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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분쟁, 한국에 기회인가?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8년09월04일 17시39분
  • 최종수정 2018년09월07일 08시35분

작성자

  • 장윤종
  • 산업연구원 4차산업혁명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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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상반기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1,857억 달러를 기록했다. 작년 상반기에 1,711억 달러였으므로 무역적자는 금년에 146억 달러 증가한 것이다. 금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시점에 ‘세게 나가는 것 같더니 적자는 더 늘었네’ 하고 누가 묻는다면 현 행정부는 상당히 곤혹스럽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높아져서 불가피했다고 변명하거나, 미국의 대중수입 증가율이 4월부터 5% 미만으로 크게 낮아졌다고 반박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과 같은 대전쟁을 치르는 마당에 그런 정도로는 설득력을 얻기 어렵고 트럼프 대통령도 결코 수긍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은 2000억 달러 상당의 중국 수입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문제를 앞두고 있다. 9월 6일에 관세 부과 관련 공청회가 끝나는 대로 미 정부는 언제든지 관세부과를 발효시킬 수 있으므로 양국 관계는 이제 급전직하로 악화될 가능성만 남았다. 미국은 무역적자의 족쇄에 매여 있고 중국은 명예롭게 후퇴할 수 없으면 후퇴하지 않겠다는 일사불전의 자세로 버티고 있어 타협의 여지는 현재로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이 사태는 무역적자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이지만 그 이면에서 기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기술 문제는 미 행정부가 대중 무역적자의 원인이 중국의 미국기술 탈취에 있다고 본다는 데서 출발한다. 이로부터 중국기업이 더 이상 미국의 기술을 탈취할 수 없도록 제한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그 결과로 중국기업의 첨단 기업 M&A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였다. 일례로, 미 의회는 지난 7월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와 자국의 수출 통제 시스템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법규 최종안에 합의하였다. 한 마디로 중국의 기술사냥은 절대 용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술을 둘러싼 충돌은 외견상으로는 무역 분쟁보다 훨씬 소프트한 이슈 같지만 그 영향력은 실상 무역보다 훨씬 큰 것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기술은 제품과 서비스를 얼마나 잘 만들 수 있는가를 결정하는 경쟁력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은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분석하여 효율을 높이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4차 산업혁명의 초입에 들어선 시대사적으로 중요한 시점이다. 새로운 기술을 누가 선점하는가에 따라 세계의 패권이 좌우되는 변화의 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 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원하는 신기술 기업을 인수할 수 없다는 것은 크나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바로 이 지점이 미중 무역 분쟁이 우리에게 기회가 되는 이유이다.

 

중국은 그 동안 4차 산업혁명의 새 흐름을 받아들이는데 다른 어느 나라보다 적극적이고 역동적이었다.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 중국을 대표하는 IT 삼총사는 정부, 스타트업과의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고 무소불위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4차 산업혁명의 세계 선두그룹에 진입하였다. 중국의 스타트업 열풍도 대단하다. 중국 Tech기업들은 세계의 신기술을 흡수하면서 9시에 출근하고 9시에 퇴근하며 일주일에 6시간을 일한다는 996방식으로 죽기 살기의 기술경쟁을 헤쳐 나가고 있다. 이제 인공지능 분야는 중국이 미국을 바짝 추격한 형국으로 변했으며, 특히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는 컴퓨터 비전 분야에서는 Sense Time을 비롯한 중국 스타트업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등을 차지하였다.

 

이러한 중국의 기술시대가 미중 무역 분쟁으로 큰 위기를 맞게 되었다. 현재 M&A 제한에서 시작되는 신기술 견제 움직임은 EU도 동조하고 있어 세계 ‘신기술의 창’은 점차 닫히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최악의 경우 중국은 자력갱생에 의존하여 신기술 경쟁시대를 헤쳐 나가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다고 기업과 정부 모두 나름대로 열심히 해왔지만 거대한 중국의 추월에 호승심도 가지지 못하였다. 이러한 와중에 미중 충돌로 인해 벌어진 중국에 대한 신기술 견제 흐름은 우리나라에게 다시없는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지만 우리나라가 중국보다 한 발 앞선(one step ahead of China) 실력을 갖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면에서 미중 충돌을 계기로 우리나라에게 주어진 ‘시간의 기회’를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 시대로 힘차게 나아가는 모멘텀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데이터가 없으면 한 발도 나갈 수 없다. 인공지능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데이터로 학습해야 비로소 지능을 갖게 된다. 구글의 알파 제로(Alpha Zero)처럼 언젠가는 데이터 없이도 인공지능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현 상태에서는 데이터 없는 인공지능은 무용지물이다.

 

4차 산업혁명의 가장 큰 혜택을 볼 산업은 의료와 헬스케어이다. 정밀의료와 맞춤형 헬스케어를 통해 저비용으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문제는 데이터와 프라이버시가 상충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사회 곳곳에 널려있다. 프라이버시와 데이터의 상충문제는 시대변화와 함께 언젠가는 해결되겠지만 실기하지 말고 4차 산업혁명의 초입에 서 있는 지금 바로 사회적 대토론의 장을 열고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변화의 시대에는 미래의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현재의 잣대로 변화가 요구하는 방향을 단칼에 내쳐버리는 것은 우매한 일일 뿐이다. 큰 산을 넘어야 넓은 평야를 차지할 수 있듯이 의료와 헬스케어로부터 한국의 4차 산업혁명을 열어가자.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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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09월04일 17시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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