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중앙 인터뷰> J노믹스 설계자 김광두 쓴소리 “일자리가 정의…노조와 대기업의 카르텔 혁파해야”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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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투자하는 생산적 큰 정부 지향하려면 지출 구조 재고해야…시각 달라도 김동연 부총리 이해해, 그러나 아닌 것은 아니라 할 것
김광두 대통령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과의 인터뷰 중 가장 많이 들었던 어휘는 ‘일자리’였다. 김 부의장은 기회가 될 때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그 기준에서 조언한다고 말했다.
김광두(71)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만나기까진 삼고초려의 시간이 필요했다. “9월까진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고 인터뷰를 사양했다. 실제 김 부의장은 8월 중순 언론을 피해(?) 휴가를 떠났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한국경제의 ‘구루(Guru)’와 같은 위상을 갖는 그의 생각을 듣고 싶어 하는 수요는 넘쳐났다. 그런 만큼 김 부의장은 그 어떤 미디어와도 얘기하지 않는 편이 공평하다고 판단한 듯했다. 이렇게 요지부동이었던 김 부의장을 8월 16일 국민경제자문위 부의장실에서 만날 수 있었다. 첫 통화에서 만남을 고사한 뒤, 아예 전화조차 피한 그에게 문자를 보냈다. ‘J노믹스가 수세에 몰려있다. 이 상황을 타개할 만한 조언을 국민들에게 들려줄 사람은 교수님 밖에 없다’는 요지의 내용이었다. 한참 후 뜻밖의 답문이 왔다. “만납시다.” 취재가 성사된 무용담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J노믹스의 설계자’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로 통하는 김 부의장의 책임감이 공론의 장(場)으로 끌어낸 동력이었다. 일단 얼굴을 대하자 김 부의장은 정치적 수사(修辭) 없이 ‘학자의 언어’로 일관했다. 난해했다는 뜻이 아니다. 에둘러 표현하지 않고, 명징하게 말했다. 김 부의장은 ‘J노믹스를 위한 조언’이라는 취지에 입각해 준비해 놓은 자료를 토대로 원인을 분석했고, 해법을 제시했다. 기자는 인터뷰를 두 개의 챕터로 나눴다. 1부는 김 부의장이 전하는 고언을 최대한 가감 없이 실었다. 한국경제에 관한 총체적 진단이라 할 수 있다. 2부는 그래도 남는 궁금증을 문답 형식으로 보강했다.
◈ 1부 : J노믹스 중간평가와 그 활로를 논하다
“경제위기 인정하고, 대응체계 마련할 때”
정치라는 것이 무엇을 추구하느냐? 국민들이 행복하도록 해야 한다. 무엇으로부터 행복을 느끼느냐? 연구에 의하면 가장 중요한 것이 일자리다. 문 대통령이 ‘사람중심 성장경제’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궁극적으로는 일자리를 많이 만들려는 목적이었다. 정책이 지향하는 것은 일자리다. 그러면 일자리 창출에 성공했냐는 것을 놓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현재로 보자면 일자리 상황이 안 좋다. 반성할 수밖에 없다. 일자리 상황부터 시작해 보자. 체감 청년실업률이 25%가 된다. 취업자의 연령별 구조를 보면 15~49세는 절대적으로 감소하는 모양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미래를 준비할 연령이다. 50~65세 이상 취업자는 늘고 있다. 특히 65세 이상이 그렇다. 이것을 건강한 구조라고 보기 힘들다. 다음으로 업종별 취업자를 보자. 지난 4~6월을 보면 보건복지, 행정 등 정부가 주도하는 일자리는 늘었다. 다 정부지출에서 나오는 것 아닌가. 제조업은 계속 줄어가고 있다. 숙박·음식업, 교육·서비스, 도·소매업은 감소하고 있다. 정부가 역할을 하는 일자리는 주로 60세 이상 대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미래지향적이 아니고 현상유지형 일자리다. 문재인 정부 1년 2개월의 결과로만 볼 순 없다. 그러나 그것을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새 정부의 몫이라면 잘했다고 보긴 어렵다. 특히 세계경기가 좋은 상태에서 우리만 이런 것이 더 마음에 걸린다. 정부 반론은 수출은 잘 되고 있다는 것인데, 그 내용을 보면 반도체가 절대적 기여를 하고 있다. 반도체는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업종이 아니다. 일자리 파급력이 큰 자동차는 점점 좋지 않은 상태로 가고 있다. 국민들의 후생 관점에서 봐야 한다. 하나 더 나가보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축소되고 있다. 더욱 염려되는 것은 미·중 무역 전쟁이 심화되면 경상수지 악화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 ‘수출이 잘되고 있으니 경기가 나아지고 있다’는 논리는 조금만 앞날을 내다보는 관점에서 보면 대단히 무책임하고,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자세다. 반도체 호황은 올해 말쯤 정상화될 것이란 게 다수의견이다. 그러면 수출흐름 자체도 영향 받을 것이다. 가설인데 이런 기조에서 미국이 금리를 두 차례 인상하면, 우리는 국내경기가 어려워 대응이 고민스럽게 된다. 악재가 한꺼번에 겹치면 어떻게 될 것인가? 기획재정부가 경기 회복세라고 표현을 하더라도 내부적으로는 시나리오별 사전 대비를 해둬야 할 것이다.
사람·기술·제도의 본질적 혁신부터
전체 노동자 중 강한 노조의 보호를 받는 비율은 10%다. 이들이 노동정책의 중심이 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 김 부의장의 소신이다.
‘일자리가 왜 이렇게 나빠졌느냐’에 대해 들어가 보면, 과거 정부부터 오랫동안 우리 산업경쟁 구조가 취약하게 흘러 왔다. 태국음식 원자재도 ‘직구(인터넷 직접구매)’로 살 수 있는 세상이다. 내수시장이라는 것이 별로 없다. 예전엔 질이 좀 떨어져도 ‘국산품 애용’ 마인드가 있었다. 요즘은 아니다. 제품의 경쟁력이 있으려면 그 기업의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산업경쟁력과 기업경쟁력은 같이 간다. 국가경쟁력도 생각해야 한다. 세계 모든 기업이 그 나라에 가서 사업하면 잘 된다고 생각하면 그 나라는 국가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이 경쟁력 있느냐’를 따지는 지표는 외국인투자다. 그 실적이 아주 나쁘지 않는가. 국가경쟁력이 그만큼 없다는 것이다. 모든 경쟁력이 약화되니, 우리나라에서 만드는 물건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만드는 물건이 줄어드는데 일자리가 어떻게 느는가. 우리가 갖고 있는 생산요소 전체를 보자. 사람, 자본설비, 기술 등이 중요하다. 자본설비는 돈 있으면 사올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자본설비 대량생산으로 경쟁력을 갖는 산업구조가 아니다. 중국이나 동남아로 갔다. 그러면 고급기술 제품을 만들어서 경쟁력을 가져야 하는데, 이는 사람과 기술이 결정한다. 그런데 현재 좋은 인력은 해외로 나가고 있다. 사람이 없는데 무얼 하나. 그리고 기술. 기술의 변화속도가 매우 빠르다. 여기에 투자되는 돈의 규모가 과거와 다르다. 절대규모로는 우리가 영세하다. 가령 AI(인공지능)에 얼마나 투자해야 되느냐. 중국의 작년 AI 투자가 18조원이다. 우리는 3300억원을 투자했다. 핵심 기술을 얼마나 확보했는지도 문제다. 사람과 기술, 두 부분에서 쉽지 않은 상황이 축적돼 왔다. 그 다음은 제도다. 기업들이 자유롭게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게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의 제도가 과연 기업들이 기꺼이 위험부담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느냐. (‘붉은 깃발’ 발언처럼) 대통령도 인지하고 있는 문제 아닌가. 노무현 전 대통령 때부터 다 이야기된 것인데 왜 못하고 있는가. 이익집단의 반발 때문에 못하는 것이다. 이것을 조화롭게 해결할 주체는 정치집단밖에 없다. 이것을 이끄는 것이 대통령이고. 과연 지금 문 대통령의 리더십이 규제 완화를 성공시킬 것인가. 두고 봐야 될 일이다. 다만 현실은 제도 때문에 우리 기업도, 해외 기업도 못 들어오고 있다. 경쟁력이 없게 만드는 요소를 변화시켜야 한다. 그것이 4대(공공·교육·금융·노동) 개혁이다. 이 정부에서 그동안 4대 개혁에 대해 움직임이 있었나. 이것이 본질적으로 우리가 생각해 봐야 될 문제다. 스튜어드십 코드(국민연금의 경영참여)는 찬반론이 있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들이 마음 놓고, 위험부담을 하도록 해야 한다. 공직자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적극적으로 생각해주면 30% 정도의 규제는 해결된다. 책임을 안 지려고 하니 이러는 것 아닌가. 조직화된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의 10%다. 90%의 의견은 전달될 방법이 없다. 10%가 좌지우지한다. 핵심은 금속노조, 현대·기아자동차 아닌가. 그 임금 수준이 어떤가. 나머지 90%가 보면 아주 높은 수준 아닌가. 그것을 보호해 주기 위해서가 아닌, 100% 노동자 모두를 위한 노동정책을 해야 한다. 이것을 제대로 하자는 것이 노동개혁 아닌가.
사회정의 침해하는 노조와 대기업의 카르텔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을 봐야 한다. 그는 노동개혁을 위해 적극적인 플랜을 가지고 노조와 맞섰다. 결국 노조가 물러났지 않나. 영국의 대처 전 수상이 탄광노조를 대했던 것과 같다. 우리도 지나치게 요구하는 조직화된 노조에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정치적으로 조직화된 세력은 항상 힘이 세다. 90%의 노동자들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 노사정위원회도 조직화된 사람들만 들어갈 수 있다. 경제 이론적으로 보면 사용자와 노조 간의 카르텔로 볼 수 있다. 조직화된 노조가 대기업에서 경영층에 무리한 요구를 한다. 그러면 경영층은 노조의 파업을 막기 위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결국 경영층은 제품가격을 올리거나 하청업체 납품단가를 깎을 수밖에 없다. 이런 카르텔이 소비자와 하청업체를 착취하는 것이다. 90%의 노동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이다. 사회정의의 관점에서도 충분히 서로 논의할 수 있다. 90%의 힘을 어떻게든 활용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사람 문제는 결국 교육이다. 현재의 산업 경쟁력을 놓고 보면 창의성이 중요하고 고도로 교육된 사람이 필요하지, 예전처럼 미숙련 노동자가 필요하지는 않다. 그런데 우리는 창의력을 촉진하는 교육은 아니다. 전교조에서 주장하는 것은 평준화를 추구하는 교육이다. 추구하는 바는 이해된다. 돈이 없다고 해서 좋은 교육을 못 받으면 안 된다. 이것은 교육 기회의 관점이다. 국가책임이다. 그런데 교육 내용은 창의성을 발휘하도록, 수월성 교육이 반드시 들어가야 우리의 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가 나온다. 실질적으로 어떤 현상이 생기나. 좋은 교육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은 해외로 나간다. 국가경쟁력이 약화된 것은 이런 요소들이 새로운 흐름에 맞게 변화가 필요한데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안 보인다. 언론에서 최저임금 등을 말하는데 그것도 물론 원인이겠지만, 전부가 아니다. 세계적 추세에 맞춘 변화를 못해서 외국기업들에 경쟁력을 뺏긴 것이다. 4대개혁을 해야 한다. 정부를 보자. 우리 정부도 경쟁력이 없다. 문제 발생 시 대응이 되나. 우왕좌왕한다. 부처별로 각자 떠들고, 유효한 내용도 없다. 플랫폼정부가 돼야 한다. 정부 내 주요정보가 일하는 사람 사이에 공유돼야 한다. 그래야 빠른 속도로 종합적 대책이 나온다. 왜 자기들만 각자 정보를 갖고 있나. 칸막이니까 서로 엇박자다. 유능한 정부가 아니다. 본질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하지 않겠나.
◈제2부 : J노믹스에 관한 논쟁적 질문에 답하다
“소득주도성장은 글로벌 경쟁에 불리”
Q : 문재인 정부는 기본적으로 ‘큰 정부’라 할 수 있다.
A ; “진보세력이 보통 정부의 역할을 크게 본다. 북유럽 정부가 큰 정부라고 하는데 하는 역할이 뭔가를 봐야 한다. 북유럽은 주로 교육에 투자한다. 대학까지 공짜 아닌가. 의료에도 투자를 많이 한다. 그리고 여성, 이 세 부분에 투자한다. 다 사람에 대한 투자다. 이런 투자는 기업경쟁력과 국가경쟁력에 도움이 된다. 동시에 기회를 평등하게 해준다. 기업이 기꺼이 세금을 낸다. 선순환이다. 그 반대가 그리스다. 보조금 주고, 실업수당 주고 사후적으로 대응을 했다. 비생산적인 것이다. 복지를 해도 국가 전체의 생산성을 올리는 방법으로 하는 것이 생산적 복지고, 북유럽국가가 그렇게 하고 있다. 우리 역시 사람을 위한 복지에 투자해야 ‘생산적인 큰 정부’가 된다. 우리는 지금 어떻게 하고 있는가, 이것은 의문점이 있다. 최저임금 부담 못하면 정부보조금을 준다는 식의 접근은 생산성을 올리기 위해 직업 훈련을 시켜주겠다는 것과 완전히 다르다. 생산성은 낮은데 임금은 높은 사람에게 직무 훈련을 시켜주는 것은 좋다. 그런데 모자란 만큼 정부가 돈을 주겠다는 것은 안 좋은 것이다. 세계 경쟁을 망각한 것이다. 잠깐 버틸 수 있겠지만 세계 시장에서 지는 것이다. 기업이 움직여야 세금이 계속 나온다. 그런데 기업경쟁력을 약하게 만드는 정책은 나중에 세금도 제대로 안 나오게 한다. 큰 정부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지출 구조가 더 문제다.”
Q : 정부 부채 증가 속도와 고령화 속도를 고려하면 재정건전성이 좋다고 낙관할 수 없다.
A ; “OECD 국가들 통계를 놓고, GDP 대비 국가부채가 우리는 40% 아래에 있고, 다른 나라는 70~80%이니까 더 화끈하게 써도 된다는 것은 단순 논리다. 두 가지를 봐야 한다. 우리의 고령화 수준은 OECD 평균 고령화 수준보다 낮다. 고령화가 될수록 국가의 복지지출은 늘어난다. 그 숫자를 단순 비교하려면 우리나라와 똑같은 수준일 때 다른 나라의 지출은 얼마였는지 봐야 한다. 검증이 필요하다. 또한 우리 고령화 속도가 매우 빠르다. 반면 출생률이 떨어져 새롭게 세금 낼 능력을 가진 젊은 세대가 줄어든다. 앞으로 세원 자체가 어떻게 될까를 봐야 한다. 끝으로 우리 경제의 체력이 지금 수준으로 유지될지도 봐야 한다. 중국이 우리를 따라오는 속도를 보면 우리가 가장 먼저 피해를 볼 국가다. 중국의 ‘제조 2025’가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우리는 잘못하다간 중국의 하청이 되는 것이다. 이것들을 고려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합리적인 얘기를 해야지, 단순 통계 비교는 상당히 무책임하다. 정치인들은 그럴 수 있겠으나 전문가들은 검증을 해봐야 한다.”
시각 달라도 김동연 경제부총리 이해해
Q :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삼성 방문 때 ‘구걸’ 논란이 있었다.
A ; “(그런 의견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기업이 잘되고 못되는 것을 떠나서 부총리는 경제 현장에서 책임지는 사람이기 때문에 기업의 애로사항을 항상 들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재벌에 대한 불신이 있다. 불신 받을 만하긴 하다. 그동안 금력으로 우리 사회를 움직였지 않나. 그러나 관료가 재벌과 일대일로 밀실에서 만나는 것이 아니고, 공개적 의견 교환을 하는 것은 필요하다. 공직자가 기업현장을 제대로 알아야 적절한 여건 조성을 할 것 아닌가. 그런 대화가 구걸인가. 공개석상에서 만나서 대화하는 것은 차라리 촉구해야 한다.”
Q : 흔히 적과 싸우는 전쟁보다 우리 편에게 하는 고언이 더 어렵다고 한다.
A ; “스킬은 없다.(웃음) 다른 나라 자문회의 성격의 조직을 보고 사람을 만나 보니 기본 스탠스는 비판적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괴롭다. 정책실에서 일하는 사람(장하성 정책실장 지칭), 기재부에서 일하는 사람(김동연 부총리 지칭) 다 아는 사람들 아닌가. 사람이 뭘 하고 있는데, 옆에서 계속 잘못한다고 하면 기분 상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이 자리에서의 내 마음가짐은 ‘어떤 경우든 바람직하지 못하다면 말하겠다’는 생각이다. 대통령도 ‘그렇게 해봐’ 했기 때문에 이 자리를 맡은 것이다. 문 대통령이 내세운 것이 일자리이기 때문에, 나는 항상 일자리를 기준으로 얘기한다. 주어진 기회 안에서 얘기할 뿐이고, 판단은 대통령이 하는 것이다.”
Q :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5월 김동연 부총리와 공개적 의견 표출이 있었다. 논쟁 자체보다 그 의도가 궁금했다.
A ; “파장이 있을 줄 모르고 했겠나.(웃음) 경제학자는 이론적 틀이 있다. 그것으로 경제를 판단한다. 자문회의는 대통령에게 ‘무엇이 바람직한지’에 입각해서 말해야 한다. 그 관점에서 기재부가 내놓은 보고서가 납득이 안 됐다. 거의 모든 지표도 나쁘고, 기업이 활력을 잃고 있는데, 잘되고 있다고 하는 것을 그대로 둘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래서 일단 ‘이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얘기한 것이다. 김동연 부총리와 나는 항상 대화하는 사이다. 기재부와 부총리는 나름의 입장이 있다. 대놓고 정부가 나서서 ‘경제가 나쁘다’고 하면 패닉이니 그럴 순 없지 않았겠나. 그 뒤로 기재부도 조금은 물러섰다. 지금도 회복한다고 말은 하겠지만 속으론 ‘어쩔 수 없어서 이런다’는 생각을 할지 모른다.”
Q :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소득주도성장은 어디까지 해봐야 하나?
A ; “소득주도성장은 임금주도성장에서 나온 것이다. 처음 임금주도성장이 나왔을 때는 지금처럼 개방경제가 아니었다. 옛날 포드가 임금을 올려줘 생산성이 올라가 포드도 좋고 노동자도 좋았다는데 그때는 도요타가 없었다. 도요타가 있었으면 포드는 쫄딱 망했을 것이다. 지금 시대는 우리가 임금을 올리고 중국이 안 올리면, 우리가 중국에 지는 것 아닌가. 소득주도성장은 일자리는 그대로 유지가 되면서 노동자의 소득이 올라가면 내수 진작이 되고 양극화를 해소한다는 것이다. 만약 일자리를 잃게 되는 사람이 늘어나면 노동자 전체 소득이 줄어들어서 소득주도가 안 된다. 일자리를 잃는다는 것은 경쟁력의 문제다. 소득주도성장은 다른 나라 비슷한 업종도 우리와 같이 (임금을) 올리는 전제가 성립돼야 가능한 이야기다. 글로벌 경쟁이 있는 상황에서는 그 이론의 성립이 어렵다. 단, 생계유지가 불가능한 사람들을 살피는 것은 정부로서 당연히 고민해야 한다. 그 방법론엔 두 가지가 있다. 최저임금상승과 근로장려금이다. 근로장려금이 좋다는 의견이 많다. 그 다음에 직무훈련을 병행해야 기업이 견딜 수가 있다. 이번에 한 것은 정책 연계 없이 그냥 어려운 분들을 돕겠다는 것만 있었다. 또 속도가 너무 빨랐다. 업종별, 지역별 차별화 없이 획일화된 것도 잘못이었다. 정책은 인프라와 속도에 따라서 보약도 독약도 될 수 있다. 소득주도성장은 두 가지를 고민한 세련된 정책은 아니었기 때문에 의도는 좋았으나 부작용이 많이 생겼다.”
김광두 부의장은 정부 안의 정보 칸막이를 없애는 ‘플랫폼 정부’와 ‘시나리오별 위기대응’을 강조했다.
효율성과 공정성은 보완적 가치
Q : 서강대 석좌교수로서 김 부의장이 원장을 맡았던 (사)국가미래연구원은 우리 국민이 공정에 최대가치를 둔다고 했었다. 김상조 위원장의 공정거래위원회와 김 부의장의 정의는 같은 결인가?
A ; “빅데이터 분석에서 그렇게 나왔다. 공정성은 기업 간 거래의 차원이 아니라 전반적인 것이다. 기업 간 거래는 그중 하나다. 공정거래는 효율성을 추구한다. 예를 들어 대기업 오너가 사익 추구를 위해 회사를 만들어 일감 몰아주기를 한다고 치자. 일감을 받는 그 기업은 경쟁력도 없는데, 이익을 보는 것 아닌가. 그러면 경쟁력 있는 다른 기업이 죽는다. 전체적인 산업경쟁력은 떨어지는 것이다. 그런 것을 막자는 것이 공정거래다.”
Q : 부동산은 규제로 안 잡히고 있다. 어찌해야 할까?
A ; “부동산은 단순하게 생각할 수 없다. 우선 교육환경이 첫째, 교통이 두 번째, 그 다음이 환경이다. 강남이 왜 인기겠나. 그런데 정부가 발로 밟으면 일시적으론 가능해도 지속적 집값억제는 안 된다. 인프라는 놔두고 몰리는 것만 막으려고 하면 어떻게 하나. 지역별로 교육, 환경, 교통, 환경, 의료의 평준화가 먼저 돼야 한다. 지금까지 거꾸로 했다. 자립형 학교 없애고, 막아 버리니 강남으로 다 가는 것 아닌가. 플랫폼정부가 아니기 때문에 엇박자가 난다. 교육부는 교육부대로, 국토교통부는 국토교통부만 시야에 넣는다.”
Q : 끝으로 J노믹스, 한국경제에 관한 희망적 견해를 들려 달라.
A ; “우리 국민들이 한번 마음 모으면 어느 나라보다도 역동적이다. 그런 동기를 어떻게 제공하느냐가 중요하다. 사람에 대한 투자다. 돈 없다고 좋은 교육 못 받는 일이 없도록 하자. 사람을 존중하는 사회를 향해 나가자는 관점에서 최근 ‘갑질’을 잡는 것도 좋다. 주요 기업에서 6개월~1년 단위로 직무교육을 만들도록 하자. 돈이 들어 기업이 전부 부담을 못하면 정부가 보조해 줄 수 있다. 기업은 경쟁력이 올라가고, 젊은이들에게는 일자리가 생긴다. 국민 전체의 경쟁력을 올려 기업경쟁력을 높이는 것이기 때문에 나중에 세금이 들어온다. 유능한 인재가 많으면 외국기업도 들어온다. 은퇴대상자도 제2의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국가 전체적으로 프로그램을 짜서 진행하면 기업과 노조가 반대할 일이 없다. 기업 혼자 계획을 세우도록 하면 삼성밖에 못한다. 그러면 삼성의 영향력만 더 커질 뿐이다. 다른 기업도 하게 해줘야 한다. 그게 평등과 정의로 가는 길이다. 이렇게 되면 좀 더 미래에 희망을 가질 수 있고, 국민들이 동의할 수 있다.”
그렇게 1시간 반이 훌쩍 지났다. 이날 아침 중앙일보에는 ‘올해 상반기 체감실업률이 11.8%’라는 제하의 기사가 실렸다. 2015년 상반기 이후 최고수치였다. 또 올해 상반기 제조업 취업자는 453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2014년 상반기 이후 최소였다. J노믹스의 여정은 아직 험난하다. 서릿발처럼, 조목조목 현 정부 경제정책의 미진한 지점들을 지적했지만, 김 부의장의 말 마디마디에는 애정이 묻어 있었다. 그의 손목에는 청와대 휘장과 문재인 대통령의 이름이 새겨진 시계가 채워져 있었다. 사무실 벽에는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 ‘더불어 잘사는 경제’와 같은 문재인 정부의 이상(理想)을 담은 액자가 걸려 있었다. 겉으론 쓴 소리로 일관해도 김 부의장이야말로 J노믹스와 문 대통령의 ‘다크 나이트(dark knight)’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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