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그 부끄러운 이름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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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탄핵심판의 결과를 기다리며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한편, 비슷한 재판이지만 국민의 관심을 전혀 못 받고 있는 사건이 하나 있다. 어쩌면 국민들이 관심 갖지 않기를 바라는 사건일 수도 있다. 바로 대법원에 계류 중인 18대 대통령선거 무효소송이다. 만약 대선 무효소송이 인용된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통령직을 박탈한다는 점에서 탄핵심판과 마찬가지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소송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변론기일조차 열지 않은 채 4년 동안 사건을 방치하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그동안 대법원은 선거무효 소송에서 선거가 무효가 되는 사유에 대해 “후보자 등 제3자에 의한 선거과정상의 위법행위로 인하여 선거인들이 자유로운 판단에 의하여 투표를 할 수 없게 됨으로써 선거의 기본이념인 선거의 자유와 공정이 현저히 저해되었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포함한다. 그리고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하는 때’란 선거에 관한 규정의 위반이 없었더라면 선거의 결과, 즉 후보자의 당락에 관하여 현실로 있었던 것과 다른 결과가 발생하였을지도 모른다고 인정되는 때를 말한다.”라고 판결해 왔다. 여기에서 주의해야 할 부분은 “제3자에 의한 선거과정상의 위법행위로 인하여...선거의 자유와 공정이 현저히 저해되었다고 인정되는 경우”이다. 이와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사건이 바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이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지난 대통령 선거 때 댓글공작을 지시하여 정치개입을 금지한 국정원법과 선거개입을 금지한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기소되었다. 만약 공직선거법 위반 부분이 유죄가 나오면 국정원의 선거개입이 인정되어 법리상 18대 대통령 선거는 무효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1심 재판부는 국정원법 부분은 유죄, 공직선거법 부분은 무죄를 선고한다. 국정원이 정치에는 개입했으나, 선거에는 개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2심 재판부는 공직선거법 위반 부분에 대해서도 유죄를 선고한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 판결 중 공직선거법 위반 유죄부분을 파기한다. 대법관 전원일치 판결이었다. 단 한명의 반대의견도 없었다. 그리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은 현재 다시 서울고등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여전히 대선무효 소송의 재판을 미루고 있다.
대법관들은 도대체 무엇이 두려워서 4년 동안 재판도 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일까?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하자 국정안정을 위해 최대한 신속하게 그리고 공정하게 심리를 하겠다는 헌법재판소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대비된다. 대법원 입장에서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이 최종적으로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대통령선거 무효소송부터 진행할 수는 없지 않냐’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공직선거법 제225조는 ‘선거에 관한 소청이나 소송은 다른 쟁송에 우선하여 신속히 결정 또는 재판하여야 하며, 소송에 있어서는 수소법원은 소가 제기된 날 부터 180일 이내에 처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른 소송보다 선거소송을 먼저 재판하라는 취지이다. 그것도 180일 이내에 처리하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부터 결론이 나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대법원이 정치권력의 눈치를 본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권력분립은 헌법의 기본정신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대법원이 과연 사법의 독립을 원하기나 할까? 대한민국의 대법관들에게 과연 사법의 독립을 지켜낼 용기와 신념이 있을지 의문이다. 대한민국 헌법에 적혀 있는 ‘대법원’이라는 이름이 부끄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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