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부국 베네수엘라의 경제 파탄에서 배워야 할 것들 <下> 총체적 파멸, 벗어날 길은 없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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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큰 고통을 감수할 ‘무자비한(merciless) 변혁’ 뿐”
지금 사상 최악이라는 경제 파탄에 휩싸여 있는 베네수엘라(Venezuela)의 수도 카라카스(Caracas)市 거리의 상점들은, 자국통화 ‘볼리바르(Bolivar)’의 가치가 시시각각 추락하고 있어, 물건 값으로 볼리바르貨를 받기를 거절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일부 부유층은 이미 볼리바르貨를 ‘비트 코인’ 등 대체 자산 형태로 환전해 두고 있다고도 전해진다. 2.4 Kg 치킨 한 마리가 14,600,000볼리바르($2.22 상당) 한다고 하니, 이를 사러 가려면 지폐를 한 수레 가득 싣고 가야 할 정도이다.
한편, 외화가 턱없이 부족하기도 하고, 정부의 외환 통제도 있어서, 정부의 공시 환율과 시장에서 교환되는 실제 환율 간의 괴리(乖離)가 엄청나게 벌어져 있다. 따라서, 제조용 원자재를 대부분 수입하는 제조업체들의 생산비가 급등, 인플레이션은 살인적인 속도로 상승하고 있고, 제조업체들은 더욱 위축되고 있다.
거의 모든 상점 주인들은 질주하는 ‘超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을 감안하여 지금 팔고 있는 물건 값을 얼마로 매겨야 좋을 것인지를 점치는 것이 일상이 되어 있고, 식당들은 거의 매 주일 메뉴를 바꾸고 있다고 한다. 暗시장에서 거래되는 美 달러貨는 1 달러에 무려 350만 Bolivars에 이르고 있다고도 알려진다.
한 전문가(美 Northwestern Univ. Lansberg-Rodriguez 경제학 교수)는 현 베네수엘라 경제를 “Titanic호가 원래 위치에서 270도 가량 기울어져 있는 상황” 이라고 비유한다. 이러한 ‘超인플레이션’ 하의 경제 위기는 현 마두로(Nicolás Maduro) 대통령 집권 세력이 정치적 혼란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어 더욱 가중되는 양상이다.
IMF는 석유 생산 감소에 더해 ‘거대한 거시 경제 불균형’이 금융 위기의 원천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여기에, 현 정부는 재정 적자 보전을 위해 통화 증발을 계속하고 있어 향후 인플레이션은 더욱 가속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날이 갈수록 재앙에 재앙이 거듭되는 베네수엘라의 현 ‘경제 위기’ 상황을 좀 더 상세하게 살펴보자.
<참고; 베네수엘라 경제 위기를 보여주는 최근 경제 지표들>
지 표 |
경제위기 전(2013) |
최근(2016 · 2017) |
변동률(%) |
상품 수출 |
$827억 |
$270억 |
- 67% |
상품 수입 (輸入) |
$629억 |
$214억 |
- 66% |
GDP (경상가격) |
622억 Bolivar |
412억 Bolivar |
- 34% |
1인당 GDP |
$17,980 |
$11,290 |
- 37% |
인플레이션율 (%) |
57% |
1,133% |
1,888% |
실업률 (%) |
7.5% |
26.4% |
252% |
재정적자 (% of GDP) |
14.1% |
18.5% |
31% |
■ “그 많던 ‘오일 머니(Oil Money)’는 모두 어디로 갔나?”
베네수엘라의 현 경제 구조 상, 외화 수입(收入)은 거의 전적으로 석유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사정이 그러하니, 이전에 유가가 하락할 시기에 어려움을 겪은 것은 그런대로 납득이 갈 만도 하다. 그러나, 최근 국제 유가가 상당 수준 회복되고 있어, 이런 분명한 경제적 순풍(順風)을 맞이하면서도, 국민들이 일용할 식량도 구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외화 부족을 겪는 것에는 무슨 까닭이 있는 걸까?
금년 1월에 공표된 美 의회의 한 보고서는, 베네수엘라 경제 파탄의 결정적 원인을 2000년대의 ‘오일 붐(Oil Boom)’ 시절에 경제 운용을 잘못한 탓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차베스(Chaves)가 처음 집권했을 무렵 1999년에 배럴 당 $10 이었던 유가는 이후 꾸준히 상승해서 2008년 7월에는 배럴 당 $133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베네수엘라 정부는 1999~2015년 기간 동안에 석유 수출을 통해 $9,000억을 벌어들였고, 이 중 절반은 집권 2기 (2007~2012년) 동안에 벌어들인 것이다.
차베스(Chaves) 정권은 이 일확천금(windfall)한 막대한 규모의 석유 수입(收入)을 주로 사회 복지 확대, 식량 및 에너지 보조금 등에 할당했다. 그 결과, 2000~2013년 동안에 사회복지 지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8%에서 무려 40%로 증가했다. 이는 남미의 다른 대형 국가들에 비해서도 훨씬 급격한 증가였다.
이에 더해, 차베스(Chaves) 정권은 장래에 수출할 석유 수익금을 담보로 무차별적으로 차입을 늘려, 그가 재임했던 1999~2013년 동안에 9년 동안 줄곧 예산 적자가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베네수엘라의 공적 부채(public debt)는 2000~2012년 사이에 2 배 이상 증가했고, GDP 대비 비율도 동 28%에서 58%로 급증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차베스(Chaves)는 막대한 석유 수입(收入)을 지렛대로 삼아서, 해외에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도 도모했다. 소위 ‘PetroCaribe’ 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카리브海 연안 국가들에게 시장 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석유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할애했다. 결국, 그 많은 ‘오일 머니’를 나라 곳간에 거의 쌓아 두지 않고 대부분 일반 국민들에게 혹은 해외 우방국들에 선심 좋게 뿌려버린 것이다.
■ “급진 일변도 정책으로 기업들은 결딴나고, 해외 기업들도 떠나”
한편, 차베스(Chaves) 정권은 광범위한 강제 수용(收用) 및 국유화 정책을 감행함으로써 1998년~2011년 기간 중 민간 기업들 숫자는 14,000개에서 9,000개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민간 부분의 생산 능력이 급격히 위축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와 함께, 기업 활동을 직접적으로 옥죄는 조치들로써, ‘외환 거래 통제’ 및 ‘가격 상한제’ 등 가격 통제(price control) 수단을 강행하기도 했다.
근년 들어 유가가 상승하여 시세가 상당히 회복되고 있으나, 베네수엘라가 이에 따른 이득을 향유하지 못하는 것은 이 나라의 원유 생산 능력이 턱없이 뒤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원유 가격이 아무리 올라도, 생산 능력이 정체되어 있어, 수출 물량을 생산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기 때문에 곤경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즉, 베네수엘라 원유 생산이 감소한 것은 과거 석유 시장 호황 시절에 제유(製油) 등 생산 능력을 확충할 투자를 게을리했기 때문이다. 그것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석유 수입의 대부분을 저소득층에 대한 일상 생활물자 배급 등에 충당하다 보니 국가 경제의 자체적인 순환 능력이 갖춰지지 못하고, 외화 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취약한 경제 구조를 만들어 온 것이 가장 큰 병폐(病弊)가 된 것이다.
따라서, 지금 겪고 있는 경제 위기 및 사회 혼란은 차베스(Chaves) 前 대통령이 “21세기 사회주의” 를 부르짖던 시절부터 시작되어 누적된 실정(失政)의 결과라고 할 것이다. 지금 와서 마두로(Maduro) 대통령이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데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표방하고 있으나, 한창 극심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신용도로는 이에 필요한 최소한의 자금을 조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차베스(Chaves)가 거대한 석유 수입으로 조달된 자금을 바탕으로 방대한 규모의 사회 복지 지출 프로그램들을 운용함으로써, 성공적으로 정치적 환심을 사는 데 도움을 주게 되었다. 그리고, 단기적으로는 국민들의 빈곤율을 2005년의 37%에서 2012년에는 25%로 끌어내리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한 셈인 것이다.
반면에, 이런 경제 운용 전반의 오류는 결국 장기적 폐해를 낳게 된 것이다. 정부의 막대한 재정 지출이 경제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석유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를 개선할 수 있도록 ‘투자’ 부문으로 연결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더해, 포퓰리즘의 극치라고 할 만한 정책인 국가에 의한 강제 수용 등으로, 민간 기업들의 사업 의욕을 완전히 피폐(疲弊)하게 한 것은 물론, 해외기업들의 투자 진출 의욕도 상실하게 만들었다. 아울러, 이들이 베네수엘라 기업들에 제공할 수 있었던 고도의 기술 이전이나 추가적인 자본 유입의 길도 차단하고 말았던 것이다.
■ 유가(油價)가 급락하자 경제가 파탄, “고난의 행군(行軍)”이 시작
현 마두로(Maduro) 대통령이 2013년에 정권을 이어받을 당시, 석유 수출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불안한 경제 상황도 그대로 승계됐다. 그리고, 바로 뒤 2014년에 국제 유가는 급락했고, 마두로(Maduro) 정권 하의 경제는 예상치 못한 외생적 충격을 완만하게 흡수할 여력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직격(直擊)을 당하게 되었다.
다른 OPEC 국가들은, ‘오일 붐’ 호황기에, 장래의 유가 하락에 대비하여 충분한 외환 보유고를 유지하거나, 적극적으로 ‘국부 펀드(Sovereign Wealth Fund)’를 운용하는 방법으로 유가 등락 리스크를 완화하는 안전 장치를 마련하고 있었다. 그러나, 차베스(Chaves) 정부는 이러한 장래를 대비하는 ‘안전판(安全瓣)’ 역할을 마련하는 방향으로는 전혀 눈을 돌리지 않았던 것이다. 오히려, 높은 유가 수준이 계속될 것으로 기대하고, 장래의 석유 수익을 담보로 차입을 늘려왔던 것이다.
과거 경제 파탄의 유사 사례로는, 1차 대전 중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 시절에, 전쟁 전 1 달러 당 4.2 Marks(당시 독일 통화 단위) 이던 것이 1923년에는 4.2조 Marks에 달했었다. 결국, 독일 정부는 대폭적인 화폐 개혁을 단행하여 안정을 되찾았으나, 이 과정에서 수 백만 독일 국민들은 엄청난 경제적 재앙을 겪어야 했다.
최근 사례로는 아프리카 짐바브웨(Zimbabwe)의 사례가 있다. 이 나라도 무가베(Robert Mugabe) 대통령 치하에서 국가에 의한 토지 강제 수용 및 강권 정치 여파로 점차 금융 붕괴로 빠져 들었던 경험을 했던 것이다. 한 때는 짐바브웨 달러로 100조짜리 액면의 지폐를 인쇄해야 했던 시기도 있었다. 이 나라도 앞서 말한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과 마찬가지로 자국 통화를 대체할 수밖에 없었다.
IMF 집계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1인 당 국내총생산(GDP)은 지난 1980년 이후 단속적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보여오다가, 최근 들어, 본격적으로 마이너스 성장 추세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게다가, 지난 2013년을 기점으로 작년까지 5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이어지고 있고, 특히, 2016년, 2017년 GDP 성장율은 각각 - 17.5%, -15.1%로 사상 최악을 기록했다. 더구나, 최근 발표한 글로벌 GDP 보고서에서는, 향후 2020년 초반까지 GDP 감소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앞에 말한 美 Northwestern Univ.의 Lansberg-Rodriguez 교수는, 지금 베네수엘라 경제를 치유하는 것은 짐바브웨가 경험했던 것보다도 성공하기가 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는, 당시 짐바브웨 경제는 지금 베네수엘라보다 훨씬 다양한 경제 체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회복이 상대적으로 쉬웠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도, 지금 베네수엘라가 겪고 있는 최악의 신뢰를 회복하고 악(惡)의 순환을 벗어나는 것이 더욱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마디로, 현재 추세대로라면,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더욱 극심한 고통을 한없이 겪어야 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다.
■ Maduro 정부가 제시한 ‘新 경제 정책’은 일찌감치 실패를 예견
바로 얼마 전인 8월 초, 마두로(Maduro) 대통령은 새로운 “경제 번영과 회복을 위한 플랜”을 발표했다. 물론, 현재 베네수엘라가 겪고 있는 미증유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으로 발표한 것이다. 그러나, 이 발표에서는 지금 겪고 있는 혹독한 고난을 조속히 끝낼 것이라는 선언적인 약속 이외에, 일부 정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많은 부분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지 못했다.
국내 · 외의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지금 베네수엘라가 경험하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의 원인인 ‘대규모의 재정 적자 문제’, ‘국영석유회사(PDVSA) 경영 실패 재건’, ‘超인플레이션 수속’, ‘기초적인 생활 물자 부족 해소’, ‘외환 부족’, ‘산업 투자 부족’ 등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대응 수단을 밝히지 못한 것이다.
마두로(Maduro) 대통령은 ‘新 경제 정책’에서, 첫째; 정부가 자체 가상화폐 “Petro” 를 발행하여 기존 통화를 점진적으로 대체할 것, 둘째; 최저임금 수준을 5,900% 인상할 것, 셋째; 정부 예산의 균형 재정을 지향할 것과 가솔린 보조금을 대폭 감축할 것, 넷째; 볼리바르(Bolivar) 통화의 환율 제도를 개선하여 경쟁 시스템에 의한 가격(=환율) 결정 메커니즘을 지향할 것, 등을 중심 정책으로 제시했다.
우선, 이번 ‘新 경제 플랜’은 정부의 과도한 통화 증발이 超인플레이션을 유발했다는 점을 인정한 것, 그리고, 향후 정부의 경제 운용 플랜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것인가를 예시했다는 점 등 관점에서는 의미가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구체적 실행 방법이 결여되어 있고, 경제 회생 플랜 그 자체가 실패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어, 향후 경제 상황은 계속 악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발표된 EIU 보고서는, 마두로(Maduro) 대통령의 ‘新 경제 플랜’에 대해, 아무런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설명하지 않고 있고, 무엇보다도 현재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부정 부패와 비효율을 척결할 과감한 개혁 의지를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실패가 예견되는 계획(a plan that seems doomed to fail)’ 이라고 평가한다.
■ “총체적 파탄을 벗어날 방도는 ‘무자비한(merciless) 變革’ 뿐”
세계에서 가장 큰 석유 매장량을 가진 ‘석유 부국(富國)’ 베네수엘라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큰 재난의 현장일 뿐이다. Coca Cola 공장에서는 설탕이 떨어져 Coke 생산이 중단됐다. 국제선 항공사들은 외환 통제로 수입금을 가져올 수 없어 카라카스 공항 운항을 중단했다. 국민들은 먹을 것을 찾아서 슈퍼마켓을 약탈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국내 · 외 경제학자들은, 순수한 이론 상의 해법은 분명하다고 말한다. 즉, 이 나라 경제에 ‘시장(market)’을 복원시키라는 것이다. 일반인들에 대한 과도한 정부 보조를 중단하고, 외환 및 가격 통제를 철폐하라는 처방이다. 그러나, 그것은 마두로(Mduro) 및 전임 차베스(Chaves) 정권의 집권 세력들이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지난 20년 간 펼쳐 온 정책들을 일거에 변전(變轉)하라는 것이다.
해외의 한 미디어(Quartz)는 베네수엘라가 반드시 취해야 할 긴급 조치로 다음의 4 가지 정책적 전환을 권고하고 있다. ① 시장 기능의 복원을 위해 가격 통제를 즉시 철폐할 것, ② 자국통화 볼리바르(Bolivar)의 정당한 가치 평가(平價)를 위해 환율제도를 자유변동제로 전환할 것, ③ 가격 왜곡과 비효율적 자원 분배를 조장하는 보조금 제도를 전면 철폐할 것, ④ 국제 사회의 지원을 요청할 것, 등이다.
이들 조건들은 우리들에게 그리 낯설지 않게 들린다. 바로, 1997/8년 아시아 금융 위기(소위 ‘IMF 위기’) 당시에, IMF가 우리나라에 구제금융을 제공하면서 우리 정부에 즉시 강행할 것을 요구했던 것들과 대단히 흡사한 조건들이다. 소위 ‘워싱턴 컨센서스(Washington Consensus)’로 알려진 IMF 구제금융 조건들의 기본 틀인 것이다. 엄청난 고통과 인내가 따르지 않고는 실행할 수가 없는 조치들이다.
이를 미루어 상정해 보면, 이런 긴급 처방들은 베네수엘라 국민들에게 잔인할 정도로 생활비를 상승시켜서 지금보다 더욱 혹독한 고통을 감수하는 삶을 영위하도록 강요할 것이라는 점이다. 마치, 중병에 걸린 환자가 병을 고치기 위해 긴급 수술을 하자면 더욱 큰 고통과 피를 흘려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라고나 할까?
■ 트럼프, 무력 침공 가능성도 언급 ; 결국, 칼자루를 쥔 쪽은 미국
이미 한 참 지난 이야기지만, 트럼프 美 대통령이 베네수엘라를 무력(武力)으로 침공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서 온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적이 있다. 바로 발언을 수정하는 해프닝도 있었으나, 이것은 미국이 역시 베네수엘라에 깊은 관심을 끊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증거로는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이런 놀라운 발언은, 미국이 베네수엘라와 협상을 하면서 어떠한 옵션을 동원할 수 있는가, 하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면서 “우리는 어쨌던 베네수엘라에 대해 많은 옵션(options)을 가지고 있고, 나는 군사적 옵션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다(I’m not going to rule out a military option)” 고 말한 것이다.
비록, 실수한 발언이라고 해도, 미국 軍隊의 최고사령관인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과같은 발언들을 이어갔다. “우리는 전세계 아주 먼 곳에도 군대를 전개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그리 멀지도 않은 곳이고. . . 그 나라 국민들은 지금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우리는 베네수엘라에 대해 많은 옵션을 가지고 있고, 필요한 경우에는 가능한 군사적인 옵션도 포함된다” 고 거듭해서 강조한 것이다.
이런 트럼프의 극단적인 발언들이 나온 뒤 백악관은 베네수엘라 마두로(Maduro) 대통령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 나라에 민주주의가 회복되기만 하면, 언제라도 베네수엘라 지도자와 기꺼이 만날 것” 이라고 말했다. 이를 미루어 보면, 미국은 지금 베네수엘라에 대해 경제적 지원 및 관계 개선을 지렛대로 삼아 민주주의를 회복할 것을 압박하는 것으로 보인다.
■ 美 의회 보고서 “광범한 경제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어?”
앞서 소개한 美 의회 보고서는 현 베네수엘라 경제 위기 상황의 원인으로, 오랜 동안 집권했던 차베스(Chaves) 대통령 및 뒤를 이은 마두로(Maduro) 현 대통령의 수 많은 정치적 과오들을 지적한다. 많은 경제적 타격 및 국민들의 극심한 반대를 무릅쓰고 야당을 분열시키고 탄압하기 위해 공안 조직을 이용하고, 인권 탄압을 자행하며, 불법적 입법기구(‘national Constituent Assembly’)를 창설하여 민주적으로 선출된 의회 기능을 말살했고, 광범위한 부정을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마두로(Maduro) 대통령은 지난 2017년 11월, TV 연설을 통해 정부 재정 상황이 한계에 이르러 채무 재조정 및 차환 협상을 개시할 것이라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당시에 마두로(Maduro) 대통령은 채무 재조정을 위한 상세한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심각한 재정난을 시사하며, 중대한 정책 변환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그는 채무불이행(default) 사유를 미국의 경제 제재 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베네수엘라의 ‘채무재조정(debt restructuring)’은, 채무자 구성이 복잡하고, 일부 채권자들이 법적 절차에 착수할 가능성이 큰 점, 채무 종류별로 법적 관할이 다른 점, 현재 발효되고 있는 미국의 제재 조치의 규정에 따라, 기존 및 잠재적 미국 채권자들이 신규 여신 공여에 참여하기가 사실 상 어렵다는 점 등에서 복잡한 과정을 거쳐 장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베네수엘라의 경제 위기 상황은 앞으로도 상당히 오랜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따라서, 베네수엘라 정부가 추진하는 채무 재조정 성공 여부가 향후 경제 회생의 결정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앞서 말한 美 의회 보고서는 채무 재조정 과정이 미국의 적극적인 조치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미루어 보면, 아직 요원한 것이기는 하나, 각종 정치적 난제들이 해결되는 경우, 미국은 경제 지원을 개시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 지금 우리가 저들의 처지를 보면서 되새겨 봐야 할 것
한편, 잠시 우리 사정을 돌아보면, 지금 우리 정부는, 새로운 시대를 향한 새로운 제도를 구축하겠다며 전심 전력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불법 · 부정을 바로잡고 일자리도 늘리려는 충정을 누가 무슨 탓을 할 것인가? 마는, 지향하는 목표를 달성할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도를 찾는 과정에서 광범한 논의와 민주적 절차를 밟아가야 할 것은 분명 우리 사회의 원초적 약속이다.
우선, 정부가 능력의 한계를 하루 빨리 인정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모든 국가 운영을 정부가 앞서서 끌고 간다는 발상을 버리고, 뒤에서 밀어주고 보살핀다는 자세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그냥 놔두어도 잘 달려 나가는 똑똑한 주체들은 그냥 제대로 달려가게 놓아두면 된다. 그들에게는 그들 나름대로 마음껏 활동할 운동장을 넓혀주고(국내외 수요 기반 확충) 거추장스러운 장애물을 치워주는 것(규제 철폐) 만으로도 족하다. 정부는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고, 경쟁에서 탈락했거나, 아예 경쟁에 참여하기 어려운 주체들을 구제하고 지원하는 일에 진력할 일이다. 이들을 제대로 돌보는 것만 해도 힘이 부칠 수 있다.
요즈음 우리 사회는 각종 경제 정책에 대한 논쟁이 그칠 날이 없다. 소득주도 성장 노선이 맞느냐 틀리느냐, 에서부터 정부 재정 자금을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 하는 것까지 사사건건 거센 논란이 그칠 날이 없다. 일자리를 늘리는 데도, 출산을 장려하는 데에도, 중소기업들을 살리는 지원책에도, 빈곤층을 구제하는 방안에도, 4차 산업 혁명을 한다면서도, 심지어, 최저임금을 시행하는 데에도 세금으로 보전하고 해결한다는 발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이야 그런대로 세금이 잘 걷히고 있다니 그런 대책이 먹혀 들어갈지 몰라도,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경기가, 베네수엘라에 석유 산업처럼, 언제 어떻게 될지, 아니면, 자동차 경기가 얼마나 더 나빠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잘나가던 저 나라가 유가가 급락하자 금방 재정이 말라버려 나라가 통째로 거덜난 경우를 보면서, 우리 상황과 묘하게 중첩되어 심란한 생각을 떠올리게 된다.
국제금융시장 일각에서는 지금 이어지고 있는 글로벌 경기 호황이 머지않아 돌아설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서서히 부각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특히, 미 중 무역 전쟁 및 터키 경제 위기발 신흥국 통화 가치 폭락이 자칫 금융위기를 가져 올 것이라는 우려도 간단없이 흘러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는 지금 목전에 몰려 들고 있는 폭풍우에 지금까지 어떠한 대비를 해 왔고 앞으로 어떻게 대비하려고 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크게 경각심을 고쳐 가질 때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하는 말처럼, 후회(後悔)는 아무리 일찍 해도 뒤늦을 따름이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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