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탄도미사일의 모든 것 <5> 북한 탄도미사일 기술의 진화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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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체제에서는 실제 미사일 발사 대신 열병식에서 무수단미사일, 노동미사일 등을 공개하거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및 KN-08과 같은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은밀하게 개발하는 방식으로 핵폭탄 및 핵탄두 투발수단의 보유를 강조하면서 은근히 우리나라와 동맹국을 위협했다.
하지만 2011년 12월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의 국방 및 외교 전략은 완전히 변했다. 우리나라와 미국을 향해 공개적으로 북한의 군사능력을 과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2014년 북한 전역에서 단거리탄도미사일과 해안포 등을 발사하면서 위협하였고, 2015년 들어서는 SLBM 수중 사출시험을 공개하면서 본격적으로 미사일 개발능력을 과시하였다.
북한은 2016년도 들어서 1월에는 4차 핵실험을 수행했고, 2월에는 장거리로켓(광명성호; 은하 3호와 동일)을 발사하여 장거리미사일 개발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과시하였다. 3월에는 KN-02 소형 단거리미사일을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개발 경험이 없던 고추력의 고체로켓모터를 개발하여 지상연소시험을 수행하였고, 이후 ICBM 탑재 핵탄두 설계도 및 기폭장치 공개, 대기권 재진입 모의시험 등 핵미사일 관련 기술능력을 관영 매체를 통해 전격적으로 공개했다. 4~10월 사이에는 무수단미사일, SLBM, 스커드 ER(Extended Range), 노동미사일 등을 잇달아 시험발사하며 2016년 한해에만 탄도미사일 26발과 방사포 11발 등 37발의 미사일을 발사하였다. 그리고 9월에는 5차 핵실험을 추가적으로 강행하고 80톤급의 정지궤도위성용 80톤급 고추력 액체로켓엔진 지상연소시험을 수행했다.
김정은은 2017년 1월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준비사업이 마무리 단계’라고 주장하며, 임의의 시기 및 임의의 장소에서 ICBM의 시험발사를 시도할 것임을 강조하였다. 지금까지 북한이 개발해온 ICBM은 크게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 스커드 및 노동미사일 엔진을 기반으로 한 대포동 2호 장거리탄도미사일이다. 실제 북한에서 지리적 제한 때문에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쉽지 않아, 대응책으로 이를 위성발사체로 전환한 은하 장거리 로켓을 발사해 온 것으로 추정된다.
둘째, 이동식 ICBM이며 3단 로켓으로 구성된 KN-08이다. KN-08 ICBM은 군사퍼레이드에서 목업(Mock-up)만 보여주었을 뿐 아직 단 한 차례도 시험발사를 수행한 적이 없었다.
셋째, KN-08과 유사한 이동식 ICBM인 KN-14이며, 이는 이동식미사일발사대(TEL)의 제한을 고려하여 길이 및 중량을 줄여 2단 로켓으로 구성된 새로운 형상의 장거리미사일이다. KN-14는 탄두의 형상을 뭉뚝하게 변경하고 길이를 줄여 신속성 및 은밀성을 보다 증대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KN-14 ICBM의 경우 KN-08과 달리 1단 로켓추진체가 연소종료 후에 동해에 낙하될 수 있기 때문에 일본과의 분쟁을 피하면서 시험비행을 수행할 수 개연성이 존재한다.
2016년도에 시행된 이러한 도발을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관련 기술능력을 파악하는 좋은 계기도 되었지만, 북한 핵미사일 기술은 날이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기에 충분했다. 또한 정치적으로는 북한이 한미 양국의 압박에 군사적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을 과시한 한 해였다.
2016년 한 해는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진일보한 면목을 보여준 역사적인 한 해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으로서는 2016년 4월의 무수단미사일 엔진 지상연소시험과 8차례에 걸친 무수단미사일의 발사시도, 그리고 80톤급의 정지궤도위성발사용 고추력 액체로켓엔진 지상연소시험을 통해 북한이 기존의 재래식 기술인 스커드(Scud) 기반의 액체추진제 엔진 및 미사일에서 벗어나 고성능의 고에너지 액체추진제 엔진 및 미사일을 개발했다는데 상당한 의미를 두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하나의 예로서 새로운 고에너지 액체추진제를 사용할 경우 노동미사일의 크기나 제원을 가진 재래식의 추진제를 사용한 경우보다 사거리가 거의 1.5배 이상 증가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은 새로운 고에너지 추진제를 사용하는 로켓을 채용함으로써 새로운 수준의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존의 북한 탄도미사일은 스커드미사일 기반의 기술, 즉 TM-185 연료(등유와 휘발유의 혼합물) 및 적연질산(IRFNA) 산화제를 추진제로 사용하는 저성능의 구식 로켓엔진을 사용해 왔으나, 2016년 4월 지상연소시험을 통해 보여준 2기의 엔진을 클러스터링한 무수단엔진, 9월에 보여준 정지궤도위성발사용 우주발사체용 80톤 엔진(백두산 엔진)의 지상연소시험은 모두 UDMH(Unsymmetrical Dimethyl Hydrazine) 연료 및 사산화질소(NTO) 산화제를 사용하는 상대적으로 높은 성능의 고에너지추진제를 이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1기의 엔진을 1단로켓에 탑재한 무수단엔진은 2016년 한해 동안 8차례의 시험발사를 시행했던 무수단미사일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잠입형 엔진의 특성으로 인해 전체적인 미사일의 길이를 최소화할 수 있고 현재 개발 중인 이동식 KN-08/KN-14 ICBM의 1단 액체엔진으로 탑재하여 상당한 사거리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한편, 정지궤도위성발사체용 엔진으로 개발하고 있다는 80톤급의 백두산엔진은 물론 4기의 엔진을 클러스터링하면 우주발사체용 로켓으로서 손색이 없고, 만일 이동식 ICBM KN-14의 1단 엔진으로 1기 또는 2기 클러스터링을 하면 ICBM으로서도 충분한 성능을 가진다.
2016년 3월 지상연소시험을 통해 선보였던 고추력 고체추진제로켓은 2016년 8월에 성공적으로 발사했던 북극성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Submarine Launched Ballistic Missile)로 사용되었을 개연성이 매우 높다. 북한이 고체추진제미사일기술 개발능력을 완전하게 확보한다면 액체미사일처럼 추진제를 주입하는 과정이 불필요하기 때문에 한국과 동맹국에게는 이러한 미사일 발사도발을 사전에 탐지할 수 있는 기회도 얻기 어려울 것이며, 이는 곧 우리에게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체계가 더욱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은 2016년 기점으로 재래식 스커드 기반의 엔진에서 고에너지 추진제를 사용하는 무수단 기반의 엔진으로, 그리고 액체추진제 미사일에서 고체추진제 미사일로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는 변환점을 맞고 있는 것이다. <계속>
<연재 순서> 1. 초창기 개발의 역사 2. 중거리(MRBM) 및 준장거리탄도미사일(IRBM) 개발 3.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의 개발 4. 최근의 개발 동향 5. 탄도미사일 기술의 진화 방향 6. 北미사일 기술의 4계보(系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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