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 기술혁신의 길 <하> 우리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7년01월25일 17시12분
  • 최종수정 2017년01월25일 17시13분

작성자

  • 김진형
  • KAIST 명예교수, 전 인공지능연구원장

메타정보

  • 50

본문

 

우리의 AI 기술을 확보를 위하여 미국의 전략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자원과 능력이 부족한 우리의 전략이 미국과 같을 수는 없겠지만 미국처럼 하면 상당 부분 해결될 것이다. 능력이 부족한 후발 주자는 통상적으로 선택과 집중을 이야기한다. 모두 다 할 능력이 없다면 AI 분야 중에서 우리는 어디에 집중해야 할 것인가? 한국어, 한글 등의 한국적인 것은 우리가 연구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좁은 국내 시장을 보고 누가 스스로 투자하려고 할까? 깊은 토론이 필요하다.

 

AI능력 확보를 위하여 우리에게 제일 필요한 것은 전문가의 양성이다. AI 전문가는 물론 컴퓨터 전공자도 턱없이 부족한 것이 우리 현실이다. 서울대학교 컴퓨터 전공의 학사과정 정원은 55명으로서 공과대학 총 정원의 7%이다. 미국 Stanford 대학은 공과대학 정원의 44%, 660명이다. 대부분의 미국 대학에서 컴퓨터 전공은 최고의 인기다. 중국은 2000년부터 전국에 35개의 School of Software를 설립하여 기존 학과와 별도로 년 2만명의 고급 소프트웨어 인재를 양성했다. 이들이 요즘 중국의 신기술 창업 붐을 이끌고 있다. 

 

 c79db877d8a6a213e73aaa9e0859cab1_1485332 

<미 University of Washington 의 전공 선택 추이>

 

깊이 있는 AI를 연구하는 곳은 결국은 석박사 과정의 대학원이다. 컴퓨터 전공 대학원 학생 중에서 AI 전공자는 극히 일부분이다. 학과 총 정원의 대략 10분지 일이다. 서울대 석사 입학 정원이 40명이니까 년 4명 정도의 학생이 입학한다고 볼 수 있다. 연구 잘 하는 대학원의 정원, 꼭 늘려야 한다. 물론 AI 전공 교수도 적극 충원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AI를 전공하고 졸업한 석박사급 전문가도 현장에서 계속 경험을 쌓아서 경쟁력 있는 엔지니어로 성장하는 경우는 극히 찾아 보기 힘들다. AI를 지속적으로 연구 개발하는 기업이나 연구소가 없었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성공 사례가 보도되면 급하게 해외 인력을 찾아서 데려오나 잠시 후 팽하는 것이 우리 대기업의 관행이었다. 또한 국책연구소는 고용 경직성 때문에 오랫동안 신규 인력 채용이 거의 동결되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AI 연구를 안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에 AI 연구 생태계를 육성해야 한다. 대학원에서는 AI 전문가를 적극 양성하고 기업과 연구소에서는 이들이 경력을 쌓아 고급 엔지니어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여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해야만 인공지능 기술을 다양한 산업 분야로 확산할 수 있다.

 

강력한 컴퓨팅 파워의 제공이 또한 AI 성공의 요소이다. 기계학습은 이제 모든 기업에서, 모든 학문분야에서 필수적인 도구로 자리 잡았다. 대학이나 중소기업에서도 기계학습을 시킬 수 있는 강력한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 언제 어디서나 분산처리형 컴퓨터를 원격에서 사용하여 기계학습을 시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AI 능력의 확산에 필수적이다.  컴퓨터 시스템은 우리가 구성하여 만들어도 되지만 해외에서 구매할 수도 있다

 

AI 발전을 도모하는데 있어서 가장 심각한 장애는 학습데이터의 부족이다. AI의 성능은 학습에 사용하는 데이터의 양과 질에 의하여 결정된다. 국내 인터넷 포털 업체가 어느 정도 데이터를 갖고 있으나 이는 국내용이고 공유되지 않는다.  공공데이타 공유 전략을 시작으로 범 국가적 차원에서 데이터 확보 전략을 수립하고 집행하여야 할 것이다. 국비를 들여서라도 기계 학습을 위한 각종 데이터를 생산하고, 또 원활한 데이터 유통체제를 구축하여야 할 것이다. 

 

 

혁신체계의 혁신이 필요하다

 

지금은 AI로 인한 혁신과 변화가 일상화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그래서 미국은 ‘기업과 근로자의 창의력 발휘’를 지능정보사회의 으뜸 대책으로 설정했다. 건전한 경쟁을 통하여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의 창출과 혁신을 이끌겠다는 것이다. 새로운 회사들이 생겨서 기존의 회사들과 경쟁하고, 혁신이 혁신을 낳는 생태계를 추구한다. 아이디어와 기술만 있으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역동적이고 정의로운 사회가 지능정보사회가 추구하는 유토피아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의 혁신체제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연구라고 하면 대기업이나 정부 연구소에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연구 생산성이 극도로 낮다. 우리나라 연구개발비 투자는 절대 규모 면에서 세계 6위권, GDP 대비하면 세계 최고이다. 그러나 연구 생산성은 꼴찌 수준이다. 대기업은 기초 기반 기술에 투자하지 못하고 공공 연구소는 나태하다.

우리 공공연구소의 연구 생산성이 낮은 기장 큰 이유는 노동 경직성 때문이다. 20대에 취업하면 60이 넘도록 한 연구소에 머무른다.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데 연구소는 옛 사람으로 옛 주제를 연구하고 있다. 경쟁력 상실한 정부 출연연구소들의 국가 연구과제 독점체제는 국가 경쟁력의 심대한 장애 요인이다. 

기술전수는 힘들다. 특히 AI를 비롯한 소프트웨어 기술의 전수는 특히 힘들다. 소프트웨어 기술 영역은 물론이고, 나아가 대부분의 영역에서도 연구 결과가 이제는 소프트웨어 형태로 창출된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특허가 큰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따라서 출연연구소에서 연구해서 넘겨줄 테니 기업들이 이것으로 돈 벌어오라고 하는 60년대식 국가 혁신체계는 수명을 다했다. 바람직한 것은 기술을 넘겨주는 것이 아니라 연구에 참여했던 사람이 그 결과를 갖고 산업체로 옮겨가야 하는 것이다. 

지능정보사회에서는 고용 형태가 급격하게 변할 것이다. 계약직, 시간제 등의 비정형적 형태가 확대될 것이다. 우리 사회가 유연한 고용제도를 받아 들여야 한다. 공공 연구소에서부터 철밥통을 깨야 한다. 고용의 경직성은 경쟁을 저해하고 불평등을 야기한다. 창업과 채용을 기피하게 하고 사회 전체적으로 일자리를 감소시킨다. 

 

문제의 해답은 연구체제에 있어서 경쟁체제의 도입에 있다. 이를 위하여 민간 연구개발 서비스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이들이 기술을 개발하고 M&A와 이직을 통하여 자연스럽게 기술이 전수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알파고를 만든 딥마인드를 봐라. 소수의 핵심 엔지니어가 창업하여 기술을 개발하여 Google에 M&A됨으로서 기술을 전수했다. Apple의 Siri도 SRI에서 개발한 음성인식 기술을 아웃소싱한 것이다.

 

우리도 연구개발 서비스 기업의 창업을 촉진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 민간 기업들이 출연 연구소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국가 연구개발사업에 참여하는데 있어서 민간 기업에 대한 불공정 요인을 제거하여 공공연구소와 공정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지능정보사회를 맞아 우리의 국정 방향을 다시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모든 정책이 젊은이들의 창의력 발현 촉진에 맞추어져야 한다. 교육도 혁신해야 한다. 그래야 젊은이에게 일자리가 셍긴다. 규제가 경쟁을 제한하는 것은 아닌지, 공공에서 민간이 해야 할 서비스를 직접 수행함으로써 민간 영역을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긴장감이 없는 공공의 직장이 창업하려는 젊은이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는 것은 아닌지, 또 전문성보다는 공정성에 집착하는 국가 R&D 평가제도는 과연 정의로운지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다가오는 지능정보사회를 위하여 우리의 혁신 생태계에 대한 반성과 개선이 필요하다.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ifs POST>

 

50
  • 기사입력 2017년01월25일 17시12분
  • 최종수정 2017년01월25일 17시13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