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들, 경제 살릴 희망이 안 보인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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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은 ‘희망’을 보고 싶다
이번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국민들이 가장 듣고 싶은 이야기는 과연 무엇일까? 감히 필자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라고 단언하고 싶다. 정치가 바로 설 수 있다는 희망, 그리고 민생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그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촛불과 태극기로 편이 갈리고, 대선주자들도 이 상황에서 자신에 대한 지지율 높이는데 급급한 양상이고 보면 과연 이번 대선을 통해 국민들이 정치가 바로 설 것이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지 의문이 커져 가고 있다. 정치는 그렇다 치고, 민생을 결정하는 경제는 어떤가? KBS는 지난 2월 10일 뉴스에서 우리 민생의 상태를 ‘출산율은 최하이고, 노인 빈곤은 최악이며, 근로 시간은 최장에다, 자살률은 최고인 나라’(KBS, ‘OECD 20년’ 한국은 어디에?)로 집약했다. 청년실업률은 사상 최고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며, 체감 청년실업률은 20%에 달하고 있다. 2011년부터 한국경제의 성장률은 세계 경제성장률에 미치지 못하는 장기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 복지지출의 요구는 높아지는 반면에 성장은 둔화되고, 가계부채의 위험은 증대하고 있다. 이런 경제상황에서 과연 국정의 새로운 최고책임자가 되고자 하는 대선주자들은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것인가?
물론 대선이 공식화하면 보다 체계적인 공약이 발표되겠지만, 각종 경로를 통한 대선주자들의 언급은 경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만큼 대선주자별로 ‘희망’의 가능성이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문재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제정책은 이른바 ‘국민성장론’으로 집약된다. 산업구조 혁신과 정부주도 및 재벌중심 경제구조를 타파함으로써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그 과실이 국민들의 가처분 소득 증가로 직결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당 대표시절 주장하던 ‘소득성장론’을 보다 체계화했으며, 4차 산업혁명을 추가했다는 것을 제외하면,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만큼 정책의 선명성과 구체성이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정부주도에서 시장주도로 이행하자면서 시장의 중심을 재벌에서 강소기업으로 이동한다면, 과연 현실적으로 강소기업 중심의 시장주도 경제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인가? 공공부문의 일자리 확대와 노동시간 단축 등으로 131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정부주도 고용정책과 시장주도 경제 이행 간의 상충 문제에 대해서는 답이 없다.
<안희정>
지난 1월 30일 있었던 한겨레 신문과의 대담에서 안 충남지사는 다음과 같이 주목되는 언급을 했다. “이른바 ‘약발’이 먹히는 정책을 선별해 추진하려 한다.”, “기업가들의 도전정신을 살려 일자리를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이 경제민주화다.”,“복지를 각 계층에 무엇을 더 나눠주는 것으로 얘기하면 실패한다. 기초생활보장법을 만든 지 20년이 지났다. 복지국가에 대한 설계를 다시 해야 한다. 재정비해야 한다.”
안 지사의 경제정책 특징은 특정한 정책 프레임이 없으며, 내용에 따라 보수와 진보 또는 성장 중시와 분배중시를 엮은 것으로 보인다. 가장 실용적인 정책을 선택한다는 장점이 있으나 프레임이 없는 종합선물 세트식 정책은 국민들에게 안 지사가 대통령이 되어서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분명한 인식을 주기 어려워 보인다.
<이재명>
이재명 성남시장은 법인세와 소득세 증세 등을 통해 얻은 재원 50조 원으로 연 100만 원(월 8만3000원가량)의 '기본 소득'을 청년과 노인, 농어민, 장애인 등에게 지급하겠다는 주장이 가장 인상적이다. 대선주자 중에서 증세와 기본소득 보장을 통해 소득분배를 개선하겠다는 진보적인 정책을 분명하게 제시한다는 점에서 국민들에게 강한 인상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성장의 역동성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납득할만한 설명이 부족하다.
<안철수>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의 ‘공정성장론’은 분배의 불평등 문제를 직접 다루기보다 불공정한 경제 제도와 생태계를 개선하고, 이를 통해 창업을 활성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공정거래위 권한을 경제검찰 수준으로 확대시키고, 대기업에 유리한 법체계를 개선하자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하고 있다. 성장 중심에 경제민주화를 가미한 ‘포용적 성장론’에 가까운 견해를 가진 것으로 보이나, 경제정책의 프레임이나 정책 체계를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 안 대표 역시 국민들이 분명하게 인식할 만한 성장과 분배 어느 편에도 인상적인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손학규>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대표는 지난 1월 22일 있었던 ‘국민주권 개혁회의’창립대회 기조연설에서 일자리 창출과 공정성 확립에 대해 역점을 두고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일자리가 풍부한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이를 위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겠습니다. ...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여 새로운 삶의 길을 찾아야합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것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국가의 정책입니다. 신기술의 중소기업을 육성해서 좋은 일자리를 만들 것입니다.”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매력 있는 프레임을 내세웠지만, 어떻게 여유 있고 풍요로운 저녁을 만들 수 있는 지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설명이 부족해 보인다. 그 결과 ‘저녁이 있는 삶’의 프레임과 새로운 성장동력의 확보 목표가 일관된 체계로 설득력 있게 와 닿지 않는다.
<유승민>
유승민 바른정당 국회의원은 2월 10일 있었던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경제위기 극복방안과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함으로써 대선주자 중 가장 성장중심적이고 구체적인 당면 과제에 대한 정책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그러나 전체적인 정책 프레임이나 정책체계는 찾기 어렵다.
"경제 위기 국면을 벗어날 수 있는 양적 완화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
"경제 전반적으로 양적 완화를 통해 경제를 띄워가며 구조개혁을 해야 구조개혁도 쉽게 할 수 있다.”
<포용적 성장론·경제민주화·4차 산업혁명이 대세>
이상 대선주자들의 경제정책 구상을 정리해 보면, 전체적으로 성장과 분배 간의 균형을 중시하는 포용적 성장론과 재벌의 불공정 경쟁을 제재하고, 중소기업의 역동성을 촉진하고자 하는 경제민주화 추진, 그리고 4차 산업 혁명 등 세 가지를 대부분 중시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2007년 이명박 후보의 ‘747’공약이나 2012년 박근혜 후보의 ‘474’공약과 같은 성장중심의 공약에서 포용적 성장론으로 대전환을 이루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포용적 성장론으로 당면한 성장잠재력 제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한편 경제민주화로 중소기업의 활동과 창업을 촉진한다는 점은 타당하지만, 경제민주화의 추진이 정치적 성과로 드러내기 위해 자칫 대기업의 경제활동을 억압하는 것으로 추진될 경우, 성장잠재력이 훼손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은 빠질 수 없는 신선한 공약처럼 보이지만 실제 성과를 거두는 것은 매우 어렵다. 4차 산업혁명을 거론하기 전에 차라리 과학기술계의 구조적인 문제를 확실하게 혁신하겠다는 공약이 더 현실적으로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공짜’ 대선 공약으로는 희망을 만들 수 없다>
전체적으로 대선주자들은 대세에 맞춘 ‘그저 그런’ 정책을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공약으로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도 없으며, 최소한 경제정책으로는 표를 얻기도 어려울 것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어느 대선주자도 국민들에게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증세하겠다는 대선주자는 이재명 시장이 유일하고, 성장잠재력을 회복하기 위해 구조개혁을 추진하겠다는 후보는 유승민 의원이 유일하다. 다른 대선주자들은 성장잠재력의 제고를 위한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다. 과연 구조개혁의 고통을 치루지 않고 성장의 역동성을 회복할 수 있을까? 이미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확대’가 허구임이 사실로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대선 주자들은 고통 분담 없는 ‘공짜 복지’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또한 증세의 경우 기업 활동이나 가계 소비를 위축시키는 효과를 통해 성장을 저해한다는 점을 외면하고 있으며, 경제민주화 정책 역시 ‘공짜’가 아니라는 점도 무시하고 있다. 특히 가계부채 문제가 민생을 압박하는 차원을 넘어서 국가경제의 위기요소로 등장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후보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니 어느 대선주자도 희망을 준다고 할 수 없다.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조건>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첫째 조건은 ‘그렇게 하면 경제가 살아나겠구나’ 하는 보편적인 설득력을 가져야 한다. 둘째, 국민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요구하는 바가 분명해야 한다. 셋째, 구상한 정책이 경제운영의 체계 속에서 지속적으로 작동이 가능해야 한다.
정책 방향도 불분명하고 국민들에게 요구하는 바도 없이 위기에 직면한 한국 경제를 ‘공짜’로 구하겠다는 무모한 구상으로는 결코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없다. 물론 대선이 공식적으로 시작되면, 대선주자들은 보다 제대로 된 정책공약을 준비하여 국민들을 다시 설득하겠지만, 현재의 모습으로는 ‘경제가 살아 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 어렵다고 본다.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었던 선거공약의 대표적인 사례로 2003년 독일 슈뢰더(Schröder) 총리의 ‘Agenda 2010’과 2010년과 2015년 영국 보수당 정권의 카메룬 총리를 들 수 있다.
슈뢰더 총리는 “이런 상태로는 독일 경제가 회생할 수 없다”는 비장한 각오로 2003년 3월 14일 연방하원에서 ‘Agenda 2010’이라는 일련의 경제개혁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경제개혁안의 핵심은 법인세 인하를 포함한 경제활성화 조치와 노동시장 개혁 그리고 연금과 의료보험 등 복지개혁이었다. 경제활성화를 촉진하기 위해 법인세율과 소득세율을 대폭 인하하였으며,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저소득 일자리(mini-jobs) 취업 및 1인 자영업 창업을 촉진하고, 실업자들의실업급여를 대폭 축소했다.
한편 노동자의 퇴직연령을 늦추어 연금부담 총액을 확대하여 연금재정의 건전화를 도모했다. 그러나 슈뢰더 총리는 2005년 9월 18일 조기총선에서 과반 획득에 실패하고 11월 총리직을 사임하면서 기민당 주도의 대연정을 통해 메르켈(Merkel) 총리가 등장했다.
한편 2010년 영국 보수당은 과잉복지론을 내걸고 복지개혁과 작은 정부 및 재정 긴축을 공약으로 내걸고 집권에 성공했다. 또한 2015년
‘저임금-고세금-고복지 사회’에서 ‘고임금-저세금-저복지 사회’로의 전환을 공약으로 내걸고 총선에서 승리했다.
우리 대선 예비주자들에게 타산지석이 아닐까 싶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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