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 학술지, 가짜 학술대회 ‘와셋(Waset)’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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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복, 시계명품 브랜드는 짝퉁이라는 가짜 브랜드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해외여행 중에 값싸게 살 수는 있지만 가짜임이 밝혀지면 창피를 당할 수도 있다. 심지어 중국에서는 가짜 계란이 판매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계란까지도 가짜를?” 이라고 개탄을 한 적도 있다. 최근 해적 학술지, 가짜 학술대회인 와셋 (WASET: World Academy of Science, Engineering and Technology)이 한국탐사저널리즘 센터 뉴스타파와 독일의 공영방송 NDR을 비롯한 18개국 23개 언론사가 심층 취재하여 해적 학술지이고 가짜 학술대회임을 발표하였다. 특히 여기에 한국인 학자들이 대거 참여해왔다는 사실을 고발해 관심을 끈다. 과학계의 학술대회와 학술지까지 ‘해적판’이고 ‘가짜’라면 참담하고 또한 가짜 계란처럼 황당하기도 하다.
심지어 저명한 대학교와 연구소에서도 메이저(Major)급 정식 학술단체나 컨프런스(Conference)가 아닌 가짜인 와셋에서 학술활동을 한 사실은 과학자들이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결국을 연구 분야에 또 새로운 규제를 만드는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더구나 최근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어린 자녀 이름을 논문에 등재한 교수 수가 상당 수 있다는 내용에 아연하고 있는데 뉴스타파의 와셋 학술대회 보도는 과학자의 신뢰를 더욱 추락시키고 있다.
실제 뉴스타파는 미국 MIT대학에서 만든 자동논문생성기 SCIgen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순식간에 논문을 만들어 와셋 학술지에 투고한 후, 실제로 학술대회에 참석하여 가짜 논문을 발표하는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가짜’라는 조사결과를 보도하였다. 학술 발표 장소는 국제적 관광지로 하여 관심을 끌고 실제 운용은 1박2일 발표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시간 조정하여 불과 몇 시간 만에 일찍 끝낸다. 학술발표는 전공 주제와 관계없이 같은 방에서 발표할 뿐만 아니라 그나마 학회 등록자들의 상당수는 아예 발표장에 나타나지도 않았고 전공과 관련 없이 10-20명의 발표자가 참석하여 아무런 발표규약 (시간, 주제, 발표 방식등)없이 발표하는 어쩌면 ‘아주 부담은 없지만 어이없는’ 가짜 학술대회였다.
교수와 학생, 연구원들이 많이 참가한 이유가 학생들의 영어 발표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학술발표에 참여 하였다는 구구한 변명보다는 “왜, 그렇게 해외 학술 및 논문 발표를 하는가?”에 대해 검토하고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과학자들이 존경받는 사회를 만들어야만 글로벌 경쟁이 가속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과학과 기술이 국가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와셋 사태에서 본 몇 가지 문제점과 해결책을 짚어본다 .
우선은 교수든 연구원이든 국가 연구비를 신청하고, 평가를 받을 때 발표된 논문이 중요하다는 점이 많은 문제의 시작이 된다. 연구자들이 신규 연구비를 신청하고 평가를 받을 때 이미 발표한 논문의 수와 질이 보고 객관적인 평가 지표로 삼기 때문에 논문의 수가 많은 것이 유리하다. 때로는 연구비를 신청하기 전에 평가를 잘 받기 위해서 신청하는 연구 내용과 비슷한 1,2편의 논문을 발표하기도 한다. 연구비를 따기가 어렵기 때문에 사전 예비 연구를 통해서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지만 별로 읽혀지지도 않은 논문이나 학술대회의 발표건수는 시간 낭비일 뿐만 아니라 연구하여 더 좋은 논문을 낼 수 있는 기회를 잃게 한다. 과제를 수주 하더라도 중간 및 최종 평가에서 중요시 되는 것도 역시 논문의 질과 량이기 때문에 계속 연구비를 수주하기 위해서 논문의 인용도가 낮더라도 다수의 논문을 내어야 안전하게 연구비 수주할 수 있다.
만약에 인용도가 아주 높은 논문을 발표하기 위해서 많은 연구결과를 모아서 좋은 논문에 기고하여 탈락될 경우 연구비의 수주가 어렵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수주된 과제의 결과평가에는 논문이외에 특허출원 등록건수와 산업화 기술이전 건수가 중요 인자로 평가된다. 한동안 특허에도 출원 등록을 하고 사용하지 않은 장롱특허가 많아서 문제시 된 것도 결국은 평가를 위해서 특허를 출원하였기 때문에 생긴 문제점이다. 연구결과를 특허 출원 후 논문을 발표하고 산업적 이용성이 있을 때 기술이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좋은 논문을 발표할 수 있는 것이 관건이다.
우리 과학자의 노벨상 수상은 과학계통뿐만 아니라 온 국민의 염원이기도 한다. 하지만 노벨상이 수상되는 가을이 되면 특히,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에서 노벨상 수상이 발표되면 우리는 GDP수준 세계최고의 연구비를 사용하고 있는데 우리 과학자는 무엇을 하는가라는 자책성 내용이 신문의 지면을 채운다. 단순히 평가받고 연구비를 수주하기 위한 연구는 창의적이지 않고 단발성이어서 노벨상의 후보군에 올라가기도 힘들다.
평가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결국에 질 좋은 논문을 많이 발표하는 소수의 과학자에게 연구비가 집중되어 미국의 경우도 10%의 연구자가 총 국가연구비의 40%를 받아가는 실정이어서 이를 막기 위해서 개인별 총 연구비 100만 US$ (약 10억 원)이상 연구비를 받기 어렵도록 만들고 있다. 미국 NIH의 Director인 Francis Collins박사(2018. 6)는 “과학 발견은 본질적으로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소수의 실험실에 집중하는 것보다 더 많은 연구자에게 투자하는 것이 과학발전을 극대화 한다”는 주장을 하고, 근본적으로 개인 총 연구비 10억 원 이상의 수주를 대폭 줄이는 방안을 마련하고, 신진 및 중견 연구자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변화를 만들고 있다.
결국 평가기준을 높은 인용도의 저널에 발표한 건수보다도 개인이 발표한 논문의 영향력으로 저널의 등급과 관계없이 얼마나 많이 인용되는가를 기준으로 하는 질적 평가인 RCR(Relative Citation Ratio, 상대 인용율)을 지표로 하는데, 개인 RCR에서 3가지 지표로 산출하여 질적 평가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지표 3가지는 ①Maximum RCR(연구자 연구 성과중 가장 영향력 있는 RCR), ②Median RCR(연구자 평균 RCR), ③Annual weighter RCR (연간 상대인용률 합)으로 개인의 객관적인 연구 능력을 평가하고 있고 (Science(2017.12) NIH tweaks plan to award more grants to younger researcheres), 아울러 발표된 논문도 수행 하고자 하는 연구과제와의 적합성도 중요하게 평가하고 있다..
보통 전공분야의 전문학술지는 투고된 논문을 전문가로 구성된 동료평가자(peer reviewer)에 의해서 까다로운 평가와 더불어 실제 게재까지는 심지어 2-3차례 수정과 시험 보완이 필요하다. 해적 학술지나 가짜 학술대회에서의 발표가 적어도 3-5년 이상 열심히 노력하여 발표한 논문으로 구성된 정식 학술대회 발표 연구자와 동등하게 평가된다면 노력한 사람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지 않게 될 수 있는 일종의 속임수가 될 수 있다.
대학원생들의 발표 기회를 주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지만 대부분의 국제 및 국내학회에서는 세분된 전공 분야별 이미 기획된 실력 있는 교수나 연구원에게는 발표의 기회가 주어지지만, 대학원생들에게는 주로 포스타로 발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구두로 발표할 기회는 얻기 어렵다. 대학원생들은 포스타를 만들어 붙이고 관심 있는 분야에 강의를 듣고 배우고, 기회가 되면 자기 포스타나 다른 과학자의 포스타에서 과학자들과 전공분야에 토론해 보는 것이 학회활동이다. 포스타로 발표를 하여도 충분히 해당 분야의 과학자와 토론할 기회를 가질 수 있지만 문제는 포스타만 붙이고 아예 학회에는 참석하지도 않는 것이 큰 문제이다. 학회가 짧은 시간이라도 대학원생에게 구두발표 시간과 토의시간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국내 일부 학회에서 따로 시간을 만들기도 한다.
가짜 학술대회 참가이유를 변명삼아 하는 말이 영어로 발표할 기회를 갖는다는 것인데, 필요하다면 학생과 교수의 전공토론과 실험실 내에의 연구발표 시 영어로 발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대학원생들의 안목을 키우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학회를 선정하여 참가하는 것보다 교수가 메이저급 전공학회를 결정하고 학생과 함께 참석하여 저명한 과학자의 발표와 토론을 하면서 배우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전공분야의 국제 메이저급 학회에 참석하면 각국의 참석인원의 통계가 나오는데 한국 과학자와 학생이 200-300명 이상이 참석했다는 이야기는 많이 듣는데, 실제 학회 장소에서는 마주치기가 어렵고 나중 귀국비행기에서 볼 정도라는 이야기도 많다. 명목적으로 학술대회를 참석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학회활동에 참석하여 새로운 것을 알게 하는 즐거움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국제학회는 교통이 편하고 참석률을 높이기 위해서 저명한 관광지 근처에서 많이 하는데 학회활동을 마치고 개인 휴가 등을 이용해서 관광을 하는 것도 좋은 기회이다. 학회활동을 마친 후 개인 휴가로 관광하는 것은 오히려 장려해야 하는데 출장목적 외에 일정을 규제하는 경우도 많이 본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만든 연구비이기 때문에 무조건 규제를 할 것이 아니고 비싼 비행기 비용으로 학회를 참석한 후 바로 귀국하는 것 보다는 개인비용으로 휴가로 관광을 즐기거나, 필요시 주요 대학, 연구소, 기업체를 방문하는 것은 오히려 권장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포스타 발표든 구두 발표든 반드시 발표하여야만 국제학회에 참석할 수 있다는 것 보다는 자기 연구에 필요한 정보나 지식을 얻기 위해서도 출장이 가능하게 하고 학생들에게는 학회나 컨퍼런스의 경험을 쌓는 것도 매우 중요한 경험이 될 것이다.
결국은 연구비를 수주하기 위해서는 할당 된 논문, 특허, 기술이전과 같은 연구 성과를 채우기 위해서 논문 및 특허 나누기, 명목뿐인 기술이전과 같은 쉬운 방법을 택하는 방안보다는 좀 힘들더라도 긍지와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방향으로 발전하여야 한다. 가짜 학술대회는 학술활동에 대한 올바른 교육보다는 학생들에게 쉽게 쉽게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나쁜 습관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데서 위기감을 느낀다.
연구비사용에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은 회계연도를 맞추다 보니 회계연도 내에 연구비를 다 소진하지 못하면 못쓴 연구비를 반납하여야 하고 이렇게 되면 연구비를 과잉으로 책정되었다고 평가되어 차 년도 연구비를 삭감 받을 수도 있는 경우가 있다. 무조건 회계연도 내에 모두 소진하기 위해서 해외학회 참석으로 연구비를 소진시키는 것도 큰 문제점이다. 만약에 연구비가 남을 경우 차기년도로 이월하고 사용할 수 있고, 필요에 따라서는 연구하는데 필요한 기기나 시설을 구매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면 연구발전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무작정한 해외 출장이나 연도 말에 대규모의 구매 행위도 없을 것이다. 단시간의 연구비소진 행위는 결국 연구자의 도덕적 해이를 가져와서 국민들에게 실망을 주는 연구윤리 문제로 발전할 수 있게 된다.
정말 아쉬운 것은 거의 대부분의 연구자는 규칙을 잘 지켜서 좋은 결과를 내고 있지만 소수의 비정상적인 연구자에 의한 연구 윤리문제 때문에 과학자들은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 연구비가 대부분 3년 단위로 집행되기 때문에 1,2년차에 남은 연구비를 이월이 가능하게 하고 끝나는 3년차에 완전 정산을 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도 이메일에는 수많은 학회가 논문을 발표해 달라거나 학술대회에 참석하여 달라는 요청이 온다. 우리나라의 개발연구비 규모는 세계 5위로 1위인 미국(4,965억$, 2015)에 비하면 15% 수준인 740억 달러이지만, GDP 대비로는 세계 1위인 4.23%이다. 정부의 과학에 대한 배려로 많은 연구투자 덕분에 논문발표 건수는 2006년 36,747건에서 2016년 63,063건으로 연 평균 5.5%가 증가하여 2016년 논문 세계 점유율이 2.8%로 세계 9위를 달리고 있는 것(US NSF, Science & Engineering Indicatores(2018))은 거의 대부분의 한국과학자가 해적 학술지나 가짜 학회에 참석하지 않고 정상적인 학술지에서 발표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와셋의 경우는 열심히 연구하는 과학자에게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일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고, 더구나 와셋과 같은 해적 학술지를 경계한다고 거의 무관한 연구자를 힘들게 하는 새로운 규제가 만들어 질까 걱정이 된다. 근본적으로는 문제를 만들 수 있는 규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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