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년차 맞는 프랑스 마크롱 정부의 분야별 개혁과제 <1>국철 개혁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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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마크롱 정부는 전방위 개혁(les réforms tous azimuts)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5월 14일 취임한 마크롱 대통령은 이미 9월에 획기적인 노동시장 개혁을 실현하고, 이를 시작으로 직업 훈련, 실업 보험, 교육, 국철, 헌법 개정 등 속도감 넘치는 개혁에 나섰다. 특히 마크롱 정부는 전후(戰後) 유산으로 남아있는 "사회적 파트너"로서의 노동조합이 주창하는 자주관리라는 틀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지난 30년 동안 프랑스 개혁을 막아온 벽이 모든 사회분야에 존재하는 기득권이라 보고 개혁의 메스를 휘두르고 있다. 강한 프랑스와 유럽의 재생을 목표로 추진하는 개혁의 성패는 프랑스뿐만 아니라, EU의 장래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출범 2년차를 맞이하는 마크롱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과제 가운데 우리에게도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국철개혁(SNCF), 공공서비스의 개혁, 의회의 개혁과 정치 · 사법의 민주화를 목표로 하는 일부 헌법 개혁 및 유럽프로젝트를 통한 EU개혁 과제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마크롱 정부 초기 개혁추진내용은 2017년 12월 18일자 Newsinsight “프랑스 마크롱 정부의 개혁추진: 과제와 전망” 참조).
철도서비스의 질 저하, 비용증대 및 투자부족 등으로 낙후된 국철의 대전환 추진
프랑스 국철이 가지고 있는 과제는 무엇이며, 마크롱 정부는 이를 어떤 식으로 개혁하고자 하는지, 또한 이에 대한 당사자인 국철노조의 입장은 어떤 것인지가 그리고 현재 추진되는 국철 개혁은 과연 마크롱 정부의 생각대로 성공할 수 있을지가 관심의 대상이다.
우선 프랑스 국철이 가지고 있는 과제는 무엇일까. 그동안 프랑스국철(SNCF)은 EU의 철도개방지침에 따라 1997년에 인프라(철도)와 운행 관리와 상하 분리 및 기능별 분사화를 진행했다. 하지만 조직 세분화 네트워크의 유지관리와 정보공유의 측면에서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2015년에 다시 중앙 집중화된 분사화가 이루어 졌다. 현재는 철도 인프라 시설을 보유 · 관리하는 SNCF Réseau와 철도의 운영 및 운행을 담당하는 SNCF Mobilités, 그리고 이 두 조직을 총괄 조정하는 모회사(SNCF Epic) 등 SNCF 그룹으로 재편됐다. 이 3개사는 각각, 개별법 아래에 정부출자가 이루어져 있다. 국철이 상공공공법인(EPIC)의 범주에 들어감으로써 ①감사위원회의 설치, ②인프라 정비재원의 제한, ③철도규제청의 권한강화 등 새로운 국철에 대한 국가의 관여가 깊어져 왔다.
이와 같이 국철부문에서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내부적으로 철도시스템의 재정적 불균형이 지속됨에 따라 국철을 구조적으로 개혁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지난 2월에는 에어 프랑스 회장이 중심이 되어 만든 "스피네타 보고서"(Jean-Cyril Spinetta, Rapport sur l'avenir du transport ferroviaire)가 제출되어, 30여개 항목의 개혁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3월 26일 마크롱 정부는 신철도협약(Un nouveau pacte ferroviaire français)(안)을 기안하고 필립 총리가 발표하였다. 국철의 '대전환'을 단행하기로 결심하고 그의 역할, 조직, 거버넌스, 법적형태 등에 칼날을 들이대기 시작한 것이다.
프랑스 국철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공공서비스로서의 철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매일 400만 명의 사람들이 프랑스를 기차로 이동하고 있어, 국토정비 차원에서 철도는 필수 불가결 하다.
둘째, 철도사업에 드는 비용이 증대하고 있다. 철도운영에 필요한 비용이 국내 경찰이나 경비 비용보다 많고, 최근 10년 동안 철도운영비용이 22% 증가하고 있다.
셋째, 철도 서비스의 질 저하이다. 프랑스에서는 열차지연의 비율이 독일이나 네덜란드의 2배에 이른다. 또한 이용자의 정보 제공도 불충분하다.
넷째, 철도 사업에 대한 국가의 투자가 절대적으로나 이웃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도 크게 부족하고 그 영향으로 인프라의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다. 고속철도(TGV)의 경우, 현재 설비연령은 30년에 도달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고속철도의 주행속도가 20%정도 하락하고 있다.
다섯째, 철도 사업의 막대한 부채(총 544억 유로)는 매년 30억 유로 증가하고 있으며, 부채의 이자 지급액에서만 매년 15억 유로가 소요된다. 국철은 1998년 이래 20년 동안 적자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다만 3월 초 국철 회장은 2017년에 눈에 보이는 개선을 이루어 매출은 4.2% 증가하고 수익은 16% 급등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지난 몇 년 동안 국철은 빈사상태에 허덕여 필립 총리는 "(재정상태가) 감당하기 어려운 형편"이라는 입장을 나타내었다.
유럽철도망 개방에 맞춰 철도부문의 효율화 추진을 통해 경쟁력 강화
마크롱 정부는 국철이 안고 있는 과도한 부채를 줄이고, 서비스체계를 개선하는 한편, 철도부문에 경쟁체제를 도입하여 경쟁력을 확보하는 등 국철의 개혁을 서두르고 있다.
그 구체적인 개혁안의 요점은 다음의 4개 항이다.
첫째, 국철의 새로운 운영체제 확립이다. 보다 효율적이고 유연한 조직으로의 변화를 위해 현재 거의 독립적인 3개의 공공시설법인 체제에서 보다 효율적이며 일체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전환한다. 국철의 완전한 국유화에 대한 검토는 하고 있지만, 민영화는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국철이 공익사업을 위한 공기업으로서의 역할을 계속한다(필립 총리 발언).
둘째, 철도종사자의 단체협약 내용을 바꿔 점진적 변화를 추구한다. 현재 철도종사자의 노동협약은 지속적인 고용(해고를 하지 않는 것)의 보증, 정년퇴직 연령 설정, 급여 및 승진에 관한 특별 규칙이 일반적인 단체 협약에 비해 상당히 우대된 내용으로 되어 있다. 그럼에도 현재 철도종사자의 단체협약 내용은 변경하지 않으며, 다만 향후 채용하는 직원의 단체협약 내용을 점진적으로 일반적 노동협약에 따르는 것으로 변경해 나간다.
셋째, 국철의 사업 효율성을 향상시킨다. 현재 국철은 유럽의 다른 철도사업자에 비해 30% 가량 경영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사업성 향상과 비용 절감의 필요가 있다. 각 부문이 보다 더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효율성을 살릴 수 있는 체제로 정비한다. 아울러 보다 현장에 입각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조직을 혁신한다.
넷째, 프랑스 국내여객 철도시장 개방을 위해 국철의 경쟁력을 강화한다. 프랑스 여객철도시장 개방을 위한 유기적인 경쟁력의 강화가 필요하다. 이는 EU가 2020년 말까지 역내 모든 여객 철도사업자를 대상으로 자국 인프라를 개방한다는 지침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유럽 철도시장에서 경쟁이 본격화 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유럽 철도시장의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서도 마크롱 정부는 철도종사자의 적절한 노동협약을 책정하는 동시에 철도종사자·국철·지역권에 대한 새로운 규정을 확립하려 한다. 마크롱 정부는 앞으로 10년간 인프라 현대화 비용으로 매년 36억 유로를 투자한다. 국철은 지속적으로 부채상환에 노력하지만, 5년 후까지 국가가 그 잔액(전부 또는 일부)을 담당하고, 지불한다. 이용객이 적은 노선도 폐지하는 대신에 15억 유로를 투자하여 노선과 역사의 설비개선을 도모한다.
정부, 신속한 법체계 정비로 시장개방 대응 vs. 노조·시민단체, 상징성이 있는 국철 개혁 반대
앞에서 설명한 개혁과제 가운데, 최대의 난제는 높은 인건비 수준으로, 독일 등 이웃 나라와 비교하여 30%가 높다. 특권적인 '철도원'(cheminots) 신분을 개혁하고자 하는 핵심가운데 하나이다. 채용 조건, 임금, 승진, 전근, 휴가 등 관련규정이 정비되어 있지만, 자동 승급구조가 있기 때문에 민간 대기업에 비해 국철의 임금총액 비중이 매우 높다. 퇴직 제도는 지상근무 56~57세에 운전근무는 50~52세로 일반 62세와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그 외 본인의 철도 무상이용, 가족의 철도 할인이용 특권이 주어지고 있다.
이는 석탄시대의 열악한 근무조건에 근거하여 연금, 의료보험, 조합의 권리 등에서도 세부적으로 정해진 철도원의 특권적인 규정이 존재하고 있음에서 비롯된다. 이의 기원은 1910년대 초에 국가가 특별규정을 정하여 전후 1950년의 각령으로 공포한데서 비롯되었고, 이후 2015년 국철개혁으로 직원은 단일노동협약의 체결을 의무화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노조의 저항으로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
마크롱의 국철개혁은 유럽철도시장의 개방화 과정과 맞물려 있어서, 국철의 경쟁력 확보는 매우 시급한 과제이다. 현시점에서 프랑스 국내여객시장개방 개시까지의 기간이 짧기 때문에 정부의 개혁안은 2018년 여름 이전까지 성안하여, 즉시 실행에 옮겨갈 계획이다. 특히 마크롱 정부가 국철개혁을 속전속결로 서두르는 것은 1995년 겨울 쥐페 내각의 개혁 플랜이 1개월 반에 걸친 교통·공공서비스 부문의 총파업으로 무산된 "쥐페 소동"이 반복될 우려를 두려워하는 점도 있다. 지난 해 9월 노동법 개정의 경우와 같은 목표로 3월 중순에 철도개혁을 위한 수권법을 의결하고 행정입법(ordonnance)에 의해서 올 여름 전에 개혁을 이루고자 했다. 신속한 개혁 실행을 위한 개혁안에는 법 정비와 심의 진행의 구체적인 일정도 담고 있다.
앞으로의 구체적인 일정은 ①새로운 철도협약이 적용되는 법체계의 정비계획안을 정부가 3월 중순 의회에 제출하고, ②이와 병행하여 3월과 4월에 의회에서 개혁안의 심의를 실시해, 5월 초순까지 모든 심사회의를 종료시킬 계획이다. 이어 ③심의가 정체된 안건에 대해서는 정부 주도아래 법 정비를 진행시켜 나간다.
이와 같은 정부의 국철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와는 달리, 철도종사자들의 개혁반대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마크롱 정부는 절차상 우선 노조와의 협의에 노력한다는 입장이지만, 프랑스는 공공 서비스를 성역으로 간주하여, 상징성이 있는 국철의 개방은 노동조합이나 학생·시민단체가 정부입장에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3위 노조인 FO(노동자의 힘)는 "노동자의 신분과 공공 서비스의 파괴"라고 외치며 "열차의 안전주행을 보장하기 어렵다"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특히 수권법에서는 채용규정에 현재 전체 직원의 89%, 2016년 신규채용 직원의 71%를 차지하는 "철도원"의 표기가 없고, 단지 직원만으로 기술되어 있어 노조의 반대가 더욱 격렬해 지고 있다. 지난 3월 22일 파업을 시작한 철도노조는 6월 말까지 3개월에 걸쳐 거의 매주 2일 이상 파업을 지속할 것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노동단체 측의 점점 격해지는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철개혁을 위한 마크롱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대선기간부터 개혁목표를 공개적으로 주장하였고, 이해 당사자인 노조와의 지속적인 협상을 통해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이 지속된다. Elisabeth Borne 교통부장관이 4대 철도노조 대표와 협의를 갖는 등 움직임이 활발하다. 철도노조의 파업으로 올해 들어 44% 수준으로 상승하던 마크롱에 대한 지지율은 4월중에 40%로 하락하였으나, 5월중에는 41%로 다시 상승하는 추세이다(Baromètre Politique Figaro Magazine, 2018년 5월 3일자). 철도노조의 파업으로 인한 사회적 긴장 속에서도 마크롱 정부의 지속적인 개혁에 대한 여론의 신뢰가 지지율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금까지 마크롱 정부의 국철개혁에 대한 입장은 단호하고 일관되어, 신규 채용자는 단일단체협약이 적용되며, 국철직원 19만 명 중 16만 명은 철도원 신분이 계속 허용되지만, 나머지 3만 명은 직원대우로 교체한다. 필립 총리는 "국철 지망자는 노동법 규정에 따라 모든 국민과 동등한 노동조건에서 혜택을 얻을 수 있다. 채용 자격에 가산점은 없다"고 단언한다(Financial Times, 2018. 1. 22일자).
과연 마크롱 정부는 철도개혁을 통해서 국민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며, 철도공사 직원의 신분변화이후 좀 더 유연하게 구조개편을 통해 비용절감을 이루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계속>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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