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잉 낙관론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정부의 정책이 하방위험의 충격을 상쇄할 만큼 강력한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성장률 전망치와 실제 경제 상황의 괴리는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가 성장률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 자체가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그 괴리가 가계와 기업에 심각한 상처를 수반할 경우는 문제가 다르다. 정부의 전망을 믿고 경제행위를 선택한 가계와 기업에게 과소평가했던 하방위험이 치명적인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굿 뉴스’는 결과적으로 ‘최악의 뉴스’가 될 것이며,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는 더욱 추락하고 한편 가계와 기업의 경제행위 선택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짐으로써 시장의 내재적인 불안정성을 확대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황교안 총리대행 정부가 경제를 전망한 바와 같은 낙과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그 결과는 다음 정부의 부담으로 넘겨질 것이 명확한 일이다. 이럴 경우 다음 정부는 그 상처를 회복하는데 상당한 시간과 국정 운영역량을 소모할 수 밖에 없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 만큼 정부는 정부 발표가 가져오는 부정적 자기실현 효과를 우려하기 이전에 먼저 어떻게 잃어버린 공정하고도 바른 국정 운영에 대한 신뢰를 기업과 국민들로부터 회복하고 정부 정책의 지도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강구할 필요가 있다. 신뢰를 회복하는데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 이제라도 하방위험이 내포한 위험의 실체에 대하여 국민들에게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위기 극복에 대한 국민적 협력을 구하는 방안을 정부와 한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유일호 부총리는 1월 12일 뉴욕에서 있었던 한국경제설명회에서 영화 '인터스텔라'의 대사를 인용해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방법을 찾을 것이고, 또 그래야 한다"고 언급했다. 인터스텔라 영화의 해피 엔딩과 같이 정부는 “어떤 상황에서도 방법을 찾아” 낙관적 전망을 실현해 주기를 국민들은 간절히 바란다. 다만 탄핵정국에 직면한 한국 경제는 감독 마음먹기에 따라 전개되는 영화가 아니라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ifs POST>

40
  • 기사입력 2017년01월15일 19시41분
  • 최종수정 2017년01월16일 12시01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