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이후가 두렵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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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이 종점으로 향하고 있다.인용이냐 기각이냐 최종선고는 3월 어디쯤이 될것이다.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하는 3월13일 이전이냐 이후냐에 따라 그 방향이 크게 흔들릴수도 있다해서 탄핵위기론,기각설까지 나오면서 긴장도를 높이고 있다.운명의 그날,그리고 그날 이후를 상상해본다.그러면서 커지는 불안감,두려움속에 매일 악몽을 꾸는 국민들이 많아졌다한다.
'더 데이 애프터(THE DAY AFTER)' 80년대 초에 나온 핵전쟁 이후의 모습을 그려낸 영화다.무서운 버섯구름,그 다음에 닥친 절망의 시간,충격과 공포를 담았다.이날이 올것임을 알고도 불길 속에 뛰어든 부나방같은 인간의 무지를 고발하고 있다. 모든것이 찢겨지고 녹아내리고 사라지고 상상하기 힘든 참상들로 화면을 채운 20세기의 묵시록이다.탄핵정국을 보며 언뜻 떠오른 영화, 과도한 비교일지 모르지만 그 제목 ‘그 날 이후’는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탄핵은 헌정사의 핵폭탄이다.모든것을 집어삼키고 있는 블랙홀이다.탄핵으로 대통령이 파면된다면 불행한 역사다.그러나 그것을 넘어서서 민주주의의 리세팅,대한민국의 리빌딩,헌법가치의 복원을 이루는 전환점을 국민들은 간절히 기대했다.
그런데 희망이 자꾸만 불안으로 바뀌는 형국이다.<이게나라인가>로 시작된 탄핵정국이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있나>를 묻는 실존의 상황으로 반전됐다. 광장엔 깨어있고 기도하는 시민들보다 주먹을 쥐고 분노하는 군중들이 압도하는 대결장이 됐다.
태극기 집회가 커지면서 생긴 변화다.그리고 양진영에 정치가 끼어들면서 갈등수위를 고조시키고 있다. 매주 총 동원령이다. 촛불을 가슴으로 태웠던 시민들에게 "탄핵인용을 위해 촛불을 높이 들라"고 독려하고, 태극기 집회의 가장높은 연단에도 정치인이 올라서 "탄핵기각을 위해 싸우자"고 외친다.
‘사회주의가 답이다’‘군대여 일어나라’는 구호가 나오고, 괴담과 가짜뉴스가 선동을 한다. 증오의 언어들이 난무한다.일부는 헌법재판소로 몰려간다. '기각하라','인용하라' 법정 밖에서 들리는 위협 속에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심판해야 할 재판관들이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힘들 것이다.
법정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있는 공방도 장외대결을 유인하고 촉발시킨다. 대통령 대리인단과 국회소추단 간 정정당당한 법리대결보다 증인채택을 둘러싼 시간 끌기와 촛불과 태극기의 세를 끌어들이려는 전략이 탄핵심판의 역사적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공정과 속도, 두 마리 토끼를 과연 헌재가 잡을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총만 안 들었지 내전상태나 다름없다. 소통부재다. 광장의 이성과 인내심은 끝난 것인가? 심판의 그날이 두렵다. 아무도 승복하지 않을거라는 불안감이 공포의 버섯구름처럼 오늘을 덮고 있다.
여기까지 온데는 무엇보다 대통령의 여론전이 큰 영향을 줬다.
대통령을 탄핵해야한다는 여론은 여전히 70퍼센트 후반으로 압도적이지만 태극기 집회의 커진 위세는 착시감을 준다. 정말 말 못해 온 샤이(shy)보수들이 움직이는 걸까? 그야말로 동원된 관제집회일까? 어느 쪽이든 촛불과 세를 맞춰가는 단계다. 그들의 외침은 오로지 대통령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도 여론을 움직이는 가장 큰 동력이다. 눈비 속에 대한민국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광장으로 나온 분들을 보면 가슴이 미어진다. '나는 엮였다' 그 한 마디로 태극기 집회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대통령은 여전히 그 만의 소통력으로 대한민국 운명의 끈을 놓지않고 있다. 대통령 탄핵이 시작된 것은 결국 소통의 문제였다.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지않고 공직라인과 협의하지 않고 최순실 비선과 통한 것, 그로부터 국정농단이 눈덩이처럼 커진 것이 대통령 탄핵의 본질이다.
대통령의 헌법 위반, 국민 배신의 책임을 묻고 있는 지금 우리는 여전히 소통의 벽 앞에 서있다. 불통의 늪에 빠져 있다. 촛불과 태극기로 갈라지고, 정치는 대선판으로 광장의 갈라진 세력을 대선판으로 끌고 가려한다. 이러려고 그 숱한 어려움 속에 대통령을 탄핵하려 했나? 자괴감이 들것이다. 탄핵에서 교훈을 찾지 못하니 대한민국은 위기다.
탄핵이 갈등의 종착점,희망의 출발점이 아니라 새로운 전쟁의 시작, 탄핵시즌 투가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탄핵과 대선정국이 맞물려 가는 것이 위기감을 더 키운다. 일반적인 관측대로 3월초 탄핵인용이 유력하다고 볼 때 그로부터 두달 뒤 열리게 될 벚꽃대선은 탄핵 선고로 최고조에 이른 갈등국면을 그대로 안고 갈 것이고, 인수위도 못 꾸리고 가는 다음 정권의 불안으로까지 이어질 것이다. 이제부터 정치권이, 대선주자들이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가야 할 이유다.
탄핵 책임의 한축에 서 있는 보수정당은 정신을 차렸을까? 변한게있을까? 인명진 비상체제가 가동됐지만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당원권 정지 외에 무엇을 바꿨을까? 오히려 '탄핵은 기각돼야 한다'며 태극기 집회에 편승하고 있다. 물적·정신적 자산을 ‘변화를 통해 지켜나가는 것’이 보수의 진정한 의미라는데 '탄핵은 잘못된 것이니 변화도 필요없다'는 것인지, 자유한국당으로 이름만 바꾸면 재 탄생인건지, 대선주자 한 명 못내는 불임정당이 될거라는 예상을 뒤엎고 10여 명에 이르는 주자들이 나선것은 대체 무슨 시츄에이션인지? 지지율은 모두 0%에 가까운데 말이다.
황교안 대안이 있다고? 반기문 낙마의 최대수혜자일뿐 대행이 후보가 되는 순간 신기루처럼 사라질 지도 모른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며 딴 살림을 차린 바른정당의 지지율은 정의당에도 밀리는 참담한 수준이다.이제라도 진정한 보수의 모습으로 승부를 걸어야한다.
진보쪽은 어떤가? 야권후보 지지율 합산이 60퍼센트를 넘었으니, 이리 가도 저리 가도, 누가 나와도 따논당상이라 볼 것이다. 탄핵의 반사이득이 아니었으면 어찌 그 자리에 올라탔으랴만 스스로 쟁취한양, 촛불민심에 무임승차했으면서 그것을 주도해 온양 , 탄핵의 방향과 속도도 자기들 생각대로 가야하는양 자신만만이다. 안희정의 급부상 등 당 내부에서 일고 있는 미묘한 변화는 장외 여론을 더 깊게 올바르게 읽어야 한다는 신호일 것이다. 대세론은 바뀔 수도 있다는 징후일 것이다.
국민들은 잠 못자며 고민 중이다. 대통령을 바꾸고 정권을 바꾸면 나라가 바뀌는 것인가? 그들은 오직 선거승리 말고 나라 걱정도 하는 것인가? 탄핵 이후 잘못될까 노심초사하는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리는가? 탄핵 갈등을 보면서 탄핵 결과에 승복한다는 약속조차 공개적으로 하지않는 대선주자들을 보면서 우리 모두가 패배자가 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 하고 있다.
결론은 역시 국민들이다. 최후의 심판자이기 때문이다. 2004년 노무현 탄핵정국을 보자. 국민이 원하지 않았는데 한나라당과 새천년민주당 등 야당이 합세해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결국 헌재 기각, 이어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압도적 승리를 거두는 국민심판이 뒤따랐다. 지금은 어떤가? 여당까지 가세한 국회 소추로도, 여론조사만으로도, 국민이 원하는 탄핵이다.
헌재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모르지만 인용된다면 곧 바로 대선이다. 민심의 심판이 어떻게 내려질까? 탄핵정국의 최종점을 건너가는 정치역량 ,대선주자의 진심과 리더쉽을 들여다 볼것이다.무엇보다 고 박세일 교수가 남기고 간 애민(愛民)의 기준을 가슴에 담을 것이다.
'더 데이 애프터' 그날이 절망의 시간이 아니라 희망의 시작이 되도록,국민들이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정치는 이제 촛불과 태극기와 헌재를 그 자리에 놓아 주어야 한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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