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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꿀 수 있는 유전자 편집기술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7년06월06일 18시13분
  • 최종수정 2017년06월05일 15시31분

작성자

  • 오태광
  •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주)피코엔텍 상임고문,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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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현재의 기술을 들라면 사람들은 당연히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을 말한다. 지난해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가 이세돌 9단에 4:1로 승리한 후 급속하게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과학기술분야 뿐만 아니라 경제, 금융, 일자리 등에 큰 변화를 예측하고 심지어는 예술의 영역까지 사람을 대신 할 수 있다는 예를 보여 주고 있다. 

 

 올해(2017년) 5월 알파고는 중국의 커제 9단과의 바둑대결에서는 바둑 최고수들의 바둑을 흉내 내는 것을 뛰어넘어 새로운 창조적인 기술을 선보이면서, 작년에 느꼈던 인공지능의 공포를 뛰어넘어 인공지능 활용에 대한 새로운 기대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 인공지능 외에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가장 큰 기술을 들라면 유전자 편집(Genome Editing)이라고 말한다. 

 

유전자 편집기술은 다른 말로 ‘유전자 가위’라고도 말하는데, 우리가 가위로 정확하게 색종이를 잘라내듯이 원하는 위치의 유전자를 아주 정확하게 잘라낼 수 있고, 또한 다른 유전자를 가위로 잘라서 정확하게 붙일 수 있는 편집 기술이다.

 

  생물의 유전체를 무작위로 가위질하면 생명체는 살아갈 수가 없기 때문에 생물의 유전자를 조작할 때는 필요한 부분을 정확히 잘라주어야 한다. 나쁜 유전자는 정확하게 잘라서 제거하거나 또는 조금 잘못된 부분은 잘못된 부위를 바꾸어 넣는 작업이 우리가 글을 쓸 때 편집(Editing)하는 방식과 비슷하여 유전자 편집이란 말을 사용한다. 

 

편집을 할 때 잘못된 부위만 정확히 교정해야 하는데 잘못하여 문단 하나를 완전히 제거하거나 전혀 다른 문장을 집어넣으면 문맥이 통하지 않아서 무슨 이야기인지 알 수 없듯이 정확한 부위를 찾아서 교정하여야만 한다. 흔히, 색종이를 가위로 잘라서 붙이는 공작시간에 연필로 금을 그은 후 금을 따라 가위질을 하면 우리가 원하는 정확한 모양을 만들 수 있는 원리와 같이 유전자에도 끊고자하는 부분에 정확히 길잡이 하여  금을 긋듯이  잘라내는 방법이 유전자 편집의 요체다. 

 

길잡이를 하는 금을 긋는 물질로는 징거핑거(Zinc Finger), 탈렌(Talen)의 1,2세대를 거쳐서, 현재는 주로 크리스퍼(CRISPR)를 사용하는 3세대로 기술이 진화하였다. 결국, 금을 긋는 길잡이 이름들은 징거핑거나 크리스퍼와 같이 매우 생소하지만, 더 정확하게 금을 긋고 더 정확하게 잘리도록 가위의 성능을 높이는 방향으로 기술이 진화하였다. 인공지능 알파고가 빠른 속도로 진화하듯이 유전자 편집기술도 3세대의 크리스퍼까지 진화하면서 더 정확하고 빠르고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전문가가 사용하던 유전자 편집기술을 현재 많은 실험실에서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비용면에서는 1세대 징거핑거가 5,000달러가 필요했는데 현재는 30달러이면 가능하고, 특정 유전자를 제거한 실험쥐를 만드는데도 1년 이상 시간이 필요하였는데 현재는 두 달이면 충분히 만들 수 있다. 

 

 원리를 간략하게 설명하면, 유전정보 상에 있는 DNA와 상응하는 RNA는 정확하게 붙는다는  사실을 이용하여 잘라 주어야 할 DNA에 맞는 크리스퍼라는 RNA를 붙여서 길잡이로 금을 긋고  Cas9이란 효소 가위가 정확하게 잘라 주도록 유도하여 유전자을 편집하게 된다. 잘라준 유전자부위를 없애면 나쁜 유전자를 제거할 수 있고 잘라낸 부위에 올바른 유전자를 집어넣어 주면 유전자 교정을 하여 전체적으로는 유전자 편집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복잡한 수학과 통계자료를 활용하여 만들어지지만 사용자인 고객은 복잡한 수학적 지식이 없이도 매우 쉽게 접근하여 사용할 수 있듯이 유전자를 자르고 붙이는 기술도 초기에는 고도의 교육을 받은 전문가만이 할 수 있었는데, 제 3세대 기술인 크리스퍼 Cas9는 의외로 쉽게 사용할 수 있어서 약간 교육을 받은 비전문가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간편하다. 적은 비용으로 정확하고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이렇게 되면 아마츄어 (Amateur) 생물학자가 윤리와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 공간에서 유전자를 마음대로 편집을 하게 되면 인공지능에서 나쁜 해커(Hacker)가 해킹을 통해 전체 전산망이나 일부 특정 전산망을 파괴하는 것과 같이 엄청난 재앙을 일으킬 수도 있는 위험요소가 있다. 

 

   “글로벌 크리스퍼시장 현황과 전망”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약 2억 달러에 불과 했으나 그 후 6년(2016-2022년)간 연평균 성장률 36.2%로 빠르게 성장하여 2022년에는 약 23억 달러의 시장이 형성되어 2014년에 비해 1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크리스퍼 시장도 2014년 600만 달러에서 2020년에는 7,000만 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산업적 측면에서 유전자 편집은 식품과 축산분야에서는 나쁜 유전자를 편집하여 생산성이나 안전성을 크게 증가 시켜나가고, 보건 의료 분야에서는 암이나 당뇨등과 관련된 비정상적 유전자를 정상적인 상태로 돌려놓을 수 있어 인간이 건강하게 살 수 있게 한다. 또한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를 유전자 편집기술을 이용하면  전 세계의 모기를 말라리아 병원균을 옮길 수 없는 모기로 만들 수 있어 손쉽게 말라리아병을 퇴치할 수 있다. 환자에게서 얻은 줄기세포를 만능줄기세포로 전환하여 유전자를 교정한 세포를 환자에게 이식하여 근원적인 치료를 하는 방법도  연구하고 있다. 아예, 생명윤리적 관점이 해결된다면 부모에게서 물려받을 수 있는 좋지 못한 유전자를 배아상태에서 편집하여 부모의 좋은 유전자만 물려받는 기술도 가능하다. 

 

“The Economist”, “Time”지에서는 “Editing humanity, The Gene machine”이란 제목으로 태어나는 아기의 유전능력을 향상시켜 지능이 아주 높고 병에 대한 위험이 적고, 운동선수 같은 근육에 시력이 2.0인 Design Baby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타민 D가 함유한 상추를 비롯하여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풍부한 돼지고기와 같은 연구는 이미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GMO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는데 크리스퍼 카스9을 이용하면  외부 유전자의 도입 없이도 품질이 좋은 농산물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개발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최근 미국 예로서  버섯은 수확하여 칼로 자르면 갈변을 하게 되는데, 갈변하는 효소를 크리스퍼 카스9으로 정확하게 잘라내어 없애 버렸더니 칼로 잘라도 갈변이 일어나지 않아서 품질이 좋아진 버섯을 개발을 하였다.

 

 이런 경우는 외래 유전자를 유입시키지도 않고 나쁜 성질만 없애 버린 경우이기 때문에 GMO와 관계가 없다고 발표했는데, 현재의 GMO의 정의에서는 벗어날 수 있지만 여전히 안전성 문제에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이를 계기로 유전체 편집이 GMO에 포함되는지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아무튼 GMO제작에 주요 기술로 크리스퍼 기술이 사용될 가능성은 커지고 외래유전자를 통하지 않고 내부 유전자를 편집하여 형질을 바꾸는 새로운 GMO 개발 기술로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신약 분야의 유전자 치료는 EU에서 첫 번째 유전자 치료제로 승인된 글리베라는 110만 유로(약 15.2억 원)의 사상 최고의 약가를 책정하는 신기록을 세웠고 2번째 유전자 치료제인 스트림벨리스도 아데노신디아미나아제 결핍증(ADA-SCID)은 소아환자에게 사용허가를 받았다. 미국도 지난 5월22일 “Science”지에서 미국국립보건원(NIH)가 크리스퍼 카스9로 만든 면역세포를 암 치료에 사용할 수 있도록 펜실베니아 대학에 허가를 하였다. 유전자 편집기술의 신약 개발에 편승함에 따라 세계 신약 발굴 시장도 2012년 414억$에서 연평균 14.2% 씩 증가하여 2018년에는 900억$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신생아나 고령인구에 발생하는 유전질환 치료에는 크리스퍼 카스9 기술이 절대적이므로 시장 개발 가능성은 예상보다도 더 급격히 증가 할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로 유전자 편집에 대한 미국에서 스타트업(Startup)은 활발히 일어나고 있고, 유전자 편집 벤처기업에 대한 벤처캐피탈 등의 민간 차원의 투자도  활발하다. 빌게이트, 노바티스는 Intellia Therapeutics, Editas Medicines등의 투자를 하였고, 특히, 크리스퍼 기술을 보유한 Editas Medicines에는 13개 기업이 1.2억 달러를 투자한 바가 있다. 시장의 전망이 좋은 만큼 특허분쟁이 복잡하게 일어나고 있는데 대표적인 케이스가 미국의 UC 버클리와 브로드연구소(Broad Institute, 하버드, MIT 공동연구원)간의 특허 분쟁이다. 

 

UC버클리의 Jennifer Anne Doudna교수는 2012년 5월 Cas9이 특정 DNA를 선택적으로 자르는 기술을 특허출원을 한데 비해서 브로드연구소 소속, MIT의 Feng Zhang교수는 2012년 12월 크리스퍼 가위 기술로 인간이나 쥐와 같은 포유류에서 적용할 수 있음을 특허 출원하였다. 하지만 브로드연구소에서는 “우선심사제도”로 미국특허권을 취득했지만 UC버클리는 먼저 개발했다는 사유를 들어 브로드연구소를 상대로 “저촉심사(Interference proceeding)”을 신청하였다. 특허 심판관은  UC버클리의 “저촉심사”를 ‘이유 없음’으로 판정하였으나 포유류에 활용한 브로드연구소의 특허권을 인정한 것이지 UC버클리의 특허 출원을 무효화 시키지는 않아 복잡한 문제로 진행되고 있다. 올해 2017년 4월 UC버클리는 다시 연방항소법원에 항소한 상태이다. 하지만, 유럽특허청은 UC버클리의 손을 들어 주어 유럽 38개국 에서는 특허료를 UC버클리에 지불하도록 하여 특허분쟁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우리나라는 유전자 편집회사인 “툴젠”은 2012년 10월에 브로드연구소 보다 앞서 동물세포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특허 출원하여 현재로는 유리한 입장에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미 개발된 유전자 편집을 응용한 연구이지 근본적인 원천연구인 새로운 편집 기술에 대한 기초 연구가 없다는 아쉬움이 있다.  

 

 마지막으로 유전자 편집기술에 대한 윤리적 이슈와 활용범위에 대해서는 주의 깊은 검토가 필요하고 남용의 우려 등이 오히려 유전자 편집산업 성장을 저해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리적인 이슈인 유전자 오염분야, 생물다양성 훼손, 윤리적 위험, 사회경제적 위험 및 종교적 반대 등에 다양한 논의와 검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떠오르는 신산업 분야의 발전에 저해가 되는 규제보다는 연구결과를 선점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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